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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에게.
안녕, 오랜만에 네 꿈을 꿨어. 는 뻥이고, 그냥 네 생각을 했어. 이럴 때만 찾는 버릇을 10년이 지나도 못 고쳐. 나 못됐지. 못됐다고 말하면서도 받아주던 모습이 선연한데, 이제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어 슬프다. 오늘은 왠지 너라면 이미 세상에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내가 오빠 관련해서 한 생각 중에 가장 나쁜 생각인데, 그냥 너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 우리는 아닌듯 닮은 구석이 많았으니까. 있지, 이제 너랑 한 사랑이 까마득해. 분명히 누가봐도 엄청나게 사랑했잖아 우리, 그때 진짜 못됐던 너를 선택해서, 맹목적으로 네게 주던 마음과 증오. 그 모든 걸 사랑했었는데. 지금 그때를 그려보면 그냥 없었던 일 같아. 사랑이란게 그런 거겠지? 있다가도,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거. 정우야. 우리가 계속 만났다면 어땠을까. 매일이 행복하고 괴로웠던 그 순간들처럼 계속 잔인한 천국에 있었을까. 행복한 지옥에 있었을까. 나는 네 편지를 아직도 일년에 다섯번은 읽어. 이것도 여전히 사랑이지 않을까? 그냥 이럴 땐 너무, 너무 보고싶어. 보지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내 글을 보고 있다면.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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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게 외로워서 나를 방치하고 있는 때나, 사는 것에 미련이랄게 없어져서 죽고 싶어질 때, 나는 그때를 알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필요하다. 아니, 사실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 때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연락할 때, 당신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줄 사람. 당장 뛰어오지 않아도 되니까, 바다를 상상하며 울고 있을 내게 온기를 나눠 줄 사람. 내게는 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아무도 내게 완벽한 품이 되어주지 못하고, 나는 나를 보여줄 수 없고, 나는, 그래서 자꾸만 바다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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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내게, 뭐라도 읽는다는 행위는 도피였다. 나는 감정을 마주볼 줄을 몰랐다. 그건 내 자신이 계속 겉돌고만 있다는 걸 의미했다. 돌고, 돌고, 돌다보니 나는 아주 바깥에 있었다. 중심을 밖에 둔 나는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위태했고, 자주 넘어졌다, 누굴 붙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계속 넘어지다보니 아예 주저 앉았고, 그저 눕고 싶었다. 사랑하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사랑 받고 싶었다. 아니라면 그냥 죽고 싶었다. 나는 나를 모르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이가 나타나길 바랬다. 이게 얼마나 큰 오만인지 알고 있다. 사랑도, 사람도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바랬다. 그래서 많은 것을 사랑했다. 많은 것에게 사랑 받았다. 아무리 반복해도 나는 계속 바깥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넘어지다 못해 쓰러지는 걸 보지 못했다. 여전히 바깥이었다. 바닥이었다. 결국 아무도 붙잡지 못했다. 이제 중심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다. 나는 나아진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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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자주 뭉그러집니다. 가끔은 짓이겨지기도 합니다. 해가 없는 하늘은 어쩐지 서글프고, 그래서인지 울고 있어요, 물론 저 말고 하늘이요. 이런 날 밖에 나와야 하면 시간이 억지로 날 밀어내고 세상이 강제로 등 떠미는 것 같아 자꾸 모르게 무릎이 굽어집니다. 손에 들려있던 많은게 쓰러져요. 굽는 등과 무릎을 피려면 숨을 골라야 해서 자주 멈추고, 자주 느려지고요. 그런 내가 미워져서 또 멈추고 목에 찬 축축함을 삼켜냅니다. 그래서 저는 비 오는 날이 싫어요. 비 오는 날에는 자주 뭉그러지니까, 자꾸 짓이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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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 치다못해 울고 내 자신을 다그치고 다그쳐 끌어낸 깊은 곳이 너무 울퉁하고 또 불퉁해서 다시 한참을 쿵쿵 거리다가,
결국 내 속에서 쉬지 않고 타오르며 소리치던 행위는 벽을 세운 나에게 닿지 않는 더 깊은 나의 목소리와 어떻게든 그걸 깨부수려는 발길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많은 시간 남의 손을 잡으려 애써왔던게 무색하게도 평생 내 옆에서 작은 틈이라도 놓치지 않고 내 손가락에 손을 대어줄 것은, 오롯이 나 뿐인 것이.
정말 놀랍도록 감사하고 사랑스러우며 과장하여 경이롭다.
