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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발해 달라고. 실망하지 않게.”

그렇게 유유자적 앉아 있던 프리먼에게 급보가 전해졌다.

“광군주가 워싱턴 외곽을 돌파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프리먼은 여유로웠다.

“벌써? 생각보다 빨리 왔네.”

하지만 급보는 잇따라 거의 동시적으로 들어왔다.

“광군주가 워싱턴에 진입했습니다!”

“백악관으로 곧장 진입합니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군주님, 피신해야 합니다!”

프리먼은 당황하고 말았다.

“뭐…… 뭐야?”

그리고……

화르륵!

프리먼이 막 떠날 채비를 하던 지하 벙커로 햇볕이 들어왔다.

후드득, 재가 떨어진다. 금속조차 녹지 않고 통째로 타서 재와 연기가 되었다. 핵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한 벙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경지에 이른 카르마 능력 앞에 물리적인 방호력은 의미가 없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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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까지만 해.”

프리먼이 손을 내젓자 경호실장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꺼으…… 히윽…….”

얼굴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애를 쓰며 말을 꺼내 보지만 목이 졸린 사람처럼 목소리가 똑바로 나오질 않는다.

“아…… 그래도 대통령 경호실장이라고 4성 능력치가 하나는 되는 건가? 꽤 까다롭네.”

프리먼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댄 상태로 손을 휙휙 흔들었다.

그러자 프리먼에게 포섭된 경호원들과 정부 각료들이 경호실장의 몸 곳곳에 칼을 박아 넣는다.

키리릭! 키릭!

높은 내구 수치를 가진 경호실장의 몸에선 금속음이 들리지만, 카르마 칼날까지 덧입힌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팔이 떨어지고 다리가 떨어지고 조각조각 난 몸이 안보회의실 바닥을 더럽혔다. 그렇게 곳곳에 시체가 쓰레기처럼 피 웅덩이에 뒹굴고 있었다. 반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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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군주 프리먼은 판단이 아주 빠른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도 실수를 한다. 최혁이 센트럴파크의 포위망을 뚫고 워싱턴으로 진격 중이라는 보고를 들었을 때 곧바로 피신하지 않았던 것처럼.

물론 그때 그는 좀 바빴다.

“미안. 대통령 각하.”

“커…… 커어…….”

미국의 대통령 프랭크는 본인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안보 회의실, 백악관 내 지하 벙커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

“프리먼……!”

분노에 찬 경호실장. 그는 미국에서 소문난 고수였지만, 지금은 손끝 하나 까딱이지 못하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서 선 채로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이 개만도 못한 배신자! 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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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백악관까지의 거리는 약 360km. 최혁은 그 거리를 30분 내로 주파할 작정이었다.

최혁이 지나가고 광전사들이 뒷정리를 한다.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퇴로 확보해야 돼! 현성이랑 수호자님, 포반장님은 여기 남고 추영진 이진희는 따라와!”

백서인이 지시했다. 1만을 좀 넘는 광전사 중 8천여 명은 뉴욕에 남아 미군들을 확실히 패주시킨다. 나머지 2천여 명의 정예들은 최혁의 뒤를 따라 워싱턴으로 질주한다.

최혁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퇴로를 닦아 줄 광전사들의 존재는 필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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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에게 시선이 쏠렸던 미군은 광전사들의 돌격에 맥없이 휩쓸려 버렸다.

미군의 전술은 1성 수준의 날렵한 각성자들이 강력한 총화기로 적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것. 그런 만큼 아무 피해를 입지 않은 광전사들이 근거리로 뛰어드는 걸 허용한 순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살이 끓는 유증기에 진저리를 치기도 전에, 축축한 피가 땅을 적시고 대기에 스민다. 광전사들은 한 치의 자비도 없었다. 그들의 자비는 역설적으로 가능한 한 큰 공포를 주는 것이었다. 보고 떨어라. 두려워하며 도망쳐라. 도망치지 않으며 반드시 죽는다. 그런 확신을 새겨 준다. 그래서 지구 끝까지 도망쳐 다시는 칼을 들지 못하게 한다. 그게 그들의 자비였다.

