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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자 친구
내 모교 모처의 잔디 광장. 구름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명의 달을 가렸던 밤. 야밤에 주류 대신 생과일 주스. 솔져 님, 땅술 조준경 뷁이에요. 오늘 너 친구 안 같았어. 11 월 11 일에 나랑 사귀어 줘.
러닝 내내 팔짱만 끼고 봤던 원스. 다 먹여야 한다고 일갈하던 초밥 플레이트. 땅에 꽁초 투기해서 미안해. 스푼 없이 어떻게 먹으라는지 의뭉스러웠던 커피스미스. 나는 신촌 오면 술집이랑 노래방만 전전했었나 봐. 알만하다. 안마 카페 신화의 시작. 뺀찌 한 번 먹고 발견한 칵테일 바. 예거밤 더럽게 구렸었지. 여기 유플렉스 출구로 들어가면 더 가깝다. 춥잖아. 발군의 시바 전시회. 담배 케이스랑 목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
맥주 전문점에서 또 소프트 드링크 드시는 요정의 현신.
비 오는 익선동. 저희도 커플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사귀고 있었어요. 너 목소리 존나 귀여운 거 아냐. 삼청동 경사 개급하다. 일시 폐점이었던 목욕탕 파스타, 생각보다 준수했던 타이거 커리. 예경 씨는 지금 만나고 있는 분이랑 결혼하게 되실 것 같네요. 바람기는 없어 보여요. 노점상 호떡을 미슐랭 쓰리 스타보다 잘 먹는 애. 목화가 나보다 좋았던 거야.
지나치게 바빠서 입도 못 댔던 핫 초콜릿. 케이블 고쳐 달라고 하지 마라. 야밤의 종각. 처음 먹어 봤던 대창. 막창이었던가. 소맥 만취로 신설동 오피스텔 무단 점거 후 질질 짜기. 수상 소감과 오르골과 니 어깨에 묻힐 수 있는 음주의 저력을 사랑하게 된 계기.
우리 영화 대학로 아니고 왕십리지. 진상 기사님으로 서울 종단. 니가 환불한 나초가 내 마음에 여전히 걸려 있다. 역 근처 배회하다가 또 칵테일 바. 내 블루베리 사워는 맛이 아니라 데코를 위한 거였나 봐.
그래서 혜화를 데이트 장소로 픽스.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언제부터 신파물이었냐.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 인형이 서프라이즈였고. 텐바이텐에서 예쁜 컵 초이스만 했었네. 이때 처음으로 같이 본 첫눈. 먼저 보내고 발걸음이 무거워서 택시 잡는 게 여의치 않았던 날.
기어이 크리스마스. 장미 한 송이, 타이레놀이랑 에비앙, 쉬어 매드니스, 프로즌 콘셉트 비스트로에서 멋진 퀴진, 소규모 책방에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서적, 네온문, 첫 커플룩이 파자마, 한 피스도 못 끝낸 치즈 케이크, 신라 스테이 디럭스 시티 뷰, 닭발, 괴랄한 공포 영화, 이튿날 사보텐과 슬리퍼 귀가.
동묘앞 스타벅스에서 콜드컵이랑 코스터 빌미로 재회 꾀하기. 도치피자에 태극당 일품이지. 그리고 나 병아리 아니거든. 담배 안 피울게. 약속해.
너랑 있는 게 중요해. 니가 만들어 준 딸기 스무디라 일품인 거야. 멘탈 나가리나 띄우지 마시든가. 어깨 기대기 상습범. 카리브 그레이. 코코 못 보고 토이저러스 탐험. 이거 사 줄까. 이건. 한사토이 사랑하는 취향. 4 년 후에 결혼해 달라니까 알겠다며. 가수왕 아무개보다 내가 더 낫다며. 이게 쫑일 줄 알았으면 뽀뽀 한 번은 하고 보냈을 거다.
어쩌면 나는 너라는 여자를 정말로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보통은 그 순간의 그 사람보다 그 순간에 그 사람을 대했던 그때의 나를 그리워한다는데, 내가 그리운 건 조금 낮은 높이에서 잡히는 니 손이나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내 어깨에 기대던 니 고개나 날 빤히 보던 니 시선이나 익숙한 니 구두나 니가 아낀다던 스웨터나 웃을 때 니 입꼬리가 그리는 호선이나 니 사소한 말버릇 같은 거라서.
하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거겠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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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 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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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복은 너무 연약해서 잠시만 틈을 돌려도 깨져 버릴 것 같다. 불가피한 기우의 연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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