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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어느새 4월과 5월을 스킵하고 6월이다. 조금만 바빠져도 전부 놓아버리는 게으름과 앞을 채우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허접한 완벽주의의 콜라보 때문. 나름 33살인데 이제는 내 약점을 이해할 법도 한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다시 시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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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3 금
호그와트에서 입학허가서가 날아왔다.

(자나 아님. "하나"임)
대충 해석하자면 오늘 주문이 완료되어 3월 7일 입학 예정이니, 손가락도 풀고 주문도 외우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뜻. 후후후. 드디어 온다! 호그와트! 얏호!
3.6 월
11층 여자 휴게실은 침대의 단단함과 공기의 메마름이 딱 학교 양호실 같아서, 잠이 잘 온다. 11시반 이전에 가면 자리가 있어 요즘 애용중. 오늘도 점심시간에 누워 자고 있는데 상무님 카톡을 받았다.
"하나 프로. ㅇㅇ팀 프로젝트 하나 같이 하자."
입도 채 다물지 못한채 말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 안에서 흐르는 요 마음, 나를 단숨에 일으킨 건 분명 긴장과 흥분이었다. 멋지게 해내고 싶은 마음과 뒤이어 밀려오는 걱정. 아무리 밑져도 배움 하나는 건지는 판이라고, 그러니까 편히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침대에 누움. (응?)
3.7 화-수
월요일에 바로 소환되어 바바 오티를 받고, 화요일 수요일 본격 바바 집중모드. 화요일에 있던 저녁모임까지 불참하면서 아이데이션.
위전과 지하에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지금 생각중인 아이디어를 중간점검 해준다는 제안에 함께 자리로 올라왔다. 현재 현업에서 깐느로 뛰어가고 있는 (달리기 잘함) 위전에게 SOS. 거의 맥짚으면 바로 나오는 한의사처럼 바로 문제점 파악해서 해결해주고, 키카피도 야무지게 손봐줬다. 잘되면 위전 자리를 보며 1일 1배 해야겠어.
3.9 목
크리스피바바 1차 회의. 첫 회의 소감은요? 부럽다 부러워. 멋있다 멋있어. (전혀 멋없는 소감)
3.10 금
더글로리 시즌2 온에어 기념 정주행. 장소 : 모모씨 출장간 사이 주연이네 참석자 : 다운, 유나, 보라, 주연, 하나
준비물 : 얇은 잠옷 하나만 가져오면 된답니다
소감 한마디 : 모모씨 또 출장 안 가나요?
3.14 화
크리스피바바 2차 회의. 어제 엉덩이가 의자에 붙을 때까지 아이데이션 했는데.. 이제 더 나올 게 없지 않을까..? 싶어 아침운동에 갈까 고민하다, 그냥 일찍 출근. 진짜 그만하고 싶은 마음 꾸욱 누르고, Hermes 영상을 기계처럼 훑으며 버스에 오르다가 하나 건졌다. 기존에 있던 안에 넣으면 되겠다! 싶은 레퍼런스를 발견. 심봤, 아니 에르메스 봤다!
이러니까 내가 벼락치기를 못끊지. 주니어보드 시절 멘토님께 받고는, 눈물 줄줄 흘렸던 메일 속 문장을 다시 꺼내본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데드라인에 나온다." by. 광고계의 유느님 유병욱CD님
3.15 수
노석미 작가 개인전


3.18 토
요즘 내 상태 : 오�� 해야 하는데 - 라운딩이 얼마 안남았네 - 진짜 마음 딱 먹고. 오픽부터 끝내고 골프 하자 - 라운딩이 곧이잖아 - 오픽해야 하는데
위 상황의 반복으로 오픽도 골프 연습도 아무것도 못하는 중.
3.19 일
오픽 재수날. You know what? I'm failed! 삼수를 위해 4월 시험을 등록했다. 오 그러면 4월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네? 오늘은 놀러 갈까? (그렇게 사수생이 된다)
3.21 화
위전에게 맛있는 밥 사는 날. 그것은 바로 잃어버리지 않은 지갑을 위전이 찾아줬기 때문이다! 지갑을 아침 운동할 때 사물함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 베이지 색 가방 옆구리에 연분홍 지갑이 보호색을 띠고 조용히 숨어있던 것. 지갑을 찾아 에이블짐을 다녀오는 길에 위전을 만났고, 내 자리까지 와서 찾아줬다. 이것이 바로 아트의 눈인가? "음 여기는 RGB값이 다른데?" 이런 건가!
(여기에 연분홍 지갑이 꽂혀있었음)

오늘의 교훈 : 지갑에 결혼반지를 두고 다니지 말자.
이번엔 꼭 위전이 먹고싶은 거 먹자!고 했지만 결국 또 단백질 많은 파히타를 주문해버렸다. 다음엔 진짜 매덕스 피자. (다짐)
3.23 목
신사에서 준호, 재형, 다운. 준호와 재형이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봐도 다들 철 없는 건 똑같구나.
준호&재형 콤비의 유머 코드는 '극딜'인데, 가끔 아슬아슬해서 ���거 기분 안 나빠?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면 '으히히히'하고 웃고 바로 반격에 들어가는 부분이 좋다. 비하의 유머코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능수능란한 콤비의 랠리에는 웃음이 날 수밖에. 신사역 걸어가는 길에 다운과 올해의 첫 벚꽃.

3.25 토
집 앞 놀이터에 벚꽃이 벌써 만개해버렸다.

오후엔 주연 커플과 함께 해랑씨네 집으로. 위스키와 함께 포스트잇 이름표가 준비되어있었다. 쏘 큐트!
3.26 일
아도니스 9홀. 안하느니만 못했다. 이선생님..! 해리포터가 하고싶어요..!!!
3.27 월
미세먼지 없는 날 가끔 산책하는 LG구회장님 집 앞 길

3.29 수
오늘의 대충격 : 파블로프 당한 파블로프

오늘의 귀여움 : 지하철 먹보 버전

최고의 댓글 : 찐빵또줘씨~
오늘의 심정 : 그새 일이 없으니까 나 또 불안해 (시무룩)
3.30 목
이태원 플랜트에서 팀점. 휴가 하나 올리는 데에 눈치를 한 사�� 보고,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말을 끝내 테이블 위에 꺼내질 못하고. 용기가 부족한 스스로를 차마 미워할 수 없기에 팀에 탓을 돌리다가도, 같이 햇빛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고, 웃으며 걷다 보면 지금 나에게 가장 편한 건 우리팀 사람들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생각 하지 않게 일 좀 들어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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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미 작가 개인전
2023.03.15 @한남동 알부스갤러리
text painting
"이미지는 읽고, 글은 본다" "접점이 모호한 문구와 이미지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해석을 불러온다."










생경함은 충돌에서 온다. 멀어보이는 그림과 글의 부딪힘이든, 있어야 할 곳에 다른 것이 있든(나무막대에 걸린 명품들), 있어야 할 것이 사라져있든(발렌시아가-선으로 만든 집). 너무 그림에 맞는 카피, 당연한 카피를 붙이는 것에 주의. 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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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월의 뭐봤니
타이타닉 리마스터 (IMAX, 3D) - 초등학생 때의 나는 타이타닉을 본 것이 아니었구나. 다시 보니 완전히 새로운 영화였다. - 영화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2D를 2장으로 만들어 입체카드처럼 보이게 하면 3D가 되는 건가? 그럼 1만 5천원이 2만 5천원이 되는 게 맞는 것인가..!
영화 유령 - CJ 감성과 PC에 나이브스 아웃 한 스푼.
뮤지컬 스위니토드 (이규형,전미도) - 뮤지컬은 뮤지컬 영화를 이길 수 없는가 (뮤지컬영화란 어찌보면 카메라와 편��기술, CG가 들어간 뮤지컬이니 당연할지도)
2.1 수-2.3 금
플레이리스트와 웹드라마 <걘역시북방계> 촬영. 이 팀에선 촬영을 할 때마다 참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다- 싶었는데 최근 릴리즈가 7월이었다(..)

