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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이 지났고, 두달이 남음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isitgood

<하면 좋습니까>

30주 분량의 만화가 끝났다. 약 7개월, 반년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나는 결혼을 결심했고, 결혼을 준비하고, 어느덧 행정적인 절차는 얼추 마무리가 되고있다.

딱히 비혼을 선언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쯤엔 결혼해야지라는 분위기에 내몰리듯 결혼을 하고싶지도 않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여건에서, 좋은 시점 언젠가에 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 전부였다.

알고지낸지 십년에, 같이 먹은 술이 얼마인데, 이 정도면 아주 잘 알고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이라는건 이제까지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일이었다. 심지어 반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연애기간은 흔히 말하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로 이어질 건덕지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시작해야했다.

1. 시초: 만나는 시간을 마음대로 못 빼는 상황에서 연애를 하는 것이 힘들다. 부수적인 일로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고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1-1. 경과: 결혼을 하자. 일주일에 한번 겨우 보는 것보다는 매일 30분씩이라도 볼 수 있는게 우리 사이에 더 좋을 것이다. 만나면 좋은데 물리적으로 못 만나는걸로 스트레스를 받지말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서로 편하고 좋았으니, 결혼하면 더 좋을 것이다.

2. 의문: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드는건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해야하는지, 결혼하기 좋은 타이밍은 언제인지, 결혼을 하면 뭐가 좋아서 다들 이걸 감수하고 결혼을 하는건지.

3. 고민: 결혼은 너무 큰 일인데 아직 부인이자 며느리가 되는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바쁜 사람과 같이 살면서 외로움 덜 타면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는건 아닐까. 결혼을 하면 각자의 인생과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는거지. 내가 내 가족에게 느끼는 안정감과 애착을 새로운 가족과 나눌 수 있을까. 결혼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하지.

새벽까지 통화를 하던 어느날 지금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해결수단으로써 결혼을 불쑥 꺼내고나서, 떠오르는 궁금증과 걱정을 유부 선배들에게 쏟아내며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마주 앉았을 때, 그전까지 했던 줄줄이 이어진 고민은 사실 반 이상 떠내려간 뒤였다. 결혼하는게 더 낫겠다는 결론을 가지고 나선 자리에서 이미 목구멍에서부터 "그냥 하자"라는 말이 간질간질하게 올라왔다. 그동안 얼마만큼 알아보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서로 한시간 넘게 이야기했지만, 이미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바닥에서 발을 떼고 페달을 밟아도 될지 한참을 주저했지만, 이제 정말 브레이크 밟을 새도 없이 내달리는 느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이 사람과 결혼을 하고싶은지만 결정하면, 그 뒤부터는 서로 의논하며 해결할 일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애석하게도,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여겼던 다짐은 사실 몹시 추상적이었다. 덕분에 "관계"나 "태도" 정도로 뭉뚱그려 말하고 정리했던 부분들은 이후 사사건건 새로 맞닥뜨리는 이슈로 떠올랐다.

그래서, 하(기로 결심하)면 좋습니까. 이 만화의 완결을 보고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려하지 못했던 이슈들에 대해 순간순간마다 많은 논의를 하긴 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한된 시간 내에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손에 잡히는, 현실적인 고려사항들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좀더 강하게, 또는 유하게 대처했을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마 우리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고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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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0

으악 꺄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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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flow

재밌는 일은 온갖 자료 찾아보는 것도 즐겁고, 더 알아보고싶고,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보기 좋게 싹 다 정리하고싶은데 하기...싫은....일은........ 두달째 뭉개다가 이제 정말 해야겠다는 마음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들어서 이제야 겨우 해치웠다. 사실 이걸 하고싶지 않아하는 마음과 의무감 사이에서 싸우는 것보다야 하고 치워버리는게 좋은데 그건 생각이고 일은 손이 하는거고 나는 보통 손이 이기고...... 요즘들어 플래너에 기입하는 것도 어째 게을러졌고 엑셀에 일정표 정리하던 것도 안 들여다보고 트렐로 쓰는 것도 시큰둥해지고 이러다 언젠가 정말로 펑크를 내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꼼꼼히 봐야할텐데 큰일이다. 사실 요새 제일 신나고 복잡하고 힘들고 하고싶어서 정신 팔린 일이 따로 있다는게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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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든 생각

1. 문제해결형 인간이 되자. 아니면 그런 인간의 옆에서 좀 배우자.

