#39;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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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이 다 됬는데 주님이 별 말씀이 없으시네..?
이번달은 좀 여유있게 가시려나..? 했드만 역시 .. ㅎㅎㅎ
예전 같으면 가긴 가도 좀 넉넉히 주시면서 가라하시지 하는 푸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리스도의 소유된 종으로 나의 뜻이나 의견 그런거 없이 그냥 가라 하시면 감 ..
주님의 일을 할때 그 일의 주인이 내가 되선 않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지 어렵다 ( 물론 기도하지 않는 분들은 그러냐..? 싶겠지만 사실 조건이 매우 까다로움 )
우리는 주님께 내려놓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문제의 실무자로 세움받은 청지기 이게에
문제를 주님께 내려놨다고 뒤로 빠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 실무자 어디갔냐... )
그렇다고 실무자이니 전적으로 나서서 기도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 내려놨고 맡겼다매..? )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결정적인 말씀
네 짐을 내게 맡겨라
" 마태복음 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이건 뭘 어쩌라는거지..?
이럴땐 말임돠 주님께서 그 일을.하시도록 주님을 깨워야 하는것 이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다 잠드신 주님을 깨워 껀수를 만들어드려야 하는것 입니다
그 내용이 바로 마가복음 4장 35절에서 41절에 나와 있는 말씀이죠 ㅎㅎㅎ
35.그 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36 그들이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 하더니
37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배에 부딪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38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이르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 하니
39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40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41 그들이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하였더라
이 문제에 대한 답을.찾기위해 몇주를 생각하며 기도했더니 답을 주시더라구요 ㅎㅎㅎ
���랑의집과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모든 기도는 몇가지 필수 충족 조건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해결 받으니 삶의 큰.짐을.하나 내려놓은 느낌 ..
암튼 오늘은 주님의.은혜로 사랑의집에 다녀왔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주신 깨닳음에 감사해서 기쁨과 감사함으로 사랑의집에 다녀온 목요일 입니다 ㅎㅎㅎ
광명할머니왕족발은 하나님이 운영하시는 하나님의 사업장 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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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7 Episode 21: Delight Roberts - Marrying into a Korean-American Family
Translated using AI. (0:00:00) 화자_0: (음악) 입양된 팟캐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즌 7, 에피소드 21이 지금 시작됩니다. 이 팟캐스트는 한국의 해외 입양인들의 목소리에 중심을 둡니다. (0:00:19) 화자_0: 입양된 사람들은 입양의 실제 경험에 대한 진정한 전문가입니다. 저는 카오미 리이며, 저도 한국에서 입양되었습니다. (0:00:28) 화자_0: 우리의 목소리는 종종 입양 기관, 정부, 때로는 우리의 입양 가족과 더 넓은 사회에 의해 침묵당해왔습니다. 그들은 단지 기분 좋은 이야기를 원합니다. (0:00:39) 화자_0: 우리의 삶은 그보다 더 복잡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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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운법칙(fashomo), 3위1체의 법칙(짝의 법칙), 아담(ADAM) 영상(映像)ㅡ재수록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하시는 일 역시 일사부재리에 해당하십니다. 한 번 나타내신 것은 되풀이, 반복하시지 않습니다. 때문에 말씀하시기를 "모세와 선지자들에게 듣지 않으면 비록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가 있을지라도 권함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눅 16:31) 하신 것. 다시 말해 반복해 말씀하신다고 해서 이제껏 듣지 않던 사람이 듣는 것도 아니니 들을 사람은 첫 말씀에 반응하거나 시간을 두고 하거나 결국 처음 말씀을 상대하게 마련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법이 없기 때문.
그래서 성경이 있는 것이고 성경을 우리가 가까이하는 것입니다(요 5:39/딤후 3:15-17).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으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는 것이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詳考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마지막 때"를 당하여 계시록에 명시된 것처럼 "내 백성아, 바벨론에서 나오라. 그 죄와 받을 재앙에서 벗어나라"(계 18:4) 하셨고, 새삼스레 "천사가 가진 복음"(14:6,7)이라 명명/命名되었는데, 이는 어떤 내용이며 모양인가 할 때, 한 마디로, '바벨론 탈출'이 그 목표임이 명백합니다. "복음"이라 했으니까 우리는 복음이 무엇인지 아는 바 그러나 "천사가 가졌다" 했으니 이 차이가 유일하니, 복음은 복음인데 바벨론에서의 탈출과 관련된 것이 과연 무엇이냐.
바벨론은 "음녀(음행하는 여인)"입니다(17:1~ 19:2/14:4~). "여자"(12:1~)는 교회 상징인데 부정/不貞한 여인이니까 사이비교회, 바벨론 교회입니다. 교회로 가장했으니 거창하게 교리로 위장한 것이 있을 것인즉 곧 바벨론 신학. 사탄이 그럴 듯하게 지어낸 거짓말투성이. 바로 이 바벨론 신학으로부터의 탈출을 가리켜 "천사가 가진 복음"이라 하는 것. 바벨론 신학의 목표가 죄를 여전히 짓게 만들어 "헛되이 믿게" 하는 것이고, 세상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 "살기 위해서는 부득불 죄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 핑계거리를 사탄이 만들어 주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신구약에 나타내신 대로의 하나님 말씀의 본질적 내용은 불변이나,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또 재림 때까지 똑같은 복음이나, 아담 범죄의 결과인 이 동물성 육체는 말씀하신 그대로의 "죽음" (창 3:3)인지라 악령들 앞에서 완전 무기력하여, 초대교회 애초의 가르침이 온전히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내려오는 데에는 엄청난 애로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담 스스로가 하나님 말씀보다 마귀의 거짓말을 더 추종했다는 허물로 인한 형벌 차원에서의 불가피성도 작용해 바벨론 신학은 거진 무소불위의 힘으로 인생들을 압박하니, 그 결과가 어마어마하게 거의 2천년에 걸친 <바벨론 신학의 맹목적 추종>, 한 마디 이의 없는 놀라운 맹신/盲信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에덴이 영계 즉 초자연계라고 누가 입이라도 뻥끗했었나요? 아담이 애초 신령한 몸이라고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라도 했던가요? 소위 "영적 죽음" 에 대해서도 일사천리로 통한 것입니다. 그동안 온 천하가 실로 쥐죽은 듯한 적막강산이었습니다. 이러한데, 갑자기 "에덴은 영계였다", "아담은 영생하는 자로 창조되었다" 하면 누가, 어떤 사람이 듣겠나요. 귀라도 기울이려 하겠나요.
모세 당시와 같은 또는 주님 친히 배푸신, 혹은 그 후 사도들이 나타낸 각종 표적과 기사를 나타내어 하나님께로서 난 것임을 증명해야 하는가요? 이제 곧이어 적그리스도 및 그 보조 역할자로서의 "거짓 선지자"(19:20)가 행할 그들 나름의 표적과 기사가 "거짓된"(살후 2:9,10) 것까지 보태어 실로 대단한 규모로 강도 높게 임하게 되어 있는데(영역 KJV에서는 "<strong> delusion"으로 되어 있어)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성령의 은사로 행해지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 것이 명백한데도 지나간 시절의 그런 것으로써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이 입증이 될까요? 전혀 무의미한 것입니다.
고로 이상과 같은 것을 대신하여 주심이 3운법칙, 짝의 법칙, 아담(ADAM) 영상/映像인 것입니다. 21세기 표적과 기사"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고로 이런 것을 차분히 조급하지 않게 음미할 필요가 있음을 재삼재사 강조하는 것입니다. 필자에게 어떤 초자연적 현상이 나타난 것은 평생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마귀(귀신이 아닌 영물)가 물질적 육체로 변환되어 웅크리고 몇 백미터 전방에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 유일합니다(아담 영상 관련해 소개했으므로 여기서는 자세한 것은 생략).
맹숭맹숭한 정신으로 글을 써내려 가다가 막힐 때 잠시 생각하면 풀려 나갔습니다. 머리를 싸맬 정도로 끙끙댄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3운법칙애서 왜 "19등분"인가 하는 것은 생각하기를 중단했는데 몇 년 후에 머리에 떠올랐고, "한 때, 두 때,반 때"도 이것이 짝의 법칙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의문이 떠오른 후 얼마 못가 "1, 1×2, 1÷2"가 머리에 그려지기에 지금까지 그렇게 활용하는 것뿐입니다. <필자는 스스로 판단해도 두뇌가 절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시종일관, 성령으로 짚어 주시는 대로 별 생각 없이 따랐던 결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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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www.nejlevnejsi-knihy.cz/kniha/parasitic-mind_25465481.html?hgtid=acc3e461-ae64-4d83-90d0-d892fa28a310 )
<서문>
유행병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치명적인 전염병이 이 나라 저 나라로 급속히 퍼지면서 인류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중세의 흑사병, 스페인 독감, 에이즈(AIDS), 혹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비드-19 위기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현재 그 못지않게 치명적인 전염병, 다시 말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능력을 파괴하는 집단적 질병을 앓고 있다. 생물학적 병원체가 원인인 다른 유행병과 달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병의 주범은 대학가에 퍼진 나쁜 사상들이다. 이런 사상은 이성과 자유, 개인 존엄성의 체계를 갉아먹는다. (p8)
<제1장 레바논 내전에서 사상의 전투까지>
내 인생을 추진하는 이상(理想)은 자유와 진리이며, 이들 이상에 대한 공격은 곧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존재적 위협을 의미한다. 나 자신 역시 두 번의 전쟁으로 말미암은 독특한 인생 궤적의 산물이다. 평생 한 번도 전쟁의 공포를 겪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인생에서 두 차례에 걸쳐 큰 전쟁을 겪었다. 하나는 레바논 내전이고, 두 번째는 서구 세계 특히 북미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이성과 과학, 논리에 대항하는 전쟁이다. 레바논 내전은 일찍이 내게 부��주의와 종교적 도그마의 추악함을 가르쳐줬다. 집단이 개성보다 더 중요한 생태계에서 성장한 나는 이후 정체성 정치에 대한 경멸감을 갖게 됐다. (p22)
한 사람의 인생이 반복되는 인생 각본에 따라 결정되는지, 아니면 어떤 이상을 반복해 주장함으로써 결정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깊은(그리고 어려운)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직면한 여러 가지 현실이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세심히 살펴보면 현실은 어떤 대본이나 자신이 가치를 둔 이상에 의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 치료의 한 가지 이점은 환자들에게 이런 패턴을 정확히 짚어준다는 것이다. 내 경우, 인생은 자유와 진리라는 두 가지 이상에 의해 형성됐다. 이 두 가지 이상의 추구는 부모님이 나에게 부여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각인된 개인적 성격이 발현된 것이다. (p32)
자유가 없이는 두 번째 이상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 두 번째 나의 이상은 진리의 추구와 수호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라는 성경 구절처럼, 진리와 자유는 서로 양방향성 관계에 놓여 있으며, 우리는 오직 자유로울 때만 진리를 밝히고자 열망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진리가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나는 걱정하고 있으며 언제나 그래왔다. 내가 자랄 때 어머니는 거듭 경고했다. 이 세상은 내 병적인 솔직함과 정직성에 대한 헌신을 이해하는 건 고사하고 극도로 엄격한 나의 지적, 윤리적, 도덕적, 순수성의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은 흑과 백의 이분법적인(어머니가 이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곳이 아니라 수많은 회색의 다양한 명암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어머니는 내게 간곡히 일렀다.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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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과학(포스트모더니즘)과 과학부정주의(생물학 혐오)를 퍼뜨리는 데서 더 나아가, 대학들은 끔찍하게 나쁜 사상들과 운동을 퍼뜨리는 최초 감염자 역할을 한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지식인이 아니고서야 그런 걸 믿을 수 없다. 정상인이라면 그 누구도 그렇게 어리석을 수 없다"라는 불멸의 명언을 남겼다. 이런 다수의 나쁜 사상들이 확산되면서 학계의 보상 체계가 뒤집혔다. 집단적 사고방식은 보상받는다. 혁신적 사상가들에게는 정조대가 채워진다. '자기 자리만 지키는' 학자는 보상받는다. 솔직하게 발설하는 학자는 처벌받는다. ��도의 전문화는 보상받는다. 폭넓은 종합적 사고는 경멸받는다. 지적 용기에 해당하는 모든 자질은 문젯거리로 여겨진다. 진보주의의 좌익적 교리를 고수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보상받는다. 결과의 평등을 신봉하는 자에게는 최고의 행정직을 준다. 실력주의를 신봉하는 자에게는 눈살을 찌푸린다.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대학들이 뿌려놓는 이런 기생충 같은 사상의 병원체들은 마침내 우리 사회의 모든 곳을 감염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p42-43)
이 책에서는 인간 상태에 잠재적으로 그만큼이나 위협적인 또 다른 병원체들, 즉 인간 마음에 기생하는 병원체들에 대해 알아보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병원체들은 올바르게 정확하게 생각하는 능력에 기생해 이를 망가뜨리는 사고 유형, 신념 체계, 태도, 사고방식들로 이뤄졌다. 일단 이런 마음의 바이러스가 우리 신경회로를 장악하면, 감염자는 이성(理性)과 논리, 과학을 사용해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을 잃는다. 그 대신 현실이나 상식과 진리로부터 완강하고 오만하게 멀어진다고 정의하면 딱 맞을, 무한한 광기의 심연에 빠진다. 기생충들은 신체의 여러 부분을 목표로 삼아 자리잡는데, 그 중에서 뇌 기생충학은 숙주의 행동을 여러 방식으로 조작하는 뇌 기생충들의 강(綱)을 다루는 학문이다. (p44)
내가 다루는 인간 마음에 기생하는 바이러스 중에는 포스트모더니즘, 급진 페미니즘, 사회구성주의가 있는데, 셋 다 주로 감염된 생태계 안, 바로 대학들 안에서 번성하고 있다. 마음의 바이러스마다 각자 한 계통씩 광기를 빚어내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는 현실과 상식을 전면 거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급진 페미니즘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생물학에 기반한 성별 차이를 비웃으며, 사회구성주의는 인간의 마음이 생물학적 청사진은 전혀 없이 완전한 공백에서 시작된다고 상정한다). 이런 마음의 바이러스들은 일반적으로 내가 타조 기생충 증후군 (OPS, Ostrich Parasitic Syndrome), 즉 중력이 당기는 힘만큼이나 명백한 근본적 진실과 현실을 감염자 개개인이 거부하게끔 다양한 사고장애(思考障礙) 증상을 일으킨다. (p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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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생각 대 느낌, 진실 대 상처받은 느낌>
"기베트는 우리 모두가 신이 존재하느냐 아니냐, 우주가 창조되었느냐 아니냐, 생명이 설계된 것이냐 아니냐, 도덕이 자연적인 것이냐 아니냐, 예수가 부활한 것이냐 아니냐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나는 세상에 오직 두 가지 이론밖에 없다고 설명함으로써 반박을 시작하겠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이론과 그렇지 않은 이론." 셔머의 이 뛰어난 우스갯소리는 중요한 인식론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시 말해 지식의 추구가 항상 이분법으로 깔끔하게 나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상을 이진법적 현실로 투영하고 싶어 하는 연구원이 많은 경향에 나는 '인식론적 이분법 마니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러한 경향은 과학적 실험이 용이하게끔, 다루기 쉽고 간단한 세계관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다. 흥미로운 것은, 선천이냐 후천이냐 하는 논의가 그렇듯, 이분법 자체가 잘못인 경우도 때로 있다는 점이다. 생물학자 매트 리들리(Matt Ridley)에 의하면 "선천이나 후천이냐의 문제는 끝났다" 우리 자신의 성품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와 환경이 도저히 분리가 안 될 만큼 뒤섞인 혼합물에서 나왔다. 더욱이 사회화(양육 즉 후천)에 공통적 패턴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생물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들(선천) 때문이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싶어 하는 욕망은 생각 대 감정의 이분법에서도 발견되며, 이로 인해 잘못된 양자택일의 사고방식이 생긴다. 우리는 생각도 하고 느끼기도 하는 동물이다. 문제는 언제 인지 능력(생각)을 작동하고 언제 정서 능력(느낌)을 작동하는지를 아는 거다. (p55)
문제는 지성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감정이 차지했을 때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들에 만연한 역병이다. 한 때 지적 발달의 중심지였던 대학들이 이제는 감정적으로 연약한 이들의 도피처가 됐다. 대학을 움직이는 좌우명은 더 이상 '진리의 추구'가 아니라 '상처받은 감정 얼러주기'가 됐다. (p59)
사람들의 일상적 행동을 이끄는 기본적인 윤리적 지향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의무론적 윤리와 결과주의적 윤리가 그것이다. 전자는 절대주의적 관점으로 윤리 규범을 다루며(거짓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됐다) 후자는 어떤 행동의 윤리적 가치를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한다(남의 감정을 해치지 않으려면 때로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두 가지 체계를 모두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당신의 아내가 '나 뚱뚱해 보여?' 하고 물으면 당신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꺼리지 않고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린이를 성적으로 대하는 건 도덕적으로 그른 일로 간주한다. 진리 추구에 관해, 의무론적 관점에서는 진리를 훼손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과주의적 관점에서는 감정을 상하게 하는 등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진리가 때로는 변경되고 조작되거나 억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에서 보는 광기의 상당수는 바로 진리를 결과주의적으로 다룬 결과다. (p62)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한 가지 문제는, 이 결과주의자들이 단지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것뿐 아니라 감정에야말로 권한이 있다고 보고, 감정으로 우리의 판단을 흐리는 걸 미덕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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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가득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아니고서야 그런 세속주의와 근대성, 진정한 리버럴리즘의 상징이 불편할 리가 없다. 물론 나는 지금 비꼬고 있다. 어리석은 자살 행위를 피할 방법이라곤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각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지배적인 감각이다. 인간의 고도로 전문화된 시각 체계��� 얼굴 생김새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비언어적인 시각적 신호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일단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인간됨이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검정 장옷 뒤에 가려지면, 제정신인 사람 대부분은 그런 현실에 불편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미덕 과시자들은 불편한 시각적 자극에 대해 극히 합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놀리고 조소하고 비난한다. (p77)
명확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감정과 이성, 유머와 진지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며, 살아가면서 언제 감정 체계를 작동하고 언제인지 체계를 작동해야 하는지 이해한다. 그러나 사상의 병원체에 잠식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 병원체들은 급속히 퍼지며 우리의 자유를 위협한다. (p78)
<제3장 자유 현대 사회를 이루는 타협 불가한 필수 요소들>
진정으로 자유롭고 근대적인 사회가 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하버드 대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서구를 위대하게 만든 요소로 '여섯 가지 컬러 앱(Killer Apps)', 즉 경쟁, 과학혁명, 재산권, 현대 의학, 소비자사회, 근무 윤리를 제시했다. 이번 장에서는 이 요소들을 보다 더 간략히 압축해서 설명하려 한다. 나는 어떤 사상에 대해 토론할 자유(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다른 사상들을 검증하기 위해 이성과 과학에 헌신(과학적 방법)하는 태도와 결합한 결과 서구 문명이 위대해졌다고 상정한다. (p81)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내 노력을 지지한다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사드 박사님, 제 이름은 말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선생님과 같은 견해를 가진 걸 사람들이 몰랐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어째서 자유로운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신념을 말하기 두려워하는가?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그 '진보주의자'들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p86)
2005년 루슈디가 쓴 기사의 두 구절은 표현의 자유를 간결하게 옹호한다. '사람들이 절대 기분 상하거나 모욕당하지 않을, 혹은 기분 상하거나 모욕당하지 않게끔 자신들을 보호할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할 권리가 있는 자유 사회를 건설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하나 더 있다. '종교적 신념 체계든 세속적 이념이든 어떤 사상 체계가 숭고하다고 말하는 그 순간, 어떤 사상들은 비판이나 풍자, 조롱, 경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그 순간, 사상의 자유는 불가능해진다." (p90)
"나는 표현의 자유를 믿어요. 하지만…"이라고 생각하는 군중은 이미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기본 정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뒤에는 대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나온다. 남들이 기분 상하지 않을 권리를 표현의 자유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정확히 말해 가장 불쾌하고 공격적이며 역겨운 발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따금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기는 건 진정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며 치러야 할 대가다. 당신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배포 있게 넘어가라. 말할 나위도 없지만, 아무리 절대주의적 표현의 자유라 하더라도 멀쩡한 극장 안에서 불이 났다고 소리친다든지, 서로 폭력을 부추긴다든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하는 담론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일반적 조건은 따른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의 적들은 이런 상식적인 제한들을 왜곡해서 자기들 목적에 부합하게 만들려한다. (p93-94)
오바마는 유엔 회의에서 "미래는 이슬람의 선지자를 비방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으로 유명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대통령님. 미래는 모든 선지자와 사상, 종교, 이념을 비판하고 놀리고 조롱하고 풍자하는 사람들의 것이어야 합니다. (p95)
여기에서 배울 점은 자유 사회는 풍자의 힘으로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 사회에서는 모든 믿음과 이념들이 공정하게 경기한다. 풍자의 한계를 정하는 순간, 그 사회는 더 이상 자유 사회가 아니다. (p99)
그러나 인간 지식이라는 만신전(萬神殿)에서 과학적 정보를 성문화하는 방식은 문화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퀘벡 주 고위공무원인 파트릭 보셴(Patrick Beauchesne)은 최근 토착민의 지식을 과학적 지식에 대비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무모한 질문을 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환경 평가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는 '지식의 위계설'을 지지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방법은 우리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통적인 인식론적 체계다. 과학은 '조상들의 지혜', '부족의 지식', '노인들의 방식'을 우위에 두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과학에는 드러난 진리라는 게 없다. 토착민 식으로 아는 방법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레바논 출신의 유대인이 아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연계에 대한 모든 주장은 과학적 방법론의 증거 입각 분석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p103)
