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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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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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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봄
평생을 중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다, 몇 년 전 퇴직한 다섯째 작은아버님은 아버지의 바로 손아래 동생으로, 두 분은 일곱 형제 중에서도 가까운 사이였다. 일찍이 시골 군청에 하급 공무원이 된 첫째 큰아버지나, 사업 수완이 좋아 대도시로 진출한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를 한 둘째 큰아버지, 한량 기질이 다분했던 셋째 큰아버지와 달리, 아버지와 다섯째 작은아버지는 공부 머리가 제법 있는 형제였다. 첫째, 둘째, 셋째 큰아버지는 모두 환갑을 보지 못하고, 뇌출혈로 돌아가���다. 
아버지는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임용이 되었는데도, 평생을 학교 선생으로 살 생각을 하니 앞날이 깜깜하다고 생각해, 선생으로 재직 중에 제일모직에 입사 지원해 합격했다. 학교에 무단결근하고 회사로 출근한 무책임한 아버지를 동료 선생들이 찾아오는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시골 학교의 선생보다는 대기업 신입사원이 되고 싶었던 아버지에 비해, 작은아버지는 교대를 졸업하자마자 교사로 임용돼 평생을 선생으로 살았다.  
작은아버지는 한때 서울의 우리 집에서 하숙했다. 어머니는 몇년 동안 작은아버지의 새벽밥을 지었다. 아직 어두컴컴한 이른아침, 급하게 몇 숟갈을 뜨고 출근하시던 작은아버지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대쪽 같고, 깐깐하고, 꼬장꼬장한, 게다가 자기 관리라면 끔찍했던 깔끔이 작은아버지. 평생을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던 작은아버지가 지난가을 폐암 말기의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여동생으로부터 며칠 전 들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작년에 암이 재발해 수술하셨다는 이야기도...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기야 나는 지난 몇 년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밥벌이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등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고, 부모님도 대체로 그러하다... 보니 당연하게 생긴 일 일지도) 그래서 아버지에게 작은아버지의 병세를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상의하기 위해 내게 뒤늦게 실토한 것이다. 아버지는 분명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친척들과 우리 가족이 작은아버지의 위중함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형제들과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던 사촌동생이 그제야 친척들에게 알린 것이다. 작은아버지는 절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아픈 것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한다. 섬망 증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그 누구에게도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하셨다고 한다. 퇴근길에 일곱째 막내 작은아버지와 통화를 하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형님들이 하나같이 다 그렇게 일찍 가실 수가 있냐”면서. 조부모님들도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 일흔이 넘은 아버지도 만신창이의 육신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나는 어떤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나라고 상태가 다를까. 모두 떠나간다. 나도 우리도 떠나갈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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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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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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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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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20 Best Cinema 10
루이 14세의 죽음 (알베르 세라) La mort de Louis XIV (Albert Serra) 비탈리나 비렐리 (페드로 코스타) Vitalina Varela (Pedro Costa) 클라우즈 오브 쉴스 마리아 (올리비야 아샤야스) Clouds of Sils Maria (Olivier Assayas) 해피아워 (하마구치 류스케) Happy Hour (Hamaguchi Ryusuke)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 박경태) The Pregnant Tree and the Goblin (KIM Dong-ryung, PARK Kyoung-tae) 어떤 여인들 (켈리 레이카트) Certain Women (Kelly Reichardt) 호수의 이방인 (알랭 기로디) Stranger by the Lake (Alain Guiraudie)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Boyhood (Richard Linklater) 천일야화 1-2-3부 (미겔 고미스) Arabian Nights: Volume 1-2-3 (Miguel Gomes) 노 홈 무비 (상턀 애커만) No Home Movie (Chantal Akerman) 7월 이야기 (기욤 브락) July Tales (Guillaume B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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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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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church in NZ,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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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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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어린이집 졸업식.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3살 때부터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누리 과정을 모두 마쳤다. 아이가 7살이 되면, 부모들은 어린이집파와 교육을 좀 신경쓰는 유치원파로 나뉘는 것 같다. 공립유치원에 들어가는 건 까다롭고, 사립유치원에 보내려면 매달 30-40만원을 더 내야 하니 누구에게든 부담스러운 돈이다. 