2. 정신없을수록 글을 쓰자. 기록이 되든, 독후감이 되든, 그때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기억이 휘발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물론 잘 쓰면 좋겠지만, 몹시 잘 쓰고싶지만, 뭐가 됐건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게 낫지 않겠나. 그냥 써놓고 곱씹으면서 부끄러워하고말지.

3. 모든걸 다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마음에 맺힐 일은 만들지 말자. 어차피 털지도 못할거면 맺히기 전에 담아둔걸 풀어내는게 낫다.

3-1. 되는건 되는거고,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안되는걸 너무 오래 잡고있으면 나만 닳는다.

4. 내일부터는 진짜 정말 꼭 일찍 잔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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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일어나지 않은, 하지만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해, 내가 좀 많이 걱정하는 편이긴 하지.

그걸로 징징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에는 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모든 것이 플러스 플러스일 수는 없다고 늘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이너스를 마주치는 아주 가끔의 순간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어렵다. 

사실 이 정도는 마이너스 축에도 못 낀다는걸 알고있는데, 그냥 모든걸 내 마음대로 나 하고싶은대로 못한다는걸로 심술이 나는건가 싶어서 아주 약간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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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개월 남았던 것이 깨졌다

으으아앙어아이아어아아아아 정신없어어어어어우어아아

이걸 다들 어떻게 회사다니면서 하는거지

심지어 내일모레 크로아티아 출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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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의 근황

작년 한 해동안 두번의 이직을 했고,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자마자 다리를 다친 덕분에 몇 달간 목발 신세를 졌고, 반년을 꼬박 거의 매일 야근했다. 여러모로 인생의 격동기를 보낸 일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조만간 신변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열흘 남짓만에 너무 많은 일들이 생겨서 정신없이 닥쳐오는 일거리를 해치워내다가, 문득 문득 실감이 난다. 신경 써야할 일은 너무 많고, 바라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고,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말그대로 그 많은 성가시고 피곤하고 머리 아픈 것들에도 불구하고, 매번 결론은 '다행이다' 라는 것.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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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결산

유스 ★★ 레버넌트 ★☆ 맨 업 ★★☆ 빅쇼트 ★★★★ 쿵푸팬더3 ★★ 캐롤 ★★★★ 검사외전 ★☆ 주토피아 ★★ 대니쉬 걸 ★★★☆ 데드풀 ★★★★ 스포트라이트 ★★★★ 룸 ★★☆ 배트맨 vs 슈퍼맨 ★ 트럼보 ★★★ 브루클린 ★★★☆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 탐정 홍길동 ★★★☆ 싱스트리트 ★★ 엑스맨 아포칼립스 ★★ 오베라는 남자 ★★ 아가씨 ★★★☆ 본 투 비 블루 ★★☆ 서프러제트 ★★★☆ 비밀은 없다 ★★★★ 굿바이 싱글 ★★ 로렐 ★★★ 도리를 찾아서 ★★☆ 나우 유 씨 미2 ★★ 데몰리션 ★★★☆ 부산행 ★★ 덕혜옹주 ★★ 수어사이드 스쿼드 ★ 플로렌스 ★★ 고스트버스터즈 ★★★ 밀정 ★★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 카페 소사이어티 ★★★★☆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 다가오는 것들 ★★★★☆ 어카운턴트 ★★ 럭키 ★ 닥터스트레인지 ★★★ 라우더 댄 밤즈 ★★☆ 로스트 인 더스트 ★★★ ��애담 ★★★☆ 신비한 동물사전 ★★☆ 가려진 시간 ★ 슈퍼소닉 ★★★ 형 ★☆ 미씽 ★★☆ 라라랜드 ★★★★☆ 업포러브 ★★☆ 마스터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나, 다니엘 블레이크 ★★★★☆