촬영이란 원래 추운 건데 내가 또 까먹었지. 아침 촬영에 경기대 수원캠퍼스의 고산지대라는 지질학적 한기까지 더해져, 촬영 첫 날 얻은 한기로 3일 내내 앓았다.
2.4 토
대학교 할머니방 4번째 유부, 소정언니 결혼하는 날. 처음엔 다들 막 40분 먼저 도착하고 그랬는데, 이제 다들 기강이 빠져 식전에 겨우 도착하고 그런다.
소정언니의 반려인이 될 앤디의 아버님은 목사. 그래서인지 주례 : 앤디쓰 아버님, 축복예배 : 앤디쓰 아버님, 성혼선언문 : 앤디쓰 아버님까지. 1인3역, 3예배로 진행됐다. 아버님이 기도를 올리실 땐 신랑 쪽 하객은 모두 고개 숙인채 깍지를 끼고, 언니 쪽 하객은 모두 고개를 들고 기웃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금 내 말투에 무언가 못마땅함이 뚝뚝 묻어난다면 맞습니다. 들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중의 할머니 (그래봤자 1살 차이) 우리 언니 속상하게만 해봐 가만안둬.
2.8 수
어제는 개썅!의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쪼끔 나아짐. 촬영 중에 김정난 배우님이 카피 좋았던 ��� 어딨냐고 (광고주가 버렸어요) 물어봐주셔서 기분이 째졌다. 일이란 대체로 텁텁한 와중에 가끔 찾아내는 달달함이 반복되는 건빵과 별사탕같기도.
2.10 금
삼전동에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서브웨이가 생겼다. 아무래도 삼전동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사람이 늘 바글바글. 다들 서브웨이 신장개업이 참 반갑구나 싶어 귀엽다가도 기다리다보면 너무 배고파.
2.15 수
멍청비용 1위 리스트 가볍게 갱신. 이번엔 내가 비행기표를 끊어 보겠답시고 나섰다가, 준수의 영어 이름을 JUNSU로 적어버렸다... (JUNSOO임)
OO든 U든 뭐 어때, 한국말로는 다 같은 ㅜ인데. 바꾸면 되는 거죠?라는 생각은 안일했고. 여권번호든 뭐든 대부분 변경 가능하지만 이름 철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철자 하나로 다른 사람이 된다나. 결국 다시 예매를 해야만 했다. 휴 정말 나랑 사는 건 피곤한 일이야!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걸 CD님과 꼭 얘기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게 꽤나 스트레스였나보다. 이번주 내내 전전긍긍 모드. 그 와중에 실수로 몇십만원이나 멍청비용으로 날리고... (내 잘못이라 욕할 사람도 없어서 더 화가 부글부글) 최악의 마음가짐으로 팀장님과 얘기했고, 의외로 긍정적으로, 확실히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몇 십만원으로 마음의 안정을 구매했다 생각해야지. 내 장점이 뭔지 알아? 정신승리야!
2.18-19 토,일
엄마 아빠랑 준수 생일 기념 고성 여행. 우리의 최애 게집 '게섯거라'의 맛을 드디어 엄마아빠에게 소개했다. 진짜 좋아하는 집에 가니, 나도 모르게 동조를 구하는 말이 계속 튀어나오네. 게,맛있지? 게맛있지!
내 속의 나 가운데 서열 1위, 덜렁대는 내가 스트로베리32의 딸기케이크를 무려 예약 구매까지 해두고 집에 두고오는 바람에 멍청 케이크를 멍청 재구매하러 (멍청비용이란 단어를 응용) 생일자와 함께 출동. 숙소에 돌아와보니 엄마아빠가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해두었다. HAPPY BIRTHDA! (마지막 Y는 바람을 과하게 넣어 터졌다고 함)
행복에 푹 젖은 엄마아빠의 얼굴. 그런 표정은 또 처음이었던지라, 나 혼자서는 줄 수 없는 또다른 종류의 행복을 ‘우리’가 주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지 뭐야.
HAPPY BIRTHDA! JUNSOO!


2.22-23 수,목
송파구 34세 이준수씨의 생일 상차림 모음집




22일엔 우마카세 (우모크) / 23일엔 하나카세 (삼전동) (🥸퀴즈🥸 위 사진에서 우마카세를 골라보시오. 모르겠죠? 감쪽같죠? 비슷하죠?)
미역국과 묵은지 등갈비찜은 어머님 협찬. 나물3종은 송파구 반찬 장인 이금자 선생님께 전수 구입. 직접 한 건 버터관자구이와 더덕구이 뿐인데도 손이 많이 갔다.
2.25 토
송파구 34세 이준수씨의 생일 기념. 어머님 아버님과 라운딩. 엄마, 아빠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은 처음이란 준수의 말에 지난주의 내 대사를 표절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표정이 예뻐서 나도 자꾸 미소가 실실 나왔다.


(언제 백돌이가 될 수 있을까?)
밀린 일기를 주욱 쓰고 보니 가족과 자주, 오랜 시간을 보냈던 2월이었다.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고 보내는 일은 가끔은 내가 해내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져 버겁기도 하지만, 막상 겪고나면 늘 마음이 충만해진다. 마음 속 비어있는지조차 몰랐던 공간까지 꽉 채워지는 느낌. 친구로부터, 혹은 일에서 (가끔) 얻�� 것과는 또 다른 행복감.
우리 몸을 위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듯, 마음을 위해 다양한 행복을 골고루 챙겨야 하는구나- 싶지만 이게 참 쉽지 않다. 나는 늘 치우치며 흔들흔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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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새해가 밝았고 두 번째 31가 되었다. 고로 올해의 다짐은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싶었던 거 다 해보기.
1.1 일
준수와 함께하는 첫 번째 1월. 생애 첫 번째 떡국을 끓여봤다. 요즘 ‘우리집의 전통' 만들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집 새해 메뉴는 매생이 떡국. “맛있는데? 진짜 맛있는데?”를 무려 열 번이나 들었다. 물론 다섯번째 부터는 내가 먼저 “맛있어?”라고 물어보긴 했다.

(이렇게 잘라서 올리면 맛있어보이려나?)
어제 당진에서 마지막 일몰을 못 봐 아쉬웠는데, 스크린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마어마한 일몰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태양의 새해 첫 퇴근길에 나와 준수의 소원 두 개 더 실려보냈다. 어제 포기한 일몰을 오늘 생각치도 못하게 마주하다니. 역시 사람 인생 오르막길 내리막길!

1.2 월
새해 첫 출근답게 회사가 조금 어수선했다. 자리가 바뀐 사람들의 평소보다 조금 높은 인사소리와 들뜬 얼굴들이 귀여워 둘러보는데 위전이 눈앞에 보였다. 나와 같은 줄로 이사를 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사이가 전부 빈 자리라 꽤나 가까워진 기분.
회사 밖의 친구와 같은 사무실에 있다는 건, 이 곳에 나만 아는 작은 대나무숲이 있는 기분이다. 존재만으로 묘한 위로가 된다.
밤. 시리우스가 시리도록 밝았다. 새롭게 별을 알아보게 될 때면 어떤 과학자는 이 별의 이름을 짓기 위해 ���생을 들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류애가 충전된다.
1.3 화
수잔이 떠나기 전, 신사에서 지영언니와 셋이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야근. 부랴부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카페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하나야!”라고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세상에 지영카피님과 동석아트님 (구 아트님, 현 대표님)이 계셨다.
얼결에 합석해 HSAd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부터 요즘엔 모하니까지. 유일하게 현HSAd 재직자인 지영언니 덕분에 공덕 근황을 업데이트 했다. 늘 똑같고 별 거 없다고 하면서, 툭 다른 주제를 던지면 탁 하고 이야기가 나왔다. 키워드만 업데이트 해두자면 할리데이비슨, 15층 파전, 3층 초밥집…
지영 카피님은 수잔 결혼식 이후 2년만에, 동석 아트님은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은데 만나서 얘기하니 어색함이 없고 이야기가 술술이었다. 같은 시절, 같은 이야기 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여서일까. 같은 반 친구를 만나 고등학교 이야기를 하는 기분. 세상은 좁고 우연은 다반사.
1.5 목
하프파운드 푸딩들. 내 자제력을 믿지 말자. 후회-하고 있지만 내일부터 다시 해내야지.
1.8 일
생애 첫 타투. 준수는 토요일에 사넬을, 나는 오늘 두나를 데려왔다. 아프다는 후기도 봤었는데 작가님 기술이 좋으신지 둘 다 잠만 쿨쿨 자다 나왔다. 어제 샤넬을 먼저 보고는 두나도 전신을 그리기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마음을 바꿨는데, 막상 몸에 그려보니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벌써 또 하고싶고 왜 다들 처음이 어렵지 계속 하게 된다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준수는 어제부터 -몸살인줄 알았다가, 감���인줄 알았다가, 결국엔 장염으로 우리끼리 판정한 것-을 앓고 있다.


왼 / 나의 점을 바라보고 있는 두나
오 / 반려인들의 키에 따라 다른 고도에 머무르게 된 두나와 샤넬
1.9 월
준수 장염 완쾌 기념으로 파스타468에서 파스타.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름만 바꿔도 468배는 잘 될 것 같은데. 손님이 적당히 있어 우리는 오히려 좋아. 포모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고 바질페스토는 다 떨어져 새우알리오올리오와 냉이페스토 파스타. 맛있었지만 다음엔 포모도로와 바질페스토 파스타.
1.10 화
주연이와 급만남. 교보문고 갈 일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마침 진짜, 딱, 퇴근하고 가려고 했었던 것. 야 너도?하며 만났다. 교보문고와 샐러드와 커피. 아직도 나는 마음이 어린지 친구 사이에서도 괜시리 서운한 일이 있는데, 그럴 땐 서운한 일 없는 친구가 또 약이 된다. 주연이에게 왼쪽 팔뚝에 자리잡은 두나를 자랑하고, 연말 휴가로 스페인에 다녀온 여행기를 들으며 어딘가 꼬여버린 마음을 풀었다.
1.11 수
오랜만에 소고기무국. 양지 300g이 필요했는데 마트 축산코너에서 360g을 담아주었다. 고기가 더 들어간만큼 무를 듬뿍 넣었더니 물도 덩달아 많이 들어가 조금 싱거웠다. 언제나 정해진 레시피만큼의 재료가 주어지지는 않으니, 시와 때에 따라 변주하는 법을 알아야지.
1.13 금
만포막국수. 성시경도 축축한 날씨는 이기지 못했는지, 오픈 웨이팅을 각오했지만 다행히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찜닭은 닭을 맛있게 찐 게 전부라 특별할 것 없었지만, 양념이 진짜였다. 톡-쏘게 탁-맵고 슥-시큼한 게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너무 맛있네.
가정적인 내가 만두를 포장해왔는데 회사 냉장고에 두고왔다. 결국 덤벙대는 내가 모든 나를 다 이김.
1.14 토
소정언니 브라이덜 샤워. 이제 잔치상 준비는 한 시간 반이면 싹가능.

