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읽지도않았는데왜다읽은것같지?
handyup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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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itocracy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나름 화제다. 그런데 가만보면, 의외로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능력/성과주의를 옹호하는 축이다. 공부와 시험이 구분되지 않는, 그래서 공교육도 결국 대입을 위한 관문일 뿐이고, 대학 입학 후에도 취직을 위해선 학점/스펙 관리를 위해 수량화된 점수를 따야만 하는 나라에선 그게 어쩌면 당연한 인식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법시험 출신인 나도 어떤 면에서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사법시험이라는 시스템은 그래도 결국 스스로 시험에 붙고선 연수원을 수료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시스템이었고, 더구나 그 시험들 이라는게 단순히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압도적인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도하게 어려웠던 시험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그런 시스템하에선 아부지가 뭐하는 사람이건, 집에 얼마나 많은 돈을 쌓아놓고 살아가든 상관없이, 다같이 죽고 살기로 덤비는 경쟁자들을 스스로의 힘을 제끼지 않으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면에선 살벌하게 공정하긴 했으니까
하지만 인간을 숫자로 치환하는 건 불가능하고,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인간과 세상을 왜곡함으로써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해로운 일이다. 능력/성과주의는 불가능한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 거짓된 기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평가하고/평가받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생존을 위한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 일테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 - 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늦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그래서 대안이 뭐냐고? 그걸 같이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름 자기 딴에는 비판이랍시고,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만 짧게 덧붙이자면, 지금의 개인주의-자유주의-자본주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의 지배적인 사회시스템은 1400년대 종교개혁 시점부터 시작해서 500년이 지난, 1900년대에 후반부에가서야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안정화가 된 지 겨우 30여년 남짓 밖에 안 되었다. 물론 세상의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는 있다지만, 능력/성과주의에 대한 올바른 대안은 어쩌면 우리 세대는 알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생성된 모든 것은 스러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대안없는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 이 시스템 역시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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