그리고 유치원 프로그램이 좀 더 빡빡한 편이다. 다행히 W의 친��들은 대부분 어린이집에 남았고, 녀석들과 부대끼면서 비교적 널럴하게 마지막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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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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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기적인 시네필의 관점에서 보면, 작년 한 해는 영화를 보기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영화제들은 화려한 치장 없이 차분하게 치러졌고, 관객들은 극장과 온라인에서 창작자들과 고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했습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과 시네마테크의 빈 좌석은 더 늘었지만, 재난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이 영화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한 몇 명의 관객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제가 사랑했던 20세기의 시네마테크 풍경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과 그 주변을 조용히 오갑니다. 혼자 말없이 밥을 먹고, 텅 빈 거리를 거��면서 영화를 생각합니다. 영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없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극장 안에 있습니다. 저에겐 그것만으로도 온전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호황이나 불황과 상관없이) 늘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영화제작자의 처지에서 보면, 작년 한 해가 작은 규모의 영화를 만드는 데 더 나쁜 환경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거의 혼자 작업해왔던 조카뻘의 영화감독과 함께 장편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작업은 서랍 속에 묵혀두었던 영화를 꺼내, 새롭게 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우리가 의미를 두었던 건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해냈다는 데 있습니다. 8살이 되었지만,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딸은 집에 머물면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여름 우리는 4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중 한편은 바다 건너의 친구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화 만들기를 통해 투기자본과 노동 집약의 결과가 아닌, 창작과 일상의 시간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경험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후, 동료에게 연락해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자고 했습니다. 그즈음 무대를 잃어버린 배우들에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을 채워 나갔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목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서로의 시간뿐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부대끼고, 보듬고, 북돋우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에겐 영화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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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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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는 내 소셜미디어의 본인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허락을 구한 몇장의 사진을 제외하곤 모두 지웠다. 이제 그도 아홉 살이 되었다. 내년이면 십대, 그리고 곧 청소년이 된다. 앞으로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세상도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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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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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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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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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아휴직이 수리되었다. 남자 선생은 개교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용보험을 들지 않아 무급 휴직이다. 지난 학기엔 무려 다섯 과목을 가르쳤고,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한국이 싫어서>)과 새 영화 후반작업(<달이 지는 밤>)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논문 한편(이란-뱀파이어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스타일 분석)을 저널에 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새 프로젝트(<유령의 집>)를 들고 부산 APM에도 참가했다. 그러는 와중에 2월에 촬영(<해피 뉴 이어>)을 준비한다고 상암동 DMC에 프로덕션 캠프를 차리고 연출/제작부를 꾸렸다. 연초에는 장롱에 잠들어있던 제자의 영화(<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밖으로 꺼내 새롭게 프로듀싱했다. 모두 지난 가을-겨울의 일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8년 간 비슷한 패턴으로 살았다. 새로운 시간과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다. 일�� 숨을 고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2.
W는 얼마 후면 초등학생이 된다. 하지만 입학은 COVID-19 사태로 하염없이 연기되고 있다. 더디기만 하던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바닥을 기어 다니던 아이를 보면서 언제 허리를 세우고 앉을 수 있을까, 했던 게 엊그제 같다. 이제 녀석은 힘차게 두 발을 딛고 하늘로 솟아 오른다. 엄마, 아빠를 소리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기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W는 어느덧 농담도 하고 심지어 뻥도 칠줄 안다. 그렇게 조그마한 자기 세계를 만들면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나는 이 시간이 정말로 멀리 있는 줄 알았다. 함께하는 매일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3.