1.15 일
하이모 감독님 미팅.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진짜로 부산 갈 뻔. 한남대교에서 올림픽대로 진입 실패. 중간에 나가기도 실패. 어쩌다 경부고속도로를 탔는데, 눈 앞에는 부산으로 가는 표지판이 있고, 내 뒤에는 버스가 있었다. 알고보니 내 차가 버스전용차선 위에… 울고 욕하면서 겨우 집에 왔다.
그리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진짜로 다섯 번 울었다.


1.19 목
천용성 / 보리차
1.20 금
한국인이 만들고 미국인이 감탄하고 일본인이 시기하고 중국인이 분노하는

1.21 토
그렇다면 나도 한 줄로 정의하지 못한 나의 세대를 기성새대가 정의하도록 두어도 괜찮은가? / mz오피스 관련 기사
1.21-24 설날연휴
먹은 것. 갈비찜(1위), 떡국, 잡채, 김치, 납작불고기, 고사리나물, 숙주와 시금치, 쥐치무침, 가지전, 두부, 더덕무침(생각해보니 이게 1위), 고맥(고량주+맥주), 나폴리탄, 야끼소바, 양고기 마라볶음, 첵스, 파스타, 에그베네딕트, 샐러드, 한우
본 것. 꼬리잡기, 역대급 영지설계사, 미래의 골동품상���, SGBL 시즌3
만난 사람들. 엄마, 아빠, 어머님, 아버님, 이모, 외할아버지, 만득이네 시흥 식구들, 소라, 보영, 지혜

1.26 목
눈이 많이 오는 날 형경이와 점심. 약속을 잡고 나면 늘 취소되거나 밀리면 좋겠다는 심보가 마음 한 켠에 숨어있는데, 아침에 내린 대설주의보로 그 마음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한국의 성실한 기사님들 덕에 형경이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고, 늘 그렇듯 막상 나가면 너무 좋아하는 나.
오월의 종에서 웰컴브레드, 루트에서 포케, 테라로사까지 내가 아는 (그리고 블로거들도 너무 잘 아는) 이태원 스페셜코스 투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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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말정산
이 달의 즐거워 : 명상수업
이 달의 맛있어 : 오랜만에 먹은 밤호박, 밸런스밀 프로틴쿠키 치즈맛 40g
이 달의 싫어싫어 : 오미크론 확진
이 달의 지쳐지쳐 : 전화기 신청, 맥북 적응을 비롯한 모든 썸띵 오브 랜딩
이 달의 잔소리 : “집은 언제 치울래?” “가구는 언제 살래?”
이 달의 기다려 : 바르닭 세일
이 달의 행복해 : 주연이네에서 유나와 셋이 보낸 하룻밤, 처음이자 마지막 브라이덜 샤워
이 달의 불행해 : 7일 간의 격리
이 달의 귀여워 : 어릴 때의 나, 어릴 때의 만득
이 달의 문장 : 그 일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니까! (수잔의 수퍼바이저)
이 달의 고백 : 영호야 나는 너가 좋아. 나는 너만 좋아. 정우성이 무릎꿇어도 나는 너야. (나는 솔로 6기 영자)
이 달의 캐릭터 : 리갈하이 코미카도 (사카이 마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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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31
3/14
오늘은 OB 청첩장 모임. 용수, 재흠, 진우를 주연이와 함께 만났다. 용수오빠는 꽤 오랜만에, 재흠오빠와 진우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회를 조금 먹었고, 알탕 속 알과 야채를 많이 먹었다.
3/15
SVP 마지막날. 내일부터 이틀간은 명상수업을 한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당근마켓에 허먼밀러를 올렸는데 업로드와 동시에 연락이 왔다.
오늘의 문장 : 경력 사원이 회사에 적응을 너무 잘 하면 회사는 그 사람을 뽑은 이유가 없어진다 (svp 마케팅 상무님)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svp 인사이트 페어 발표자)
3/16
명상수업 첫째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본 적이 또 있나 싶다. 늘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 보고싶은 것들을 줄세웠었으니까. 명상수업만 일주일 더 할 수는 없을까?
어제 함께 운동한 PT선생님이 확진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근처 병원으로 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 내 앞사람은 양성판정을 받았는데 기침을 연신 콜록콜록 해댔다. 실은 전파의 많은 부분이 병원 복도에서 이뤄지고 있을 지도?

저녁엔 허먼밀러 구매자가 찾아왔다. 당근 구매자가 이 크고 무거운 게 이만큼 크고 무겁다는 걸 알고있을까, 가져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두 사람과 큰 차 한 대 (제네시스 g70)가 왔다. 작은 카트도 챙겨오셨는데 계단이라 쓸 일이 없어 죄송해졌다. 마침 딸의 첫 당근이 걱정되셨던 엄마 아빠가 도착해 힘을 합쳐 의자를 옮겼다. 집에 돌아가 의자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우리집에선 택배 받침대가 되어있던 의자가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었다. 당근에 용돈벌이 말고도 이런 기쁨이 있구나. 물건에게 쓸모를 찾아주는 기쁨!

3/17
뉴욕시 수잔에게 편지와 함께 청첩장을 보냈다.

3/18
YB 청첩장 모임. 준호, 재형, 정기와 오랜만에 만났다. 늘 똑같이 바보같고 실없고 재미있었지만, 가족과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눈에 진심이 그렁그렁. 강남에서 모임을 하던 만득이도 자리에 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애들이 짓궂었지만 어른스럽게 받아주는 만득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3/19
지난 주에 예고당했던대로 (”주연아.. 너희 집에서 샤워 좀 해도 돼?” “무슨..? 아..?”) 대학교 친구들이 브라이덜 샤워를 해주었다. 이런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으니 친구들이 들인 공과 시간이 모락모락 떠올라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또르르 나오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주연이와 각자 개인사진 1시간씩, 단체사진 1시간씩 도합 3시간을 사진을 찍고 찍히니 당이 떨어져 테이블에 있던 포도를 뚝뚝 다 뜯어먹었다. 고맙고 행복한 시간.
어느새 우리가 만난 지도 12년째. 다 커서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가 친구였던 시간이 서로를 모른채 살았던 시간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건 많이 없지만(?) 얻은 건 이 친구들이 아닐까. 학교에서 강제로 정해준 1학년 1학기 9시 등교 - 6시 하교 시간표가 그 땐 정말 싫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함께 내내 수업을 들으며 떠들다 혼나고, 공강 시간에 PC방에 가서 서든어택 칼전을 했던 그 시간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내 생에 가장 시끄러웠고 가장 술을 많이 먹었고 또 가장 고마운 나날들에 이들이 있다.

3/20
수향 수잔과 정말 오랜만에 모닝 시모임. 시모임이라고 말하기 부끄럽게 시도 글도 없었지만 근황과 수다와 따뜻함이 있었다. 이 모임에선 늘 인류애를 얻는다. 마음을 조금 채워온다.
모임이 끝나고 곧바로 정성비스포크로 가 만득의 예복 1차 가봉을 했다. 우리가 고른 천과 색, 핏으로 둘러쌓인 만득이 퍽 멋지고 기뻐보였다.
오늘의 문장 : 그 일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니까! (나쁜 일을 겪은 아이를 두고, 수잔의 수퍼바이저)
3/21
오프라인 첫 출근. 회의실에서 인사팀의 짧은 안내를 받는 와중에 담당자분의 층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와 안내가 더 짧아졌다. 회의실 밖에선 각자의 팀장님 혹은 팀원들이 삼삼오오 기다리고 있었는데, OT가 끝나고 우리가 각자의 팀을 찾아가는 모습이 꼭 영화 소울에서 영혼들이 자신의 멘토들과 조우하는 장면 같았다.
병국 씨디님이 나와서 나를 맞아주셨는데, 미수 ���디님은 가족이 확진되었다는 소식과 모두 적극적인 재택중이라 오늘은 본인만 나오셨다는 이야기. 목요일에 첫만남을 갖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려주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셨다. (홀연히는 아니고 맥북을 처음 만나는 자에게 윈도우 프로그램 등등을 깔아주시고 가셨다)
나는 혼자 남아 서랍장과 vdi, vpn, 법카와 명함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신청하려 했으나 모든 것은 한 번에 되는 법이 없었으며 (명함을 신청하려 했더니 전화번호가 필요해서 전화기를 찾았더니 없어서 신청했다) 맥으로 켜는 윈도우 인터넷은 정말 더럽게 느렸으므로 하루 종일 서랍장과 전화기를 신청했고, 하루 종일 이것밖에 한 게 없다는 자괴감을 덤으로 얻었다.
여기는 나갈 때 공항검색대처럼 가방을 엑스선으로 투시하고, 노트북은 바코드를 찍어야 반출하거나 반입할 수 있다. IT회사에 있다 오니 이런 불편함에 영 적응되지 않는다. 차암나! 치사하다 치사해!


