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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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8
길드다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팠을 때 누워서 멤버들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못난 점이란 못난 점은 전부 들추어냈다. 워크샵 원고 쓰는데, 또 열받는다. 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너무 힘드니까 울지는 말아야지. 진짜 미워 두고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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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1월 1일 밤에 극심한 오한에 떨며 잠에 들었다 눈을 떴더니 1월 18일.
아직 띵하고 어지러운 건 그대로다. 기운이 완전 떨어져서 이대로 접신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책이 좀 읽히기에 한 시간 가량 가볍게 읽었더니 밤에 잠을 못잤다. 세상에 관한 걱정이 몰려왔다. 고민과 걱정도 기운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온갖 일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길게 글을 쓸 힘이 없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은 게 있어서 인터넷을 켰다. 1월 1일에 C의 추모원에 다녀왔다. 그전에도 간혹가다 C의 명패가 달려 있는 나무를 껴안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 포옹은 유독 진한 느낌이었다. C를 안았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약의 도움 없이 고열을 끙끙 앓다가 5일쯤 뒤에 열이 떨어졌다. 열이 완전히 떨어지던 날 꿈에 C가 나왔다. 2018년 이후로 처음이었다. 5일동안 먹지 못하고 고열을 앓을 정도로 기가 약해져야 C를 만날 수 있는 건지, 겨울에 그만 오라고 C가 꿈에 나온건지, C가 꿈에 나와서 열이 떨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종일 잠을 자던 때라 그 내용을 적어놓지 못했지만, 여튼 확실한 건 2018년과 마찬가지로 만나자마자 나에게 예뻐졌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쁜년. 분위기가 다정했던 것 역시 비슷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놀고 있는 장난꾸러기 C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꿈에서는 나도 C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2~3년만에 꿈에서 만난 망자와 서로 한발짝 다가갔다는 말은 좀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나에겐 나름 의미가 있다. C와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오만방자한 나의 모습을 버리는 것은 C와 헤어진 뒤로 줄곧 내게 주어진 숙제였다. 내가 C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늘어나고, 그에 대해 C의 나쁘지 않은 반응을 접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 숙제를 조금씩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살면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는데, 다음에 또 이렇게 아프게 되면 C를 만날 수 있으려나. 그래도 다음엔 C의 추모원에 따뜻할 때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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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9
종종 인스타, 페이스북, 유투브에서 카라아 fx 예전 무대 영상들을 추천해준다. 최근에도 이들의 과거 활동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혹여나 그 영상을 보게 될까 급하게 스크롤을 내린다. 구하라와 설리는 죽어서도 무대에서 춤을 춘다. 그걸 보는 건 추모일까 유흥일까? 조잡한 애처로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을을 가지고 그들의 무대를 감상하지 말라. 그들의 무대를 다시 보는 일이 그렇게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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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무사히 영화 촬영 끝난 거 축하해!
예전에 너에게 예술가이기보단 기술자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때 나는 예술가란 보편적인 언어로 통용되지 않는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그 뒤에 얼떨결에 엄마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 J가 사람도 관계도 잘 챙기고, 큰 그림을 그릴줄 알면서 몸 사리지 않고 일을 굴러가게 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J가 훌륭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주변을 챙기느라 본인의 작업에 매진하지는 않아서 걱정이다.
가만히 듣던 엄마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본인의 작업을 할 때가 되면 그게 전부 큰 힘이 될 거라고. 그건 성품이기도 하지만, 능력이기도 하다고. 그런 현장에서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궁금하다고.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 그 뒤로 생각이 바뀌었어. 너는 기술자이자 예술가인 것 같아.
보지 않았지만, 안봐도 비디오지. 아마 넌 멋지게 촬영 현장을 이끌었을 거야. 그게 지금 당장 눈부신 작업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재능이 의심받는 일은 없을 거야. 영화촬영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조차도 네가 끄는 현장에는 네 작품에는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럴거야.
이제 나는 네가 만들어내는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네 작업이 될 거라고 확신해.
오랜시간 남들을 챙기느라 몸 사리지 않았던 네가, 공들인 너의 촬영현장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니. 그게 너에게도 뜻 깊은 현장이었다니. 기뻐서 괜히 눈물이 찔끔 나오네.