놓친 영화들

스티브 잡스 45년 후 최악의 하루 인페르노 어바웃 레이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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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입안에 모래가 서걱인다는 표현 그대로다. 인물 간의 관계와 그를 둘러싼 상황은 스산하면서도 짠하다. 텍사스 황야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주민들에 CCTV 하나 없는 지방 은행의 모습은 20세기 서부영화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더이상 학살과 약탈의 대상은 원주민이 아닌 이들 모두다. 땅을 찾아 주인을 몰아냈던 과거와 달리, 대형 은행과 석유회사는 기름의 냄새를 맡고 농장을 차지하려 자본을 앞세워 침투해오고 그 과정에서 해체되는 동료와 가족의 모습을 모래 바람에 휩쓸리듯 건조하게 그려낸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물의 한계이긴 하지만, 메인 캐릭터인 '티나'의 인물 설정이 너무 빈약하다. 영화 내내 어딘가 화가 나있는 듯한 감정선은 주인공과의 관계 변화는 물론 2편으로 이어지게 하는 기대감을 반감시킨다. 이외 다른 인물들 역시 다소 평면적으로 표현되지만 에디 레드메인의 표정 연기와 '해그리드'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압도적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캐릭터 구현이 극을 끌고 나간다. 신비한 동물 퍼레이드를 해도 될 듯한 실감나는 특수효과와 인물과의 찰진 궁합 또한 크게 한 몫한다. 그리고 미스캐스팅이나 배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오프닝곡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대는 나는 벌써부터 2편을 기다리고 있을뿐.

[가려진 시간] 강동원을 닮은 아역과, 장발의 강동원과, 패션쇼하는 강동원과, 머리를 자르는 강동원, 그리고 특수분장한 강동원이 나온다. 설정 충돌이나 예측 가능한 전개 따위는 다 잊어버리라는 듯이. 시간을 다루는 작품이 많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개성 있는 아이템을 내세웠지만, 사실 아역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가려진 시간 속에서 혼자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어딘가 빠진 듯 불완전하고 해맑으면서 미성숙한 인물을 맡기에 강동원은 최적의 캐스팅이다. 영화 곳곳에서 액자 속 사진처럼 멈춘 것 같은 장면들은 동화적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며 묘한 느낌을 들게 한다.

[라우더 댄밤즈]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신성한 일 가운데 하나인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사실 그 식구들이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신의 시점에서만 보던 이들은 점차 외면했던 진실에 접근한다. 진과 조나는 각자 침대에 누워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제 3자에게, 콘라드는 수십 장의 워드 파일에 적어내려가며 그들을 떠난 아내/어머니 이자벨을 회상한다. 극중 유일한 내레이션은 이들에 의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떠올려지는 이자벨의 목소리로 나온다. 자기 자신과 가족 내에서의 역할과 자리에 대해 고민했던 그녀의 선택이 이들 가족에 미친 영향, 그리고 그녀를 이해해가며 한 공간 안에 함께 있는 남은 이들의 삶을 생각하면, 극 종반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던 이자벨의 눈빛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 원맨쇼. 아, 그리고 씬스틸러는 망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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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재스민]을 보고 책 [피로사회]를 읽고

영화는 비행기의 일등석에 앉아 다소 들뜬 재스민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그녀는 옆자리 승객에게 자신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명품 가방과 옷,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치고서 뉴욕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온 그녀에게 여동생 약혼자의 불만이나 정부의 빚 독촉은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예전의 화려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처 마치지 못한 대학 공부를 다시 해볼까 고민할 뿐이다. 식료품 가게의 계산원이나 병원 접수대 창구직원처럼 단순 노동의 직업은 그녀의 관심 밖의 일이다. 세상에는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 있으며, 그녀 역시 그녀가 알던 이들처럼 그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남아 빚더미에 앉은 재스민에게 사회의 상류층에서 내쫓겼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마티니 한 잔조차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처지와, 예전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남자의 구애를 받는 상황 모두 그녀 자신의 기���을 도무지 맞출 수 없어서 절망적이다. 아무도 그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깔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피로사회]에서는 '멜랑콜리'를 부재하는 자와의 부정적인 관계를 조건으로, 타자를 내면화하여 자기를 공격하는 상태로 설명하며 타자와의 모든 관계와 단절된 '우울증'과 구분한다. 재스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그녀가 누렸고, 또 앞으로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화려한 삶이다. 진정한 연인의 사랑이나 사교가 아닌, 고급 식당이나 별장에서 보석을 자랑하며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생활 자체 말이다. 재스민에게 남은 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의미 심장하다. 파티에서 만나는 인맥이나 같이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전부였던 친구가 있을 뿐, 아무도 그녀에게 진실을 일깨워주거나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들은 그녀의 남편과 바람났다!) 그래서 재스민은 더이상 곁에 있지 않는 친구들을 전혀 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도 역시 친구들은 “상품처럼 전시된 자아에게 주의를 선사함으로써 자아 감정을 높여주는 소비자의 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스민은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초조하고 부산한 모습을 보인다. 학교를 알아보다가, 재택 교육을 찾아보고, 그를 위해 병원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시도한 결과는 역설적이다. 재스민의 모든 노력-정치인의 부인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연발하는 것을 포함하여-은 결국 헛된 몸부림이 되고 극 종반 완전히 혼자가 되고 만다. 재스민은 영화에서 내내 두통과 신경과민증을 호소하며 혼잣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이었다. 반면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말리지 않은 젖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누가 봐도 정신병에 시달리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비춰진다. 계급 회복의 욕구는 좌절되고, 그녀는 피로사회에서 낙오되어 탈진한 우울증 환자다.

