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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보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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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mis2-blog · 8 years ago
Quote
Sadly, the only way some people will learn to appreciate you is by losing you.
Anonymous   (via wordsnquotes)
“슬프게도, 어떤 사람들은 너를 잃고나서야 너에게 감사하는 방법을 배우곤 해.”
“슬프게도, 어떤 사람들이 너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유일한 길은 너를 잃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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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mis2-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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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_ 2월
2XXX. 02. 10
창밖에 눈이 날린다. 훈훈한 방 공기 때문에 창에 김이 서리는 것 같아 보일러를 껐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하얀 눈이다. 조금 쌀쌀해도 그녀가 좋아했으니 더 잘 보고 싶었다. 아직, 옆에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더더욱. 분명 나에게 눈 좀 보게 보일러를 끄라고 했을테니까. 따뜻한 홍차 한잔 타와서 너와 함께 보고 싶은데, 왜 같이 안가고 먼저 갔을까? 뭐가 그렇게 급해서. 
2XXX. 02.13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몸은 괜찮으시냐, 정말 같이 와서 살지 않으실거냐, 왜 고집을 부리시냐 타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이 집을 떠나고 싶진 않다. 더이상 집을 돌보지 못할게 아니라면 난 이곳에서 죽고 싶다.
2XXX. 02. 17
그녀와 하던대로 천천히 집 마당을 돌았다. 어딘가 부서진 곳은 없는지, 또 동네 장난꾸러기들이 낙서를 하진 않았는지 하나씩 살폈다. 네가 없어도 너와 함께했던 일상을 지키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도로와 맞닿아 있는 뒷마당의 쓰레기통 옆을 보기 전까진.
 처음엔 노숙자가 자리를 잘못 선택했나 했다. 왜 하필 우리집 쓰레기통 옆인가 했지만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돌아서려는데 소리가 들렸다. 꽤 젊은 남자 목소리였다. 저기요 하고 나를 부르기만 하고 움직이 없길래 다가가니 눈만 깜빡이며 나를 보기만 하고 그 이상의 말은 잇질 않았다. 이곳저곳 살펴보니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 몸의 일부분들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진게 아무래도 차에 치인 것 같았다. 무시하고 들어가기엔 너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단 그 젊은이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혔다. 충전 콘센트 쪽을 확인해보니 ��퍼봇 5였다. 6가 나온지도 꽤 시간이 지났으니, 아마 구형이라고 버림받았거나 차에 치여서 더이상 못 쓸 것 같아서 버려졌겠지 싶다. 앉혀놓고 보니 일부분만 손보면 될 것 같은데, 못된 사람들 같으니라고. 필요한 장비를 사올 때까지는 그냥 둬야겠다. 내가 꼭 고쳐줄게, 젊은이.
2XXX. 02.18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장비들을 사왔다. 평범한 일상과 다른 루틴은 오랜만이어서인지 생소하기까지 했다. 나는 왜 저 로봇을 버려두지 않은걸까. 고쳐서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그래도 일단, 그냥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먼저 충전기를 꽂았다. 녹색으로 불이 들어와 일단 안심하고 매뉴얼을 찾아보았다. 매뉴얼과 장비를 챙겨 뒤돌았던 그 순간은 아마 한동안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로렌과 약속했었다. 우리, 헬퍼봇은 사용하지 말자고. 세상이 아무리 편리해지고 로봇이 감정을 흉내내는 것 같더라도 나는 굳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그들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고.
뒤돌았을 때, 로봇은 울고 있었다. 헬퍼봇에게 우는 기능도 있었던가를 아무리 고민해봐도 써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다. 아마 ‘공감 능력을 만들어주기 위한 몇가지 기능’에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의자에 앉은 채로 미동도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로봇을 보니 내가 괜한 짓을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 일단 테이블 옆에 놓여있던 노란 우비를 덮어주었다. 머리 위로 푹 씌워주고 나니 우는 젊은 로봇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저 그의 허벅지 위로 떨어지는 눈물방울만 보일 뿐이었다. 때이른 봄비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단 그의 부서진 곳들을 고치는 데 집중했다. 하루 이틀 안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방 안엔 오직 다친 곳을 고치는 기계 소리와 낡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듀크 엘링턴의 노래만 가득차있었다. 하필 노래는 그 노래일 게 뭐람. 더 슬프게. 평소엔 좋아했지만 오늘만큼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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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XX. 02. 21
 생각보다 그를 고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매일 한 두시간씩 그를 고쳐주려 노력하지만, 아직 나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나도 마치 늘 해왔던 일상인 것처럼 그를 고치는 시간을 나의 생활에 끼워넣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굳이 말을 걸지도, 캐묻지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할테지. 
2XXX.02.23
 오���은 그 젊은 로봇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예요?” 하고. 나는 고치는 것에 열중하다 무심결에 “제임스.”라고 말하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의 무릎 나사가 잘 안 들어가서 낑낑거리던 찰나였다. 나사는 떨어졌고, 그와 내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 이름을 한동안 입에서 굴리더니 허공으로 말을 뱉었다.
 “제임스. 고마워요. 도움을 주는 게 제 본분인데 만난 이후로 도움을 받기만 했네요.”
 도움을 주는 게 본분이라는 단어가 너무 서글프게 방안을 떠돌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말이 없다가 긴 침묵을 끝내고 로봇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임스, 전 버림받았어요. 내 주인은 나에게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고 말했죠. 그리곤, 차에 태워 멀리 나와선 그 차로 날 받았어요. 그리곤 정말 고철을 버리듯 쓰레기통 옆에 날 버렸어요. 그냥 그대로 배터리가 꺼질 때까지  쓸모없는 쓰레기가 된 채로 움직이지 않으려 했어요. 근데 당신이 왔고, 나는 당신을 불렀어요. 왜 당신을 불렀을까요? 더 이상 도움이 될 수 없는 쓰레기가. 왜.”
 로봇은 더이상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우비모자 아래로 쏟아지던 봄비가 보였다. 왜, 감정을 줄거면 행복하고 좋은 감정만 주지 쓸데없이 인간이랑 더욱 비슷한 감정을 줬을까. 그냥 필요에 의해 쓰다가 버릴 고철처럼 여길거라면 어째서, 이들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어 한참을 가만히 그의 무릎을 만졌다. 다시 나사를 들고 조이려 낑낑대면서. 
 “있지, 자네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
 한참만에 겨우 그에게 말했다. 그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로봇인데도 사람처럼 믿지 않는 기색이라는 게 느껴져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 봐. 자네 덕분에 웃잖아. 로렌이 떠나고 나서 웃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고마워.”
내가 고맙다고 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천만에요!”라고 큰 소리로 외쳐 나는 정말 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로렌, 네가 떠나고 처음으로 난 사람처럼 웃었어. 그는 헬퍼봇에게 내장된 기능이라며 멋쩍어 했지만 나는 그를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정말 고마웠어. 보고싶다.
2XXX.02.27
 그는, 자신의 이름을 묻는 나에게 전주인이 이름을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여전히 아픈 것 같다. 몸은 다 고쳤지만, 다친 마음이 아픈 사람처럼 그는 가끔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쓸쓸함을 두르고 있다. 로봇도, 마음이 있는걸까? 아플 수 있는걸까? 그가 흘리던 눈물이 뇌리에 아직 남아 있어 안타깝다. 사람은 잊을수라도 있지만, 로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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