찢어진다. 하나의 군인이 찢어지는가 싶었는데 분대가 찢긴다. 소대가, 아니 중대가 도륙 난다. 연대가 패퇴한다. 미국이 패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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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리릭 카앙!포식자의 검이 몸을 뒤틀며 검집을 빠져나왔다.최혁은 눈을 한차례 깜빡이곤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머릿속엔 광대 군주 프리먼의 위치가 생생하게 떠올랐다.“막아!”

1선이 무너졌지만 2선도, 3선도 있다. 하지만…….

“저걸 어떻게 막아…….”

선홍색 불길이 모든 걸 살라 먹는다. 보병연대가 혼란에 빠진다. 포병연대는 무력하다. 기갑여단이 와해된다. 특수전여단은 전멸한다. 삼엄한 포위가 무주공산이 되어 간다.

그리고 광전사들이 최혁의 뒤를 이어 포탈을 빠져나왔다. 혼란에 혼란을 더했다. 각 조 조장들이 지시하고 단장들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밀어내! 밀어내! 공간 확보해!”

“확실히 조져! 퇴로를 든든히 한다!”  “봐주지 말고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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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은 짧았다. 일선 지휘관들은 곧 최고 수준의 위험인물이 포탈을 넘어왔음을 인지한다.

“Fire!”

최혁이 포탈을 넘어오고 3초가 지나기도 전에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사전에 하달된 교전 수칙에 따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3초는 지나치게 늦은 시간이었다. 아니, 0.03초든 3초든 애초에 최혁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시간이었다.

빗발치는 총탄도, 포탄도, 소위 ‘마법사’라 불리는 개척자들의 원거리 카르마 공격도, 모두……

“염익난무.”

최혁이 뇌까림과 함께 한 줌 재가 되었다.

‘선홍색 불길이 선명하게 사위를 핥는다.’는 표현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포위망을 형성한 1선의 군인들이 선 채로 횃불이 된다. 일말의 자비도 없는 압살.

천사의 깃털처럼 나부끼는 핏빛 불꽃들. 허공을 사르고 공포에 질린 동공과 입이 벌어져 시커멓게 드러난 목구멍을 살라 먹는다. 허망한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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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의 개척지는 뉴욕 센트럴 파크 중앙의 포탈과 이어졌다.

미군들은 센트럴 파크 전역을 폐쇄하고 포위했다. 보병연대, 포병연대, 기갑여단, 기계화 보병여단, 특수전여단 등등 수만 명에 이르는 병력들이 집결했다. 동시에 그들은 각성자였다. 병력 대부분은 1성 수준의 각성자였지만 그들의 무장은 3성급은 몰라도 2성급 개척자는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화력을 지녔다.

광전사들과의 전면전을 상정한 경계 태세. 그래도 수뇌부들은 설마 광전사들이 포탈을 넘어오는 미친 짓을 벌일 것이라는 판단은 하지 않았다. 만일을 대비한 경계 태세였을 뿐이었다.

때문에 잠잠하던 포탈을 통해 누군가가 넘어왔을 때, 미군들은 그가 뒤늦게 탈출한 아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검은 머리에 당당한 키, 탄력 넘치는 신체를 지닌 그는, 요즘 가장 유명한 누군가를 지나치게 닮아 있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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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2주 전부터 그 마을과 연락이 끊어졌 는 거야. 게다가  최근 에스트발데 근처를 지나던 원정대 셋이 좀비와 해골 기사 무리로부터 약간의 피해를 입었다더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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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오래 전에 농부들을 이주시킨 곳이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론디움과 갈라 디움 사이를 오가는 원정대들이 잠시 들러 쉬고 가기엔 적당한 곳이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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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누스가 묻자 라미네즈가 대신 대답했다.

 "에스트발데 속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어. 로한이 에스트발데  개척을 염두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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