만일 재스민이 나락으로 떨어져 망가지는 이야기가 전부였다면, 1940년대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디 앨런은 '블루재스민'에서 더 잔인하게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극한으로 치달으며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인물들은 더 파편화되어 있다. 줄곧 신경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재스민은 물론이고, 아무도 서로에게 집중해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칠리와 드와이트에 병치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스탠리와 미치가 각각 감정을 격렬하게 분출하는 것과 달리, 이들이 재스민에게 느끼는 반감이나 호감, 또는 배신감은 가볍게 지나간다. 평소 우디 앨런의 영화 성향이 한발짝 떨어져 관조하는 블랙유머와 냉소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는 피로와 우울의 21세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분위기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렇다면 2016년의 우리는 여전히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지난 세기를 적대적 의도 여부에 관계 없이 타자 그 자체로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면역학적 시대로 정의한다. 그리고 21세기는 긍정성의 과잉으로 소진되었다고 본다. 더불어 타자는 더이상 위협이 아닌 짐스러운 존재라고 말하며 이질성에 대한 공포가 사라���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2,3년 간의 세계 사회에서의 양상은 다르다. 박탈감과 배제되었다는 분노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와 언론 모두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던 브렉시트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가 현실로 이뤄진 상황에서, 이를 긍정성의 폭력과 피로사회의 산출물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을 높이겠다는 목소리에 동의하는 사회는 얼핏 끝난 것처럼 보였던 면역학적 시대로의 회귀로까지 보인다. 몇 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이변의 요인은 사양화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박탈감, 자신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빼앗아간 이들에 대한 백인 남성의 위기감, 특히 유색인종과 여성 지도자에 대한 반감으로 꼽힌다.

영화 '로스트인더스트'에서도 유사한 집단 분위기가 감지된다. 텍사스의 몰락한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한 은행과 석유회사에 대한 적대감과 그에 따른 극단적인 선택을 그린다. 더 이상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집착할 성과가 없다. 이로 인해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며 신자유주의를 지탱했던 사람들이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성과사회에���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서 성공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나타났지만 그러한 성취와 성과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저자는 가장 많은 분배를 받은 소수 역시 피로사회의 희생자이자 스스로에 의한 피지배층이라고 본다. 그러나 적은 양의 파이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절망감이 극에 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은 깨졌다. 그리고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이들의 비합리적인 선택이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트럼프를 선택한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immigration 과 terrorism이었다. 클린턴 지지자의 관심사가 foreign policy와 economy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불법이민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하고 추방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트럼프를 뽑았다. 이들에게 타자는 다시 적대적인 존재다. 여성과 남성, 도시와 나머지 지역 거주자, 백인과 유색인종, 청장년층과 노년층으로 사회는 분열되었고 정치인들은 그 경계를 노리고 파고든다. 더 큰 파이를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한도를 알 수 없는 욕망을 향해 매진하며 자신 안에 침잠되어 돌아보지 못하고, 그 사이 다수의 덜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패배감을 분출하기 위해 공격 대상을 가리키는 정치인에 의해 선동된다. 피로사회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한 기존 소속을 넘어 무장을 내려놓고 나란히 함께 있는 공동체는 당분간 요원해보인다. '블루재스민' 역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유태인 유명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만의 세상의 관점이 아닐까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특히 그의 영화에 단 한번도 비중 있는 유색인종이 출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가 사회의 다른 면을 보지 않는 제1세계 내에서의 "배부른 아웃사이더"일뿐이라는 비판을 더욱 뒷받침해준다. 지금의 '피로사회'는 누가 사는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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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leHill: Ohio!! We had a blast!! @HillaryforOH!! @AllisonBJanney @Richard_Schiff @JoshMalina @marycmccormack @WhitfordBradley http://www.IWILLV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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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영화

