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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누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생각의 방향이 반드시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생각의 방향이 경직된 사고에 갇혀버렸을 때 그 결과는 옳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변질된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너무 단단해져서 옳고 그름에 관한 선명한 잣대를 나만이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타인을 심판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괴물이 되기 마련이다. ”
설거지 마지막 칼럼
작년 말에 발행된 글인데 여기에는 너무 늦게 업데이트 합니다. 한겨레 연재는 끝냈고 조금 쉬었다가 다른 연재 시작합니다.
한겨레 허지웅의 설거지) 마지막 칼럼
얼마 전 홍석천 형을 행사장에서 만났다. 누군가와 사소하게 함께했던 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 형을 떠올리면 같이 방송을 하던 시절 녹화 전에 나누어 피웠던 담배가 생각난다. 지금은 둘 다 연초를 끊었고 조금씩 늙었다.
연말을 맞아 연인이 없는 솔로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강연회였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굉장히 잔인한 표현 같은데 실제 취지가 그러했고 흔히 상상할 법한 그림과는 달리 행사장 분위기도 흥겹기 짝이 없었다. 같이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앞에 두고 잡담을 나누었다.
나는 사실 <마녀사냥> 초반 때만 하더라도 홍석천 형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었다. 녹화 중에 형이 이야기를 할 때는 싫은 내색을 노골적으로 비추었다. 몇 번은 크게 싸울 뻔도 했다. 한번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말리는 가운데 형이 “쟤는 호모포비아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고 내가 “형을 싫어하는 걸 호모포비아로 생각하는 건 대단한 자의식 과잉”이라고 응수한 일도 있다.
형의 예능 캐릭터 때문이었다. 형은 커밍아웃을 한 게이 방송인이라는 흔치 않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게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형이 이성애자 남자 출연자들에게 쉽게 추파를 던지거나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게이 농담을 할 때면 그걸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형의 그런 모습이 성소수자에 관한 편견과 오해를 거꾸로 강화시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늘 하던 그거 그만하고 이제 좀 다른 걸 보여주길 바랬다. 형이 이성애자 남자 출연자에게 키스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큰 한숨을 내쉬며 호모포비아들의 행동이나 형의 캐릭터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신경질을 냈다.
생각이 바뀌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형의 모습이 성소수자들에 관한 편견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형을 친근하게 생각했다. 나아가 성소수자 문제에 관해서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게 된 것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나는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틀리고 형이 옳았다. 내가 한 건 성소수자라는 문제의 벽을 더욱 두텁게 쌓아올린 것이었고 형이 한 건 그 벽을 부순 것이었다. 나는 실수를 빨리 인정하는 편이다. 그 뒤로 나는 형의 말을 잘 듣는 동생이 되었다.
이 일은 내게 여러모로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생각의 방향이 반드시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생각의 방향이 경직된 사고에 갇혀버렸을 때 그 결과는 옳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변질된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너무 단단해져서 옳고 그름에 관한 선명한 잣대를 나만이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타인을 심판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괴물이 되기 마련이다.
내가 그런 가능성에 대해 몰랐던 것이 아니다. 나는 늘 옳고 그름에 관해 저 홀로 알고 있는 것처럼 오만하게 구는 행위를 경계해왔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실수를 했고, 그래서 내심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경직된 사고에 갇혀 있는 사람은, 자기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행사날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나는 이 형에게 의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번 더 놀라게 되었다. 역시 <마녀사냥> 출연 당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여기 앞서 쓴대로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형을 싫어했지만, 결국 내가 틀렸고 형이 옳았다는 내 이야기가 막 끝��� 참이었다.
갑자기 형이 프로그램 초반에 나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마녀사냥>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출연자들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언론이나 여론의 관심이 내게 쏟아지자 형은 어쩔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괴롭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내가 누군가에게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질투를 느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질투를 느끼는 사람을 실제 만나더라도 당신의 질투는 근거가 없는 오해일 뿐이다, 당신이 질투를 느끼는 건 실제의 내가 아니라 당신 머릿속에 있는 가상의 나일 뿐이다, 라고 내심 생각하며 넘어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 질투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내가 질투를 살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걸 일종의 겸손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질투를 살만한 사람이 아니고 너는 뭘 모르는 거고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내가 겸손한 사람이 되지 못하게 방해해왔다.