현대 사회의 진보적 만트라에 의하면 다른 인종과 문화 혹은 종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축적한다고 주장하는 건 칭송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서로 다른 인종이나 계급의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추론한다는 건, 인종차별주의자들이나 기타 악당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의 거장으로 고전적 리버럴리즘을 굳건히 옹호하던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바로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지칭하기 위해 폴리로지즘(polylogis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미제스는 마르크스주의 폴리로지즘과 인종주의적 폴리로지즘의 차이도 설명했다. 마르크스주의 폴리로지즘은 개인의 생각하는 방식이 그의 사회적 계급에 따라 결정되며, 인종주의적 폴리로지즘의 경우에는 인종이 사고방식을 좌우한다. 미제스가 다음과 같이 말할 때, 그는 이런 전제 조건의 비논리적인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폴리로지즘�� 일관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은 단지 어떤 사상을 만들어낸 자가 올바른 계급, 올바른 나라 혹은 올바른 인종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사상이 옳다고 고집하려 든다. 그러나 일관성이라는 미덕이 그들에게는 없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승인한 교리를 가진 자들 모두에게 '프롤레타리아 사상가'라는 명칭을 기꺼이 부여한다. 그 외의 모든 사람은 계급의 적이나 사회의 배신자라고 폄하한다. 현재의 사회정의전사들도 유사한 이념적 사고를 한다. 따라서 "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소"라고 말하는 대신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자, 백인 민족주의자, 신(新) 무신론자, 백인우월주의자, 알트라이트 등의 폄하하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진보적 정통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악하고 부도덕한 악마로 만든다. 미제스가 잘 알고 있었듯이, 폴리로지즘은 반과학적인 관념이다. "[미제스는 폴리로지즘을 '논리와 과학에 대한 낭만주의적 반란'이라 그 성격을 밝히고 폴리로지즘이 '사회 현상과 인간 행동의 과학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폴리로지즘은 우리 문화와 문명 전체에 대한 저항'이라 지적하면서, 폴리로지즘의 보다 더 큰 의의에 대해 역설했다. 과학적 방법론은 우리 정체성과 무관하게 우리를 해방시켜서 진리를 추구할 수 있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진보주의자가 본능적으로 경멸하는 분야인 진화심리학은 명확하게 반인종차별주의적이다. 외형적 차이 이면에서 본 우리 인간들의 마음은 인종이나 민족적 배경과 무관하게 동일한 진화의 힘에서 탄생했음을 인지하는 까닭이다. 환경의 힘(혹은 문화의 힘)은 당연히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논리 및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지만, 그 효과는 어느 한 사람의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결정되는 요소들이 아니다. '흑인의 마음'이나 '백인의 마음' 혹은 '백인 남성이 아는 법'이나 '토착민들의 아는 법' 같은 건 없다. 진리는 오직 하나뿐이며, 우리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그 진리를 발견한다. (p106-8)
과거에는 여성들이 차별당했음을 인정했지만, 자료를 통해 남성과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여성들이 학계 여러 분야에서 남성들을 능가하고 있으므로 현재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짜 피해의식 서사를 부추기는 대신 성별 차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강연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행사조직위원회에서는 나를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조하는 척하면서 남성들이 더욱더 나은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실에 헌신하고 현실을 고수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양심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여성에게 남성의 조력이 필요한 척 가장하는 건, 끔찍하리만큼 거들먹거리고 잘난 척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능력우선주의 체계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유아증의 한 형태다. (p111)
114-5
한 나라의 외교 정책, 재정 정책, 이민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실행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보편적 의료 제도는 존재하는가? 정치,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수도 없이 많으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각기 이질적인 관점을 접한다면 대학생들에게 ���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큰 지적 다양성의 추구란 그저 이론적인 추상 개념 같은 게 아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생각의 자유는,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각기 다른 관점과 의견과 사실들의 경중을 따져보고 건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끔 교육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지적 다양성은 다윈식 경쟁 과정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돼 최고의 사상(우리는 이를 진화론적 인식론이라 부른다)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대학들은 척박한 이념적 순응밖에 남지 않은 반다윈주의적 구정물 웅덩이가 돼 버렸다. (p116)
나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거의 20년 전,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했던 매우 통렬한 지적을 인용하며 이 장을 마치고자 한다. "하지만 자유가 멸종되는 데는 한 세대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피를 흘리며 우리 자녀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 우리 자녀들이 자유를 물려받을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우리가 자유를 위해 싸우느냐, 자유를 지키고 보호하고 수호하느냐 그리고 자녀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며 우리가 했던 것과 똑같이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자유를 보호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제대로 가르쳐서 그 가르침과 함께 자유를 물려주느냐에 달렸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과 저는 자녀들과 또 그들의 자녀들에게 예전에 사람들이 자유로웠던 미국은 어땠는지 얘기해주면서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헤아릴 수 없이 지혜로운 이 말에 귀를 기울이자. 우리는 새로이 마음을 다잡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우리를 비합리성에 빠뜨리고 이념적으로 순응하게 만들려 하는 좌파들의 사상 병원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p118)
<제4장 반과학, 반이성, 반자유적 운동>
"당신이 부조리를 믿게 한 사람은 당신이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게 할 수도 있다."
볼테르 대학 캠퍼스의 사상의 병원체들은 크게 몇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경우, 거의 잠꼬대나 다름없이 모호하고 불가해한 산문(文)들을 만들어내면서 모든 지식은 상대적이라고(따라서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상정한다. 이 반과학적 헛소리는 '인종차별적' 서구 과학으로부터 '식민지화된 마음을 되찾아오라'라고 촉구하는 <과학은 필멸하리(Science Must Fall)>라는 단체까지 탄생시켰다. 사회구성주의는 인간 행동, 욕망, 기호(嗜好)의 대다수가 인간 본성이나 생물학적 유전형질이 아닌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고 제시한다. 즉 성별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문화적으로 '성 역할'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급진 페미니즘은 이러한 성 역할이 가부장제의 모호하고도 사악한 힘 때문에 생겼다고 확언한다. 트랜스젠더운동은 생물학적 성이나 '젠더'가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고 유동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구성주의, 급진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투쟁은 모두 거짓으로 입증될 수 있는 과학적 기반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이념에 최고의 가치를 두다 보면 과학적 사실의 부정이라는 피해는 ��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p120-121)
그러나 아마도 현실의 족쇄에서 해방시킬 가장 뛰어난 도구는 '트랜스(trans)'라는 접두어일 것이다. 이 마법 같은 말은(자기 자신을 흑인이라고 생각했던 백인 여성 레이첼 돌러절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생물학적 성별이나 인종을 당신이 되고 싶은 아무 성별이나 인종으로 바꿔준다. 다행히도 실제 성별 위화감을 갖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 모습을 불가역적으로 형성해놓은 생물학적 사실마저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자아정체성'을 현실과 어긋나게 하라고 부추긴다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진실을 거부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포스트모더니즘이 급진 페미니스트와 사회구성주의자, 트랜스 운동가들 사이에 그토록 만연한 것도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인식론적 해방자로, '나의 진실'을 기림으로써 우리를 객관적 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p123)
마침내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하려 시도하며, 대통령이 되면 9세 트랜스젠더 아동을 교육부 장관 자리에 지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망상 좀 받아준다고 해서 별 탈 없으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성에 대한 전쟁이다. (p129)
아주드물지만 실재하는 진짜 성별 위화감 환자들을 폄하하려고 이런 풍자를 한 게 아니다. 아이들은 가족의 사생활 안에서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 진보적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미덕 과시를 위한 사회 정의의 졸로 아이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p140-141)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맞춰주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의 권리를 짓밟는 것은 자유의 침해가 아닌가? 그러나 이 사건은 그저 소수의 폭정이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정한 내 정체성, 생물학적 사실과 충돌하는 내 정체성을 찬양하고 수용하라. 안 그러면 진보주의 감시자들의 분노를, 법적 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도상 처벌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 (p142)
인간은 유성 생식을 하는 종이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은 이성 중에서 짝을 찾아 의미 있는 결합을 이루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ASI에 의하면 그런 원동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온정적 성차별을 저지르는 일이다. 이런 입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미친 소리인지 이해하는 데 꼭 지성적인 진화심리학자까지도 필요 없다. 또한 여성을 보호하고 소중히 여기려는 남성은 누구든 사악한 성차별주의자가 된다는 데 주목하라.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성에게 인명 구조 응급 처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40년 동안 페미니스트의 세뇌와 마녀사냥이 남자들을 너무 잘 가르친 모양이다. '성차별주의자' 영웅이 되는 것보다는 그냥 성차별주의자 안 하고 비겁한 방관자가 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누군가 여성들에게 더 이상 용감한 소방관과 제복을 입은 영웅적 군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해야 한다. 새로 부임한 보안관이 남성성에 대한 진보적 정의를 한 마디로 요약했다. 무심하고 비겁한 방관자 남성. 그런데 여기에는 굉장한 인지적 모순이 내재돼 있다. 남자들은 끊임없이 일터에서 여성들의 협력자로서 기여하라는 설교를 듣는데, 만일 그렇게 하면 그들은 온정적 성차별을 하는 게 돼 버린다. 모든 길은 성차별로 통한다. (p144-145)
이렇게 틀린 게 뻔한데 어떻게 공론가들은 그런 사상의 병원체들을 옹호할 수 있을까? 전제주의 정권 하에서는 그 답이 간단하다. 전체주의 정권은 반대의 목소리를 억누르거나 죽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범죄로 취급한다. 서구에서는 이념 주입이 이보다 교묘하게 이뤄진다. 이념은 PC운동이라는 정신으로 달성되며, 대학 캠퍼스에 지적 다양성이 결핍됐을 때 가장 잘 집행된다. PC운동은 별대모벌에게 쏘이는 것과도 같다. 쏘인 거미는 좀비 같은 상태가 돼 별대모벌의 구덩이로 끌려간 후, 몸 속에서 부화한 별대모벌 새끼들에게 뜯어 먹힌다. PC운동도 이와 똑같이 섬뜩한 목표를 달성한다. 우리가 너무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좀비 같은 상태로 조용히 앉아 있는 동안 사악한 사상이 우리를 서서히 갉아먹게 한다. (p152)
<제5장 캠퍼스의 광기: 사회정의전사들의 부상>
진보주의자들에게는 느낌이 진실을 이긴다. 경험적 진술은 더 이상 그 진실성 여부가 아닌, 잠재적으로 '편견적'일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된다. 편견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그 진술은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억눌러야 한다. 느낌이 한 사람의 존재를 입증하는 원동력임을 고려하면, 항상 심기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 속하는 게 이익이 되는 사회에서는 '모욕 문화(Culture of offence)'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피해의식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경쟁 충동이 일어난다. 탄압 올림픽 (피해자학 포커라고도 부른다)은 정체성 정치와 교차성("나는 퀴어에 비만인이며 무슬림이고 장애자이며 트랜스인 흑인 페미니스트다")을 이용, 기괴한 부조리극의 승리자를 가르기 위해 서로 피해의식을 겨루는 경기장이다. 나는 사회정의전사들이 일종의 집단적 뮌하우젠 증후군(동정심을 구하기 위해 병을 꾸며대는 정신 이상)을 보이는 거라고 설명한다. 그 기풍은 한 마디로 '나는 피해자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p157)
오늘날 수많은 대학 졸업생에게는 토론할 능력이 없다. 반대 관점에 접해본 적도 없으며, 반대 관점은 곧잘 이단으로 몰려 항의나 신경질적인 발작에 부딪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를 위해 진화한 능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반대 입장에 부딪혀봐야 한다. 무균성 안전 공간은 대학 캠퍼스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트위터 설립자인 잭 도시(Jack Dorsey)를 내 유튜브 채널에 초청했다. 대화중에 나는 트위터가 플랫폼 상에서 사람들의 언어를 감시하는 것은 별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인간은 잘 부서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사회적 상호 관계의 추한 면모에 노출돼야 한다. 모든 상호 작용이 공손하고, 희망적이고, 풍요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멸균된 버블 안에 사람들을 가두어 보호할 수는 없다. 소량의 알레르겐에 어린아이들을 노출시키다가 점점 더 많은 알레르겐에 노출시켜서 인체가 특정 알레르겐에 대한 면역을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음식 알레르기 면역 요법처럼, 사람들도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모든 경우의 인간 상호 작용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반대 의견을 다루기엔 너무 불안정하고, 과학적으로도 유효하지 않은 개념인 소위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마주해 피해의식을 가장하면서 태아처럼 웅크리는 젊은 세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p161)
정말이지 그 목록은 끝이 없기에, 나는 다음과 같은 범용 사전 고지를 제안한다. "실제 세상을 각자의 뇌를 사용해 헤쳐갈 때는 사전 고지가 따르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여러분이 성인으로서 인지적이고 감정적인 명민함을 갖췄다는 추정 하에 진행됩니다. 삶 자체가 여러분의 사전 고지입니다." 사전 고지는 노출 요법의 기본 원칙에 정반대된다. 노출 요법이란 일반적 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공포증(가령 거미공포증 등), 공황장애, 강박신경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극복을 위해 잘 연구된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을 적용하는 경우, 환자들은 증세를 촉발시키는 자극에 노출돼 공포와 두려움에 대처하는 전략을 배우게 된다. 사전 고지의 효과를 실험해 본 몇 안 되는 연구에 의하면, 사전 고지는 학생들로 하여금 '촉발자'들을 더 피하게 하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지 못하게 하며', 과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사전 고지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는 있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헤쳐가는 데 필요한 건강한 사고방식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p163-164)
오늘날에는 선호하는 집단 내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하다(적어도 일부 분야에서는 그렇다). 안전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지적 풍요에 선행한다. 사회정의운동은 진실 탐구보다 우선한다. 오퍼레이션 리서치식 용어로 말하자면, 역사적으로 대학이 목표하는 기능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지적 성장을 최대화하는 것이며, 대학 예산 이외 다른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오늘날 많은 대학이 다중 객체 최적화 문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 감정을 최소한으로 상하게 하는 동시에 지적 성장을 최대화하는 것, 혹은 사람들 감정을 최소한으로 상하게 하는 동시에 지적 성장과 사회 정의 운동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p166)
2010년 나는 대리인을 통한 뮌하우젠 증후군(MSbP, Munchausen Syndrome by Proxy)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제시하는 논문을 한 의학 학술지에 실었다. 한 사람이 남들의 동정 어린 관심을 받으려고 거짓으로 질병을 꾸미는 일반적 뮌하우젠 증후군과 달리, MSbP는 자기가 돌보는 어린 아이(혹은 노인이나 애완동물도 해당된다)를 해쳐서 피해자를 더 아프게 만듦으로써 보호자가 남들의 동정 어린 관심을 받으려 하는 경우다. 뮌하우젠 증후군을 ���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여성(66.2%)인데, MSbP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경우는 거의 전부가 여성이다(97.6%). 이 두 가지 형태의 뮌하우젠 이상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나는 우리 사회에 뿌리박은 가짜 피해의식 사고방식을 잘 포착해줄 새로운 질병의 이름을 만들어냈다. '집단 뮌하우젠'이 바로 그것이다. 병을 꾸며대거나 짐짓 다치는 대신, 집단 뮌하우젠 환자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피해의식 상태를 알림으로써(타인의 피해의식에 편승하는 경우에는 대리인에 의한 집단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부를 수 있다) 관심, 동정, 공감을 구한다. (p174)
모든 길은 편견으로 통한다. 만일 당신이 백인 남성인데 흑인 여성에게 끌리지 않는다면, 성적 인종 차별(sexual racism)이라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맞다. 이런 용어가 실재한다). 만일 당신이 백인 남성이고 흑인 여성에게 끌린다면, 당신은 흑인 여성들이 성적으로 탐닉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그들의 몸을 대상화하는 인종차별주의자 편견덩어리다. 어떤 피해자 집단을 이 방정식에 끼워 맞춰도 똑같이 작용한다. 우리 모두는 제도적 인종 분리 정책이 편견을 낳는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문화 활동에 참여하려는 것조차 편견에 속한다. 즉 '문화 유용(流用, cultural appropriation)'이라는 편견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학의 항상성은 칼 포퍼가 말한 반증의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모든 길이 편견으로 통하도록 보장한다(즉 그 어떤 데이터로도 피해의식 서사가 거짓이라고 입증할 수 없다). (p177-178)
문화 유용이라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으면 다문화 사회와 다원 사회가 제공하는 풍부함을 제대로 경험하기 힘들다. (p180)
실증적으로 이런 강간 사건이 발견되지 않자, 이 논문은 (다음 부분 읽으려면 우선 심호흡하고 자리에 앉아야 한다)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얼마나 인간으로 보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결론지었다.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인을 너무 증오한 나머지 팔레스타인 여자는 강간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강간 사건이 발견되든 발견되지 않든 결론은 정해졌다. 이스라엘인은 악마다. 모든 길은 채찍질 고행과 자기 혐오로 통한다. 이것이 진정한 '진보'의 품질 보증 마크다. 가짜 분노를 파는 이들은 강간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뿐 아니라, 이스라엘인의 친절을 이슬람 혐오의 한 형태로 이해한다. 아니사 로하니 (Anisa Rawhani)는 퀸즈 대학(Queen's University)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18일 동안 히잡을 쓰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 것이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으리라는 게 분명 이 실험의 가정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공손하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이 피해자학 서사를 살려내기 위해, 그녀는 눈에 띄는 관용과 친절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을 감추려 보인 과잉 행동의 한 수단이라고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당신이 무슬림 여성에게 불친절하면, 당신은 이슬람 혐오자다. 당신이 무슬림 여성에게 친절하면, 당신은 이슬람 혐오자다. 모든 길은 이슬람 혐오로 통한다. 친절하고 관용적인 것은 대학 캠퍼스 생태계에서 일종의 인종차별주의다. (p182-183)
무한의 관용이라는 기풍을 예로 들어보자. 위대한 ���학자 칼 포퍼는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아마도 가장 훌륭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보다 덜 알려진 것은 관용의 역설이다. 무한한 관용은 결국 관용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무한히 관용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관용하는 사회가 관용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받을 공격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관용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것이며 관용 역시 그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관용적 철학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항상 억눌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무관용에 맞서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공론을 통해 무관용을 점검하는 한, 억압은 분명 현명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무관용을 물리적으로라도 억누를 권리가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 그런 무관용자들이 우리와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게 판명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모든 논의를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추종자들이 현혹될까 싶어 합리적인 논의를 듣지 못하게 하거나, 논의에 대한 응답으로 주먹이나 총기를 쓰라고 가르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관용의 이름으로, 무관용을 관용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p189)
현재 미국 국경의 불법 이민자 위기와 관련해 미국의 진보들 사이에192===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회정의전사들의 비합리적 입장을 정색하고 지지하려면 현실을 무시하고 부정하고 거부할 수밖에 없다. 진보주의는 이제 이성의 적이 됐다. (p193)
<제6장 이성으로부터 탈주: 타조 기생충 증후군>
과학이란 진리 추구와 관련된 일이어야지 자기가 선호하는 정치 이념이나 개인적 신념을 방어하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 (p197)
타조 기생충 증후군 물론 현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욕망은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의 기만(혹은 자기 기만) 능력은 엄청나다. 사실 인간의 지능이 이렇게까지 진화한 이유 중 하나는 남들을 성공적으로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남들을 조종하려는 의도에 부합하기 위해, 인간은 자기 기만이라는 성향을 진화시켜왔다. 자기 기만은 자신의 이중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이 그 거짓말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기반해서 볼 때, 자기 기만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렇게해서 생기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다소 괴이한 자기 기만 형태가 있다. 달이 존재하는 것처럼 뻔히 보이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신 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불쾌한 정보를 억누르는 인간 능력에 주목하고 이를 '타조 방책'이라고 불렀다. 이 인간 타조 효과-타조가 달갑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모래에 머리를 묻는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에서 나온 표현이다-는 금융 투자를 포함해 여러 가지 맥락에서 기록돼왔다. 몇 년 전 사상의 병원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현실을 거부하는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타조 기생충 증후군 (OPS, Ostrich Parasitic Syndrome)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성에 대한 이 끔찍한 공격을 아래처럼 정의했다. "이 장애(障碍)는 중력이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현실을 거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OPS를 앓는 사람은 자기들의 눈이 거짓말이라도 하는 양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유니콘 나라 같은 ��안 현실을 건설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과학, 이성, 인과법칙, 증거 구성 임계점, 거의 무한하리만큼 막대한 양의 데이터, 데이터 분석 절차, 추리통계학, 과학적 방법론 고유의 인식론적 법칙, 상식 같은 건 모두 거부된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OPS 환자의 망상적 횡설수설은 환상에 불과한 연관성, 존재하지 않는 인과관계, 기분 좋게 들리는 진보주의적 상투성에 뿌리를 둔다. 타조의 논리를 내놓는 사람들은 항상 숭고한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p199-200)
왜 사람들은 그런 조잡한 사고방식에 굴복하는 걸까? 철학자 에이브러햄 카플란(Abraham Kaplan)은 그의 책 <탐구의 수행(The Conduct of Inquiry)> 에서 이렇게 썼다. '과학적 공동체에서 받는 사회적 압력에 덧붙여, 과학자 개인이 일하는 데 있어 매우 인간적인 습성이 하나 있다. 나는 이를 도구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표현한다. 어린 소년에게 망치를 주라. 그러면 그는 마주치는 모든 물건을 다 두들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학자가 자기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굵은 글씨는 원문에 따름] 인본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과학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Science)》에서 이렇게 말했다. "갖고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망치라면 모든 것을 못처럼 다루기 쉽다." 이것은 방법론적 고착이라는 개념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방법론적 고착이란 연구원들이 주어진 연구 과제에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특정 데이터 자료나 특정 데이터 분석 절차를 고집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일 당신이 기후문제운동가라면, 모든 재난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페미니스트라면, 유독한 남성성과 함께 가부장제를 비난해야 한다(기후 변화가 유독한 남성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별로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다양성, 포용, 공정 컬트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모든 악은 다양성, 포용, 공정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만일 당신이 민주당원이라면, 모든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에서 비롯된다. (p202-203)