고생 많았어! 푹 쉬고 담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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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M야 잘지내고 있니? 올 한해가 벌써 다 갔네. 네가 성인되고는 못만났으니, 얼굴 못본지 3~4년은 되었겠다. 인스타에서 잠깐이나마 네 소식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남모를 속앓이는 있겠지만, 애기때부터 봐왔던 M가 운전도 하고 남자친구도 잘 사귀고 여행도 다니는 모습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좋더라.
고모들 먹으라고 보내준 젓갈 나도 맛있게 잘 먹었어. 덕분에 정신없이 바쁜날에 명란과 김가루, 들기름 넣고 한끼 뚝딱 해치웠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네가 어렸을 때부터 “언니 언니”하면서 따랐어서 그런지, 네 마음씀씀이를 받아보고 눈물이 살짝 핑 돌았네.
나는 대학교 자퇴하고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하다가, 3년 전부터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함께 스타트업 만들어서 활동중이야. 말이 스타트 업이지 공부가 거의 주된 일이라고 보면 돼. 나는 공자왈 맹자왈 하는 동양고전과 페미니즘을 주로 공부하고 있어.
올해는 유독 M 생각이 종종났어서, 연말이라고 작은 선물 하나 보내봐. 향수보다 자연스럽지만 향수만큼 강한 바디크림이야. 이건 나도 가끔 쓰는 향인데, 향은 옵션에서 수정할 수 있으니 검색해보고 마음에 드는 걸로 받아 봐.
별다른 연락 없어도 만나지 않아도 M는 나한테 언제나 동생이니까, 언제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언니 한명 있다는 거 잊지 말구. 몸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음 연락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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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1.
방금 깨달았다. 나의 최고 이상형인 섹시한 사람과 착하고 겸손한 사람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결국 후자를 고를 것이다.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나는 섹슈얼한 부분을 최우선순위에 둘 수 없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충격을 받으면 가장 약한 부분이 파손되듯,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섹슈얼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2.
요즘 D의 공부가 늘고 있는 게 보인다. D는 여전히 사람들과 있으면 방방 뜨지만, 나와 있으면 많이 진중해진다. 얼마 전엔 인상깊은 밝을 명 한자 해석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동안 해와 달이 모여 밝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다.
밝을 명明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는 해와 달이 함께 있어 밝음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장 처음 이 글자가 쓰인 모습을 보면 다른 곳에서 ‘밝음’을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자의 모습은 달빛이 내리는 창틀을 표현한 모습이에요. 이 세상이 밝기만 한다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겠죠. 밝은 낮에 해도 당연히 밝지만 어두운 밤하늘에 유일하게 빛나는 달만큼이나 밝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달빛이 창 밖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모습”은 C가 인화해 보던 밤 풍경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해가 아무리 밝다고 한들 어두운 밤 하늘의 달만큼 밝을까. C에게 어울리는 멋진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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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1.
꿈에 C의 마지막 애인인 B가 나온 건 처음이다.
우리는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등 뒤에서 비추는 해가 강해서 커튼을 치는데, 내 맡은 편에 앉은 B 역시 정면으로 비치는 해를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B도 그늘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열심히 커튼을 쳐봤지만, 아무리 커튼을 잡아당겨도 왜인지 B의 자리에만은 해가 계속 들어왔다. 결국 나는 내 자리를 조금 당겨서 내 옆에 B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마침내 나란히 앉아 해를 피할 수 있게 된 우리는 묘한 연대감을 갖고 수업을 들었다. 꿈이 깨기 직전 나는 B에게 내 번호를 적어 넘겨주었다.
그꿈에서 C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지만 울면서 잠에서 깼다. 엉엉 울지는 않았고,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2.
H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세지가 인상깊다.
"우린 그만보는게 좋겠어요ㅎㅎ.. 연애감정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져만가서.."
겨우 두 문장이지만, '우린'과 '연애감정이'로 시작되는 이 문장들이 H의 급박하고 단호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H는 상황에 대한 진단을 혼자서 내린다. 곁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스스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지금 H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 이 단호함은 굳세고 단단한 단호함이라기보단, 무르고 연약한 단호함에 가까워 보인다. H는 관계에서 냉정해지고 싶어하고 밑지고 싶지 않아하지만, 아마도 그에게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여유를 잃은 뒷모습을 보이면서 이 상황으로부터 떠나간 것일 터이다.