[럭키] 예고편이 제일 재밌다. 영화 도입부와 초반까지의 인물 묘사는 흥미롭지만 둘-둘 인물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부분부터 감정선이 살지 않는다. 없느니만 못한 러브라인이 특히 아쉽다. 차라리 선상에서 벗어난 전혜빈 역할이 제일 쌩뚱맞지 않다. 느슨한 전개를 잔재미로 끌고가기에는 벅찬 느낌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엑스맨과 해리포터, 그리고 (사무엘 L잭슨 때문인지) 킹스맨을 버무려 놓은듯하다. 세 편의 원작 시리즈를 각색해서인지 몹시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꽤 엄격하게 아이들을 보호하는 ‘임브린'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략되어버렸고 영화는 성장 스토리에만 집중한다.

[어카운턴트] 천재 자폐증 무술실력, 그리고 가족, 사랑. 주인공을 너무 많은 수식어로 설명하려고 한 탓에 주제가 “almighty 회계사” 가 된 느낌이다. 그와중에 뒤쫓는 이의 이야기까지 병렬로 배치하려다 보니 급작스럽게 해피엔딩으로 점프한 탓에 깔아둔 복선을 회수하는 과정이 밋밋해져 버렸다. 매력적인 배트맨이 되지 못한 벤 애플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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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 삶을 마주하는 자세

원제인 L'avenir를 직역하면 '미래'다.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제목은 영문 타이틀인 "Things to Come"을 가져왔다. 未來, 아직 오지 않았기에 앞으로 다가오는 것들일테다. 두 언어의 해석이 역설적이기도 하면서, 중년의 삶을 다루는 영화에 각자 묘하게 어울린다.

마냥 구김살 없지만은 않은 약간의 삐걱거림이 있는 가정, 성가시게 일상의 발목을 잡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어머니, 말을 지지리도 안 듣지만 챙겨줘야 할 고양이, 어느 정도의 보람과 또 어느 정도의 답답함이 공존하는 교편 생활, 나탈리(이자벨 위페르)의 삶은 그저 현실적인 중년의 날들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모든 것들의 끝이 닥치는 몇 년의 시간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녀에게 청춘의 시간은 지나갔다. 전 남편 하인츠와 함께 한 수십 년의 시절이 파국을 맞았지만 이제 와서 옛 제자인 파비앙의 삶의 결에 동조할 수는 없다. 6.8혁명의 시대가 지났듯이, 그녀 역시 그 모든 것을 해봤기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무덤덤하면서도 순간 순간 무너져내리는 균열,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완벽하게 그려낸다. 하인츠가 화병에 꽂아둔 꽃을 쓰레기통에 내던진 후에 학생들이 가져온 꽃이 담긴 꽃병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장면, 남편의 새로운 연인을 목격한 뒤 망연자실해 하는 버스 안의 씬 뒤에 나오는 어머니의 장례식과 오버랩 되는 버스 안에서의 회상 장면은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탈리가 이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때, 그것은 완전한 해방이라기보다 그녀가 삶을 대하는 그 순간의 자세를 보여준다. 완벽하게 새로운 시작은 아니지만, 얽매여 있지도 않고, 그러나 의식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 어떤 상태.