전통적인 의미에서 자유롭고 현대적이고 다원주의적이며 비종교적인 사회라면, 종교우월주의,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 특히 유대인을 증오하는 등 종교적 소수인에 대한 무관용,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거부에 뿌리를 둔 문화와 종교적 유산을 가진 수많은 이민자에게 문호를 개방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을 서술하는 건 '편견'에 의한 게 아니다. 이것은 태양의 존재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일 뿐이다. 상호이타주의는 진화된 메커니즘이다(이를테면 이민자들이 자유롭고 현대적이면서 비종교적인 서구의 가치관을 채용함으로써 우리의 관대함에 화답할 것이라 기대하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난민을 허용하는 것이 상호이타주의다). 자멸을 초래하는 공감은 진화된 메커니즘이 아니다. 신실한 마음으로 문명적 차원에서 채찍질 고행을 하겠다고 현대 사회의 근간마저 양보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나는 자랑스러운 캐나다 이민자로서 말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만 반복하는 사람들은 은밀한 형태의 타조 기생충 증후군 환자들이다. (p206-207)
"여성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남성의 배상액의 절반을 배상한다.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에게 지급하는 배상액은 무슬림 배상액의 3분의 1이다. 조로아스터교인에게 지급되는 배상액은 무슬림 배상액의 15분의 1이다." 이것이 바로 정체성 정치가 사법 체계에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주의자들이 고수하는 기준이다. 남자들은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여성들은 될 수 없다. 백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흑인들은 될 수 없다.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양성애 백인 기독교 보수 남성은 입 다물고 진보적 무슬림 토착 유색 인종 성전환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백인 친구들, 분수를 알라고.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따라서 샤리아 법과 진보적 정체성 정치는 정확히 동일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공격하는 것의 영향은 이슬람 세계와 서구 진보주의자들 세계에 서로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그 사고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라면, 진보주의자들은 평등이라는 이념을 지지하지만 샤리아 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주의자들의 평등은 매우 특별한 종류의 평등이다. 진보주의자들의 평등은 소설 <동물농장>에 조지 오웰이 남긴 불멸의 문장이 가장 잘 표현해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p218-219)
우리의 뇌는 환경 속에서 통계 규칙을 감지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이 지식에 따라 행동한다고 해서 편견을 가졌다든지, 인종 차별을 한다든지, 증오심 가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지식은 인간 인지의 근본이다. 확률론적 현실을 바탕으로 구분한다는 의미에서, 구별하는 행위는 곧 인간의 행위다. 프로파일링을 한다는 건 인간이라는 의미다. OPS에 감염된 사람들은 이런 논리를 거부한다. 대신 '현실은 인종차별적이다'라는 진보주의의 신조를 고수하고 싶은 마음에 프로파일링하기를 거부한다. 프로파일링을 하는 건 차별 행위이기 때문이다(이 어휘가 갖는 편견적 의미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치 코미디언 에반 세이엣 (Evan Sayet)이 무차별의 컬트(cult of indiscriminateness)라 일컬은 바로 그 광신적 집단이다." 이것이 바로 2011년 우리 가족이 캘리포니아 남부로 여행했을 때, 몬트리올 공항에서 보다 엄밀한 보안 점검을 한다며 당시 두 살이었던 내 딸을 무작위로 지목했던 원인이다. 이것이 바로 보안 등급 상향 조정 때 노년의 수녀들이 파키스탄, 예멘, 시리아에서 무리 지어 여행 온 젊은 남성들과 똑같은 확률로 정밀 조사를 받는 까닭이다. 유니콘의 나라에서는 누구나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증오심으로 가득한 편견덩어리다. OPS는 인간 마음의 끔찍한 질병이다. (p222)
<제7장 진리는 어떻게 추구하는가: 중복 증거의 법칙적 관계망>
자유 사회에서 개인에게 부여된 시민의 의무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 가지 인지적이고 감정적인 덫에 걸려 굴복해버리기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뇌를 쓰는 데 매우 인색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너무 게을러서 주어진 문제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고, 그 대신 되도록이면 머리를 안 쓰면서 자기 생각과 같은 여론을 형성하는 편을 좋아한다. 두 번째로, 정보를 이루는 데이터의 정확성은 제각��� 다 다르다. 세 번째, 일단 한 개인이 자기 입장을 결정하고 나면, 이에 반하는 증거를 고려하도록 만들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두 명의 다른 공동 저자와 저술한 책에서, 인지부조화 이론의 선구자인 레온 페스팅거는 무려 60년 전에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기시켰다. "확신을 가진 사람은 바꾸기 힘들다.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는 돌아설 것이다. 사실이나 숫자를 제시하면 그는 출처에 의문을 던질 것이다. 논리로 호소하면, 그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 특히 그 사람이 자기 믿음에 투자라도 한 경우에는 얼마나 더 힘든지 경험해보았다. 아무리 통렬히 공격해도 믿음에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채 자기 확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발하게 변호하는 데 우리는 익숙하다. 그러나 인간의 지략은 그저 신념을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한 개인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가정해보자. 더 나아가 그가 그 믿음에 헌신하고, 그로 인해 그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그의 믿음이 틀렸다는 증거가 확실하고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제시됐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사람은 대개의 경우 흔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전 보다도 더 자기 믿음이 진실되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남들을 납득시키고 남의 생각을 자기 관점대로 바꾸려는 열정마저 새로이 보일 수 있다." (p225-226)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는 무엇보다 통설을 흔들고, 그래서 전면적인 거절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상황을 수호하는 사람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자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개인적인 편향이나 사견(이견, 의견)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이렇게 언급했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빛을 보게 함으로써 승리하는 게 아니다. 반대자들이 결국 죽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해 그 과학적 진리에 익숙해짐으로써 승리한다." 동물학자 프레데릭 R. 슈람(Frederick R. Schram)도 그런 보편적 생각을 갖고 이렇게 선포했다. "과학이란 인간 본성이 가진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인의 활동이 아니다. 과학의 진보가 드문 것은 사실을 담은 정보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과학자들 자신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과학의 자체 교정 과정을 통해 우수한 생각이 이긴다. 심장병 전문의 딘 오니시(Dean Ornish)도 같은 견해를 갖고 이렇게 선포했다. "과학자들도 다른 사람들마냥 새로운 생각에 저항할 때가 자주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적 과정을 통해 좋은 생각과 이론이 승리하게 해준다." 나도 동의한다. (p228-229)
부모투자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은 막대한 수의 유성 생식 종들로부터 성별 차이의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방대한 메타프레임워크다. 대부분의 종에서 암컷들은 수컷들보다 부모로서 더욱 많이 투자하며, 그 결과 성적 행동에 있어서 훨씬 더 신중하다. 그러나 수컷이 부모로서 암컷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종의 경우, 대개 성별 차이가 역전된다. 그런 종의 암컷들은 더 크고, 더 공격적이고, 성적으로 더욱 분방하다. 그런 예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며 선사시대 동물처럼 생긴 화식조(cassowary)가 있다. (p240)
247-8
서구의 지식인 사이에서는 서구의 식민주의와 미국의 글로벌 패권주의를 지적하면서 자학하는 일이 흔하다. 그들은 서구는 전쟁과 정복으로 세워졌지만 이슬람은 사랑과 평화로 퍼져갔다고 말한다. 실상은, 이슬람의 역사야말로 끊임없는 정복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정치과학자 새뮤얼 P.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그 유명한 말에 의하면, "서구와 이슬람 문명 사이의 단층선을 따라 발생하는 갈등은 1,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간결하게 말하자면, "이슬람의 국경은 피로 그려졌다. 7세기 창시된 이래, 이슬람은 수천만 명을 예속시키거나 개종시키거나 혹은 죽였다. (p249)
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개종은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개종자들에게 테러를 저지르도록 고무하는 종교는 단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p254)
물론, 이렇게 다차원적이며 확실한 중복 증거들로 법칙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행위가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아니다. 한 이념을 정밀히 조사하고 그 이념이 평화, 다원주의, 자유를 촉진시키는지 결정하기 위해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인식론적 접근 방식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설사 무슬림 대다수가 분명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분석의 결론은 사실에 합치한다.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이런 자료들을 분석한다고 해서 편견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진리에 이르는 방식이다. (p260)
중복 증거의 법칙적 관계망을 이용해 기후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인공적인지 조사하고,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이며 이성적인 개입 방법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석을 수행하자고 요청한다고 해서 '기후변화부정자'나 '과학부정자'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중복 증거의 법칙적 관계망은 듣기 좋은 뻔한 소리나 감정적 호소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끔 면역력을 키워준다. 당신의 지성-잘못 끼어든 감정이나 부족주의적 이념이 아닌-을 통해 입장을 결정하라.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분야에 지성이 가장 유용하고 어떤 분야에 감정이 가장 유용한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입장을 결정할 때는 이 장에서 다룬 강력한 인식론적 도구를 적용해 오직 '진리의 부족'에만 충성하라. 그리고 자신에게 되물어라. 내 입장을 뒷받침하는 데 도태시킬 필요가 있는 중복 증거는 무엇인가? 중복 증거의 법칙적 관계망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임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정보를 취합시켜 줄 강력한 수단이다. (p261)
<제8장 ��� 투 액션>
사람들이 사상의 전투에 참여하기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책임감의 분산'이나 '방관자 효과'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 심리학자 존 달리(John Darley)와 빕 라타네(Bibb Latané)는 언뜻 생각하기에 직관에 반대되는 듯한 내용을 기록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이 실제 누군가에게 도움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즉 위험을 자초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쉽다. "사드 박사님,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님의 노력을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힘 내십시오." 아니, 나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고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당신의 개인적인 책임감을 일깨우라. 당신과 상관 있는 문제다. 참여하라. 진리와 이성, 논리가 도와달라고 외칠 때 방관자가 되지 말라. 다른 사람들 목소리에 묻어가지 말라. 자기 검열 하지 말라. 이 전투의 결과에 당신과 당신 자녀들의 이해가 달려 있으니, 두려움 없이 목소리를 드높이라. 공유지의 비극 같은 집단 무기력의 비극에 굴복하지 말라. (p266-267)
남을 판단하는 것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을 두려워 말라 물론 민감한 주제를 거론해서 친구들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진정한 우정이란 정확히 말해 그런 대화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깊은 우정이란(나심 탈레브의 개념을 빌자면) 반취약적이어야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헨리 토마스 버클(Henry Thomas Buckle)은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나 여자는 세 가지 계급 혹은 지적 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장 낮은 계급은 언제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버릇으로 알아볼 수 있다. 다음 계급은 언제나 사물에 대해 대화하는 버릇으로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언제나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알아볼 수 있다." (p268-269)
서구는 유대교와 기독교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으며, 기독교신학에 따라 많은 이가 다른 이를 판단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 많은 사람이 이런 가르침을 잘못 해석해서 판단은 신이 금지한 행위이며, 그저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이런 포고령들은 도덕적 위선에 대한 이야기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심판해야 한다. 나는 매일 심판한다. (p270)
판단한다는 것이 곧 인간이다.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은 완벽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판단은 제대로 작동하는 성인에게 필요불가결한 능력이다. 인간 의사결정의 중점적 특징은 바로 몇 가지 서로 경쟁하는 대안들을 판단하는 절차다. 이것이 바로 판단과 의사결정학회(Society for Judgment and Decision Making)와 그 대표 학술지 <판단과 의사결정(Judgment and Decision Making)>이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 안에 누구를 포함시킬지 판단한다. 우리는 결혼하기 전에 여러 구애자를 판단한다. 우리는 학생과 종업원을 판단한다. 삶은 끊임없는 판단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판단한다. 자기 의견을 밝힌다. 그들은 입장을 취한다. 절대 판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한 문제에 대해 장단점만 열거하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기회주의자들은 매우 지루한 사람들이다. 결코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향된 사람이라 불릴 가능성을 막기 위해 보험을 드는 지적 비겁함이다. 최고의 카리스마가 있는 대중 지식인들은 대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토마스 소웰과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지난 4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대중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것은, 논쟁적 문제에 대해 자기 의견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판단이라고 다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 비판하기 좋아하는 공론가와 비판하기 좋아하는 지식인의 차이는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입장을 취하느냐에 있다. 판단에 이르게 된 과정을 또렷한 주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한 판단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p272-273)
미덕 과시(virtue-signaling)는 비용 들이지 않고 손쉽게 자아를 팽창시키는 자기 확대(self-aggrandizing) 행위의 한 형태다. 내 진보적인 해시태그가 증거하듯, 나는 진정으로 남들에게 관심 갖는 좋은 사람임이 분명해! 이보다 더 진실과 거리가 먼 얘기도 없다. 이렇게 뻔한 미덕 과시를 하는 사람들은 유약한 겁쟁이다. (p274)
276-7
서구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내게 자유를 수호하고 싶지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인 파장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러지 못한다고 말한다. 바로 거기 문제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에 상륙하던 어린 연합군 병사들이 쏟아지는 독일군 기관총과 박격포 앞에서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던가(혹은 안전하리라 기대했던가)? 얼마 전 6만 7,000명의 캐나다인이 목숨을 잃은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100주년 기념일이 있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영웅적 행위 덕분에 나는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것을 타이핑할 자유를 누린다. 수백만 명의 개인이 생명을 희생시킨 덕분에 지금 우리의 자녀가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아는 사람들에게 친구 삭제를 당하지 않으려고 말을 삼간다.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죄에 비겁함도 추가돼야 한다. 아무런 위험도 무릅쓰지 않으면서 서구의 영혼을 위한 사상의 전투에 참여할 방법은 없다. (p278)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특히 학자나 공인으로서) 생각을 밝히는 데 막대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비평을 꺼린다고 믿는 사람은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참여하라고 간청하면 때로 이렇게 대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교수님은 종신재직권이 막아주잖아요." 종신 재직이 이성을 수호하고자 드러내고 발설함으로써 받는 모든 협박과 유해한 결과를 다 아울러 퇴치해주는 마법의 방패는 아니다. 종신재직권이 있었어도 나는 2017년 가을, 대학 수업에 갈 때마다 보안 조치를 취해야 했다. 종신재직권이 있었어도 수많은 살해 협박을 받았으며 결국 대학 인사부 대표를 대동하고 몬트리올 경찰에 출두해 진술서를 써야 했다. 종신재직권이 있었지만 ���적 활동을 이유로 다른 교육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여러 건의 교수직 제의를 놓쳤다. 종신재직권이 있었어도 경력의 발전을 위한 수비수가 되어줄 학계 모임으로부터 외면당했다. 내 영혼의 순수성 (내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때문에 나는 진실 수호보다 직업적 고려를 더 중시할 수 없었다. 내 이기적인 이유로 진실의 1밀리미터, 자유의 1온스라도 희생시켰다는 걸 알면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이 사상의 병원체들과 싸우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걸라는 것이다. 당신의 싸움이 덧없지 않게 하라. (p279)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성공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려면 주어진 미덕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절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선한 일에 중용'이라는 속담을 생각하라).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한 가지 미덕)는 과도한 무모함과 비겁함(둘 다 피해야 할 극단적 속성이다) 사이에 있다고 상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리적인 전투에 처한 병사의 용기에 대해 논했지만, 현재와 같은 맥락에서 이 말은 사상의 전투에 필요한 지적 용기에도 적용된다. 예멘에서(이슬람의 불경죄에 항의하려는 의도로) '모하마드 그림을 그려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기로 한 사람은 분명 과도한 무모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매체들이 '이슬람은 평화다'라는 이맘의 성명에 이의를 제기하기 꺼리는 것은 비겁함의 발현이다. 이 두 극단 사이에 조리 있고 이성적으로 교전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이 존재한다. (p279-280)
경기 중에도 페널티 킥이 주어지지만, 토너먼트 게임에서 동점일 경우에도 이 방식이 사용된다. 그렇게 무거운 부담을 지고 슛을 하는 데는 대단한 배짱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는 바로 그런 배짱과 용기를 키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상의 월드컵 대회에서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이성의 팀을 위해 득점을 기록할 기회가 왔을 때 은유의 페널티 킥을 넣을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골목길에서 위협받는 여성을 보고 끼어드는 사람들과, 도와달라는 비명을 듣지 못한 척하면서 도망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후자가 되지 말고, 전자가 되라. (p280)
나치를 물리치도록 도운 주요 역사적 인물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사과해야 한다면, 끝없는 암흑의 심연이 드리운 것이다. 서구 문명의 근본적인 원칙을 지지한다면(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물러서지 말라. 벌꿀오소리 같은 야성적 충동을 가져라. 당신의 진실성을 수호하고 진리를 지킬 때는 맹렬하리 만큼 단호하라. (…) 벌꿀오소리가 되라. 이념적 깡패들에게 공격받았을 때 절대 물러서지 말라. (p285)
소위 말하는 '다른 형식으로 아는 것(토착민들 식으로든 포스트모더니즘이든)'이 과학적 방법만큼 유효하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해서 당신이 닫힌 마음의 편견덩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유독한 남성성과 백인우월주의의 전형이라며 신경질적으로 백인 남성들을 악마화하는 행위를 거부한다고 해서 당신이 아돌프 히틀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원색적인 비난이 금방이라도 협박이 될 기세면, 도대체 무슨 진보적 교리를 바탕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당당하게 물어라. 사람들 대부분은 인종차별주의자나 여성혐오자라 비난받는 걸 너무나 두려워해서 웅크리고 침묵한다. 입 다물고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지 않는다면 인민재판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말문을 막아버리는 이런 전략에 넘어가지 말라. 당신의 원칙을 확신하고 벌꿀오소리처럼 맹렬하게 그 원칙을 옹호하라. (p286)
인간은 협동적인 동시에 경쟁적인 존재이며, 행동거지 서툰 10대 청소년 패거리부터 프로 축구단이나 군대 조직에 이르기까지 어떤 집단에서든 분명한 위계 질서를 이루려 한다. 인간은 다 똑같고 평등한 일개미가 아니다. 하버드 대학 곤충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E.O윌슨(E.O.Wilson)은 사회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생각이지만, 종(種)이 틀렸다." 인간 본성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기반으로 구축된 체계는 실패하게 마련이다. 경쟁이라는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의 연약한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인 사회를 구축하려 들면 결국 만들어지는 건 나약함과 권리 주장과 무관심으로 가득한 사회다. 삶이란 필연적으로 경쟁적이다. 사회에는 필연적으로 계급이 있다. 그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는 유토피아적 관점의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p290)
가드 사드 , ' 기생충 마인드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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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starnews: 본격 컴백 준비…비에이피(BAP), "마지막 앨범 흐지부지…재정리할 수 있는 기회" Ready to make a comeback... B.A.P "Our last album fizzled out... Chance to reorganize"
(톱스타뉴스 이수현 기자) 비에이피(B.A.P)가 재결합해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유튜브 채널 'MA ENTERTAINMENT'에는 "'Man on the moon' Documentary Ep.1"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을 통해 비에이피는 약 7년 만에 팀 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종업은 "최근에 앨범 준비에 가장 몰두하고 있었다"라며 앨범 준비를 위해 멤버들을 ��나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현시점에서 마지막 앨범이 너무 흐지부지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 재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냥 모일 때 돼서 모이고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 모두가 만족스럽게 앨범을 잘 내서 응어리가 남지 않는 활동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첫 제작 미팅이 열리고, 멤버들은 종업이 재결합을 위해 오래전부터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대현은 재결합 앨범 콘셉트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우리가 뭔가를 새롭게 도전하려는 의미보다는 우리를 기다려주고 생각해 주셨던 팬분들에 대한, 물론 이게 정말 마지막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별을 정말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앨범을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영재 역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막내 젤로는 군 입대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게 된 가운데, 멤버들은 젤로와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며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스타일리스트 회의에서도 멤버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영재는 "아무래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앨범이다 보니까 개개인보다는 팀의 정체성이나 이미지, '이 앨범은 우리가 이렇게 나와서 좋았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첫 녹음 당일, 방용국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영재가 노래하는 걸 너무 오랜만에 봤다"라며 "'우리가 이제 모였구나'라는 걸 영재가 노래할 때 더 마음에 와닿게 느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저희는 음악이 위주였던 그룹이었기 때문에 이 그룹의 마지막이 멋진 앨범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데뷔할 때부터 했었다. 이번 앨범이 저희 추억과 성장한 모습, 그룹으로서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비에이피는 2012년 1월 데뷔한 그룹이다. 안정적으로 팬덤을 확보한 후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나 소속사의 부당 대우로 멤버들은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소송 이후에도 소속사는 국내 활동보다 해외 활동에 집중했고, 2018년 유닛 그룹으로 먼저 데뷔한 방용국과 젤로의 계약이 만료됐다.