3.
몇달째 턱 부근에 뭐가 난다. 자궁이 안좋으면 그렇다던데.. D쌤의 말에 따르면 자궁에 좋은 한약을 먹으면서 생긴 증상일거란다. 나는 기운이 거의 없어서 몸을 순환시킬 힘이 없는데, 그간 순환되지 못해 생긴 노폐물이 자궁에 쌓였을 것이라고, 한약을 먹으면서 쌓여있던 노폐물이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오래 노폐물이 올라온다고? 이렇게 노폐물이 많이 쌓였었다고? 글쎄 좀 더 두고봐야겠다.
덧나고 흉지는게 감당이 안되어서, 아빠가 점 빼고 난 뒤에 붙였던 여드름 흉터 패치를 붙여보았다. 신세계다. 덧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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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4
1.
기념기적인 날이다. 길 위에서 헤매기만 3시간.. 심지어 일정 하나는 잘못 알고 있었어서 헛걸음하고 내일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엄청 바쁜데 이런 상황이 생기니까 뭔가 웃기기도 하고 계시인가 싶기도 했다. 정신 좀 차리라는..? 여유 좀 찾으라는...? 가을을 즐기라는..? 집에 와서 오랜만에 욕조에 몸을 담궜다. 덕분에 새벽 4시에 일어났지만 아직까지(11:32pm) 멀쩡하다.
2.
감정에 빠지지 않고, 앞날의 가능성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현실을 잘 파악하는 건 어떻게 하는걸까? 내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기운의 추이를 살펴보는 건 어렵다. 한동안 유투브에서 타로 리딩을 자주 봤었는데, 거기서 흐름 해석의 틀을 빌려볼 수 있었다. 타로마스터가 흐름의 이치를 얼마나 깊게 깨닫고 있느냐에 따라 리딩의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제는 하도 봐서 질렸다. 매력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해봐도 좋을 것 같다.
3.
H에 대해 입밖에 내거나 글을 쓰면서 생각의 지면을 차지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요즘 H에 대해 생각하고 있긴 하다. H와는 관계가 깊어져도 문제, 깊어지지 않아도 문제다. 이런 와중에도 그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는 나 자신이 놀랍다. 여태까지 나의 행적을 돌이켜봐도 버려지고 차이는 건 가능했지만 내가 버리고 차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도 차라리 차단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럴경우, 여태까지는 아예 끝까지 잘해줘서 상대가 끝장을 보게 만들었다. 상대가 질려서 떠나게 만들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가까워지게 되거나. 나의 이런 패턴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문제의식을 가지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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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올해 1월 1일 C에게 다녀오던 길에, 새은이가 나의 미래가 보인다며 말해주었다. 아직까지도 이 얘기를 해서 구술기록해보기로 한다.
*주의 : 아닐 수도 있음
“되게 행복해 보인다. 둘 다 서로를 너무 좋아한다. 느낌이 연애 초기에 동거한 느낌. 불타고 있다. 상대방은 직장인인게 확실하다. 굉장히 키가 크고 곰 같은 느낌이 드는 체형인 것도 확실하다. 집은 신축 아파트 느낌의 깨끗하고 심플한 느낌인데. 그 분은 약간 짠돌이 스타일. 돈을 굉장히 잘 모은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언니가 잘 안그려지는데... 왜 그분이 직장인인 걸 알고 있냐면 그 분은 양복을 갖춰입고 출근준비를 하고 있고, 언니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둘 다 엄청 부지런하다. 언니 집이 있는 곳이 약간 광교 판교 이런 곳이다. 이번 겨울, 3월 안으로 이 일이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식은 안 올릴 것 같다. 단정한 사람. 에티튜드, 매너가 장착되어 있는 느낌. 사무실에서 컴퓨터 두드리는 일을 한다. 사람이 곧다. 신나게 놀 것 같지만 친구는 별로 없다. 말이 많지는 않은데 자기 생각이 뚜렷하다. 자기 관계의 영역이 뚜렷할 것 같다. 취향은 딱히 없다. 취미는 뜨개질처럼 손으로 조물조물하는 거. 크게 벌리는 건 안좋아할 것 같다.“
그 사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미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내가 데려오기 전까지 새은이는 그 사람을 못만날 것 같지만 엄마랑 아빠는 볼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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