3/22
��늘도 출근했으나 아직 사원증은 찍히지 않았고 아직 사내커피 한 번을 맛보지 못했다. 점심 2시간은 운동 없이 보내기엔 너무 길어, 계단운동으로 건물을 5바퀴 정도 올랐다. 재혁오빠가 출근해서 같이 잠깐 이야기를 했다.
저녁엔 퇴근 후 마일드아이즈에 룰루랄라 걸어가 (실은 프라이탁이 너무 무거웠기에 ‘으라차차’에 가까웠음) 준하님의 귀가 택시를 얻어타고 왔다. 배민은 택시비에 후하다. 자료공유에도 후하고, 월급에도.. 연봉에도..
3/23
오늘은 재택을 하기로. 왜냐하면 만득을 소개해준 형경에게 상품권을 증정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점심시간을 틈타 상품권 판매소에서 현금을 주고 상품권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돈 주고 사는 건 처음이었는데, 마치 작은 환전소같았고 아주 작은 마진을 남겨서 구매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9.8천원으로 10만원어치 상품권을 삼. 3천원을 벌었다네~) 마치 파칭코에서 경품과 돈을 교환하는 듯한 약간의 스릴(?)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재택을 선택하고, 20분을 걸어온 것까지 하면 오히려 손해가 아닌가 하는 기분도. 결혼은 참 이래저래 이것저것 할 일도, 신경쓸 일도 많다. 다신 하지 말아야지 (?)
3/24
예고된 환영회의 날! 바로 바로 나를 환영하는 날!ㅎㅎ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에이미님과 만나 처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에이미님의 집에서 어떤 소식이 들려왔고, 급히 회사를 떠나셔야 했다.
환영회로 밥도 먹고 다시 확진도 되자는 씨디님의 농담에 살짝 긴장했는데, 한 명이 없어서인지 회식은 점심 솥밥을 1차로, 우중충한 기후를 고려한 분위기의 독일식 카페에서 2차로 마무리되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이야기하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는 임원 되면 안되겠다. 꼰대되겠다 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신나서 피티 선생님께 연락했고, 8시 운동을 했다.
3/25
윤지언니와 방이편백찜. 언니는 새로 연애를 시작했고, 그 전에는 대단한 사람들과 소개팅을 했다. 누구에게 얘기해도 알지 못하겠지만, 나에겐 너무 흥미로운 일이라 여기에 남겨둔다. 망넛이네 사장님이 타는 차는 포르쉐 블랙! 망넛이네 사장님 나랑 친한 언니랑 소개팅 했다!
3/26
인천 친구들에게 처음 만득을 소개시켜주는 날이었다. 선영은 코로나로 격리 중이라, 수현이와 지안, 지안 남편분과 모였다. 고기를 먹고 2차를 갔고, 3차로는 ��도날드 맥플러리. 지안이네 남편분을 함께 부른 것은 아주 좋은 한 수였다. 친구들끼리만 있으면 만득이가 조금 어색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함께 얘기하니 오디오도 빌 틈 없이 다들 목아플 정도로 서로 농담을 던졌다. 근데 진짜 목이 아픈 것 같은데.. 이번에도 기분탓이겠지? 내 표정이 안좋자 이션은 자꾸 물을 권했다.
3/27
숙소에서 새벽에 이션과 지안에게 추천받은 <나는 솔로>를 보는 중, 아무래도 이상해 자가키트를 몇 개 사왔다. 1차 음성. 그런데 슬슬 기침도 나오기 시작하네? 심상치않다 싶어 한 번 더 해봤다. 목과 콧구멍에 5cm 정도는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주아주아주 흐릿하게 보이는 두 줄. 아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을 찾아 신속항원검사. 나는 양성이고, 오빠는 음성. 오빠는 아주 흐릿하게 바이러스가 보이는데 음성이라��� 해서, PCR검사를 다시 받았다. 아무래도 오빠는 이미 한 번 걸렸던 게 아닌가 싶다.
주말에 있던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청첩장을 그렇게 돌리고 다녔는데 이제야 걸린 것도 용한 거라는 위로를 들으며 살짝 울컥했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살짝 억울한 마음도 들어서. 그리고 출근 일주일만에 확진된 직원이 되어서. 바로 팀방에서 이야기했고, 살짝 정적이 흐른 것 같은 건 오늘이 주말이어서인지 내가 너무 눈치를 본 탓인지.
3/28
7일 격리 시작. 4월 2일 토요일 자정에 격리가 해제된다. 회사에선 따로 병가가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증상이 미미한 수준이라 괜찮지만, 아니면 조금 서글프지 않았을까 싶다.
3/29
격리 2일차. 저녁에만 기침이 조금 나오고, 낮에는 괜찮다. 밤 10시 이후에만 코로나균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정부에서 통금시간을 정한건가! 다 생각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첫 회의를 했는데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왜인지 첫인상으로는 말아먹은 기분도 든다. 기존 광고안을 수정 편집하는 프로젝트라 제대로 아이데이션 할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더 잘할 걸 싶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3/30
하도 누워있어서일까 붓기가 심상치않다. 그래서 오늘은 심으뜸 슬로우버피 200번을 했다. (으쓱)
3/31
아직 한창 격리중인데 송파구청장님이 문자를 보내주셨다.
격리 중 가장 힘든 건 운동을 못한다는 것. 나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동력발전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못하면 삶을 꾸려나갈 에너지도 없어져서, 집 안도 엉망. 치울 생각도 에너지도 없고 쓰레기는 쌓이고 스스로가 미워지는 마음도 덩달아 차곡차곡 적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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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13
3/1
엄마와 어머니의 한복을 맞춘 날. (엄마와 어머니라니 호칭이 웃기네ㅎㅎ) 일년 전 만득의 누님 결혼식 때 옷을 맞추셨다던 박경숙 한복침구라는 곳에 가서 함께 옷감을 골랐는데 천에서 촤르르 윤기가 났다. 박경숙이란 이름이었지만 사장님은 머리가 흰 중년의 신사분이었고, 본인의 아내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다는 로맨틱한 탄생설화를 돌아오는 길 어머님을 통해 전해들었다. 천만 보고 완성된 한복을 그려내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장님의 자신감 꽉 찬 말에서 우리 엄마와 어머니의 한복이 분명 예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3/2
제일기획 교육 첫째날. 인사제도와 복리후생, 기업 비전같은 수업을 들었다. 경력 입사자들의 반응이 너어어어무나 미미해서 강의자와 인사팀 호스트가 민망할까봐 나혼자 마음을 졸였다. 가뜩이나 줌으로 교육하는데 반응이 없으면 굉장히 민망하단 말이다. 니들이 줌으로 화면을 공유하는 발표자의 마음을 알아?! 질문도 나혼자 왕창하고, 침묵이 미안해 작게라도 대답하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2년동안 배민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오늘의 문장 :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해. 근데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그 다음들이 모여서 너라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 (넷플릭스 소년재판)
3/3
삼성 경력교육 첫째날. 줌으로 카메라를 9시부터 6시까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켜두어야 하는데 마치 21세기 판옵티콘같다. 진이 쭉쭉 빠져서 교육이 끝난후 한 시간을 깜빡 졸다가 피티에 갔다. 재택이란 건 가끔 눕기도 하고 계란도 까먹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런 거 아님)
오늘의 문장 : 엄마가 환장할 때쯤 개학하고 선생님이 환장할 때쯤 방학한다 (svp r팀 선배님)
3/4
중대 광보과 청첩장 원정대의 서막으로 건희오빠 도경오빠 재혁오빠를 강남 진대감에서 만났다. 건희오빠는 벌써 결혼 2년차 (맞나?) 재혁오빠는 내년 결혼, 도경오빠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만나는 중. 대학에 입학하고 주연이와 함께 처음 ���을 얻어먹은 선배가 재혁오빠였다. 메뉴는 차슈덮밥. 그 때에도 우리는 1+1이었는데. 건희오빠와 도경오빠에겐 앱솔루트 보드카를 처음 얻어먹었었나. 12년 전 점심엔 밥을 얻어먹고 저녁엔 술을 얻어먹으며 미팅과 수강신청 이야기를 하던 선배들과 이제 결혼과 부동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아 시간이여.
3/5-6
정업영과의 파자마 파티! 생각해보니 중3때 가장 친한 사이였는데도 서로의 집에서 잔 적 없었다. 광교댁의 잠실 방문 기념으로 뉴질랜드 느낌 물씬 나는 뉴질랜드 스토리에 갔다. 메뉴는 샐러드와 라따뚜이. 야채가 8할이라 방심했는데 다 먹으니 배가 빵빵해졌다.