이듬해 멤버 전원의 계약이 해지되며 활동이 종료됐다. 이후 멤버들은 군대에 다녀온 후 개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톱스타뉴스(https://www.topstar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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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가 가장 시끄러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다른 고백들: 이것이 당신이 처음 만난 내게 해줄 말이다, 누어 힌디
https://aaww.org/the-worlds-loneliest-whale/
The World's Loneliest Whale Sings the Loudest Song & Other Confessions: This is what you'll tell me the first time we meet.
- Noor Hindi
I won’t make metaphors out of fish. If I have to die, I choose the ocean. If I have to live, I choose you. You: Everyone I’ve ever mourned. I believe less & less of sunlight these days. I won’t die alone. To awaken crying is to awaken displaced. Ghost of your joy in the bathtub. A face in the mirror. Your nephew’s painting in the foyer. My mother cried in bedrooms growing up. I would study her for hours. In a study, researchers learned patients who cried less are likely to have dismissive attachment styles. Today, every bedroom in the house is mine. I stopped crying at age 12. I am angry at the color yellow. Trauma and all eight of its tentacles make a mangle of my skin. I can’t find my home. As a child, I hated being the youngest. I hated being looked at by those I loved. In dreams, I spoke a language no one understood. Research suggests loneliness increases cardiovascular disease. When my cousin died, she died alone. Heart failure makes the body go boom. When the world collapsed around Darwish, he wrote of coffee and sex. When you held my body close to yours, I thought of clementines, sweet citrus, all the world’s lemons we’d temper with honey. The world’s loneliest whale sings the loudest song. This is what you’ll tell me the first time we meet. And I’ll think about the ocean. And I’ll think about you. I never learned how to swim. I’ve been drowning my whole life. Studies suggest drowning lasts 1-3 minutes. I’ll never stop grieving. Scientists are still searching for the 52-hertz whale. But I swear he’s here. In my bedroom. And I can hear him. And he’s telling me I can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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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가 가장 시끄러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다른 고백들: 이것이 당신이 처음 만난 내게 해줄 말이다.
- 누어 힌디
물고기의 은유를 하지 않겠어. 죽어야 한다면, 바다를 선택할래. 살아야 한다면, 당신을 선택할래. 당신: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애도한 모든 이들. 점점 햇살을 믿기 어려워져. 혼자 죽지 않을거야. 울면서 잠에서 깨는 건, 추방된 채 잠에서 깨는 것. 욕조 속에 당신 기쁨의 유령이. 거울 속 얼굴 하나. 당신 조카가 현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 우리 엄마는 침실에서 울며 자랐대 .엄마를 몇 시간이고 연구하곤 했지. 어떤 연구에 따르면, 덜 우는 환자들은 거절 애착 유형일 가능성이 높대. 오늘, 집안 침실이 전부 내 차지야. 나는 12살부터 울지 않았어. 노란색을 보면 화가 나. 트라우마와 그 여덟개의 촉수들이 다 같이 나의 피부를 짓이겨. 나의 집을 찾을 수가 없어. 어릴 때, 나는 막내인 게 싫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싫었어. 꿈 속에선 아무도 ���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을 했어. 어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대. 내 사촌이 죽었을 때, 그녀는 혼자 있었어. 심부전은 몸을 쿵쾅거리게 해. 다르위시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졌을 때, 그는 커피와 섹스에 대해 썼어. 당신이 나의 몸을 꼭 끌어안았을 때, 귤과 달콤한 감귤, 우리가 꿀에 담글 수 있는 세상의 모든 레몬을 생각했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가 가장 시끄러운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당신이 처음 만난 내게 해줄 말이다. 그럼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다 뿐. 그리고 당신을 생각할게. 나는 수영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사는 내내 익사해왔어. 연구에 따르면, 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에서 3분. 나는 비통해하기를 그만두지 않을거야. 과학자들은 여전히 52 헤르츠 고래를 찾고 있대. 맹세하건대 고래는 여기 있어. 내 침실에. 그의 말이 들려. 그는 내게 말하고 있어, 그만둘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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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헤르츠 고래(52-hertz whale), 52 Hz 고래, 속칭 52 블루(52 Blue)는 52 Hz의 주파수를 가진 매우 특이한 주파수로 울음소리를 내는 미확인된 종의 고래로 추정되는 무언가이다. 이 소리는 52 헤르츠 고래의 것과 가장 유사한 이동 패턴을 가진 다른 고래 종[1]의 울음소리 주파수인 대왕고래의 10-39 Hz[2]나 큰고래의 20 Hz[1]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의 소리이다. 이 소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여러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관측되었으며, 52 Hz로 우는 유일한 고래로 보인다. 하지만 52 헤르츠 고래를 실제로 목격한 적은 없었으며 울음소리를 수중청음기(Hydrophone)로만 들은 사례가 전부이다. 52 헤르츠 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두 번째 52 헤르츠 고래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어 . . .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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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고, 오늘과 내일 첫 심리가 있다.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free palestine#ceasefire now#end genocide#end israeli occupation#noor hi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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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 10:39 곧 이스라엘 자손과 레위 자손이 거제로 드린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을 가져다가 성소의 그릇들을 두는 골방 곧 섬기는 제사장들과 문지기들과 노래하는 자들이 있는 골방에 둘 것이라 그리하여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전을 버려 두지 아니하리라
-크리스찬어플 성경일독Q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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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 마이애미 히트에 2차전 패배
아무도 스포츠가 공정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는 공정성이나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하루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이 승패로 귀결되며, 우리가 약자에게 애착을 갖고 있거나 누군가가 이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분명히 합시다. 보스턴 셀틱스는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마이애미 히트와의 2차전에서 승리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실수하지 마세요. 26세의 포인트 가드인 Rajon Rondo는 이번 시즌 우리가 본 최고의 플레이오프 경기 중 하나이자 그의 경력 중 단연코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Rondo는 2차전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셀틱스를 15점 차로 앞서게 하고 4쿼터 히트의 맹렬한 복귀에 저항했습니다. 론도가 득점했고 마이애미 히트가 대답할 것입니다. 그가 전달에 실패했을 때, Heat는 연장전에서 앞서 나가 게임을 115-111로 가져갔습니다. 셀틱스에게는 매우 힘든 패배입니다. 밤이 끝날 무렵 그들은 론도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마이애미 히트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44득점, 8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한 것은 놀라운 성과다. 그는 확실한 패서이자 디스트리뷰터였을 뿐만 아니라 셀틱스의 핵심이자 영혼이었습니다.
Miami Heat의 감독인 Erik Spoelstra조차도 일단 그가 존에 들어오면 그의 수비수를 붙잡기 매우 어려운 표적이라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여기서 결론은 잠시 동안 Rondo가 NBA의 최악의 악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견고한 점프 샷을 가진 Rajon Rondo입니다. Rondo가 그의 뛰어난 Game 2 공연에서 13개 중 11개의 점퍼를 만들었다는 것을 잠시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상의 모든 저격수에게 이것은 밤의 지옥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십시오. 반면 론도에게는 평생 보기 드문 헤일리 혜성을 두 번 보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정규 시즌 동안 Rajon Rondo는 골대에서 10-15피트 거리에서 28%, 16-23피트 거리에서 39%를 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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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hun - 230526 TVing ‘All That We Loved’ behind
Credit: Official SMTown Blog. (티빙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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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장 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 6 하나님께로서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났으니 이름은 요한이라 7 저가 증거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거하고 모든 사람으로 자기를 인하여 믿게 하려 함이라 8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거하러 온 자라 9 참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10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11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으나 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13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 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15 요한이 그에 대하여 증거하여 외쳐 가로되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니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하니라 16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17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18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19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네가 누구냐 물을 때에 요한의 증거가 이러하니라 20 요한이 드러내어 말하고 숨기지 아니하니 드러내어 하는 말이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한대 21 "또 묻되 그러면 무엇, 네가 엘리야냐 가로되 나는 아니라 또 묻되 네가 그 선지자냐 대답하되 아니라" 22 또 말하되 누구냐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하게 하라 너는 네게 대하여 무엇이라 하느냐 23 가로되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하니라 24 저희는 바리새인들에게서 보낸 자라 25 또 물어 가로되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세례를 주느냐 26 요한이 대답하되 나는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섰으니 27 곧 내 뒤에 오시는 그이라 나는 그의 신들메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하더라 28 이 일은 요한의 세례 주던 곳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된 일이니라 29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가로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30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31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은 그를 이스라엘에게 나타내려 함이라 하니라 32 요한이 또 증거하여 가로되 내가 보매 성령이 비둘기 같이 하늘로서 내려와서 그의 위에 머물렀더라 33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나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주라 하신 그이가 나에게 말씀하시되 성령이 내려서 누구 위에든지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곧 성령으로 세례를 주는 이인줄 알라 하셨기에 34 내가 보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거하였노라 하니라 35 또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중 두 사람과 함께 섰다가 36 예수의 다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37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좇거늘 38 예수께서 돌이켜 그 좇는 것을 보시고 물어 가라사대 무엇을 구하느냐 가로되 랍비여 어디 계시오니이까 하니 (랍비는 번역하면 선생이라) 39 예수께서 가라사대 와 보라 그러므로 저희가 가서 계신데를 보고 그 날 함께 거하니 때가 제 십시쯤 되었더라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좇는 두 사람 중에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라 41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 42 데리고 예수께로 오니 예수께서 보시고 가라사대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니 장차 게바라 하리라 하시니라 (게바는 번역하면 베드로라) 43 이튿날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 빌립을 만나 이르시되 나를 좇으라 하시니 44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45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46 나다나엘이 가로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가로되 와 보라 하니라 47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리켜 가라사대 보라 이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48 나다나엘이 가로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보았노라 49 나다나엘이 대답하되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 50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51 또 가라사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보리라 하시니라
https://www.wordproject.org/bibles/kr/43/1.htm
#P'yŏngyang#Chagang#Hamgyong Norte#Hamgyong Sul#Hwanghae Norte#Hwanghae Sul#Kangwon#Pyongan do Norte#Pyongan do Sul#Ryan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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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생각속에 세상을 지우고 그리스도로 채워야 하는것은
평소에 내가 무엇을 마음에 품고 생각하느냐가 내가 누구인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마음과 생각이 그리스도를 향하여 온전히 맞춰져 있어야 삶가운데 우리가 그리스도의 일을 행할때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신앙의 도전들을 온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이겨낼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소소한 일을 대할때 매순간 내가 나의.삶의 주인이 아닌 그리스도의 종이요 하나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으려면 나의 마음과 생각에서 세상을.지우고 그리스도로 온전히 채워야 한다
사단은 우리로 매순간 방심하게 하고 넘어지게 한다
" 마태복음 22:37-39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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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의 작가가 한 문장씩, 모두 백 문장을 썼다. 전대미문(前代未聞), 전대미문(前代未文). 01. 주로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 마음속으로 작은 조종을 울리며, 하루를 매장하고, 성호를 긋는 것으로 하루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정영문(소설가) 02. 항상 2명씩 짝지어 다녀야 했던 소녀 시절 교실은 간혹 홀수 총원이었기에 귀신처럼 남는 애가 꼭 있었다. 박민정(소설가) 03. 3(삼)촌은 찬물에서 건진 물고기를 입속에 흘려 넣어주는 것이었다. 박상수(시인) 04. 4층에서 이륙하는 절망. 안현미(시인) 05. 사실 손가락이 반드시 5개씩 달려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은정(평론가) 06. 저녁 6시, 빛의 날개가 접히는 시간. 이영주(시인) 07. 베티, 블루한 7과 카페 ‘르’에서 파삭파삭한 뽀뽀를. 장수진(시인) 08. 무한이 기립하는 순간, 눈사람 같은 8자의 눈을 보았다. 강정(시인) 09. 구인회의 미스터리, 도대체 9번째 멤버는 누구였을까? 안웅선(시인) 10. 10일 그 후 코펜하겐 소년과 자주 항구를 걸었다. 주하림(시인) 11. 잊는다는 건 곁에 두고 만나지 못한다는 것, 저 멀리 사라지는 11자 기찻길처럼. 임경섭(시인) 12. 한 사람은 12명을 새롭게 하고, 12명이 한 사람을 영원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혜연(시인) 13. 13번째 연필을 깎아 13번째 네 얼굴을 그린다. 김근(시인) 14. 우리 집 작은 고무나무는 어느 날 14번째 잎을 피웠으나 그 잎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고 어느새 잎이 무성해진 고무나무에게 오늘은 물을 주었다. 김나영(평론가) 15. 보름 후에라도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가 물러나면 좋겠지만, 사실은 15초도 견딜 수 없어, 젠장. 송종원(평론가) 16. 키스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16세의 우리는 나란히 양치를 하고 돌아와 입을 맞추었다.이수진(소설가) 17. 17p. 이제 그만 이곳을 나가고 싶다. - [굿바이 줄리]. 몰인정과 무책임이 17들을 수장했다. 여기선 지금 죽음이 제일 젊다. 이현승(시인) 18. 18세-살아 있었다면 너는 더 먼 곳으로 여행을 갔겠지, 별을 세었겠지, 초여름의 신록을 입었겠지, 바닷물로 짠 수의 같은 건 절대로 입지 않았을 거야. 김은경(시인) 19. 정오까지는 19분 전, 한낮의 햇빛이 있었고,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니(시인) 20. 담배 한 갑 안에는 20개비가 들었습니다. 이강진(평론가) 21. 토요일 잠에서 깨어나, 21로 끝나는 제목의 주간지를 집어 든 여자는 지난밤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이 세기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라고 노래하던 남자가 떠올라 그 터무니없는 야심에 실소가 터졌다가 문득 그가 무사히 집에 들어갔을지 궁금해졌다. 황예인(평론가) 22. 애타는 여름의 초입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 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는 한 줄, 오랫동안 쓰다듬는다. 강지혜(시인) 23. 어느 날 나는 FM 방송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장파로 뉴스를 들을 경우 쇤베르크의 작품 제 23번의 어려운 피아노 악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셸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민구(시인) 24. 24시간이 모자라, [아레나]를 읽기엔…. 석지연(시인) 25. 세상에서 가장 긴 잠옷인 악몽의 25개째 단추를 채운다. 이용임(시인) 26. 26세에 요절한 단 한 명의 가수가 26년 동안이나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면, 올해 물속으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희망들을 우리가 26년이 훨씬 넘어서도 기억하는 일은 당연하다. 김상혁(시인) 27. 27명의 증인들이 문을 닫자 27마리의 새가 떨어졌다. 김선재(시인) 28. 동양 천문의 28수(宿)는 별자리를 28개 구역으로 나눈 것, 28수는 온누리 별들의 각축장, 빛을 뽐내는 별들의 [아레나]! 이현호(시인) 29. ‘사물의 의미를 파악하고 모호이자 비밀인 삼라만상의 지식을 구하는 정확한 계산법. - 오래전 상하 이집트 왕 니마트르 시대에 제작된 판본을 상하 이집트 폐하 오세르 치하 서른세 번째 해 아크헤트 네 번째 달에 서기 아메스가 필경하다.’ - [린드 수학 파피루스] (BC 1650년경, 대영박물관 소장), 소수 개념을 밝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 윤경희(평론가) 30. 30세의 첫날 밤, 나는 어둠을 향해 눈을 뭉쳐 던졌다, 손바닥이 아릴 때까지. 혹은 나는 30대의 전반을 이명박 정부 밑에서, 후반을 박근혜 정부 밑에서 보내고 있다. 신철규(시인) 31. 31은 11번째 소수, 11은 5번째 소수, 나눌 수 없는 수로서 나눌 수 없는 자리에 놓여 있으니 발을 쭉 뻗고 ��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신해욱(시인) 32. 내가 한 달의 32번째 날을 발견한다면 여분의 나는 다른 숨을 쉬고 있겠지. 하재연(시인) 33. 33, 하고 적으면 늘어선 그것들이 하나는 안고, 하나는 안긴 것 같고, 또 멀리 날아갈 것 같았다. 김소희(시인) 34. 34명의 아이가 사라졌다. 김소형(시인) 35. 너의 체온은 35 ℃, 언제나 조금 차갑고 불안하다. 유연(소설가) 36. 우리는 36개의 아름다운 손가락 중 일부만을 겨우 펼치거나 꼽으며 살아가다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모든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펼치는지 모른다. 이진희(시인) 37. 37세의 생일에는 중소형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급 세단을 주차시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어버렸네. 서효인(시인) 38. 어렸을 때는 광땡인 줄로만 알았고 커서는 여성의 날로 가까워진 38, 작년에 내 두 번째 시집의 번호가 되었다. 오은(시인) 39. 일본어로 39는 하츠네미쿠를 뜻한다고 한다. 송승언(시인) 40. 40수 코튼의 감촉이나 40도 술의 향기로움, 40대 오빠들의 팽팽함과 40주년 한정판 스니커즈의 착화감처럼 일찍 알수록 좋은 디테일들이 40가지쯤 된다. 정세랑(소설가) 41. 우리 반은 41명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그저 41명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애는 한 번도 나에게 41분의 1이었던 적이 없다. 전삼혜(소설가) 42. 바람 한번 불었는데 42명이 죽었다, 는 문장은 바람이 불어 한 명이 죽었다 혹은 백 명이 죽었다보다 훨씬 그럴듯하다. 특성 없는 애매한 숫자는 가상의 세계에서 환영받지. 정용준(소설가) 43. 네이버에서 43을 검색하니 being three more than forty라고 한다. 한유주(소설가) 44. 잘라라, 44로운 그 감정을! 양경언(평론가) 45. 안녕 나의 외계 45호. 강성은(시인) 46. 그는 46호로 들어간다. 박지혜(시인) 47. 그는 47호로 들어간다. 이준규(시인) 48. 48시간, 그들이, 우리들이, 죽지 않는 죽음이 되어간 시간. 박시하(시인) 49. 49일이 지나자 그는 비로소 여자가 되었고 시간의 생식기는 기능을 잃었다. 김현(시인) 50. 어린 나는 부모 앞에서 “오, 십 (50)” 천천히 발음했고 그들은 망설이며 거무스름한 손을 감췄다. 최지인(시인) 51. 절반이 반절로 바뀌는 카운트다운, 51. 서윤후(시인) 52. 52번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 계곡으로 가자, 평상을 하나 빌려 세상 모르게 취해보자. 박준(시인) 53. 53만원이 생기면 빚을 더 갚을 수 있어 좋겠구나. 백상웅(시인) 54. 54, 성에 낀 버스 유리창에 누군가 적어두고 내렸다. 유계영(시인) 55. 희망 몸무게 55. 성동혁(시인) 56. 56년 뒤에 안락사할 것이다. 이이체(시인) 57. 57명의 여자와 교접했다. 박희수(시인) 58. 58처럼 두 자리가 아닌, 한 자리 숫자는 야하다. 최정진(시인) 59. 59번 버스가 터널을 빠져나오면 나는 그 사람이 울고 있었을 어느 오후의 뒷좌석을 생각한다. 박성준(시인) 60. 나는 60세에 은퇴하고 요양원 차려서 친구랑 살려고 하는데 요즘은 그린란드에 차릴까 생각한다. 김승일(시인) 61. 내가 탄 61번 버스의 종점은 항구와 항구가 끝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종점에 닿기 전에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있었다. 정영효(시인) 62. 그의 62번째 영화 속 주인공은 바로 나인데, 영화는 “왜 떠나지 않냐”는 물음에 “그가 좋아서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끝이 나고, 결국 그것은 내게 일종의 자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황현진(소설가) 63. 그는 그녀의 숨결까지도 잊은 적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미소를 보고서야 그는 63년 전의 희미한 무엇이 겨우 떠올랐다. 백가흠(소설가) 64. 그녀는 자신이 한 시간 전에 차를 세워둔 64구역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차에 타기 전 그 옆에 주저앉아 아주 잠시 동안만 울었다. 손보미(소설가) 65. 온난화에 관심 있어요? - 북위 65도 알래스카에 사는 갈색 곰으로부터. 김은주(시인) 66. “몇 시냐”는 물음에 6시 6분을 66분이라고 대답한 날, 나는 종일 시간의 형상에 대해 생각했다. 류성훈(시인) 67. 당신이 던진 67개의 날카로운 쉼표가 소화되지 않는다. 최호빈(소설가) 68. 68개 문 중에 출구는 하나뿐인데 도무지 모르겠고 잘못 열면 괴물이 나온다. 김덕희(소설가) 69. 69에 관한 상형문자적 레테르: 내가 물구나무를 섰을 때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세정(시인) 70. 70가지 색의 알약들이 빛 속에서 흔들릴 때 문을 열고 그가 걸어 들어왔다. 백은선(시인) 71. 오늘 아침 느닷없이 71번째 생일을 선고받은 당신은 자신의 조카뻘 되는 어린 여자와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노란 종이배 안에서 세상이 모두 얼굴을 돌린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다가 문득 비 맞은 창밖의 세월을 바라보고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 최창근(극작가) 72. 나로부터 72걸음 밖에는 죽은 아이들이 매달려 노는 큰 나무가 있다. 안희연(시인) 73. 73번씩 마음을 바꾸고 돌아누워도, 우리는 여전히 방법을 모른다. 안미옥(시인) 74. 74개의 낱말로 이어 붙인 밤의 내부로부터 우리들은 시작되었다. 박찬세(시인) 75. 75 B? 최진영(소설가) 76. 76년 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혜성이 돌아올 거라 예견했던 핼리처럼 현존을 넘어선 확신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문자영(시나리오 작가) 77. 77을 거침없이 아래로 잡아당기자 11이 되었다. 안주철(시인) 78. 화성에 쏘아 올린 78마리의 실험 동물 중 오직 나만이 살아남았다. 김성중(소설가) 79. 이 문장이 79번째 비문이다. 김태용(소설가) 80. 그들 중 80명은 사기꾼이거나 얼간이다. 윤민우(소설가) 81. 경험상, 81년생 여자들은 무척 아름답지만 고집이 엄청나게 셌는데, 중성자탄이 생산되던 해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영훈(소설가) 82. 나는 미몽, 혹은 무한한 가능성의 82번째 원자, 납의 어둠에 있다. 함성호(시인) 83. 왜 그토록 키에 집착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각설하고, 키가 한 83cm쯤 되는 남자라면 함께 누웠을 때 그의 발톱이나 엄지발가락에 난 털을 지그시 내려다볼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더랬다. 김민정(시인) 84.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자신의 84번째 생일을 잊어버리고 아기와 같은 형태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김혜나(소설가) 85. 85국가 번호가 85인 나라는 아직 없다. 그 나라가 어딜까? 김언 86. 86년에는 대학 새내기였다. 모두를 가졌으므로 모두에게 승리한 봄날이었다. 이병률 87. 권력14. 타고난 걸까 만들어진 걸까, 그 일종의 병 불행, 나와 여러분들의 세상과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 2013년 11월 정태춘 시집 [노독일처] 중에서 87p. 박송이(시인) 88. 미지근한 봄날, 친구의 결혼식, 방콕행 비행기표, 먼 나라에 살고 있을 여전히 88한 너를 만나러. 강효미(동화작가) 89. 89마리 토끼들이 흰 언덕으로 가려면 열한 걸음. 이성미(시인) 90. 90개의 땀구멍에서 땀방울들이 일제히 솟구쳤다. 정이현(소설가) 91. 오늘의 문제 91번은 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 김지녀(시인) 92. 92번째 어둠에서 기다릴 것. 이원(시인) 93. 그의 100m 달리기 기록은 93초로 그리 빠르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윤고은(소설가) 94. 그는 94번째 A매치에서 패배한 후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 김지훈(시인) 95. 그가 95(구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9월 5일에 태어났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8월 8일이나 7월 7일에 태어났을 경우보다 훨씬 나았으므로 그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김금희(소설가) 96. 엄마, 나는 96번째 양을 셀 때마다 더러워져요. 이성민(소설가) 97. 나에게 부여된 숫자가 97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세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조수경(소설가) 98. 처음으로 사람을 보고 가슴 뛰었던 때는 98년의 여름,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황인찬(시인) 99. 네가 99번째 여자야. 이우성(시인) 100. 나무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주니 가지가 100개나 되는 팔을 흔들어주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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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read, recommended by BTS and inspired Namjoon/members to write a song – a thread