익숙한 장소들이 나와서 몹시 반가웠다. 빠리 집앞에 있던 Buttes Chaumont부터 가족들이 살던 Rhone Alpes의 Vercore 산까지...! 공원 앞 길을 걷는 나탈리와 파비엥을 보면서 학교 다니면서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 괜히 아득해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부터 나오는 음악이 줌아웃하는 나탈리의 모습과 겹쳐지며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멜로디가 왠지 처연하면서도 뭉클해서 어차피 인생이란 알면서도, 혹은 예상 밖으로 빗나가더라도, 묵묵하게 내 앞으로 올 것들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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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다아시 오 미스터 다아시

여성의 삶에서 커리어와 연애를 다룬 거의 유일한 시리즈로서 부족한 점은 무수히 지적된다. 연애, 혹은 결혼에 초연한듯 하지만 사실 몹시 절실한 화자이자 주인공. 그리고 그녀를 위해 뭐든 해줄 수 있는 남자-이번 영화에 문자 그대로 표현된 “백마탄 왕자님”-를 찾는 여정. 이번만은 비판적으로 뜯어보겠다며 결심했으나 장례식장에서 정장을 장착한 마크 다시가 풀샷으로 등장하자마자 홀린듯이 모든 생각을 멈추다. 꺄아아 질투해 으아앗 화냈어 엄머머 민망해해 까르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 좀 봐, 만 몇번 하다보니 영화가 끝났다. 기승전콜린퍼스에 나는 그저 항복했다오 연애물 계속 찍어줘요 콜린 퍼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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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사이어티] 남겨진 것들에 대하여

선택이란 곧 그외의 것을 배제하는 것이다. 과연 그 선택하지 않은 것들은 지워지고 사라질까. 내가 유난히 과거에 했던 것과 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두고 떠올리는 사람이라 더 영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영원불멸한 것은 없다. 동경이 그렇고, 종교를 대하는 마음이 그렇고, 끌림이 그렇다. 그 변하는 시점은 저마다 다른 형태이다. 하루하루에 따라 살다보니 어느새 달라져 있기도 하고,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끊임없이 결정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결정에 대한 확신도 변하는데, 그 때 네가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평생 돌아보지도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그대로 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몽상처럼, 꿈처럼, 떠다닌다.

만일 보니가 필이 아닌 바비를 선택했다면, 두 사람이 뉴욕에 같이 왔다면, 할리우드의 멕시칸 식당에서 손을 잡았던 순간이 그렇게 애틋하게 남아있을까. 카페 소사이어티의 한가운데서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둘이 꿈 꾸듯 떠올리는 것은 사실 서로가 아니라 과거 속의, 그러니까 그들이 택하지 않은 기억 속의 관계를 가졌던 둘의 기억이었을테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바비는 정말 우디 앨런의 청춘 버전 느낌이다. 특히 콜걸을 불러다놓고 빠른 말투로 당황했다가, 어이 없어 했다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란!. 물론 젊지 않은 바비라면 그 모든 수다를 침대에 누워서 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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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and on

요새는 인생사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아서 (더욱) 프랑스가 그립다. 행정이고 동네 마트고 교통편이고 내 맘대로 되는건 단 하나도 없는 동네에서는 적어도 모든게 그대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언제 가도 속 터질테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Je m'en fous 정신으로 무장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는 자포자기하고 쉽게 타협하면서 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나고나서 돌아봤을 때 후회를 많이 하는 성격인데 과연 이 시간은 어떻게 곱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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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일촌은 어디로 갔을까

몇년만에 낮술을 하고나니 다음날 언제 술 마셨냐싶게 개운했다. 한참을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서, 판도라의 상자마냥 열지 않고 다운만 받아둔 싸이월드 저장글을 읽었다. 많이도 아니고, 6,7년 전의 방명록 글 몇개만 읽었을 뿐인데 정말이지 남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같잖은 소리를 구구절절 했느냐에 대한 반성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게 신기했다. 초등학교 동창, 동아리 선배, 봉사활동에서 만난 학생, 심지어 이름을 몇번이나 다시 읽어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랑 아무렇지도 않게(또는 대놓고 어색하게) 이야기를 하는 내가 몹시 낯설었다.

원래도 서슴없이 아무나와 쉽게 친분을 트는 성격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달팽이마냥 안으로 파고들고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소극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도 점점 더 폐쇄적인 공간을 찾아 들어온다. 사실 그게 페이스북을 그만 두게된 계기이기도 하고.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고, 그 사람들이 내가 쓰는 것을 볼거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남기고.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에게만 내 생각의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고싶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만 알고싶었다.

근데, 그래서 피곤한 일은 줄어들었는데, 정말로 나의 테두리 내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한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디로 쳐냈을까 거기 있는줄 알았던 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