정업영은 선영씨와 싸운적이 없다고 했고 함께 발맞춰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오래 사귀기도 했고. 늘 부러운 점이었는데,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업영의 취향도 한 몫 한 것 같다. 함께 소년심판 마지막화까지 보다가 (본인은 선영씨와 다 봤다고 했지만 한 번 더 봐주었다) 졸려 방으로 들어갔고 또다시 한참 수다를 떨다 잤다.
우리는 이제 서로 공통된 이야기거리도, 삶의 접점도 없고 하는 일도 취향도 다르지만, 언제 봐도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아주 어렸을 때 모든 걸 공유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8
OOB에게 청첩장을 주러 이태원 원정을 떠났다. 역앞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느껴지는 번화가의 번잡스러움. 여기는 코로나가 먼저 끝났구나.
재혁오빠는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방금 받았다고 했다. 이제는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기분. 이런 시기에 불러내는 것도 미안하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3/9
대선날이자 본식 가봉 디데이. 투표를 하기 위해 7시에 일어나 선거소에 다녀왔다. 일어날 땐 정말정말 힘들었지만 5년에 한 번 오는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지.

본식 드레스 셀렉을 앞두고 2부 드레스가 너무너무 걱정돼서 어젯밤 내내 인스타를 뒤졌다. 그동안 찾아보면서 눈이 바뀌었는지 결국 본식은 실크로, 2부는 비즈로 택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작년 여름에 내가 킵했던 본식 드레스는 아직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고 하는데, 첫 출전을 이뤄주지 못했구나. 하지만 역시 끝의 끝까지 결정을 못하는 나는 여전히 고민!
3/10
교육, 끝나고 PT. 이런 평화로운 일상도 곧 끝이겠지?
3/11
Insight talk시간에 팀에서 발표를 했고, 어쩌다보니 다음주 월요일에 300명 앞에서 또 한 번 발표를 하게 되었다. 거 참 피피티를 한 번 잡으면 잘 하고 싶어지니 원~
주제는 “이직의 역사”. YG입사 2주만에 압수수색을 경험한 이야기와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정확히는 내가 들어있는 건물이 출연)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자지러졌다. 그래 나는 3개��간 십중팔구를 웃길 수 있는 이야기를 얻은 거야!
3/12
아침. 곧 봄이 올 것만 같다.
점심. 만득이가 동해바다에서 만-드가 촬영한 바다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가 준 선물에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되려 내가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저녁. 주연이네 마포 신혼집에서 할머니방 모임을 했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집이었다. 내려다보이는 마포대교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인턴시절 마음이 힘들 때 다리를 걸어서 건너곤 했는데. 그 시절의 내가 지금도 다리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만 같은데.
3/13
어제는 마포집에서 유나 주연과 함께 잤다. 밤에 이불을 깔고 셋이 누워있느니 함께 갔던 오키나와가 생각났다. 다음 여행지는 뉴욕이었지만 코로나로 미루고 미뤄졌고. 이제 우리가 또 이렇게 잠들 날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코오롱 친구들을 만나러 마포에서 광교로. 광교는 주차 인심은 경기도였고, 브런치 가격은 청담이었다. 오랜만인가 싶었는데 3개월 만이었고, 그럼에도 반갑고 할 이야기가 한가득인걸 보니 더 자주만나면 좋겠다 싶다. 집에 밤호박이 다 떨어진지 오래인지라, 단호박이 너무너무 반가웠다. 호박은 내가 다 먹었다.


오후엔 만득이를 만나러 광교에서 의왕으로. 만드도 날리고, 만득 어머니랑 같이 올라에서 저녁도 먹었다. 마포 - 광교 - 의왕까지 오늘 하루 스케쥴이 거의 전국 순회공연 중인 트로트 가수 수준. 아이고 결혼하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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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월말정산
이 달의 여행 : 제주
이 달의 재발견 : 우도 (하고해변) 양파스프
이 달의 행운 : 우도에서 받은 꽃다발
이 달의 맛있어 : 우도 땅콩
이 달의 잘했어 : 4.3 추모공원에 들른 것
이 달의 귀여워 : 만-드가 착륙할 때 (그 작은 것도 프로펠러라고 지면의 모래가 날린다!)
이 달의 문장 : 나는 아직 나를 못믿어. 그렇지만 나를 알아봐준 당신을 믿어. 나를 믿는 너를 믿어. (드라마 스물다섯스물하나)
이 달의 드라마 :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달의 충격 : 내가 경단녀라니
이 달의 고민 : 나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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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28
2/16
주연이와 함께 동기들 청첩장 모임을 잡았다. 아직 모임에 인원제한이 있어 YB, OB, 그리고 OOB로 나눠서 몇 개의 단톡방을 팠다. 와,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만나서 청첩장을 준다면 그건 진짜 꼭 가야하는 거구나. 청첩장을 돌릴 사람을 추리고,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 모든 일이 이렇게 어렵고 부담일 줄 미처 몰랐지. 우선 추리는 것부터 너무 어렵고. 연락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갸우뚱한 회색지대에 쌓인 연락처들은 해야 할 일을 미뤄둔 것처럼 마음 한 켠에 무겁게 놓여있다.
아무래도 직접 건네지 않으면 서운해 할 법한 사람에게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돌리고 있는데, 재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가 욕먹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안하려는 거잖아? 근데 섭섭하게 만드는 것보다 욕먹더라도 연락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해.” 하긴 내가 욕 먹고 싶지 않은 건 욕심인거고, 내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섭섭한 마음을 들게 하는 건 안 될 일이지. 만나긴 어렵더라도 전화로는 소식을 전해야겠다.
2/17
민재님과 점심. 어떻게보면 한 번 같이 일을 한 사이인데 먼저 점심을 먹자고 말해주어 고마웠다. 70프로의 확률로 갑상선 암인 그녀는 (3월에 3차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30프로의 확률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잔뜩 받은 야근과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글쎄 나보고 모레까지 가져오래. 나 어제 암 선고 받았는데!”라고 질병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래 우리가 어떤 민족이야, 해학의 민족이지. 그렇지만 오늘 웃을 수 있는 게 어제 울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안다.
민재투어로 더 큰 집을 구경했다. 잠실타워 38층 뷰는 사진보다 웅장했고 짜릿했다. 특히 마음에 들어왔던 건 스마트한 오피스 자리에 붙은 아날로그틱한 액정 이름표였다. (불투명하고 뭉탁한, 마치 옛날에 자석을 이용해 무언가 그리고 지우던 필름 같은 재질) 그치-이런 게 바로 배민 색이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되니 떠나는구나.

낯설고도 반가운 38층 뷰여 안녕. 내가 또 언제 이렇게 넓은 서울을 볼 수 있을까!
2/18
거리두기 6인 유지. 오미크론으로 회사도 문을 닫았다, 원래도 닫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이제 출근하려면 부문장 승인 후 자가검진키트로 검사까지 해야한다. 아마도 나의 38층 뷰는 어제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할머니들 카톡방에서 소정언니가 MBTI 궁합을 가져왔다. 결과는 파국. E인 다운이가 열일했다. 다음에 만나면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

준하님의 피티 선생님이 우리 둘이 함께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셨고, 말 잘 듣는 우리는 처음 함께 운동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자 이제 뭐부터 하지? 준하님도 화이팅! 건승을 빌며 각자 기구를 선택한 우리에게 선생님이 다가왔다. “아 함께 운동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온 거예요?” 헬스장의 세계에서 “운동 같이 하자”의 의���는 같이 들어갔다 대충 시간 맞춰 집으로 갑시다-가 아니라, 내가 무게를 들 때 네가 쉬고 내가 쉴 때 네가 무게를 들자, 즉 번갈아 웨이트를 하자는 뜻이었다. 나는 몰랐지, 준하님도 몰랐지. 우린 몰랐지!
2/19
만득의 오랜 친구 세연 언니를 만났다. 오빠의 여자 사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지라 조금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 털털한 성격에 내 마음도 털털 가벼워졌다. 언니는 만득이가 친구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 것 같은지를 귀뜸해주었다. 프로포즈를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고민도,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친구들에게 했었다고. “여자가 추천하는 남자” 타이틀을 얻은 만득은 약간 의기양양한 듯 보였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좋게 말해준 만득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2/20
아빠 양복을 맞춘 날. 아빠는 어색해했지만 수트가 꽤 잘 어울렸는걸.