🎶 the music notes are the books that inspired a written song.
🎶 1. Kafka On The Shore - BUTTERFLY
🎶 2. Demian - BLOOD SWEAT & TEARS / Boy Meets Evil
3. The stranger.
4.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5. 1Q84 - HIDDEN TRACK: SEA
🎶 6. The Owl Service - I NEED YOU / YNWA
7. Walden
8. The Catcher in the Rye
9. Norwegian Wood
10. Kitchen by Banana Yoshimoto
11. Almost Transparent Blue
12. Snakes and Earrings
13. Human Acts by Han Kang
14. Please Look After Mom
🎶 15. 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 - SPRING DAY
16. The Noonday Demon: An Atlas of Depression
17. The Metamorphosis by Franz Kafka
18. Lady Chatterley's Lover
🎶 19. Into the Magic Shop: A Neurosurgeon's Quest to Discover the Mysteries of the Brain and the Secrets of the Heart - MAGIC SHOP
20.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1. Twenty Thousand Leagues Under the Sea
22. Me Before You by Jojo Moyes
23. Romeo and Juliet
24. Life Lessons: Two Experts on Death and Dying Teach Us About the Mysteries of Life and Living by Elisabeth Kübler-Ross
🎶 25. Jung's Map of the Soul: An Introduction
26. Map Of The Soul: persona - our many faces
27. Map Of The Soul: shadow - our hidden self
28. Map Of The Soul: EGO - I am 🎶
29. 말의 내공 by 신도현, 윤나루
30. Thus Spoke Zarathustra
31. The Story of Hong Gildong
32. Around the World in Eighty Days (Extraordinary Voyages, #11)
33. Blonote by Tablo
34. Aesop's Fables
35. The Alchemist by Paulo Coelho
36. Gulliver's Travels by Jonathan Swift,
37. Harry Potter.
38.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by 류시화
3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원본대조 윤동주 전집 by Yun Dong-ju, 윤동주
40. Alice in wonderland / through the looking Glass.
41. A Thousand Platea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42. 밤 열한 시 by 황경신
43. 어떻게 살 것인가 by Si-min Yu, 유시민
44. Snowpiercer: The Escape (Snowpiercer, #1)
45. 82년생 김지영 by Cho Nam-Joo, 조남주
46. Breaking Out of the Man Box: The Next Generation of Manhood
47. 우리가 어느 별에서 by 정호승
48. 1984 by George Orwell
49.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겨울 스페셜 에디션) by 김수현
50. Peter Pan.
51. 1cm: First Story by 김은주, 양현정
52.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by 백세희
🎶 53. The Little Prince by Antoine de Saint-Exupéry - SERENDIPITY
54. 20,000 Leagues Under The Sea by Jules Verne
55. Phillip Chesterfield's Letters To His Son.
56. 슬픔의 위안 - 브라이언 셔프
57. Reinventing your life - Jeffrey E. Young
🎶 58. The pied piper of Hamelin by Robert Browning
59. A Bigger Message: Conversations with David Hockney - Martin Gayford
Complete Works - Arthur Rimbaud
60. Nonlinear Fiber Optics - Govind P. Agrawal
61. The Complete World of Greek Mythology - Richard Buxton
62.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Milan Kundera
63. The Life Before Us ("Madame Rosa'') - Romain Gary
64. About Grief: Insights, Setbacks, Grace Notes, Taboos - Ron Marasco, Brian Shuff
65. If Not, Winter: Fragments of Sappho by Sappho
66. Meno by Plato
67. THE SOUL OF A TREE: A Master Woodworker's Reflections by George Nakashima
68. 서울 시 by 하상욱
69. Lord of the Flies by William Golding
70. Highly Sensitive People in an Insensitive World: How to Create a Happy Life by Ilse Sand
71. The Art of Loving by Erich Fromm
72.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by Kaori Ekuni
73.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by John Gray
74. 당신이 옳다 by 정혜신
75.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by Yuval Noah Harari
76. Cosmos by Carl Sagan
77.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by Jared Diamond
78. The Story of Art by E.H. Gombrich
79. A Little History of the World by E.H. Gombrich
80. Francis Bacon: Books and Painting
81. Jean Michel Basquiat by Jean-Michel Basquiat
82. Wipeout in Hong Kong - Invasion Guide 06
83. Invasion Los Angeles 2.1 Updated Edition / 1999-2018 by Invader
84. On Modern Art by Paul Klee
85. Le Corbusier & Pierre Jeanneret by Jacques Dworczak
86. The American Century: Art Culture 1950-2000 by Lisa Phillips
87. Believing Is Seeing: Creating the Culture of Art by Mary Anne Staniszewski
88. Casa Wabi by Bosco Sodi
💭 if I missed any, please feel free to add them in the replies and I'll add it to the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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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www.amazon.com/Chip-War-Dominate-Critical-Technology/dp/1797147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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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글로벌 확장은 곧 발이 묶이고 말았다. 제품 라인 전체가 생산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거대 기업이 기술적 질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은 모두 현실을 깨달았다. 모든 현대 전자 기기가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는 외국인이 만들고 있고, 중국의 목숨이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것을. 미국은 여전히 실리콘 반도체를 꽉 틀어쥐고 있다. 비록 그 입지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해져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가진 곳을 보유한 나라다. 오늘날 중국은 반도체 수입에 석유보다 많은 돈을 쓴다. 그 반도체는 스마트폰에서 냉장고까지, 중국 국내에서 소비되거나 해외로 수출되는 그야말로 모든 기기에 꽂혀 있다. 책상물림 전략가들은 중국이 "말라카 딜레마 Malacca Dilemma"에 빠져 있다고 보곤 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주요 항해로인 말라카해협의 이름을 딴 그 이론에 따르면, 중국은 석유 및 다른 원자재 확보로 인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베이징은 석유 수입 항로가 막히는 것보다 반도체 회로가 막히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중국은 최고의 지적 자원과 수 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칩으로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chip choke 미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p29)
중국의 반도체 독립이 성공한다면 세계 경제를 다시 만들고 군사력의 균형을 재설정하게 될 것이다. 강철과 알루미늄은 2차 세계대전의 승부를 갈랐다. 그 뒤를 이은 냉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핵무기라고 정의할 수 있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아마도 컴퓨터의 힘computing power(컴퓨터가 주어진 시간과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느냐를 논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여기서 저자는 computing power라는 단어를 기술적 차원을 넘어 반도체를 개발, 생산, 유통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이라는 중의적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다. computing power의 기술적 의미가 중요할 때는 '연산력'으로, 그렇지 않을 때는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옮긴다.-옮긴이)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베이징과 워싱턴의 전략가들은 이제 안다. 머신러닝에서 미사일까지, 자율 주행 차량부터 군사용 드론까지 모든 고급 기술은 최첨단의 칩, 좀 더 격식 있게 말하자면 반도체나 집적회로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그 생산은 극소수의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p30)
우리는 칩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도체는 현대 세계를 만들어 왔다. 여러 나라의 운명은 컴퓨터의 힘에 따라 좌우되어 왔다. 우리가 아는 세계화는 반도체 및 반도체로 만들어내는 전자 제품의 교역이 아니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 우위는 칩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크게 빚지고 있다. 아시아는 실리콘을 발판 삼아 지난 20세기의 절반 동안 무섭게 부상할 수 있었다. 아시아 국가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칩을 찍어 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일에 특화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집적회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p30)
이러한 반도체 생산 절차 중 단 한 단계라도 삐끗하게 되면 세계를 향한 새���운 연산력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와 함께 데이터를 새로운 석유로 비유하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제약은 데이터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력 부족이 진짜 문제다. 반도체가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수는 유한하다. 반도체 생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며 끔찍할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석유와 달리 연산력의 생산과정에는 근본적으로 몇 개의 병목 지점이 존재한다. 장비, 화학물질, 소프트웨어 등의 요소가 단지 몇 개. 때로는 오직 하나의 회사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적은 수의 기업에 이렇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 영역은 오직 반도체뿐이다. 대만에서 생산하는 칩은 매년 세계가 소비하는 새로운 연산력의 37퍼센트를 제공한다. 한국의 두 기업은 세계 메모리 칩의 44퍼센트를 생산한다.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머신 공급은 네덜란드 기업 ASML에 100퍼센트 의존하고 있는데, 그 장비가 없다면 최첨단 반도체의 제작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불가능해진다. 세계 석유 공급의 40 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마저 이 회사들과 비교해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아 보일 지경이다. (p38-39)
벨연구소는 1948년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자들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전선이 연결된 게르마늄 덩어리가 왜 특별 발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그 소식을 46면에 처박아 버렸다. <타임> 지는 그나마 좀 나아서 트랜지스터의 발명에 "작은 뇌 세포"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했다. 엄청나게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수천, 수백만, 수십억 개씩 모여서 인간 두뇌가 수행하던 계산 업무를 대체하는 미래가 머지않아 닥쳐올 것이라는 점만큼은, 본인의 중요성을 결코 과소평가하는 일이 없었던 쇼클리마저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p61)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연구원들은 새 동료가 혁명적인 발상을 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리콘 혹은 게르마늄 조각 하나 위에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킬비는 자신의 발명에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대체로 "칩chip"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원형의 실리콘 웨이퍼에서 "잘라 낸chipped" 실리콘 조각에 집적회로가 구성되기 때문이었다. (p66)
노이스는 나사를 위해 칩 생산을 늘리면서 다른 고객들에게는 가격을 대폭 낮췄다. 1961년 12월 120달러에 팔리던 집적회로는 이듬해 10월 15달러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나사가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데 집적회로를 사용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신뢰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었다. 페어차일드의 마이크로로직 칩은 더 이상 검증되지 않은 테크놀로지가 아니었다. 가장 가혹하고 험난한 환경, 바로 대기권 밖에서도 작동했으니 말이다. (p74)
81-2
노벨 물리학상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 바딘, 브래튼에게 수여되었다. 잭 킬비는 훗날 최초의 집적회로 발명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밥 노이스가 62세로 세상을 뜨지 않았다면 아마 그도 킬비와 함께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발명은 결정적인 것이었지만 반도체 산업을 만들어 나가기에는 과학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론물리학만큼이나 영리한 제조 기술이 있었기에 반도체가 확산될 수 있었다. MIT나 스탠퍼드 같은 대학은 반도체와 관련된 지식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그러한 대학을 나온 이들이 몇 년에 걸쳐 제조 공정을 뜯어고치고 개선해 오지 않았다면 대량 생산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벨연구소의 특허가 세계를 바꾸는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 이론 뿐 아니라 엔지니어링과 직감에 힘입은 것이었다. (p85)
90, 1
하지만 페어차일드반도체는 여전히 동부 해안의 한 억만장자의 소유였다. 그 억만장자 투자자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었지만 스톡옵션 지급만은 한사코 거절했다. 지분을 나눠 주는 발상을 일종의 "소름 돋는 사회주의"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이 회사에 자신의 미래가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노이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머잖아 모두가 탈출을 모색하게 되었��. 이유는 분명했다. 과학 발전과 새로운 제조 공정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한 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무어의 법칙을 이끄는 근본 동력이었던 것이다. 페어차일드 직원 중 한 사람은 퇴사 설문지에 퇴사의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p92)
112, 4 121
상호 협력 관계가 늘 원활하게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1959년 미국전자산업협회Electronics Industries Association는 일본산 수입 가전 제품이 "국가 안보" 및 미국 가전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본이 전자 산업을 일으켜 세우게끔 하는 것은 미국의 냉전 전략의 일부였으므로, 1960년대 내내 워싱턴이 그 문제로 도쿄를 강하게 압박하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관련 업계 매체라 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스>는 미국 회사 편을 들어줄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의 태평양 정책의 핵심이다. ... 만약 일본이 서구 및 유럽과 건강한 상업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일본은 경제적 필요에 따라 다른 곳을 찾게 될 것이다." 즉 공산 중국이나 소련에 눈을 돌리게 될 수 있다는 것 이었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일본은 더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고 최신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훗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일본을 이렇게 바라보았다. “그런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할 리 없다." 미국은 일본이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도록 허용하고 더 나아가 장려해야 했다. (p122)
칩 회사가 여성을 고용한 이유는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노동 조건 개선 요구가 심하지 않았다. 생산 관리자들은 남자에 비해 손이 작은 여자가 반도체 조립 및 완성된 반도체를 테스트하기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기도 했다. 1960년대, 플라스틱 기판에 실리콘 칩을 부착하는 과정은 이러했다. 칩이 올라가야 하는 위치를 노동자가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조립 노동자가 두 부품을 고정시키면 기계에서 열과 압력, 초음파 진동이 가해져 실리콘이 플라스틱 기판과 결합하게 된다. 칩에 전력을 공급하는 얇은 골드와이어 역시 손으로 붙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칩을 테스트하려면 일종의 미터기에 꽂아야 했는데 그 역시 손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칩의 수요가 하늘 높이 치솟음에 따라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사람 손의 수요 역시 급등했다. (p128)
반도체 공급망이 경제 성장과 정치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 나라는 대만뿐이 아니었다. 1973년, 싱가포르의 지도자 리콴유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만난 자리에서 싱가포르의 "실업을 일소하기 위해" 수출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협조 아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내셔널세미컨덕터 National Semiconductors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조립 설비를 건설했다. 다른 칩 제조사도 그 뒤를 따랐다. 1970년대 말, 미국의 반도체 기업은 해외에서 수만 명을 고용했는데 그 대부분이 한국, 대만, 동남아시아에 있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칩 제조사들과 아시아의 독재자들, 그리고 많은 경우 아시아 반도체 조립 설비를 채우고 있던 화교 노동자들 사이에 새로운 국제 동맹이 형성된 것이다. 반도체는 아시아 지역에 있는 미국 동반국들의 경제와 정치를 재구성했다. 정치적 극단주의의 온상이었던 도시는 근면한 조립 라인 노동자들이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실업 상태였거나 보조금에 의존하는 농부였던 이들이 행복하게도 보다 나은 월급을 받으며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전자 산업은 싱가포르의 국민총생산GNP 중 7퍼센트, 제조업 일자리의 4분의 1을 담당했다. 전자 제품 생산을 놓고 보면 60퍼센트가 반도체 소자였고, 나머지도 반도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제품이었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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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는 컴퓨터 혁명이 사회와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새로운 세상에서 연산력을 생산할 수 있는 사람, 소프트웨어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그 미래의 규칙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전문 지식, 네트워크, 그리고 스톡옵션까지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그들이 만들어 낼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산업 사회는 디지털 세계에 길을 내주고 있었고, 0과 1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실리콘 판에 저장되고 처리되었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밝아오는 중이었다. 카버 미드는 이렇게 선포했다. "우리 사회의 운명은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다. 점점 더 작은 면적에 점점 더 많은 부품을 담을 수 있는 마이크로 전자 기술이 그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업계 외부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막연하게 짐작만 할 뿐이었으나, 인텔의 지도자 그룹은 알고 있었다. 다방면에서 광범위하게 연산력을 사용�� 수 있게 된다면 근본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1973년 고든 무어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몇 년 전 학교를 때려 부순 장발에 턱수염을 기른 꼬마들이 아니라, 우리야말로 오늘날 이 세상의 진정한 혁명가다." (p153-154)
1960년대 초였다면 펜타곤이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반도체 산업은 평화를 이끌었다. 싱가포르에서 대만과 일본까지, 베트남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를 늘어난 투자와 길고 단단해진 공급망을 통해 미국과 더욱 밀접하게 엮어 냈던 것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혁신을 기반으로 삼아 전 세계가 단단히 연결되고 있었다. 심지어 소련 같은 적국마저 미국의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 수단을 베끼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편 반도체 산업은 미군이 미래의 전쟁에서 싸우는 방법을 바꿀 새로운 무기 체계가 등장하는 촉매 역할을 해냈다. 미국의 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가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의존하게 되었다. (p162-163)
170-1
제리 샌더스가 선언했다. 반도체는 "1980년대의 원유와 같은 것이며, 그 원유를 통제하는 자가 전자 산업을 통제하게 된다." 샌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칩 제조사 중 하나인 AMD의 CEO였으니, 그가 자기 회사의 주 제품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자기 이익의 차원에서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샌더스가 틀렸을까? 1980년대 내내 미국의 컴퓨터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해서 PC는 이제 개인의 가정이나 사무실에 놓일 만큼 저렴해지고 소형화되었다. 모든 사업 영역이 PC에 의존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런데 집적회로가 없다면 컴퓨터는 작동할 수 없다. 1980년대 기준으로 보더라도 비행기, 자동차, 캠코더, 전자레인지, 소니 워크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모든 미국인의 집과 자동차에 반도체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매일 수십 개의 칩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석유처럼 반도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데도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할 수 없단 말인가? 일본이 "반도체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되는 것을 미국이 걱정할 이유가 없단 말인가? (p194)
결국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한때 트랜지스터 세일즈맨이라고 조롱당하던 나라 일본이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되었다. 일본은 미국 군사력의 사활이 걸린 미국의 산업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미국은 공산권을 상대로 경제 봉쇄를 하고 있었으므로 일본이 대외 교역을 늘리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고 내버려 두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업은 미국 쪽에서 더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도쿄의 첨단 제조업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마저 위협할 지경이었다. 앞서가는 일본의 모습은 놀라운 것이었다. "TV나 카메라 산업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일이 반도체에서도 벌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으실 겁니다." 스포크는 국방부를 상대로 말했다. "반도체가 없다면 군사력의 미래는 오리무중입니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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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급망 전략은 공산주의자를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지만, 1980년대에 이르자 그 전략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일본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무역량과 해외 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이다. 아시아의 경제와 정치에서 도쿄가 차지하는 위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만약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지배할 수 있다면, 그들이 미국의 지정학적 우위를 빼앗고자 할 때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p220)
마이크론의 직원들에게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실리콘밸리라면 회사가 망해도 101번로를 따라 내려가서 다른 반도체 회사나 컴퓨터 제조사에 취직하면 그만이었다. 그에 비해 마이크론은 보이시에 있었다. 한 직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달리 할 일이 없었어요. D램을 만들지 못하면 게임 오버인 거죠." 다른 직원의 회상에 따르면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육체노동자의 근로 윤리, 공돌이 정신"이 있었다. 고통스러운 D램 시장 암흑기를 몇 번이나 거쳐 왔던 초기 직원 한 사람은 이렇게 회상한다. "메모리 칩은 잔인한, 잔인한 비즈니스입니다." (p231)
236, 7 239