나는 오래 전부터 행복하지 않으면 패배자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인증하고 전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어리석어 보였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감추지 않고 말하는 건 그런 사람들에 대한 반발심이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반발심 때문에 행복에 중독된 사람들만큼이나 어느 순간 불행에 중독되고 종속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존감의 배경이 불행이라는 건 웃기고 슬픈 일이다.
언젠가부터 글로 풀어 써내지 않으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아챌 수 없었던 것 같다. 글로 쓰면 늘 명확해졌다. 언제나 경계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옳고 그름의 문제와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해버린 일. 그리고 타인의 질투마저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불행을 자신하는 오만함. 머릿속에서는 둘 다 내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일이지만 결국 이 또한 나였다. 자기 삶을 현명하게 운영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란 도대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가. 글을 쓰지 않고서는 이 마저도 유지해나갈 수 없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이 지면에 내 이야기를 채워왔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매번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건, 내가 나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다. 부디 우리 모두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먼발치에서 남처럼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그런 한해가 되기를.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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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
나는 생각보다 너를 훨씬 더 좋아한단다
니가 나를 떠나면 슬프겠지만
동시에 마음이 편할거야
이런 맥락의 말을 들었는데 바로 적어둘 걸.. 그 느낌이 되살아나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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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강간에 관하여-2
2. 새벽에 너무 잠이 오지 않아 대숲에 글을 썼다.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두서없이 마구 적어내려갔다. 헤어진지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전남친과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다.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선배, 동기, 후배들이 뭐 저런 쓰레기가 다 있냐며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눌렀더라.
헤어지는 날까지 화도 한 번 제대로 못내고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인식도 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다. 동아리에서, 봉사단에서, 과 건물에서, 같은 수업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더 끔찍하다. 본인은 스스로가 굉장히 좋은 남자라 믿고 있는 걸 보면 기가찬다.
이런걸 보면 신은 없다. 아니면 걔도 싸이코거나. 저런 개새끼에게 천벌을 내릴 깜냥이 안되면 자진사퇴했으면 좋겠다.
3. 대놓고 뒤집어 엎을 용기가 없는 내가 머저리인가 싶다가도 돈도 빽도 증거도 없는 내가 대기업 임원 아버지와 변호사 삼촌을 둔 그 사람을 어떻게 이길건가 싶어 허탈하다. 무엇보다 일을 키움으로써 나에게 쏟아질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견딜 자신이 없다..
4. 사실 저 글을 쓰기 전 정말 크게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 털어놨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과동아리에서 복학생 선배를 사귄 친구다. 연애 초 빠른 스킨쉽에 대해 잠시 서로의 고민을 털어놨던 친구이기도 하다. 둘 다 그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정말 기가막혔던건 이 친구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거다. 사람들에게 ‘니가 이상한 거야’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겁이나 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 헤어지고 나서야 문제를 깨달은 것이다. 심지어 그 선배는 사랑니를 뽑은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내 친구에게 입으로 빨아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친새끼.
난 내가 재수가 없어서 개자식을 만난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엔 구역질나는 새끼들이 너무 많고 또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 진심으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미워했던 적이 없었다. 
선천적 호구라 누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해도 매번 그 사람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일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그게 얼마나 병신같은 짓인지 알게됐다.
누가 나에게 빅엿을 준다면 더 큰 빅엿을 그새끼 목구멍에 쑤셔넣을 수 있는 사람이 될거다.
6.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스스로가 괴로워진다는 말의 뜻을 알게됐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분노의 구덩이에서 벗어날거다. 내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 돼서 존나 잘 먹고 잘 살거다.
울지 않고 이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그 새끼 싸대기 한대는 꼭 때리고 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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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강간에 관하여-1
1. 경희숲_20355
학우분들은 저처럼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셨으면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15학번인 저는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 선배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어른스러운 모습에 끌려 사귀기 시작했지만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너무 빠른 스킨쉽에 저는 당혹스러웠습니다. 몇번이고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그는 제가 그냥 '튕기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귄지 한달정도 됐을 무렵부터 그는 관계를 원했고 저의 거부로 인해 몇번의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혼전순결주의자도 아니면서 왜 관계를 거부하냐, 자신은 이것이 더 깊은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화난 어조로 말했고 저는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이르다, 거부감이 드는걸 어떡하냐고 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자존감이 낮고 소심했던 저는 이별이 무서워 화도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너무 당당한 그의 모습에 심지어 '이 문제만 제외하곤 정말 좋은 사람인데 내가 이해를 못해주는게 잘못인가'하는 고민까지 했습니다.
