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0812678

[j0812678]

Women in science

[j0812678]

내뱉는 숨이 모두 낭비라고 느껴지는 지금 나는 폐가처럼 텅텅 비어 당신에게 마땅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렇게 추하게 울고 싶지는 않았는데 친구놈의 입에서 새어나온 담배연기가 사랑이야 사랑이야 외치는 바람에 억울해서 그랬어요 밤, 허물 @ withyoutonight

[j0812678]

그 사람을 두고 돌아서는 길 발 밑이 무겁다 했더니 그림자가 겹쳐져 있었다

붙잡는다고 잡힐 줄 아느냐! 그의 머리통을 뜯어내려고 했는데 찢어진 것은 나의 발목이다

아이고 쓰려, 아이고 아파라 개새끼, 우라질 새끼 보고싶다, 보고싶다

핏자국을 질질 끌며 울며 울며 걸었다

밤, 그 사람을 두고 혼자 돌아가는 길

@withyoutonight

[j0812678]

나는 왜 인어가 아니라서 당신은 여전히 죽을 날을 기다리나 영원히 숨쉬며 모두를 그리워하며 매순간 외로워하며 나를 저주할 당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비늘을 긁어 살점을 떼어낼텐데 밤, 인어고기 @ withyoutonight

[j0812678]

부서지는 햇무리 보면서 당신도 내 생각하는가 겨울볕이 발바닥 아래로 느릿느릿 빠져나가 거무죽죽한 빛찌꺼기 질척하게 고일 때 어지럽게 엉키는 오물들 마치 나인 양 가엽게 여겨 시린 발을 붙이고 푹 머무르는 것인가 밤, 12월 @withyoutonight

[j0812678]

우주에서 숨을 쉬는 기분입니다 만나서 더 외로워지는 것은 제가 덜 되었기 때문입니까 마음을 자꾸 퍼내어 그믐 같은 사람이 되든 말든 당신을 몹시 아꼈기 때문인가요 밤, 얕고 얕은 @ withyoutonight

[j0812678]

여름이 다 지나갔네 큰일이야 사실 나는 너랑 틈 없이 붙어 미끌거리고 싶었어 네 땀방울이 내 몸 위로 내렸다면 정말로 우리 진짜 좋았을텐데 밤, 외로움의 무게 @ withyoutonight

[j0812678]

진창에서 우리는 배꼽을 맞대고 서로의 역겨운 것을 매만졌다 닿는 곳에 맺히는 열이 축축해 들러붙은 두 몸은 함께 망연할 뿐 하나로 타오르지 못하고 끝내 어긋매어지기만 하겠다 밤, 이녕(泥濘) @ withyoutonight

[j0812678]

흐리터분한 그믐빛에 숨어 창문 밖을 서성이는 그림자 있다면 오늘은 꼭 말해주어야지 나는 그 말을 믿었다고. 한때 너와 내 입 속을 번갈아 드나들던 약속들 같은 날 시들어져 함께 묻히겠다는 열에 달뜬 그 말을 나는 정말로 온 마음으로, 온 마음으로 밤, 마지막 날 @ withyoutonight

[j0812678]

너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길 발 딛는 곳마다 절벽이다 오늘 밤 미련을 헛디디는 사람 나혼자가 아니기를 수라장 천길 아래로 떨어져 영영 밝지 않는 새벽을 기다리며 다시 간절하게 하나로 녹아 붙은 너와 내가 있기를 밤, 밑바닥에서 @ withyoutonight

[j0812678]

오늘 별이 많이 죽는대. 그 애가 말했다 날숨 하나 스쳤다고 갈빗대가 흔들거렸다 죽는 것은 부스러기일 뿐이다 살별로부터 내던져진 낙오물이 괴괴한 거먹빛 위를 흐르듯 나도 네 얼굴 위로 흐르길 바랐다 타죽었으면 했다 밤, 14-012 @ withyoutonight

[j0812678]

모래 바닥 같은 사람이 되면 어쩌지 물기가 필요할 때는 네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콤콤하게 들어차는 땀냄새 머리꼭지에 내리는 녹녹한 목소리 너는 이끼처럼 조용히 내 불안을 감싸네

떨어져라 떨어져라 다사로운 눈빛 후두둑 떨어져 마르지 않는 사랑으로 얼룩져주길

밤, 첨습(沾濕)

@ withyoutonight

[j0812678]

쉽게 주저앉는 사람을 본다 나는 네 발로 기어가 당신의 마른 무릎 위로 혀를 굴린다 끈질긴 사랑을 불어넣으리 딛고 일어설 힘을 나눠줄게 단단한 사람이 되어 주세요 밤, 곁에서 함께 @ withyoutonight

[j0812678]

별일 없던 오늘의 정류장에서 왜 낯선 얼굴로 머뭇거리는거야 왜 가방끈만 쥐어 당기며 버스를 두대나 그냥 보내는거야 뱃속의 나비라도 나오는 양 와르르 뱉어낸 말에 눌려 죽을 것처럼 굴긴 별 것도 아닌 단어들의 조합으로 시큰하게 내 발목을 잡아 흔들긴 밤, 내 뒷자리에 앉는 애 @withyoutonight

[j0812678]

바닥에 발을 붙인 사람아 우리는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한때 너였던 것이 돌이 되었다가 선인장이 되었다가 도랑이 되었다가 설산이 되었다가 나는 이제 너를 모르고 자기야 차라리 서러움이 되는건 어때 나의 들숨에 스미어 혈관을 까뒤집고 척수를 마르게해주렴

밤, 변하는 이야기

@ withyoutonight

[j0812678]

네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시는데 먼지 냄새가 났어

천천히 마주쳐오는 눈동자가 따뜻하게 어룽거리는걸 보니 너는 꿈의 조각, 밤이 곧 끝나겠구나

곁에 서면 박하 냄새 아릿하던 그날부터 돌아본 적 없는 뒷모습을 핥아먹고 자라난 아, 이다지도 너절한 나의 사랑

밤, 낡은 사람 @ withyoutonight

[j0812678]

휘어지지도 않을 당신은 틀린 그림자 위에서 발을 구르고

시큼하고 검질긴 내 다정은 열 손가락 사이로 질질 흐르지만

숨기는 것과 맴도는 것은 내가 제일 잘하는 일

알아주지 말아라 나는 다시 벽장 속으로

나는 이제 나는 없는 사람

밤, 악착같이 말아 쥔 것은

@ withyouto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