그는 IBM의 컴퓨터 공장도 방문했는데,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사실에 또 한 차례 놀랐다. "당신들 공장에는 비밀이 많이 있을 텐데요." 공장 안내를 해 주는 IBM 직원에게 이병철이 묻자, 그 직원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 비밀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따라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병철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정확히 모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다 아직 제대로 될지 확신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병철에게도 그것은 엄청난 도박이었다. 그는 몇 달을 고심했다. 실패하면 그가 이룬 비즈니스 제국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흔쾌히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은행은 정부 방침을 따라 더 많은 돈을 빌려줄 것이었다. 그러니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하이테크 기업은 차고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던 거대 재벌의 산물이었다. 1983년 2월, 신경이 곤두선 불면의 밤을 보내던 이병철은 전화기를 들었다. 삼성전자 사업부를 총괄하던 수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선포했다. "삼성은 반도체를 만들 걸세." 삼성은 적어도 1억 달러를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과 함께 그는 회사의 미래를 건 반도체 도박을 시작했다. 이병철은 노련한 경영자였고, 한국 정부는 그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반도체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삼성의 도박은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메모리 칩 분야에서 일본의 국제적 경쟁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에서 훨씬 더 저렴한 공급원을 찾아내는 동시에 미국의 연구개발 에너지를 이미 상품화된 범용 D램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발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밥 노이스가 앤디 그로브에게 말했듯이. "한국인들과 함께하면" 그들이 일본 생산자들보다 더 저가로 판매할 테니, 일본이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덤핑을 하는" 전략을 쓰더라도 세계 D램 시장을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일본의 칩 제조사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노이스는 예측했다. 그리하여 인텔은 떠오르는 한국의 D램 생산자들을 환영했다. 인텔은 1980년대에 삼성과 함께 합작 투자에 합의한 여러 실리콘밸리 기업 중 하나다. 삼성이 제조한 칩을 인텔의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도움을 받아 실리콘밸리를 향한 일본의 위협에 대응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생산 비용과 임금은 일본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의 제조 공정은 일본처럼 완벽에 가깝지도 극도로 효율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일에는 문제가 없었다.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갈등 역시 한국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워싱턴은 일본이 미국 시장에 D램 칩을 저가로 풀어놓는 행위, 이른바 "덤핑"을 중단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결국 1986년 도쿄는 D램의 대미 수출량을 제한하며 낮은 가격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더 많은 D램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협상으로 한국에 이익을 주자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칩을 생산하는 것이 일본을 제외한 다른 누구여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것은 D램 시장만이 아니었다. 기술도 함께 제공했다. 실리콘밸리의 D램 생산은 거의 파탄 나 있었기에, 최고 수준의 기술을 한국에 전수하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었다. 이병철은 현금이 부족한 메모리 칩 스타트업인 마이크론에 64K D램용 설계 라이센스 계약을 제안했고, 그 과정에서 창업자인 위드 파킨슨과 가까워지게 되었다. 아이다호의 칩 제조사는 그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따져 본 후 기꺼이 삼성의 제안을 수용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삼성이 마이크론의 생산 공정 중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우리가 했던 것이라면 삼성도 했다"라고 파킨슨은 떠올렸다. 그는 삼성이 제공했던 "결정적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돈을 받아 마이크론을 살려 놓아야 했던 것이다. 고든 무어 같은 반도체 산업 선도자들은 몇몇 반도체 회사가 절박한 상황에서 "가치 있는 기술을 쉽게 넘겨준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모리 칩을 만드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파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D램 기술을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리콘밸리 회사들 대부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 기업과 협업했다. 한국이 세계 메모리 칩 시장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도록 도우면서 일본 경쟁자들의 공격을 무력화했던 것이다. 제리 샌더스가 한 설명을 빌리자면, 단순한 논리였다. "적의 적은 친구다." (p244-246)
"이것이 미래입니다" 앤디 그로브의 편집증, 제리 샌더스의 저돌적 투쟁, 잭 심플롯의 카우보이식 경쟁심이 없었다면 일본의 D램 맹공을 견뎌 내고 미국 반도체 산업이 되살아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남성 호르몬과 스톡옵션의 힘으로 굴러가는 실리콘밸리는 때로 교과서에서 묘사하는 메마른 경제학보다는 오히려 적자생존의 투쟁이 벌어지는 다윈주의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수많은 기업이 실패했고, 재산이 날아갔고,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인텔이나 마이크론 같은 회사가 극도로 경쟁적이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업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그들이 지닌 기술력이 중요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적합한 기술을 자본화하여 돈으로 만드는 능력 덕분이었다. (p247)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부활을 온전히 영웅적 기업가와 창조적 파괴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새로운 산업의 거인들이 부상하는 동안 새로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칩 제조의 도약을 준비하고 처리 능력 processing power을 이용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하고 있었다. 그러한 기술 발전 중 많은 부분이 정부와 협력 아래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의회나 백악관처럼 크고 무거운 손이 움직인 경우보다는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같은 작고 기민한 조직이 미래를 향한 큰 도박에 힘을 실어 줄 때가 많았다. 또 정부는 이러한 도박에 필요한 교육과 연구개발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p248)
253-4
이라크의 건물, 탱크, 공군 기지가 정밀 무기에 폭격당해 파괴되는 영상을 본 이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전쟁의 성격이 달라졌다. 진공관으로 작동하던 사이드와인더 sidewinder 공대공 미사일은 베트남전에서 표적을 대부분 놓치고 말았지만, 이제는 훨씬 강력한 반도체 기반의 유도 시스템을 장착하고 업그레이드 되었다. 걸프전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은 베트남전보다 여섯 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페리가 펜타곤을 압박해 1970년대 후반부터 발전시킨 새로운 기술은 페리 자신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최고의 장비라고 해 봐야 소련의 군산 복합체가 만든 것들로 무장하고 있었던 이라크 군대는 미국의 공격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첨단 기술이 답이다." 페리가 선언했다. "이 모든 일은 무기가 화력의 양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해 작동하고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 군사 분석가가 언론에서 한 말이다. "강철을 이긴 실리콘", <뉴 욕타임스>의 헤드라인 문구다. "컴퓨터 칩이 영웅의 자리에 오를 수도"라는 또 다른 헤드라인도 신문에 실렸다. 페이브웨이 폭탄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폭발음은 바그다드만큼이나 모스크바에서도 강력하게 느껴졌다. 전쟁은 "기술 작전"이 되었다고 소련의 군사 분석가가 발표했다. "전파를 타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걸프전의 결과는 이라크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오르가코프의 예측 그대로였다. 소련 국방장관 드미트리 야조프 Dmitri Yazoy는 걸프전이 소련의 방공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왔다고 인정했다. 세르게이 아흐로메예프Sergey Akhromeyer 원수는 장기전을 예측했지만 이라크가 순식간에 항복해 버리자 크게 당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폭탄이 이라크 하늘을 뚫고 스스로의 항로를 찾아 이라크의 건물 벽을 부수는 영상이 CNN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전쟁의 미래에 대한 오르가코프의 예측이 옳았다는 게 입증되었다. (p275-276)
278-9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PC 시대가 오는 것을 놓쳤다는 데 있다. 일본의 반도체 공룡 중 인텔이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하고 PC 생태계의 지배자가 된 경로를 따라간 회사는 없었다. NEC 단 한 곳만 유의미한 시도를 했으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가져갔을 뿐이다. 앤디 그로브와 인텔에게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였다. 반면에 일본의 D램 기업들은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누리고 있었고 금융 비용마저 낮았던 탓에,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무시했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늦었다. 결과적으로 PC 혁명의 혜택은 대부분 미국 기업에게 돌아갔다. 일본의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 그들의 반도체 지배력은 이미 잠식되고 있었다. 1993년부터 미국은 반도체를 다시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한국 기업이 일본을 제치고 D램의 최대 생산자 자리를 차지했다. 1980년대 말 90퍼센트에 달하던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1998년이 되자 20퍼센트까지 내려앉았다. (p280)
"현대의 군사력은 모두 경제적 혁신, 기술, 경제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군사 기술은 컴퓨터에 기반을 두고 있소. 당신들은 컴퓨터에서 우리를 훨씬, 아주 멀리 앞서고 있고... 댁의 나라에서는 모든 아이가 다섯 살부터 컴퓨터를 갖고 놀지 않습니까."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손쉽게 격퇴해 버린 미국의 새로운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것을 본 소련의 군부와 KGB는 위기에 빠졌다. 자신들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인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만 것이다. 안보 분야 고위직들이 고르바초프를 겨냥해 맥빠지는 쿠데타를 벌였지만 사흘만에 진압 되었다. 통상적인 군사력만 보자면 그리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닌데, 한때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국가가 비참한 종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1990년대 러시아 반도체 산업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몰락했다. 러시아의 반도체 생산 설비는 맥도날드의 해피밀 장난감에 들어갈 작은 칩을 만들고 있었다. 냉전은 끝났고 실리 콘밸리가 이겼다. (p283)
291-2
1976년 3월, 창은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동료 임원진에게 던져 보았다. "연산력이 저렴해지고 있으니 지금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았던 수많은 기기를 위한 반도체 시장이 열릴 걸세." 그가 동료들에게 했던 말이다. 이렇게 전화기에서 자동차, 식기세척기까지 모든 제품에서 칩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창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니,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전문 기업에 아웃소싱할 것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고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 제조 설비의 가격과 연구개발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만이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p293)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경영진은 설득되지 않았다. 1976년 당시, 반도체를 설계하지만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 "팹리스tabless" 기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모리스 창은 그런 회사가 곧 나올 것이라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이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이미 충분한 돈을 잘 벌고 있었고, 그러니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에 승부를 거는 건 너무 위험한 일로 보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조용히 폐기되었다. 창은 파운드리 foundry라는 개념을 절대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때가 무르익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반도체 설계에서 린 콘웨이와 카버 미드가 이룬 혁명이 칩 설계가 제조와 훨씬 더 쉽게 분리되도록 만들었다. 미드의 비유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나눈 것은 인쇄술의 발명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었다. (p294)
반도체 산업에서 모리스 창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저자", 즉 팹리스 칩 설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로인해 모든 종류의 기기에 칩이 탑재되고 연산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게 한 이 디지털 시대의 인쇄 기술은 인쇄업의 독점과 맞물려 있었다. 반도체 제조의 경제학은 무자비한 합병을 불러왔던 것이다. 가장 많은 칩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미 그만 한 강점을 누리고 있으며, 그 위에서 수율을 끌어 올리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며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TSMC의 사업은 1990년대 내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제조 공정은 쉼 없이 개선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구텐베르크가 되고자 했던 모리스 창의 계획은 그에게 훨씬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에는 이 사실을 깨달은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리스 창과 TSMC 그리고 대만은 세계 최신 반도체 생산을 독점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p29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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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의 공산정권은 소련과 같은 종류의 실수를 저질렀다. 단, 이번에는 훨씬 더 극단적인 형태로 그 실수를 반복했다. 1950년대 초 베이징은 반도체 소자를 과학 연구 우선순위로 확정지었다. 곧 그들은 베이징대학교를 비롯해 공산혁명 이전에 버클리, MIT, 하버드, 퍼듀 등의 대학교에서 연구했던 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중국은 1960년에 최초의 반도체 연구 기관을 설립했다. 중국이 단순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첫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1965년 중국 엔지니어들은 스스로 중국산 집적회로를 만들었다. 밥 노이스와 잭 킬비가 그 일을 해낸 지 5 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극단주의로 인해 해외 투자뿐 아니라 진지한 과학 연구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중국이 최초의 집적회로를 생산한 그해 마오쩌둥은 온 나라를 문화혁명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전문 지식은 특권의 원천이며 사회주의적 평등을 침해한다는 것이 마오쩌둥의 주장이었다. 그의 추종자들은 자기 나라 교육 체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수많은 과학자와 전문가가 지정된 마을에 내려가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냥 살해당한 사람들도 많았다. 마오 주석이 내린 "1968년 7월 21일 교지"는 이렇게 주장했다. "교육 기간을 줄이고, 교육을 혁명하고, 프롤레타리아 정치를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다. ... 학생들은 실제적인 경험이 있는 노동자와 농민 중에서 선발해야 하며, 몇 년의 학습을 마치고 생산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p301)
마오쩌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정치적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면서 외국과의 기술적 연결도 끊어 버렸다. 중국 과학자 대부분은 그들의 연구와 인생을 파괴해 버린 주석을 향한 증오심을 품었다. 반도체 연구를 해야 할 사람들을 시골로 내려보내 농민으로 살게 하며 프롤레타리아 정치 사상을 학습���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학을 전공하던 한 유망한 전문가는 시골로 보내져 거친 곡식과 삶은 양배추로 연명하며 때로 뱀을 잡아 구워 먹으면서, 마오가 부추긴 극단주의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가지고 있던 자그마한 반도체 인력이 들판으로 내몰려 돌아다니고 있을 때, 마오주의자들은 중국의 노동자들을 향해 "모든 인민은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하고 있었다. 마치 중국의 프롤레타리아라면 누구나 집에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듯한 투였다.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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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중국에 반도체 산업을 이룩해 낼 수 있다면 그 장본인은 리처드 창이었다. 그는 연줄이나 외국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았다. 세계 수준의 생산 설비에 필요한 모든 지식이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설비를 만드는 게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그가 해 왔던 일이었다. 상하이에서 그걸 또 하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골드만삭스, 모토로라, 도시바 같은 국제투자자들로부터 끌어온 15억 달러를 밑천 삼아, 창은 2000 SMIC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를 창업했다. 한 분석가는 SMIC의 창업 자본 중 절반이 미국 투자자로부터 나왔다고 보았다. 창은 그 돈으로 수백여 명의 외국인을 고용해 SMIC의 팹을 운영했는데, 그 중 적어도 400명은 대만 사람이었다. 창의 전략은 단순명료했다. 바로 TSMC가 한 대로 하는 것이었다. 대만에서 TSMC는 눈에 띄는 족족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했다. 특히 미국이나 다른 첨단 반도체 기업에서 일한 사람이 우선이었다. TSMC는 동원 가능한 최선의 장비를 갖추었다. 반도체 산업의 최고가 되기 위해 TSMC는 직원 교육에 혼신을 다했다. 그러면서 대만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누렸다. (p314)
318, 9 320-1 323 330-1
모바일 기기가 컴퓨터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발상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칼텍의 선지자였던 카버 미드가 이미 1970년대 초에 예견한 일이었다. 인텔 역시 PC가 컴퓨터의 최종 진화형이 아닐 것임은 알고 있었다. 인텔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내내 일련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투자했다. 그 중에는 무려 20년을 앞서 나온 줌 Zoom 같은 화상 회의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제품 중 자리 잡은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술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인텔의 핵심 사업인 PC용 칩 제조와 비교할 때 너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새로운 기기와 분야는 인텔내에서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모바일 기기는 1990년대 초 앤디 그로브가 아직 CEO이던 시절부터 인텔 내에서 주기적으로 논의 대상이 되곤 했다. 1990년대 초 인텔의 산타클라라 본사에서 열린 회의, 윌 스워프 Will Swope라는 한 임원이 자신의 팜 파일럿Palm Pilot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런 기기들이 성장해서 PC를 대체할 겁니다." 하지만 PC용 프로세서를 만들어서 벌 수 있는 돈이 엄청났던 당시, 모바일 기기에 돈을 퍼붓는다는 것은 과격한 도박으로 보였다. 그래서 인텔은 모바일 비즈니스에 뛰어들지 않기로 했고, 오판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한때 앤디 그로브에게 조언을 건넸던 하버��� 경영대학 교수의 눈으로 보자면, 인텔의 딜레마는 쉽게 진단 가능한 것이었다. 인텔 직원이라면 클레이턴 크리스텐슨과 그가 제시한 개념인 "혁신가의 딜레마"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사실상 돈을 찍어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PC용 프로세서 비즈니스에 너무 오래 안주해 있었다. 앤디 그로브가 인텔을 D램 제조 회사에서 프로세서 제조사로 탈바꿈시켰던 1980년대와는 사정이 달랐다. 당시 인텔은 돈을 피처럼 흘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 중 하나였다. 인텔이 새로운 제품을 물색해야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도 달콤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두 개의 성채인 PC와 서버용 칩에 틀어박혀, x86이라는 깊은 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p334-335) 맥 컴퓨터에 인텔 칩을 도입하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잡스는 오텔리니를 찾아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애플이 신제품으로 컴퓨터와 핸드폰을 결합하려 하는데, 인텔이 그 목적의 칩을 만들어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모든 휴대전화에는 그에 맞는 운영 체제가 있고 휴대전화 네트워크와의 통신을 관리하는 반도체가 들어갔다. 하지만 애플은 새로운 전화기가 컴퓨터처럼 작동하기를 원했다. 그러자면 컴퓨터에 들어가는 것처럼 강력한 칩이 필요할 터였다. 오텔리니는 훗날 기자 알렉시스 마드리갈Ale Madrigal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벌어진 일을 털어놓았다. "애플은 정해진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푼도 더 주려 하지 않았죠.... 그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들어오는 주문량을 더 늘리는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당시 예측했던 비용은 잘못됐고 소비된 칩의 물량도 모든 사람의 생각보다 100배나 더 늘어났습니다." 결국 인텔은 아이폰용 칩 공급 계약을 거절했다. 애플은 휴대전화에 들어갈 칩을 공급해 줄 다른 업체를 물색했다. 잡스는 암의 아키텍처에 주목했다. x86과 달리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했다. 초기 아이폰의 프로세서는 TSMC의 뒤를 이어 파운드리에 뛰어든 삼성이 제작했다. 아이폰이 틈새시장 상품이 될 것이라는 오텔리니의 예측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그 실패를 깨달았을 무렵에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훗날 인텔은 스마트폰 산업에서 지분을 가져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스마트폰용 제품을 만드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서도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오텔리니와 인텔이 사태를 파악하기 전, 애플은 깊숙한 해자를 파고 거대한 이윤의 성채를 쌓아 버린 것이다. (p336)
세상에 이윤이 낮은 영역에서 제품 만들기를 원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이것은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단기간에 높은 이윤을 내는 일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니 장기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일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사내 권력이 엔지니어에서 경영자로 넘어간 것 또한 이런 변화를 가속화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인텔의 CEO였던 오텔리니가 인정한 것처럼, 재무와 실적에 영향을 줄까 두려운 나머지 아이폰용 칩 공급 계약을 거절했다. 이윤율에만 집중하는 경향은 회사 내부에 깊숙이 퍼져 채용, 제품 개발 로드맵, 연구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마디로 인텔의 경영자들은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재무재표를 갈고닦는 일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이다. 인텔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한 임원이 이렇게 회고했다. "인텔에는 기술이 있었고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윤율이 떨어질 짓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죠. " (p338)
많은 이들은 그로브를 지나간 시대의 전형으로 취급했다. 그가 인텔을 만든 것은 한 세대도 더 된, 인터넷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로브가 만든 회사는 모바일 폰의 흐름을 놓쳤고 컴퓨터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x86 독점의 과실을 따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2010년대 초 인텔은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더 작은 트랜지스터가 탑재된 칩을 발매하는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였다. 고든 무어 시대 이래 꾸준히 같은 호흡을 유지하며 달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인텔과 TSMC나 삼성같은 경쟁자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p340)
"빨리 달리기"는 단 하나 있는 단점을 제외하고 나면 우아한 전략이었다. 몇몇 핵심 지표를 놓고 볼 때 미국은 빨리 달리는 나라가 아니었고, 입지를 잃어 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정부 안에서는 그의 분석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생산 시설 해외 이전에 대한 앤디 그로브의 우울한 예측은 점점 사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2007년, 국방부는 전직 펜타곤 장교였던 리처드 반 아타Richard Van Atta와 몇몇 동료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가 군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반 아타는 수십 년간 국방용 마이크로 전자 기술을 다룬 사람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몰락을 지켜본 산 증인이기도 했다. 그의 보고서는 경계하며 과잉 대응하는 쪽이 아니었다. 다국적 공급망 덕분에 반도체 산업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매끄럽게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펜타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하는 조직이었다. 반 아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가 첨단 칩을 얻기 위해서는 머지않아 외국에 의존할 것이라고 보았다. 너무나 많은 고도화된 제조 시설이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오만에 빠져 있던 단극 시대에서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관계를 알아볼 생각조차 없이 미국이 "더 빨리 달린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볼 때 미국의 우위가 늘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은 1980년대 내내 일본을 앞서지 못했고, 1990년대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역전했다.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GCA는 니콘과 ASML을 능가할 수 없었다. 마이크론은 동아시아 경쟁 업체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D램 생산자였고, 다른 미국 D램 생산자들은 모두 파산해 버렸다. 2000년대 말까지도 인텔은 트랜지스터 소형화에서 삼성과 TSMC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 인텔의 속도는 느려지고 있었지만, 아직 앞서갈 수 있는 건 처음부터 먼저 뛰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미국은 대부분의 반도체 설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었지만 대만의 미디어텍 MediaTek은 다른 나라에서도 반도체 설계 회사가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반 아타가 볼 때 미국이 자신을 할 이유는 많지 않았고 안심할 근거는 단 하나도 없었다. 2007년 그가 남긴 경고는 다음과 같았다.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선두 자리는 이후 10년간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지 않았다. (p34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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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엔비디아는 고속 병렬 계산이 컴퓨터 그래픽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놓은 소프트웨어가 CUDA였다. 표준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그래픽과는 전혀 무관한 방향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GPU를 활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최고 성능의 그래픽 칩을 찍어 내고 있는 와중에 황은 CUDA라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2017년 한 회사의 추산에 따르면 그때 투입된 돈은 최소 100억 달러였는데, 이렇게 만든 프로그램은 그래픽 전문가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칩을 보유한 어떤 프로그래머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었다. 황이 CUDA를 무료로 공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 칩에서만 작동했다. 그래픽 업계 밖에서도 쓸 수 있는 칩을 만드는 것은 엔비디아에게 엄청나게 큰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었다. 계산화학 computational chemistry부터 기상 예측에 이르기까지 병렬 처리를 원하는 수요를 발굴해 낸 것이다. 그 무렵 황은 어렴풋하게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병렬 처리의 가장 큰 수요처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l이었다. (p362)