2/21
희진 카피님과 보들이(태명)을 만났다. 벌써 8개월이라니! 예정일은 4월 말이라고 한다. 회사를 나오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카피님은 결혼을 했고 이제 곧 애기가 나온다. 짧다고 생각했는데 한 생명의 프리퀄부터 본격적인 시작까지의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2/22
아름, 은정님과의 환궁시 쫑파티겸 나의 굿바이 모임. 신사 핀치브런치바라는 곳에 갔다. 예쁘고 비싸고 양이 적은 맛.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었다. 나 역시 문득문득 “가서 적응도 일도 못하면 어떡하지?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있으면?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2/23
만득이의 생일. 만득의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오부이용에 갔다. 한수씨의 형 관수씨의 프랑스 요리학교 친구가 귀국해 오픈한 가게인데, 작고 따뜻하고 활기찬 인테리어에 한 그릇 한 그릇 맛이 꽉 찬 곳이었다.
처음 먹어본 달팽이 요리는 부드럽고 신선했고, 두 번째로 맛본 양파스프는 달달 뜨끈 고소하고 농축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예전에 인사동에서 먹어본 것과는 전혀 다른 맛. 사람을 세 번은 봐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듯, 음식도 세 번은 봐야 어떤 맛인지, 내 입맛에 맞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먹어본 양파스프가 별로였다고 오늘 고르지 않았다면 이 맛을 몰랐을 테니까. 양파스프에게도 세 번의 기회를 주자.

식사의 마지막에 나온 디저트에 작은 초를 꽂아 생일을 축하하고, 몰디브에 꼭 가자는 약속을 담은 만-드 (만득이의 드론)을 선물했다. 249g의 작고 귀여운 만드의 소원은 몰디브의 하늘을 비행하는 것.
2/24
옥정이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마포에 갔다. 오랜만에 수프가 수퍼 맛있는 souper. 동기라는 건 참 신기하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말하지 못할 게 없다. 어쩌다보니 같은 날, 같은 곳에 들어왔을 뿐인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내 동기를 통해 엿본다. 이미 어엿한 고참이 되어있는, 몇 년 새 더 멋있어지고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니게 된 나의 친구. 늘상 달고 사는 다이어트로 더 맛있는 걸 사주지 못해 미안했고 기꺼이 와준다고 해서 고마웠다. 프릳츠에서 드립백을 사서 가방에 꼬깃꼬깃 넣어주었다.
2/25-2/27
2년만의 방문이자 만득이와 함께 오는 두 번째 제주. 만득이 예약해준 숙소는 또 오고싶을만큼 예뻤다.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덕에 앞바다를 앞마당처럼 썼다.

첫째날엔 사려니숲길을 걸었고, 만-드의 첫 비행을 했다. 숲길은 울퉁불퉁하니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자꾸 걸으니 편안하고 아늑했다. 이래서 숲을 걷는 거구나. 사람의 적응력이 이런 거구나. 주차장에서 만드를 처음 날렸는데, 이 작은 기계를 만득이가 너무 기특해해줘서 기뻤다(?) 성읍 민속마을에서 유명하다는 흑돼지를 먹었는데 예전에 공항 앞에서 먹었던 곳보다는 별로였다.
둘째날, 우도 하고해변. 우도가 이렇게 볼거리 놀거리 많은 곳인줄은 미처 몰랐지. 일단 사이드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 부터. 어렸을 땐 몰랐는데 우도는 하나의 거대한 카트장이었다. 중간중간 놀 거리, 먹을 거리 가득한. 하고해변이라는 곳에 멈춰 해안가를 걸으며 한참 놀다, 중간에 들른 카페에 널부러져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친구들과 연인에게는 꽃 하나쯤 있어야지!” 하면서 옆테이블과 우리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셨다. 신종 판매수법인가 싶어 내 안의 진돗개 1호를 발동했지만 그런 건 아��었고, 아무 대가 없이 받은 꽃다발에 우도가 100배쯤은 더 좋아졌다. 행복은 노닥거리다 우연히 받은 꽃다발 같은 것. 본섬으로 돌아와 남양수산에서 고등어회를 먹었고, 참돔회를 추가했다. “이게 적은 양이 아닌데..” 계산을 하며 사장님이 놀란듯 말씀하셨다.

셋째날, 떠나야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 다랑쉬오름을 산책(이라고 하기엔 등산처럼 헥헥댔지만) 하고 가족들에게 줄 쑥찐빵을 샀다. 신촌 덕인당에 가고 싶었지만 휴무여서 새로 급히 검색해 찾아간 곳인데 나름 맛집인듯 싶었다. 공항에 가는 길에 오늘의 여행코스 1순위인 칠돈가 본점을 들렀다. 긴가민가했는데 가보니 2년 전 갔던 그 곳이 맞았고, 목살을 한 점 먹어보니 그 맛이 그대로. 행복한 마무리를 즐겼다. 제주에 가면 공항 가는 길 마지막 코스로 칠돈가 본점에서 근고기를 먹는 것을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전통으로 등재시켰다.
2/28
희진카피님과 옥정이에 이은 세 번째 청첩장 모임의 주인공은 형경이와 윤영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운봉산장에 예약했고, 어느덧 고참이 된 우리는 한 명은 백수로, 두 명은 연차를 내고 평일의 여유를 즐겼다. 같은 커피도 평일 3시에 먹으면 더 맛있지.
형경이는 포도막염이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항생제 8알을 들고 나와주었다. 윤영이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두 사람 앞에서 개의치않고 칭따오를 몇 잔 마셔주었다. 10년 전 비슷했던 모양새와 달리, 오늘의 우리는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웃는다.

운봉산장은 정말 어딘가의 산 앞에 있을법한 인테리어의 가게였다. 문지방을 넘자마자 물씬 풍기는 양냄새가 군침을 돋궜다. 코리안 스타일의 옛스런 가게지만 1부와 2부로 나뉘는 프렌치 스타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테이블엔 궁서체로 예약자명이 적혀있었고, 앉자마자 밑반찬이 세팅되는 K-스타일. 한국과 프랑스가 요리조리 뒤섞인 어딘가 묘한 느낌. 기대했던 양수육은 환상적이었고 역시나 양이 적었다. 인당 2인분은 먹을 수 있었으나 우리는 사회인이었기에 점잖게 전골을 택했고, 감자탕 스타일로 끓여나온 양고기 전골 맛 역시 훌륭했다. 1부 시간이 끝나고 나올 때 보니, 2부 사람들은 모두 인당 와인 1병씩은 가져오고 있었다. 코르크마개를 따는 손짓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다음엔 우리도 와인을 가져와 콜키지 프리를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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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15
2/1
설날 맞이 결혼 원정대 2차 출발. 이번엔 만득이네로. 10시 차례, 12시 떡국, 2시 시흥 할머님네에서 밥, 저녁 소고기까지 하루 3끼를 먹고 3번의 후식을 먹었다. 손에 물 몇 번 안묻히고 누워서 낮잠도 자고 차려주시는 밥만 먹고 왔다고 하면 다들 참 복되다 할텐데, 실은 힘들었다. 우리 집이라면 떡국에 떡은 빼고 먹을 수 있었을텐데, 밥을 먹고 2시간 후에 다시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밥을 심하게 덜어낼 때면 으레 어른들의 입에서 자동응답기처럼 재생되는 “왜 이렇게 조금 먹니?” 물음에도 대쪽처럼 나몰라라 할 수 있고, 밥 대신 두부를 먹으면서도 눈치보지 않을 텐데. 자꾸 우리 집이 아니여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났다.
물론 내가 유별난 건 안다. 어느 정도는 고쳐야 할 점이고, 이 세상 살아가며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날이 있으며, 때론 자아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나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 먹기 싫은데 무언가를 먹어야 할 때,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건 어떤 종류의 폭력이라는 생각을. 애플워치에서 보영님의 싸이클과 요가링 완성 알림음이 드문드문 울렸다.
2/2
아침 회개의 케틀벨 20분.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 김포 아울렛에서 엄마와 아빠 생일을 기념해 선물을 샀다. 엄마는 지갑, 아빠는 선글라스. 슬쩍 계산대 위에 올린 지갑까지 추가로 계산. 이렇게 말하면 멋진 딸 같지만 사실 스스로 쪼잔하다 느꼈던 포인트가 있었다. 엄마가 고른 지갑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길래 “어후 비싸네~”라는 잘 들리는 혼잣말을 해버렸다. 이 달의 이불킥...
저녁엔 계단운동을 하며 어제 들었던 생각을 만득에게 이야기했다.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어 고마웠다. 비뚤게 들으면 기분이 나쁠수도, 대충 들으면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인데. 내일은 엄마 아빠와 고성에 간다.
2/3
고성 출발. 차에서 멘토님께 카톡과 함께 보은식권 전달. PT가 끝난 16일 후에 만나기로.
강원도가 숨겨둔 보물이자 고성의 존재이유인 ‘게섯거라’ 임시휴업.. 먹을 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꼬옥 한 번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고성까지 온 건데, 가는 날이 장날, 아니 게가 쉬는 날이라니 흑흑.. 어쩔 수 없이 근처 다른 대게집을 찾아갔다. 알고보니 예전 게섯거라 자리에 둥지를 튼 집이었다.
이 자리에서 사장님이 수조 속에서 게를 건졌었지.. 여기가 원래는 전부 좌식의자였는데.. 이쯤에 게뚜껑이 주욱 걸려있었던가..? 나는 이제 게섯거라가 아니면 게를 먹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네.