제가 얹혀살던 친적집 가족들이 주말여행을 갔던 날이었습니다. 간만에 밤에 놀 수 있게되어 저녁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그 사람과 심야영화나 볼 생각으로 그와 저희 동네에서 만났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늦었고 집도 비었는데 자고가면 안되냐고 물었고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 저는 조금 망설이다 알겠다고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자고가는 것과 그 사람이 생각했던 자고가는 것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동네에서 놀자고 했을때부터 너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거 아니냐, 이제와서 모르는척 하지 말라며 화를냈고 당황한 저는 울며 오빠가 그런 생각으로 온 줄 몰랐다, 난 정말 싫은데 이해해주면 안되냐 물었습니다. 그는 그럼 됐다고 말하며 마치 관계가 없으면 헤어질 것처럼 굴었고 몇번의 언쟁끝에 그날 결국 관계를 가졌습니다. 저는 너무 아프고 혼란스러웠는데 그 사람은 언제 화를 냈냐는듯 웃으며 자신이 제 처음이라 좋고 군대에 가기 전에 자기의 것이라 도장을 찍어둔 것 같아 좋다고 말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구역질이 나는 언사인데도 그때의 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울기만 했습니다.
그 뒤로 그는 스킨쉽에 후진이 어딨냐, 니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거다 하다 보면 좋아질거다 등등의 얘기를 하며 관계를 강요했고 제가 거부의사를 표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처음에 제대로 거절을 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제가 좋아했던 그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책하는 바보같은 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사귄지 두달이 조금 지나 그 사람은 입대를 했습니다. 휴가를 나와서도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반복됐습니다. 데이트를 하다가도 자기 집에 가자거나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제가 싫다고 하면 급격히 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저는 헤어질까 겁이나 그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전화로 보고싶다고 하기에 면회를 갈까 물었더니 외박할게 아니면 면회 올 필요 없다는 말까지 하는 그 사람과 사귀며 저는 점점 우울해졌고 혼란스러웠습니다.
���화로 이 문제에 대해 그와 대화를 해보려 했으나 제 말을 들은 그는 처음에 너에게 강요하듯이 군건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지 않냐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저는 그 후에도 몇달을 더 미련을 떨다 그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이게 그 사람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헤어진 후에도 매일매일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남자친구의 방에서 영화를 보다 그가 관계를 원한다는 표현을 한적이 있습니다. 싫다고 단 한번 말했을 뿐인데 제대로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혼자 앞서나가 미안하다며 바로 저에게 사과를 하는 그를 보면서 무언가에 세게 머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전남친에게 데이트 강간과 다를바 없는 일을 당했음을 인식했고 그 사람이 휴가를 나온다고 할 때마다 느꼈던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스스로가 한심해서 매일밤 잠을 설칩니다. 수업을 듣다가도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불쑥불쑥 눈물이 나고 괴롭습니다.
그 사람은 며칠 전에 전역을 했고 이번 학기 복학을 합니다. 과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람이 저에게 했던 짓을 모르고 심지어 본인마저 자신이 한 짓에 대한 자각이 없으니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할 것입니다. 연애까지 시작했다니 정말 잘 지내겠지요. 사람들 사이에선 저만 군대간 남친을 버리고 새남자를 만난 나쁜년이 된 것 같아 헛웃음이 납니다.
자꾸 그 사람과의 안 좋은 기억에 화가 나는 것 조차도 끔찍해 다음주부터 심리상담을 받으러 갈 예정입니다.
더 이상 저같은 경험을 하는 학우분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제발 멈춰주세요. 누군가에게 커피를 권했을 때 싫다고 하면 목구멍에 억지로 들이붓지 않는 것처럼 싫다는 표현을 제발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싫다는 표현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무시하는 사람에게 매달리지 마세요. 그 사람의 다른 모습들이 얼마나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생각하시고 당장 그런 사람에게서 벗어나세요. 분명히 더 좋은 사람이 있을거고 누군가가 없더라도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걸 저는 너무 어렵게 배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이런 우울하고 긴 글을 누가 읽어줄까 싶지만 단 한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연애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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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글
살만하다.는 말.