파운드리에서 TSMC의 경쟁 상대 중 비중 있는 존재는 삼성뿐이었다.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TSMC와 어느 정도 견주어 볼 만한 수준이었지만, 생산력에서 TSMC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삼성의 사업 영역 중에는 반도체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TSMC는 그저 수십여 고객들을 상대로 칩을 만들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지만, 삼성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과 소비자용 가전을 생산하고 있었으니 결국 고객 중 다수와 경쟁하고 있는 셈이었다.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설계도를 보내면 그것이 결국 삼성 제품에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즈는 그런 이해관계 상충을 겪을 일이 없었다. (p372)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가 부상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기업은 따로 있었다. 대부분은 그 회사를 반도체 설계 회사로 생각하지도 않는 곳, 바로 애플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은 언제나 하드웨어에 특화된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들이 만드는 기기에 탑재되는 실리콘 칩까지 통제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애플을 처음 창업했을 때부터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1980년, 어깨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기르고 윗입술을 덮을 정도로 수염을 기르던 시절, 잡스는 한 강연에서 청중을 향해 질문했다. "소프트웨어란 무엇일까요?" 그는 스스로 답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소프트웨어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거나, 아직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원하는 걸 하드웨어에 넣을 시간이 없었거나 하는 그런 것들 뿐입니다." (p377)
반도체 제작 역량이 대만과 한국에 쏠리면서 이들 칩 중 다수의 제작 역량 역시 두 나라에 집중되었다. 스마트폰의 전자두뇌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거의 대부분 대만과 한국에서 제조해 중국으로 보낸 다음 스마트폰의 플라스틱 케이스 속에 담겨 유리로 된 스크린을 덮는다. 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오직 대만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오늘날 애플이 요구하는 제작 역량과 기술을 가진 회사는 TSMC뿐이다. 그러니 모든 아이폰의 뒷면에 새겨져 있는 "캘리포니아의 애플 설계. 중국에서 조립"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아이폰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부품이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조립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대만뿐이다. (p381)
2013년부터 ASML의 극자외선 장비 사업을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인 프리츠 반 하우트에게 있어서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개별 부품이 아니라 ASML의 공급망 유지 기술이었다. 반 하우트는 ASML이 그러한 비즈니스 관계망을 "마치 기계처럼" 갈고닦았다고 설명했다. 수천여 회사가 ASML의 정확한 요구 사항에 맞는 정교한 제품을 생산하고 납품하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하우트의 추산에 따르면 극자외선 장비의 부품 중 ASML이 직접 만드는 것은 1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입했다. 이 덕분에 ASML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가공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공급망 관리와 타 회사의 동향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ASML은 극자외선 장비의 핵심 부품에서는 단 하나의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 위험 관리를 위해 ASML은 부품 공급사의 공급사까지 샅샅이 찾아다녀야 했다. ASML은 몇몇 부품 공급사에게 투자하는 식으로 보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가령 2016년에는 자이스의 연구개발 과정에 10억 달러를 제공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ASML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출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제대로 안 하면 댁의 회사를 인수해 버리겠소" ASML의 CEO인 피터 베닝크 Peter Wennink가 한 협력사에게 한 말이었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ASML은 여러 협력사를 합병한 바 있고, 심지어 그중에는 사이머도 들어 있었다. 사이머의 경영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론이었다.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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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이 극자외선 시대에 돌입하면서 인텔은 다시 한번 우위를 차지하는 듯했다. 앤디 그로브가 1990년대 초 최초의 2억 달러를 투입했을 때부터 인텔은 극자외선 기술의 출현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끝에 ASML이 그 기술을 현실화할 날이 다가왔고, 인텔에 상당한 몫의 지분이 생겼다. 하지만 인텔은 트랜지스터가 축소되는 이 새로운 시대를 기회로 삼기보다는 주도권을 낭비해 버렸고, 인공지능에 필요한 반도체 아키텍처의 거대한 변화를 놓쳤으며, 그 후 제조 공정을 엉망으로 만들고 무어의 법칙을 지켜 나가는 것도 실패했다. 지금도 인텔은 막대한 수익을 내는 회사로 남아 있다. 인텔은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첨단의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다. 하지만 인텔의 미래는 앤디 그로브가 메모리 칩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던 1980년대 이래 가장 불투명하다. 다가올 5년 동안 선두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만한 실탄이 남아 있지만 불발탄으로 끝나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은 단지 한 회사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산업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인텔이 없다면 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역량을 가진 미국 기업은 단 하나도 남지 않고, 오직 대만이나 한국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p400)
���합 모델에도 일부 장점이 있을 테니 인텔의 판단이 어느 정도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 모델에는 분명한 단점이 존재했다. 다양한 여러 회사의 칩을 제작하고 있던 TSMC는 인텔에 비해 매년 거의 세 배 많은 실리콘 웨이퍼를 찍어 내고 있었는데, 그 말은 제조 공정을 갈고닦을 기회가 그만큼 더 많다는 것을 뜻했다. 게다가 인텔은 신생 반도체 설계 업체를 위협으로 보고 있었던 반면에 TSMC는 제조 서비스를 위한 잠재 고객으로 인식했다. TSMC의 기업 가치는 단 하나의 분야 즉 효율적인 반도체 제조에서 나왔기에 TSMC 경영진은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최신 반도체를 생산해 내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인텔 지도부는 반도체 설계와 반도체 제조 양쪽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다가 둘 다 죽을 쑤고 말았다. (p401)
402-3
2010년대 초, 그래픽 칩 설계 회사 엔비디아의 귀에 흥미로운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탠퍼드의 박사후과정 학생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 GPU를 그래픽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GPU는 인텔이나 AMD의 표준 CPU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CPU는 무한히 많은 용도로 사용 가능하지만 하나의 계산이 끝난 다음에야 다른 계산을 할 수 있다. 반면에 GPU는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구조를 "병렬 처리 parallel processing"라 하는데, 병렬 처리가 컴퓨터 게임의 이미지 픽셀 처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 곧 드러난 것이다. GPU는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CPU가 알고리즘에 다수의 데이터를 입력하려면 하나의 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GPU는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놀랍게 단축되었다. 그 후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에 미래를 걸었다. 창업 초기부터 엔비디아는 칩 제작의 큰 부분을 TSMC에 위탁했다. 대신에 차세대 GPU를 개발하고 엔비디아 칩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CUDA를 개선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에 힘을 실어주면서 더 많은 GPU가 필요해졌고, 그에 따라 엔비디아 역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회사로 떠올랐다.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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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려는 노력조차 크게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5년여 시간 내내 그저 "일시적인" 제작 지연이라고 발표했을 뿐이다. 기술적 세부 사항은 비밀 유지 서약을 한 직원들 속에 묻혀 버렸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인텔의 문제가 극자외선 장비의 도입이 늦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여긴다." 인텔은 극자외선 장비를 개발하는 데 돈과 시간과 노력을 퍼부었지만, 정작 2020년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 중 절반은 TSMC에 설치되어 있다. 반면에 같은 시기 인텔은 겨우 극자외선 장비를 제조 공정에 도입하기 시작한 수준이다. 2020년대 말, 최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단 둘, TSMC와 삼성뿐이다. 여기서 미국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같은 지역에 있고, 따라서 같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첨단 프로세서 생산은 모두 대만과 한국에서 이루어지며 전 세계의 반도체 수요가 두 나라에 달려 있는데, 이 두 나라는 최근 급부상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와 지척에 있다. 바로 좁은 바다 건너편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이다. (p407)
시진핑의 첫 집권 이후 그를 다룬 기사에서 <뉴요커>는 그가 "중국이 반드시 진정한 정치 개혁을 감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지도자"라고 밝혔다. 분명한 사실은 단 하나, 시진핑이 정치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그의 진심은 꾹 다문 입술과 만들어 낸 미소 아래에 감춰져 있었다. 그 미소 뒤에는 정신을 갉아먹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중국 공산당을 지배한 10년간 시진핑의 정치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가장 큰 위험은 디지털 세계라고 시진핑은 믿었다. 대다수 관측통들은 시진핑이 자신의 디지털 보안을 보장하는 데 있어서는 두려워할 게 별로 없다고 여겼다. 중국 지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수천여 명의 검열관을 고용해 인터넷의 잡담까지 감시하고 있다. 중국의 방화벽은 거대한 인터넷 세상에서 중국 인민이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는데, 이는 서구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자유로운 곳이 되리라고 예상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는 결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인터넷이 민주적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서구인들의 믿음을 조롱할 수 있을 정도로 온라인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자국민들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웹사이트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접속하지도 못하게 막아놓은 채, "인터넷은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시진핑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인터넷 초창기 이상주의자들이 꿈꾸었던 것과는 다른 유형이었다. 그는 중국 정부의 힘을 보여 주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원했던 것이다. "우리는 국경 밖으로 나아가 국제적으로 인터넷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고, '일대일로'의 건설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그가 한 말이다. 여기서 시진핑은 중국이 건설한 사회 기반 시설을 통해 세계를 끌어들이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그 기반 시설에는 도로나 교량뿐 아니라 통신 장비와 검열 장비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에 재갈을 물리는 일을 중국보다 성공적으로 해낸 나라는 없다. 중국은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마저 굴복시켰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접속 차단되었고 대신에 중국에서 자체 육성한 바이두와 텐센트로 대체되었는데, 이들 기업은 기술적으로 보면 미국 경쟁사에 바싹 따라붙고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중국 시장 진출을 허가받은 기업은 베이징의 검열에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 중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인터넷을 지도자의 뜻에 영합하도록 만들었다. 외국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공산당이 요구하는 검열 규칙에 순응하거나 중국이라는 광대한 시장을 포기하거나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p4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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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베이징에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2014년, "빅 펀드"가 시작될 무렵 첨단 팹의 가격은 100억 달러를 호가했다. SMIC는 2010년대 내내 한 해 수익이 수십억 달러에 지나지 않아서 TSMC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민간 영역의 투자만으로는 TSMC의 투자 계획을 따라잡을 수가 없을 터였다. 이런 도박을 하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지출의 대부분이 지방 정부와 국영 은행의 불투명한 장막 뒤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중국이 반도체 보조금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 정확히 추산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약점을 안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에 끊어 버려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 네덜란드, 대만이 반도체 생산 공정의 중요 단계를 독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덕분이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은 미국의 팹리스 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고, ASML의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는 샌디에이고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전문적인 광원 생성 장비가 아니면 작동할 수 없는 것이었다. 종종 무역 분쟁이 발생하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유사한 이해관계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으므로, 반도체 설계, 장비, 제조에서 서로 의존하는 것은 세계화된 생산의 효율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합리적 대가로 볼 수 있었다. (p424)
만약 중국이 이 생태계에 참여해 더 큰 몫을 가져가고자 했다면 중국의 야망은 아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의 목표는 미국과 그 우방이 만들어 낸 시스템 속에서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진핑은 "성채를 공격하라"고 외쳤고, 이것은 시장 점유율을 조금 더 끌어올리라는 말이 아니었다. 반도체 산업에 통합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어쩌면 중국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좀 더 깊숙이 통합되는 쪽을 선호한 경제 전략가나 반도체 산업 전문가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효율보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베이징의 지도자들은 상호 의존 관계를 위협으로 간주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경제적 상호 의존이 아닌 그 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수입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요구였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의 우선 목표는 중국에서 사용되는 외국산 반도체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역의 이동과 세계 경제를 탈바꿈시키려는 위협적인 경제관이었다. 페어차일드가 홍콩에 첫 설비를 차린 이후, 반도체는 세계화 경제에 일조하고 있었다. 반도체 공급망을 다시 만들겠다는 중국의 구상을 돈으로 환산해 보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다. 2017년, 시진핑이 다보스 포럼에 등장했던 그해, 중국은 26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했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액이나 독일의 자동차 수출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중국이 반도체 수입에 쓰는 돈은 전 세계의 비행기 판매액보다 컸다. 세계 무역에서 반도체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p425)
중국의 반도체 구상이 실현된다면 실리콘밸리의 이익만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중국의 반도체 내수화 계획이 성공한다면 중국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수출 주도형 국가들은 더 심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2017년 현재 집적회로는 한국의 수출 총액 중 15퍼센트, 싱가포르의 수출 총액 중 17퍼센트, 말레이시아의 수출 총액 중 19퍼센트, 필리핀의 수출 총액 중 21퍼센트, 대만의 수출 총액 중에서는 3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제조 2025'는 이 모든 현실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치밀하고 촘촘한 공급망과 무역 이동이 걸려 있었다. 전자 제품 공급망은 지난 50년간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떠받쳐 왔던 것이다. 물론 '중국제조 2025'는 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가 세운 계획이라 해도 때로는 처참하게 실패한다. 첨단 반도체 제조라는 목표를 두고 중국이 거둔 성적은 인상적이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엄청난 정부 보조금, 국가 도움을 받아 수행되는 외국 산업 기밀 유출, 외국 기업을 마음대로 굴복시킬 수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비 시장 등,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바꿔 놓을 수 있는 막강한 무기를 두루 갖추었다. 세계의 무역 이동을 뒤바꾸는 이 엄청난 전환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단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중국이어야 할 터였다. 중국과 가까운 나라 중에는 베이징이 실제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대만의 테크 업계에서는 한때 대만이 지배하고 있던 고부가가치 전자 부품 산업을 중국 기업이 비집고 들어올지 모른다며,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도체가 그다음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p426)
434-5
암 차이나를 분리해 버린 결정의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소프트뱅크가 중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아 암 중국 지사를 매각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암의 경영진은 매각의 논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니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암의 임원중 한 사람이 말한 바에 따르면, "중국 군대나 중국의 감시기구를 위해 [시스템 온 칩] 반도체를 만들 때, 중국은 그런 과정이 중국 내에서만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이런 새로운 합작 회사는 그런걸 만들 수 있죠. 과거에는 우리가 할 수 없던 일입니다." 그의 설명이 계속됐다. "중국은 보안과 통제 가능성을 원합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자신들의 기술을 통제하고 싶어 하지요. ... 우리가 가져간 기술을 기반으로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도 혜택을 볼 겁니다." 이 설명에 깔린 상업적 논리는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하지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자면 소름 끼치는 말이다. 소프트뱅크를 규제하는 일본 관료든, 암을 규제하는 영국 관료든, 암의 지식재산 중 상당 부분을 관할하는 미국의 관료든, 이 사안에 대해 더 파고들어 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p437)
444, 5
자오는 스스로를 열성적인 기업가로 여기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큰 기업 사이 합병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자오는 이렇게 밝혔다. "국가주의나 정치적 맥락이 아니라 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의 활동 내역을 비즈니스 논리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도체 회사를 사겠다고 달려드는 중국 정부 소유의, 혹은 중국 정부가 자금을 대고 있는 "사모펀드" 회사들이 너무도 많았다. 해외 반도체 기업을 집어삼키려는 중국 정부의 활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지 않았던가. 자오와 칭화유니그룹, 그 밖에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투자" 회사들은 시진핑이 공개적으로 밝힌 방침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p447)
신문 제목을 보면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화웨이를 처음부터 ��국 안보 당국의 비호 아래 큰 회사로 단정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가 관련된 부분은 문서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떻게 화웨이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사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기술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거대 기업인 한국의 삼성과 화웨이의 궤적을 비교해 보는 편이 화웨이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런은 삼성의 이병철보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났지만 두 거물은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을 굴렸다. 이병철이 건어물상이었던 삼성을 세계 최고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을 만드는 테크 기업으로 키워 낸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째, 정부 규제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값싼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관계에 계속 공을 들였다. 둘째, 서구와 ��본이 개척한 제품군을 특정해서 그것을 같은 품질에 낮은 가격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모색했다. 셋째,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서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회사들과 경쟁하면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주저 없이 세계화를 선택했다. 이러한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삼성은 한국의 전체 GDP 중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익을 달성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중국 기업이 비슷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중국기업은 세계 시장에 비중을 덜 두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중국은 수출 강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인터넷 기업은 대부분의 돈을 규제와 검열로 보호받는 자국 시장 내에서 벌어들였다. 텐센트, 알리바바, 핀둬둬Pinduoduo (중국의 인터넷 쇼핑 회사), 메이투안Meituan (중국의 음식 배달 회사)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나면 초라한 회사가 될 정도였다. 해외로 발을 디딘 중국 테크 기업은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수난을 겪기 일쑤였다. 반면에 화웨이는 초창기부터 외국과의 경쟁을 받아들였다. 런정페이의 사업 모델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는 해외에서 선구적인 개념을 받아들여 가성비 좋은 버전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다시 세계 시장에 팔아서 다른 나라 경쟁사들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가져왔다. 이 사업 모델은 삼성의 창업가를 부자로 만들어 주면서 삼성을 세계 기술 산업의 핵심으로 올려놓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주 최근까지 화웨이는 삼성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p45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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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통신을 통한 연결과 연산력의 성능이 구세대 제품을 디지털 기기로 바꿔 놓은 경우를 보려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 Tesla 만큼 좋은 사례는 없다. 테슬라는 그 숭배자와 주가 상승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이있다. 테슬라 역시 반도체 설계 분야의 주요 회사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짐 켈러Jim Keller 같은 반도체 설계 분야의 스타를 고용해 자율 주행의 필요에 부합하는 특화된 반도체 설계를 맡겼다. 오늘날의 첨단 기술이 녹아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2014년 초부터 몇몇 분석가는 테슬라의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자체 반도체를 스스로 설계하고 있기에 테슬라는 종종 애플과 비교되곤 한다. 테슬라는 애플 제품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경험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제품인 자동차에 고도의 컴퓨터 기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융합시켰다. 이 모든 일은 자체 설계한 반도체 덕분이다. 1970년대부터 자동차에는 단순한 반도체가 도입되어 왔지만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특화된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졌다. 전력 공급을 관리하고 자율 주행 기능에 필요한 연산력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개수와 비용 역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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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상쇄 전략 자동화된 드론 군단부터 사이버 공간과 전자기파 스펙트럼 속에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전투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미래는 연산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미군은 이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선두 자리에 있지 못했다. 정교한 미사일과 모든 것을 감지하는 센서 덕분에 전 세계의 바다와 하늘에서 어느 누구도 미군에 필적할 수 없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전 세계의 국방부를 전율시켰던 충격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무력화했던 정밀 폭격은 세계 어느 군대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점은 베이징에 "심리적 핵 공격"과 다를 바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걸프전 이후 30년이 흘렀다. 중국은 첨단 기술 무기 체계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다. 마오쩌둥 시대에는 인민을 동원한 군대, 기술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군대에 대한 교조적 집착이 있었으나 그것을 버렸다. 미래의 싸움은 첨단 센서, 통신, 컴퓨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지금 중국은 첨단 전투 부대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p469)