2/4
10시 도착. 30분을 기다리고 백촌막국수 1등으로 입장. 엄마아빠의 점수는 수육 별로, 막국수 맛있네, 황태식해는 집에 가도 생각날 것 같은 맛이라고. 우리는 황태식해만 4번 리필했다.
전기자동차는 사지 않기로 나혼자 결정했다. (누가 사준다고 한 적도 없지만) 집에 오는 동안에만 충전을 2번인가 했고, 모든 여행계획에 전기충전소를 끼워 넣어야 했다. 평탄한 여행은 이제 지겹다! 여행에 난이도를 높여보고 싶다! 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이제 다시 운동 시작. 역시 몸을 움직여야 다이어트도 할 의지가 생긴다. 몸을 놀리면 입이 심심해지고, 심심한 입에는 자꾸 뭔가가 들어가는 법. 지금 내 멘트.. 어쩌면 헬쓰꼰대 같은지..?
2/5
아침엔 만득이 예복 치수를 재기 위해 정성 비스포크. 백발의 테일러 분이 만득의 치수를 부르면 젊은 직원이 숫자를 기록했는데 마치 어떤 의식 같았다.
한 걸음마다 “춥다”소리가 튀어나왔던 날씨. 오랜만에 만화방으로 향했지만 어쩐지 쎄한 기분. 동네에 가장 가까운 만화방이 문을 닫았다. 만득이와 함께 종종 가던 만화방의 폐업을 목격한 것이 이제 벌써 3번째. 발걸음을 돌려 만득은 라면, 나는 구운 계란을 먹고 집으로.
인간수업을 끝냈다. 처음에 작았던 몇 개의 눈덩이가 이야기가 흘러가며 수습불가로 불어나는 형국의 구성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연출도 신선하고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서 그려낸 느낌. 하지만 끝나고 유튜브를 보니 내가 못 본 게 더 많았다. 메타포가 가득한 작품. 이런 건 보면 볼수록 다른 맛이 난다.

마침내 순대트럭에서 순대를 사먹었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줄이 있었는데 세상에, 전통순대 6천원짜리에 간 많이 순대 가득 담아 2팩이나 주셨고. 집에 와 한 입 먹으니 또 한 번 세상에, 그저 그런 순대맛이 아니다. 선지인지 고기인지 속의 맛이 진한데 먹고 나서 불편함도 없다. 다음에 또 만나면 9천원짜리로 잔뜩 사서 냉동실에 얼려둘테다.
2/6
오늘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왜인지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날이었고 본능을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말하자면 등짝이 침대나 소파에 붙어있던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짧았던 하루.
저녁에 꾸역꾸역 계단운동을 나갔다. 운동을 했더니 비로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역시 나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인간인가 보다.
2/7
이게 몇일만의 출근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전엔 피티를, 오후엔 그동안 밀린 일을 했고 내일을 위해 야근을 했다.
또다시 기다림의 시작. 처우메일을 기다린지 거의 2주가 흘렀다. 전화하면 승인을 받고 있다는 말뿐. 아주 한결같아서 열받고 일관적이어서 거지같다! 하하!
2/8
거의 1년만의 임출육 모임을 우리 집에서. 오늘의 메뉴는 삼전동 향토음식 ‘땡스피자’. 범상치않은 맛과 디자인에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아우어베이커리를 브랜딩한 회사 CNP푸드의 브랜드란다.
수연, 민선, 보경님이 인센스홀더와 스틱, 그리고 무알콜 와인을 선물했다. 세심한 챙김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만난 거라 그런지 다들 이야기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왔고, 무거운 엉덩이로 (?) 11시를 훌쩍 넘어 집에 갔다. 뒷정리를 하면서도 즐거운 여운.
2/9
채용 건강검진. 어젯밤 아홉시부터 물도 먹지 않았다. 강남 삼성병원은 가까운데 강북은 너무 멀었다. 아침 6시 반이라는 기록적인 시간에 일어났다. 어쩌다보니 새해 가장 이른 시간에 열어버린 하루! 저혈당이 나올까 괜히 겁이 났지만, 처우 협의 메일은 도대체 언제 올까를 생각하니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라 괜찮았다.
2/10
백신휴가. 백신을 맞으면 월요일까지 운동을 못하니까(?) 아침 8시반 헬스장으로. 한 시간 바짝 운동했다. 아름님, 희수님과 느타리에 갔다. 성수에 있는 힙한 가게답게 토-월은 휴무, 영업시간은 11:30-18:00까지.

버섯이 가득 담긴 토마토 스프는 늘 옳은 선택이고, 발사믹 샌드위치는 시큼달달 발사믹에 버무린 버섯에 루꼴라의 고소함이 더해진 행복한 맛이었다. 버섯, 발사믹, 루꼴라, 통밀식빵. 모두 나의 최애 식재료들.
먹으며 실컷 떠들고, 자세한 이야기는 아름님네 집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자! 느낌으로 자리를 옮겨 또 떠들었다. 여름이는 희수님을 좋아했고, 차준환의 올림픽 프리 경기를 함께 보았다.

한 달 어치의 사회력을 충전한, 떠들썩한 오전을 끝내고 마침내 3차 백신 장착. 순혈 화이자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2/11
하루종일 휴식. 속으로 백신 핑계를 대며 지겹게 뒹굴거리고 있는데 수연님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섬세하고 선한 사람들.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나 싶어 경락 상담을 다녀왔고, 집에 오는 길에 콩국과 도토리묵을 샀다. 도토리묵은 냉장고에 두면 굳는다고, 베란다에 둬야 한다는 자부심 넘치던 사장님의 말에 “그렇게까지..?” 생각하며 한 입 먹었는데.. 원래 도토리묵이 이랬던가? 겉은 탱글 속은 쫀쫀. 이거야 말로 코리안 푸딩 아닌가. 너무 맛있어서 반절은 해치우고 반절은 냉장고에 넣었다. (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저희 집엔 베란다가 없는 걸요)
2/12
인천 풍년집, 이름만 들어도 달달한 돼지갈비 냄새가 풍기는 듯한 곳에서 외할아버지와 만득이가 만났다. 예상과 다르게 외할아버지는 울지 않았고 여전히 내 예식일은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잔뜩 웃으셨고 어쩌면 오늘을 마음 속 행복서랍에 담아두실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청첩장을 접었다. 함께 100장, 각 50장씩 접었는데 그 사이에 각자만의 루틴이 생기는 게 신기했다. 청첩장을 접으며, 결혼 후 돈을 어떻게 관리할 건지 이야기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 이야기하며 맞춰가야 하는 것들이 한가득이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을거야.
2/13
넷플릭스에서 <애나 만들기> 시청. 하루만에 9화까지 전부 봤다. 특별나게 재미있거나 탁월한 면이 있다기보다, 과연 주인공이 어디까지 가고 어떻게 몰락할지가 궁금해 계속 보게 되는 류의 드라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걸 나중에 알고 놀랐다. 역시 세넓또많! 때론 현실이 드라마보다 극적인 것 같다. 심심하고 볼 게 없는데 넷플에 들어가면 계속 새로고침 버튼만 누르게 된다면 추천. 잔뜩 구겨진 주인공의 표정은 너무 반복되는 감이 있어 지겨웠지만.

2/14
야근. 아티스트에게 공유할 음식송 기획서를 만들었다.
2/15
브랜딩실에 작별인사를 고했다. 숲이 아닌 나무를 보러 가겠다고 말해 “주나무”가 되었다. 같이 몇 번 일하지 못한 동료가 슬랙을 보내주었다.
저녁엔 처음 경락을 경험했다. 와 이런 거였어? 모두 이런 아픔을 참고 있는 거였어? 머리에 두른 흰 수건을 링 위로 던지고 싶은 마음을 돈을 생각하며 꾹꾹 눌렀다. 중간엔 이 정도면 골절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끝나고 거울을 보니 뭔가 이목구비가 이제야 제자리에 주차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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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1/31
1/24
제일기획 합격. 피티가 끝나고 들뜬 숨으로 엄마에게 전화했다. 집에 오니 아름님의 연하장이 도착해있었다. (프린세스메이커에서 댄스 학원 라이벌에게 받은 이후 처음인 듯) 검은 호랑이 해를 맞아 우리 집에 걸린 회색 고양이 여름이 사진. 슬픔이나 아픔, 불운 같은 게 오거든 콱! 물어버리자.