“오늘인가 어젠가 언니가 어딘가에 쓴 글에서 매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해 고민한다는 내용을 봤어. 근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내 친구가 그런 얘길 하는거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고민은 안 한다고, 그냥 살만하다고. 아~ 살만하네. 살만해. 싶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언니 생각이 났고 좀 많이 놀랬어. 살만하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며칠 전 친구가 잠깐 했던 이야기가 꽤나 긴 여운으로 남았다. 그러게 매일이 살만하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참 궁금하다. 나도 입버릇처럼 ‘역시 죽으란 법은 없어. 인생은 살만한 거야.’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인 것은 확실하다. 매일 매일이 살만한 생활이 어떤 걸까. 
교복을 입기 시작한 즈음부터 시작된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내 삶, 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머릿 속 한 구석에 월셋방을 얻어 살다 떠날 줄 알았던 녀석은 집을 한 채 그냥 사서 눌러 앉더니, 해마다 평수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내가 20년을 나로 살아 만들어진 현재의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원했던 답은 아니었지만 이 고민에 대한 답은 내렸다.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나'도 잘 모르겠고, ‘내 삶'도 잘 모른다. 넌 어떤 사람이니? 라는 물음엔 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야.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고.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래도 지난 세월 한 순간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았던 적이 없으니 지금부터 조금씩 나랑 친해지면 언젠간 알게 될 거라고 다독였다. 그렇게 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우고 나니, 그럼 어떻게 살아야해? 라는 고민이 생겨났다. 나를 알면 나대로 살면되는데 나를 잘 모르면 어떻게 살아?
매일 고민하며 살던 내게 친구가 건넨 ‘살만하다'는 말은 진한 충격으로 남았다. 그리고 때 마침 얼마전 본 사주 아주머니의 말씀. 너 좀 대충 살아. 그냥 살아. 그래도 잘 살 수있어. 맨날 1등 하려고 특별하고 멋있으려고 하지말고 3등만 해도 얼씨구나 하면서 그냥 좀 대충 대충 살아. 그래야 니가 편안해져. 
문득 내가 나를 놓으면 살만해지지 않을까 싶다. 26년 나로 살았으니 나를 좀 믿고 대충 살고, 나를 놓아도 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믿으며 살만하게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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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3
1.
‘니가 내 사생활이 왜 궁금한데?’라는 생각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내 이야기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내가 속한 단체 내에서의 정보 공유를 위해서, 인스타그램은 관심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계정을 살려두고 있다. 텀블러는 얼굴을 숨기고 혼자만의 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으니 예외지만...
그런데 뒤늦게 대외활동을 해보려 지원서를 쓰려니 십중팔구는 활발한 블로그와 페이스북 활동을 원한다. ‘나 이렇게 행복해요 여러분-!’ 혹은 ‘나 이렇게 우울하니까 위로해줘 찡찡찡’하는 페북 포스팅으로 좋아요를 받고 싶지는 않다. 점점 더 좋아요 수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 글과 비교하게 되는 모습이 싫어서다. 
대신 책과 영화에 대한 내 생각을 포스팅하는 것 정도는 시작해볼까 한다. 여행지에서 느낀 점을 쓰는 것도 좋겠지. 생각만 하는 것과 생각을 글로 쓰는 것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고 나에겐 글 쓰는 연습이 필요하니 말이다.
2.
더 늦기 전에 정리하는 방학 계획!
- 중국어 공부: 굳이 스펙 때문이 아니더라도 난 외국어를 여러 개 구사하고 싶으니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봐야지! 
- 포토샵 배우기: 매번 생각만 했었는데 대외활동을 알아보면서 진지하게 필요성을 느꼈다... 
- 책 읽고 영화보기: 학기 중에 학점관리에 허덕이느라 생각보다 훨씬 적게 읽고 적게 봤다. 학점은 잘 나왔지만 생각은 죽은 느낌.
- 대외활동 지원하기: 매번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지원을 망설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같다. 난 고민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그만큼 무언가에 도전할 땐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지만 조금 더 내 능력을 믿고 가벼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방학엔 원하는 활동에 망설임 없이 지원해야지!
- 토익: 토플 성적이 이번 달에 만료된다. 모의고사를 몇 회 풀고 31일 날 시험을 보러 갈 예정. 한 번에 끝나면 좋겠다.