베이징의 목표는 단순히 미국과 맞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미국의 우위를 "상쇄otset "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기를 원했다. 1970년대 미국이 소련에 맞서기 위해 창안했던 "상쇄 전략"을 중국이 미국에 맞서 구사하고자 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우위에 있는 무기류를 현장 배치했다. 중국의 정밀한 대함 미사일은 잠수함을 제외한 미국의 군함이 유사시 대만해협에 진입할 때 극도로 위험한 공격 수단이며, 미국의 해양력을 항구에 묶어 놓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새로운 방공 시스템air defense systems은 군사 분쟁 시 제공권을 장악하는 미국의 능력에 맞설 수 있다. 장거리 지상 공격용 미사일은 일본에서 괌까지 이어지는 미군 기지를 위협한다. 중국의 위성요격 무기는 미국의 통신과 GPS 네트워크를 작동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의 사이버전 역량이 아직 전장에서 확인된 적은 없으나, 중국은 미군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리고자 할 것이다. 전자기파 스펙트럼마저도 미래의 전장이다. 그곳에서 중국은 미국의 통신을 교란하고 감청 시스템을 속이면서 미군이 적군을 볼 수 없게 만들고 동맹과 소통하는 것도 차단하고자 할 것이다. (p470)
중국군이 이런 능력을 키워 나가게 된 것은 중국 군부 고위층이 품고 있던 생각 때문이었다. 그들은 앞으로의 전쟁이 단순히 "정보화 informationized"되는 차원을 넘어 "지능화 intelligentized" 할 것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을 무기 시스템에 적용한다는 뜻이 담긴 그다지 정제되지 않은 군사 용어다. 물론 연산력은 지난 50년 동안에도 군사력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군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다루어야 하는 1과 0의 양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수백만 배 넘게 늘어났다. 게다가 오늘날 미국은 확실한 도전자와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 또한 달랐다. 미사일 대 미사일의 숫자만 따지면 소련은 미국의 상대가 되었지만 소련의 컴퓨터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중국은 양쪽 모두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었다. 1과 0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결정적인 군사적 우위를 갖게 될 터였다. (p471)
군사용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살인 로봇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지만, 군사 체계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해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은 실로 광범위하다. 언제 어떤 기기를 수리해야 할지 AI를 통해 예상하고 미리 정비하는 예측 유지 보수Predictive maintenance는 이미 현장에서 비행기와 배를 수리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잠수함의 수중 음파 탐지, 인공위성이 보내는 영상 등을 AI로 식별하면 적의 위협을 더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새로운 무기 체계는 보다 빨리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움직이는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 폭탄과 미사일의 정확도가 이전에 비해 향상될 것이다. 자동 운항 수단이 하늘과 수면 아래, 육상을 누비며 수색하고 적을 식별하여 파괴할 것이다. "인공지능 무기" 같은 말을 들으면 대단한 혁명적 변화가 벌어질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발사 후 알아서 표적을 추적하는 자동유도 미사 일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무기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무기가 요구하는 연산력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p472)
중국이 인공지능으로 강화된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 "경쟁"은 단일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이 대목에서 냉전의 군사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최초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낸 나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 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AI 시스템에 대해 중국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지타운대학교의 벤 부캐넌Ben Buchanan은 AI를 제대로 다루려면, 데이터, 알고리즘, 연산력의 '세 기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중국은 그중 두 영역에서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고, 부족한 것은 오직 연산력뿐이다. (p472-473)
냉전의 승부는 미국 미사일의 유도 컴퓨터 주위를 도는 전자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싸움은 전자기파 스펙트럼 속에서 결판이 날 수 있다. 전자 센서와 통신 장비에 온 세상의 군대가 더욱 의존할수록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필요한 스펙트럼 공간에 접근하기 위한 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전시에 전자기파 스펙트럼이 어떻게 작동할지 단지 얼핏 보았을 뿐이다. 가령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핵 시설을 공습했을 때,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레이더를 교란하거나 해킹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시리아의 방공 시스템을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다양한 레이더와 신호 교란기를 동원하고 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보안을 고려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있을 때 방문지의 GPS 신호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DARPA는 GPS 신호나 인공위성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 항법 체계를 연구 중이다. GPS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미국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맞힐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p478)
워싱턴과 반도체 업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세계화라는 꿀단지를 끌어안고 단물을 마셔 왔다. 언론과 학자들 역시 세계화를 진짜로 "글로벌"한 것처럼 전달해 왔다. 기술 확산은 막을 수 없고, 다른 나라의 기술 역량이 발전하면 미국에 이익이 되며, 설령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기술의 진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식이었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화된 세상에서 일방적인 행위는 점점 더 무의미한 것이 된다"라고 오바마 정권의 반도체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정책은 기술의 확산 속도를 지연시킬 수는 있으나 그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 할 근거는 없었다. 그냥 그럴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계화"가 아니라 "대만화"였다. 기술은 확산되지 않았다. 대체 불가능한 한 줌의 기업이 독점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만 살펴봐도 세계화의 불가피성이란 틀린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미국의 기술 정책은 그 흔한 상투적 어구에 인질로 잡혀 버리고 말았다. 미국은 제조, 리소그래피, 그 외 다른 영역에서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우위를 헛되이 흘려보냈다. 경쟁의 주체는 기업이며 정부는 그저 평평한 운동장을 깔아 주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워싱턴이 빠져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경제학 교과서와 신문 칼럼에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그런 주장은 특히 아시아의 반도체 산업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미국의 관료들은 다른 나라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을 그저 무시해 버렸고, 그러는 사이 미국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p490-491)
실리콘밸리 사람들 중 다수가 트럼프를 미워하고 있었던 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대통령 후보로 나온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약속했다는 이유로 심각한 역풍을 감수해야 했다. "그 후 백악관 보좌관으로 영입된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의 경영진은 트럼프의 국내 정책을 못 본 척하려 했지만 트럼프는 조변석개하는 사람이었고 동맹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트위터로 관세 정책을 발표하는 이가 CEO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메시지는 트럼프 백악관에서 새어 나오는 이야기들과 너무도 상충되는 것이었다. 공개 석상에서 반도체 업계 CEO와 로비스트들은 새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여 무역 협정에 순응하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석에서 그들은 그런 접근법이 통할 리 없다고 인정하면서 국가 보조를 받는 중국의 경쟁 기업이 실리콘밸리가 가지고 있는 시장을 빼앗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국 시장 판매에 대한 반도체 업계 전반의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인텔 같은 칩 제조사, 퀄컴 같은 팹리스 설계 업체, 혹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장비 제조 업체 모두 마찬가지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어떤 경영자는 한 백악관 관료에게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했다. "우리의 근본 문제는 우리의 최대 고객이 우리의 최대 경쟁자라는 겁니다." (p496)
2018년 4월, 트럼프와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ZTE가 형량 거래를 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관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 보좌관의 전언에 따르면 트럼프의 상무부 장관인 윌버 로스Wilbur Ross는 이 사안을 "매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 로스는 2017년에 타결된 ZTE의 형량 거래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ZTE의 거래에 새로운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결정은 "거의 아무도 모르게" 상무부 내에서 전달되었다. 이 규제가 회복된다면 ZTE는 미국산 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물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고, 미국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ZTE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본인은 기술보다 무역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는 ZTE의 목을 졸라 버릴 수 있는 기회를 시진핑과의 협상 카드로 바라보았다. 중국 지도자들이 그런 방향의 거래를 제안하자 트럼프는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 소식을 트위터로 알렸다. ZTE가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 손실을 가져올" 것을 고려하여 ZTE를 살려둘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곧 ZTE는 다시 한 번 벌금을 내고 미국의 부품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워싱턴의 대중국 강경파는 재무부 장관인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같은 관료에게 트럼프가 놀아났다고 생각했다. 므누신은 트럼프에게 베이징과 화해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ZTE 대소동을 통해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테크 기업들 모두가 미국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한 관료의 표현처럼 그저 "우리가 경쟁하는 모든 것"의 "주춧돌" 정도가 아니었다. 그 자체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었다. (p49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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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헨리 패럴Henry Farrell과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Newman 이라는 두 미국인 학자가 "무기화된 상호 의존weaponized interdependence" 이라는 현상에 주목했다. 국제 정치와 경제 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전에 없이 얽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갈등이 해소되고 화합이 증진되기는커녕 상호 의존은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어 버리고 말았다. 여러 나라를 하나로 엮어 주는 네트워크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금융 분야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가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 이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들 학자가 볼 때 미국 정부가 무역과 자본 이동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세계화를 위협하며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트럼프 정부는 같은 사실을 보며 다른 결론에 도달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가진 특별한 힘을 기꺼이 무기화하기로 했다.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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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과열되면서 중국 정부가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흔히 제기되었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후 미국은 경쟁자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고 워싱턴이 과학과 기술에 돈을 쏟아붓게 된 일련의 사건들처럼, 이번에는 중국에서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이 스푸트니크급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중국의 기술 정책에 대한 가장 똑똑한 분석가 가운데 하나인 댄 왕Dan Wang은 미국의 규제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촉진함으로써, "기술 지배를 향한 베이징의 추구를 가속화"했다고 주장한다. 왕이 볼 때 미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가 없었다면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지금까지 해 왔던 산업 정책과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터였다. 정부가 상당한 액수의 헛돈만 쓰고 끝났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 덕분에 중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그보다 훨씬 큰 지원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p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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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은 반도체 부족을 공급망의 문제로 해석했다. 백악관은 250쪽에 달하는 연구 용역을 통해 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 취약성을 다루었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이 발생하게 된 주된 원인은 반도체 공급망 때문이 아니었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해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타격이 왔던 것처럼. 공급 측면의 혼란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칩을 생산하고 있었다. 반도체 시장조사 기관인 IC 인사이트IC Insights에 따르면 2021년 출고된 반도체는 총 1조1000억 개를 넘겼고, 이는 2020년 대비 13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 부족의 주요 원인은 공급 측면보다 수요 증가를 살펴보아야 할 일이었다. 새로운 PC, 5G 스마트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결국에는 우리가 연산력을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는 전 세계 정치인들이 반도체 공급망의 딜레마를 잘못 진단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가 코로나와 그로 인한 락다운에 잘못 대처했고, 그래서 생산이 지연되었다는 식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반도체 업계만큼 큰 탈 없이 코로나 기간을 통과한 업계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에서 도드라진 문제는 자동차 회사들 스스로가 겁에 질려 내린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다. 코로나 초기 반도체 주문을 너무 일찌감치 취소해 버린 그들은 적시공급생산방식 just-in-time을 택하고 있던 터라 보유 재고가 충분치 않았고 주문 실수를 무마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없었다.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 기간 동안 수 천억 달러가 넘는 매출 손실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가 공급망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재고해 볼 이유가 충분했다. 반면에 반도체 산업은 풍년을 맞았다.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0이라고 할 수는 없을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2020년대 초부터 벌어진 코로나 충격에 비할 만한 일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 와중에도 반도체 생산은 2020년과 2021년 확연히 상승했다. 이는 다국가적 공급망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공급망은 잘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p53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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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최근 <포어페어스>를 통해 대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대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실리콘 방패'이며 국제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독재 정권의 공격적 시도에 맞설 수 있게 해 준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 상황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아닐 수 없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만의 방위를 보다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이 대만에 집중되는 것은 세계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으며, "실리콘 방패"가 중국을 막지 못한다면 그 위험은 현실이 될 것이다.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대만인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낮다(45퍼센트) 혹은 불가능하다(17퍼센트)고 보고 있었다. 전쟁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지난 50년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p553-554)
연산력을 만들어 내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과제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이 단지 과학이나 엔지니어링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시장을 만났을 때에만 발전 가능하다. 반도체의 역사는 반도체 판매, 마케팅, 공급망 관리, 원가 절감의 역사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사업가들이 아니었다면 ���생할 수도 없었다. 밥 노이스는 MIT에서 공부한 물리학자였지만 사업가로서 큰 업적을 남겼다. 그때까지 존재하지도 않았던 제품을 만들고 시장까지 개척해 냈던 것이다. 고든 무어가 그 유명한 1965년 기고문에서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페어차일드반도체는 "집적회로에 더 많은 부품을 우겨넣는" 능력을 지닌 회사였지만, 그것은 그 회사가 보유한 물리학자나 화학자들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의 효율을 추구하며 몰아붙이는 찰리 스포크 같은 이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도체 팹은 노조 없이 운영되었고 대신에 직원에게 스톡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거침없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오늘날 트랜지스터의 개당 가격은 1958년과 비교해 볼 때 100만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안타깝게도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한 페어차일드 직원이 퇴사 설문조사에 남긴 말에서 우리는 그런 발전이 가능했던 이유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나는 ・・・ 부자가・・・ 되고 ・・・ 싶다." (p559-560)
무어의 법칙의 종말에 대한 모든 이야기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오늘날 반도체 산업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AI 알고리즘에 특화된 칩을 설계하는 스타트업들은 지난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모두가 차세대 엔비디아가 되는 꿈을 품고 있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 그 외 많은 빅테크 기업은 이제 엄청난 돈을 들여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있다. 혁신을 이루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증거는 단연컨대 찾아볼 수가 없다. 무어의 법칙을 옹호하는 최고의 주장은 이렇다. 무어의 법칙은 특화된 목적의 칩이 나오면서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개별 기업이 칩을 설계하고 있는데, 이는 인텔이 "범용 목적"의 연산력을 제공하기 위한 칩을 만들고 있었고 다른 회사는 그 칩의 성능 향상에 기대야만 했던 지난 반세기의 경향과 분명히 다른 것이다. 닐 톰슨Neil Thompson과 스벤야 스파누스svenja Spanuth라는 MIT의 두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우리는 "범용 목적 컴퓨터 기술의 끝"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컴퓨터 사용이 "강력한 전용 칩에서 작동하는 '추월차선' 애플리케이션과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범용 목적 칩을 사용하는 '일반 차선' 애플리케이션"의 두 가지 종류로 양분될 것이라 보고 있다. (p563)
또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일이 더욱 쉬워졌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하나의 기기에 단일한 프로세서 칩이 탑재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여러 개의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어떤 칩은 전반적인 용도로 사용되지만, 카메라 같은 특수 목적을 위해 최적화된 프로세서도 존재한다.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 출현하면서 칩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전자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기기에서 요구되는 연산에 따라 혹은 비용에 맞춰 특정 칩을 넣거나 빼는 일 또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대형 칩 제조사들은 그들이 만든 칩이 어떤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어디에 쓰일지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니 고든 무어가 처음 예상했던 바로 그 방식 그대로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했느냐 여부는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칩 하나에 올라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말 그대로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는지 여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하나의 칩에 담길 수 있는 연산력이 늘어나고 있는지, 그러면서 비용 효율성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한계에 도달했을까? 수백억 달러의 연구비를 쓰는 수천여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다. (p565)
<'마법'의 기술,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그려 보려면_노정태>
21세기, 우리 인류는 어쩌다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까?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쥐고 다닐 만큼 첨단 반도체가 흔한 세상에 살게 된 건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나무에서 내려와 사바나 평원에 선 유인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끝없이 전쟁을 해 왔다. 그 모든 전쟁은 결국 단 하나의 실력으로 판가름 났다. 누가 상대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정확하게 무언가를 던져서 목표를 맞출 수 있는가다. 선사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단 하나의 규칙이다. 상대보다 나은 투척 능력을 가진 자는 적이 다가오기 전에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날카로운 이빨도 강한 근육도 없는 호모 사피엔스가 자신들보다 큰 거의 모든 대평 포유류를 멸종시킬 수 있었던 것은 돌과 창을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p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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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만의 TSMC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의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가 없으면 TSMC는 애플의 최신 칩을 만들 수 없다. ASML은 미국의 사이머, 독일의 트럼프와 자이스의 핵심 부품에 의존한다. 이토록 촘촘하고 정교한 글로벌 공급사슬 덕분에 우리는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 기술을 영위하며 살 수 있다. 반도체 국수주의는 위험천만할 뿐 아니라 어리석은 발상이다.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 외 수많은 반도체 기업 또한 글로벌 공급사슬의 일부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죽창가'를 부르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고 해서 '소재, 부품, 장비 독립'을 이룰 수는 없다. 그러한 시도가 무망하다는 것은 기술 수준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낮았던 1970년대, 마오쩌둥의 권력욕이 빚어낸 문화혁명을 겪은 중국이 이미 처참한 실패로 증명한 바 있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잘못된 산업, 외교, 안보 정책 등으로 인해 스스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망가뜨리고, 그렇게 생긴 시장의 빈틈을 일본, 미국,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이 가져갈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 <칩 워>가 다양한 각도로 촘촘하게 서술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한 걸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578)
- 크리스 밀러 , ' 칩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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