갚아야 할 빚은 이제 없다. 하지만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것들을 더 생각해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지켜온 일 : 옷을 사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주워 쓰거나 남에게 얻는다. 민간보험에 들거나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는다. 쿠폰을 모으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의 이발은 내가 맡고, �� 머리는 아내에게 맡긴다. 택시를 타지 않는다. 지키기 어려운 일 : 내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책 구입비. 해서 올해부터는 책을 빌려 읽기로 했다. 하지만 다 읽지도 못하는 책을 한가득 쌓아 놓고 대출-반납을 반복하는 중이다. 얼마 간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W도 우리의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다행히 여태껏 뭘 사 달라고 떼를 부린 적이 없다. 고마운 일. 대신 우리는 시간을 살 것이다. 올해는 이렇듯 시간 부자로 살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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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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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best films
2018 Cahiers du Cinéma top 10 list below.
“The Wild Boys” (Bertrand Mandico)
“Coincoin and the Extra-Humans” (Bruno Dumont)
“Phantom Thread” (Paul Thomas Anderson)
“Burning” (Lee Chang-dong)
“Paul Sanchez est revenu!” (Patricia Mazuy)
“The Post” (Steven Spielberg)
“On the Beach at Night Alone” (Hong Sang-soo)
“The House That Jack Built” (Lars von Trier)
“Leto” (Kirill Serebrennikov)
“Treasure Island” (Guillaume Brac)
지난 12월 초, 까이에 뒤 시네마도 올해의 명단을 내놓았다. 프랑스에서 뒤늦게 개봉한 홍상수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명단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후 <풀잎들>까지 홍상수 영화들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중 가장 당황스럽고 좋았던 영화는 <그후>) 서구 평자들에게 뜨겁게 환영받고 있는 <버닝>까지.
나의 2018년도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논픽션 Doubles vies : 올리비야 아사야스 Olivier Assayas / 김군 : 강상우 / 녹차의 중력 : 정성일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 레토 Leto :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Kirill Serebrennikov / 더 스퀘어 The Square : 루벤 외스툴른드 Ruben Ostlund / 아직 끝나지 않았다 Jusqu'a La Garde : 자비에 르그랑 Xavier Legrand / 어느 가족 Shoplifters : 고레에다 히로카즈 Koreeda Hirokazu / 버닝 : 이창동 / 태양없이 Sans Soleil : 크리스 마르케 Chris Marker(미개봉작) 
그외 
뉴욕라이브러리에서(미개봉작) / 로마 / 더 포스트 / 팬텀 스레드 / 패터슨 / 너는 여기에 없었다 / 쓰리 빌보드 / 플로리다 프로젝트 / 겨울밤에 / 춘천춘천 / 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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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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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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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나 갈 무렵이면 종종 이따금씩 의외의 학생에게서 이메일이 오거나 연구실 문 밑으로 한 장의 엽서나 쪽지가 날아들 때가 있다. 말린 낙엽을 코팅지 사이에 넣어 편지와 함께 준 이도 있다. 중국학 전공이었던 한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그러질 못했다면서, 반수 끝에 원하는 학교-학과에 합격했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저는 11월 2일 부로 학적을 정리했습니다 (...)” 몇 주간 수업에 나오지 않았던 학생이라 반가운 마음을 담아 축하의 답신을 보냈다. 좋은 동료와 스승을 만나길 빕니다. 영화를 공부한다면 어디서든 반드시 만나지 않을까요.  
2주 전에는 문고리에 오렌지 주스 한 병과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발신인 없는 선물 상자를 며칠 간 방치하다 결국 집으로 들고 왔다. 혹시 학과에서 주는 거냐고 조교에게 물어보았지만 당연히 그럴리는 없었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야 가족들과 케이크를 나누었지만 마음 되돌려 줄 곳을 알 수 없는 선물을 없애버린다는 게 영 찝찝한 기분이었다. 만날 때마다 힘을 내라고 격려했던 학생인가, 연구실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나갔던 녀석인가. 누구에게라도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올해도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고요하게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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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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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Woori, on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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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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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kunja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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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아트벙커B39 / Bucheon Art Bunker 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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