자질구레한 나머지는 생략! 다섯 개만 잘 하기도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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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김승옥, 무진기행
이상국, 커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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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 너무 아픈데 커피는 또 사 마신다. 버스에 올라서 지루한 표정의 사람들을 본다.
사랑을 주고 받는 일상의 경이에 대해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경이롭다 여길 때, 생에 대한 의지가 동력을 얻는다.
아주 길고 지리한 일생에서 사랑 까닭에 반짝인다 여길 순간은 우리 생에 얼마나 차지할까. 아깝도록 좋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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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파란 줄무늬 반팔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매번 생각한다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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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9-2
1.
여성은 케어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요구하지도 않은 케어를 지레짐작으로 제공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가 나쁜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지만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
기분 나쁘다고 대놓고 말하면 과민반응하는 진지충 취급을 받을 것 같아 갠톡만 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다 자꾸 겁을 내는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 그냥 단톡에 저질러버렸다. 락페에서 노는데 굳이 케어는 필요 없다고. 락페 뿐만 아니라 뭐든.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그를 앞으로도 좋은 사람, 좋은 선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2.
누구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위해서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조금 더 용감해져야지! 
용기를 준 당신에겐 감사의 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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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9
1.
정말 간만에 길게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해보니 세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하지만 개꿈 탓인지 마라톤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전 남자친구가 수십개의 카톡 메세지로 날 비난했고 (죄책감까진 아니어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나 보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그 문제로 감정이 상하는 대화를 했으며, 중간중간 얼굴만한 자두와 수박보다 큰 사과 (혹은 그렇게 생긴 열대과일) 사분의 일 쪽, 수박바 포장 안에서 나온 우유맛 아이스크림과 초코맛 아이스크림, 레이스로 장식된 침실에 서 있는 동아리 남자 후배, 마트 식품 코너의 아주머니들과 불 붙은 알코올 등이 단편적으로 등장했다. 
오전에 시험이 하나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가 꿈 때문에 엿같았다가 지금은 이 사실이 재밌어서 웃음이 난다. 나쁘지 않군!
그와 내가 올 여름, 그리고 다음 여름에도 함께 자두를 먹을 수 있을까.
2.
사월 즈음부터였나.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직 그럴 능력은 없지만. 역시나 많이 읽어야겠다. 사춘기가 뒤늦게 왔나 싶다. 확실히 지금의 나는 불안하다.
3.
“이런 말하는 건 처음인데 사랑하려면 강해져야 해요.
냉정하고 냉소적이 되는 건 쉬워요. 저도 그 쪽으론 최고거든요.
하지만 모든 걸 던져 사랑하는 건 어렵습니다.
강해야 돼요.”
역시. 나만 어려운건 아니었군.
4.
내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져 보려 한다. 시작은 ‘~것 같다’는 표현을 줄이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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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1. 
교양으로 문학 관련 수업을 듣는 동기와 대화를 하던 중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언니, 내가 기말고사 대체 보고서의 텍스트로 페미니즘 문학을 고르고 강남역 사건에 관해서 쓰면 불이익이 있을까? 교수님이 나이드신 남자라서...”
이런 눈치를 언제까지 봐야할까. 근거 없는 일반화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손실 회피를 위해 페미니스트임을 숨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든 데에 대다수 남성의 직접적 혹은 암묵적 일조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프로불편러와 프로눈치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2.
강남역 사건 이후 그는 스스로의 발언을 곱씹어보게 되었다고 했다. 술자리에서 혹시나 말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여자 동기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모임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듣고 불편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과민 반응을 하는 걸까 고민하고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하고싶은 말을 속으로 삭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민감할 줄 아는 사람이라 좋고 고마웠다.
3.
말도 안되는 영웅이 나올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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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1. 우리
그가 처음으로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어색하면서도 왠지 좋아 나도 따라 써 보았다
우리
상처받는 걸 너무 두려워 말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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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0.
다이어리가 없을 때도 일기를 쓰고 싶어서 텀블러 계정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핸드폰 메모에 적어 놨던 일기를 옮겨 적을지는 고민 중.
1.
-이 줬던 꽃과 똑같은 가게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포장된 꽃을 받았다.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라 설레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 좋아했던 가게에 갔고 똑같은 자리에서 고기를 먹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알면 읽기 싫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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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3
예쁜 달 사진을 보는 것 보단 그날 밤 뜬 달에 집중하는게 좋겠죠? :)
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었어요. 쑥쓰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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