완벽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는 소중한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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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나는 항상 사랑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랑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누구에게나 사랑한다는 말은 참 잘도 하면서,
진짜 사랑은 상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날 다 씹어 삼켜도 괜찮을 정도로 내주는 거라고 믿고 항상 상대에게 칼과 포크를 쥐어주는 꼴이었다. 날카로운 그 모든 것들을 내가 쥐어주고 의도 하지 않은 행동에도 속절 없이 피를 보는 행위.
그리고선 상대에게 온갖 고통을 표현하며 가해자로 몰아 붙이고 날 완전 무결한 피해자로 만들어 우월감을 느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렇게 울면서도 깔깔 웃고 마는. 그걸 내가 사랑이라고 불러왔던 걸까. 우습고 유치하고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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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찌나 허탈했는지 모를 거야. 난 이대로라면 평생토록 널 좋아할 줄 알았는데 네 눈을 보고 많은 얘기를 나누던 어느 순간 알게 되었어. 많은 시간 너를 통해 내 환상을 투영해 왔겠지. 그리고 넌 놀랍게도 그 환상과 아주 가까웠지만, 가까운만큼 미묘한 차이에 마음도 틀어져버린 거야. 그래. 더 이상 널 보고 떨리지 않아. 시작조차 설렘이 없는 관계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럼에도 왜 네가 날 봐줬으면 좋겠는지, 조금이라도 더 얘기 나누고 싶은지 모르겠어. 이런 거, 그냥 관성일까. 아니면 이것마저도 사랑일까. 나는 더 이상 정의할 수 없어. 네가 정의하기를 피했던 우리의 관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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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하게도 너란 이름이 내게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 거지. 마치 사랑이라 불릴 수 있는 이름은 너밖에 없었던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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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다시 무너진다. 아주 오랫동안 내 실존 가치에 대해 고민했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살고 있는지, 왜 여기에서 숨을 쉬고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 많은 현자들은 내 안에 신이 있고 그저 그것들을 경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라던데. 정말 이렇게 고통스럽고 단���롭고 자신을 우울에 빠지게 하는 이런 삶을 경험 하기위해 내가 태어났다고? 말도 안 돼.
내가 기억하는 내 삶의 순간부터 사랑의 경험보다 아픔이 더 많았다. 기대하고 실망하게 되는 그 무수한 반복. 알 수 없는 그 뭔가를 찾기 위해 나는 쉴새없이 명상에 매달렸고 아주 오랫동안 그 답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내 안의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난 자신의 목소리 밖에 듣지 못한다. 더 이상 이렇게 의미 없이 살고 싶지 않다. 정말로 내 의지가 이 모든 걸 창조한 거라면, 왜 나는 아직 죽지 않았는가? 그렇게 오래도록 죽음을 바래왔는데. 왜 나는 아직도 숨 쉬고 있나. 참 가증스러운 생명이다. 이제 무너진 나를 일으킬 기운도 희망도 없다. 더 이상의 의지는 없다. 내 마지막은 곧 내가 정해야지. 원래 목표했던 시간도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다. 천천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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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아주 많이 생각해. 생각하고 또 해도 답은 없지만, 그냥 이런 시기엔 생각도 하지 않으면 네게 사랑한다 말해 버릴 것 같아서. 4년 전 널 처음 본 그 날부터, 내게 널 사랑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었어. 단 한 순간도.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도 이 맘을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이제야 인정해. 내가 아무리 눈을 돌려도, 참으려해봐도, 난 널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래서 항상 흘러 넘치는 이 마음을 주워 담지 못해 안달이었던 내 두 손에 힘을 빼기로 했어. 난 널, 아주 많이 사랑해. 네가 생각하는 그 무엇보다 더. 그냥 이렇게, 비밀 일기로 늘 널 바래볼게. 네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널 축복해. 항상 널 사랑할 거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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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무서운 건 내 끝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닐까. 바다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어느 날은 끝 없이 잠기는 나를, 넘실넘실 보이지 않는 수평선의 끝으로 데려가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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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조용,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다. 내 걸음이 옳은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끝을 조금 구체적으로 그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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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짜증난다. 멀쩡하다가도 약 없이 불안해지는 내가. 어두워지니까 갑자기 울고 싶은 기분으로 가득차는 내가. 너무 지긋지긋해.
이 모든 감정에서 도망치고 싶다. 사라졌으면, 내가 여기에 없었으면, 누군가 내 존재를 지웠으면,
그래서 내가 그냥 여기 있었고, 내가 어땠고, 어떤 사람인지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난.. 정말 가식적이고 눈치보는 사람이니까. 그냥 그런 생각 자체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죽고 싶다. 집에 가자마자 약을 털어넣어야지. 마음이..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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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 에트라빌 추가. 하루종일 내가 날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마주하고 있는게 너무 힘들다. 죽어야만 끝날 것도 같다. 잘 모르겠다. 그냥 떠나고 싶다. 여기에 내가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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