1/25
성국님과 면담. 루터회관에 출근. 건물 확진자 공지. 방역 시작과 함께 쫓겨남. 준하님과 운동하고 우리 집에 와서 닭가슴살. 나 혼자 부족해서 비건스콘까지. 청첩장 확인 끝. 만득이와 2시간 18분동안 도란도란 통화.
1/26
오픈하고 하루만에 인성님과 면담. 왜 가려고 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쩐지 면접같은 이야기를 했고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폴짝폴짝 신명나는 더블 스텝으로 이태원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무겁다. 이곳에서 나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걸 나가겠다고 말하고서야 알았다. 물론 처우나 워라밸같는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부분도 있고.
“광고회사도 좋지만 그래도 우형 브랜딩실이라면 언제든~” 슬랙 한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에겐 어떤 곳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상식적이고 따뜻한 곳.
청첩장은 어머니의 수정사항을 반영해 최종 완성하기로 했다. 어머님은 여러 방면에서 디테일하게 챙겨주시는 편인데, 모두 합리적인 것들이라 (오히려 떡 하나가 생긴다면 생기고 그 떡이 무슨 맛인지 듣는 시점에서도 그려지는) 들어서 나쁠게 없다. 참견이 아니라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어머님께서도 편하게 얘기하실 수 있게 해야하는데!
1/27
루터회관 재방���. 짐을 챙기고 JD 프로그램, 레벨 네이밍 아이데이션. 어려운 과제다. 나가기 전에 하나 멋지게 내어놓고 싶은데. 끝이라고 대충한다는 인상은 주고싶지 않다.
1/28
주연이네 커플과 함께 스키장에 갔다. 9년만에 탄 스키였지만 몸이 기억하는지, 하체 웨이트 덕인지 “오 나 꽤 타는데?” 싶었다. 물론 중급은 무리무리.
만득이는 보드를 탔는데 꽤나 능숙했다. 그치만 렌탈복이 익숙하지 않아 갈아입는데 땀을 뻘뻘 흘렸다. 주연이와 모모씨가 만득이 몸에서 나오는 열이 증기로 기화되는 (마치 끓는 주전자처럼 김이 풀풀) 모습을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이 사람들아 나도 5년만에 증기만득이는 처음이라구!

인공눈이지만 하얗게 뒤덮인, 설국의 풍경 속에 있으니 올해 처음 겨울을 만난 기분이었다. 어쩌면 겨울, 봄, 여름 같은 계절은 아주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구나. 아주 작은 단서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모든 본질은 흔적을 남긴다. 겨울은 눈을, 여름은 더운 밤을, 사랑은 눈길을, 분노는 널뛰는 심박수를. 우리는 작은 흔적에서 커다란 무언가를 거꾸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내 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틈틈이 꺼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사랑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도록.
1/29
강촌 스키장에서 삼전동으로. 아침 라면은 먹지 않고 집에 와 오나오스콘과 주전부리를 먹다가 헬스장. 하체와 유산소를 하다가 만득이네 어머니 아버지가 김포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호다닥 귀가. 인천 집에 도착.
퀸즈갬빗 시작. 바로 4화까지. 그동안 왠지 끌리지 않아 봐야지 봐야지 하고 두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재미있다고 하는 건 일단 봐야 한다.
1/30
이모네 집에서 5시간 전부치기. 표고, 깻잎, 고추, 호박, 동태전과 동그랑땡에 올해의 특별손님 냉이전까지. 일어서면 허리와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올해의 목표는 “야 내가 너 하나만은 행복하게 해준다~! (나에게)



1/31
“안녕하십니까 결혼하러 왔습니다” 설날맞이 혼인신고 원정대의 시작은 파주. 코로나로 서울큰집과 현이,훈이 오빠가 오지 못했다. 봉일천 큰아빠가 먼저 와계셨고 큰엄마는 만득이가 언제 오는지 거듭 물으셨다. 친척들의 약간은 들뜬 모습에 마음이 꿈틀거렸다.

조금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가 봉일천 큰아빠, 제일 큰엄마, 우리 엄마까지 넷이서 퍼스트가든으로 걸어가 커피 한 잔을 했다. “옛날에 우리 같이 여행도 가고 잘 놀았는데 그치?” 하시길래,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가 했더니 중학교 1-2학년 시절의 이야기. 마치 몇 년 전 일처럼 웃으시길래 저도 제가 중딩인줄 착각했다구요.
큰아빠와 커피 한 잔만큼 추억을 더듬었다. 속초. 88생선구이. 갯벌. 돼지코같은 숨구멍에 맛소금을 뿌리면 고개를 내미는 맛조개. 맛조개 헌터 지은언니. 어릴 땐 지예 지은 언니네서 방학을 보내고 왔었는데. 나에게 방학은 곧 봉일천이었고 그래서 늘 기다려졌었지.
만득이는 파주 구석까지 잘 와주었고, 인사도 무사히 완료. 오랜만에 큰집 거실의 목소리가 커지고.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이야기가 시작되며 목소리가 한 톤 더 높아질무렵 만득이를 데리고 삼전동 집으로 왔다. 저녁엔 함박눈이 내렸다.
#1월 월말정산
이 달의 재밌어 : 스키 ⛷
이 달의 유행어 : 남자가(여자가) 말대꾸..?
이 달의 웹툰 : 미래의 골동품상점
이 달의 영상 : 퀸즈갬빗, 허카인
이 달의 식물 : 냉이
이 달의 노동 : 연속 5시간 전부치기
이 달의 고민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이 달의 문장 :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이 달의 웃음버튼 : 코드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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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 1/23
1/11
청첩장 샘플 도착. 딱히 마음에 쏙 들어오는 건 없다. 문구도 정해야하는데. 할 일은 차곡차곡 성실하게 쌓이고.
1/12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지 내가 2022년에도 ㅈㅇㄱㅎ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줄..^^ 진짜 너무너무 스트레스. 어제 연락을 주겠다더니 오늘은 또 감감무소식. 반년동안 뭐하는 건지.
갑갑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결혼기념일인데 아빠는 출장 가고 혼자 있다고 섭섭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만 들었다. 나도 힘들다고 성을 냈다. 정업영 생일은 어제였고 하루 늦게 생일선물을 보냈다.
1/13
이번주는 꽤 꿀꿀한 나날들. 물 밑에 잠겨있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에 잠긴 건 내가 아니라 우리집 보일러였을까. 만득이가 온수가 안 나오는 보일러와 화면에 뜨는 에러코드에 누수를 의심했고, 보일러 수리원이 와서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가스레인지 점화레버가 고장난 것도 집주인에게 얘기해야하는데.. 미뤄둔 일과 말들이 쌓여서 하루하루가 무겁다. 내 기분 오늘 11만8천원어치 꿀꿀.
저녁. 집주인에게 전화해 보일러 누수와 가스레인지 점화레버 고장과 계약 연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집을 매매할지 고민하고 있고 새 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하면 나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로 답했다. 집주인과의 통화는 늘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1/14
네이버 부동산을 조금씩 보고 있는데 만만치않다. 나와 만득이의 일터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도 복병. 집주인은 설날 이후에 확실하게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내가 어디에, 언제까지 있어도 될지를 통보받는 삶이라니. 세입자는 서럽다~~~
1/15
노들역 아파트. 상도역 빌라 (라고 읽고 가장 가까운 역은 신대방 삼거리, 언덕길 25분). 이번엔 진짜 상도역 빌라. 전세 5억부터 2억 5천까지 하루 종일 문지방을 넘나들었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조바심이 난다. 고된 하루의 마무리는 아이언펍. 시그니처버거와 찹스테이크, 마무리타자 라면까지. 다음엔 볼케이노 버거도 먹어볼테야. 가끔은 먹는 것만큼 단순하고 확실한 위로가 또 없지 싶다.
1/16
엄마 찬스 사용. 대청소를 했다. 파란봉투 세 개만큼 집이 가벼워졌다. “엄마 근데 왜 집이 똑같아보이지?” “그만큼 여기저기 숨어있었던 거지.” 이렇게 보니 둘이 살기에 충분하다.
1/17
피티 다시 시작. 혼자 운동할 때 매번 하던 런지인데도 근육을 다르게 쓰니 땀이 뻘뻘 난다. 같은 운동이라도 내 런지와 선생님의 런지는 전혀 다른 운동일 수 있다. 어떤 기계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근육에 힘을 줄 때 내 몸의 반응에 운동의 재미를 느껴야지.
1/18
슴슴미 시즌2 마지막 촬영. 채식의 정점인 절밥을 먹기 위해 서울 은평구 삼각산에 있는 금선사에 갔다. 성국님이 시간을 내어 들렀다. 단사 (단체사진의 줄임말)를 찍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같은 장소, 같은 음식, 같은 기쁨, 어쩌다 보니 같은 마음의 빚을 공유했다.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건 아닌건지 오늘 촬영은 손발이 척척이었다.
영하 11도의 추위에 발과 손이 얼었다. 돌이켜보면 슴슴미 촬영은 항상 춥거나 더웠던가. 마지막 촬영이지만 어쩐지 마지막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끝인가 끝이 아닌가 갸우뚱 거리다가 훗날에 보면 이게 끝이었구나 싶겠지. 대개 마지막엔 그것이 마지막임을 모르는 법이니까. 더 뜨거운 안녕을 나눌걸.

1/19
오전, 잇포레스트 크럼블 도착. 저녁, 엄마에게 전화했고 아빠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블랙아이스에 걸렸다고. 차는 폐차했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1/20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간 아빠. 검진 결과는 이상무. 혹여 머리에 피가 고이지는 않았을까 걱정이었지만 CT 촬영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작은 타박상 정도여서 다행이다. 주말엔 집에 가봐야겠다.
오늘의 문장 : 마음 속에 꽃 한송이만 들고 있었던 것도 추억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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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득이에게 말실수를 했다.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버림받는 걸 어느정��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에 대한 불안함이 더 큰 사람인 것 같다. 그게 때론 의심이란 형태로 발현된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자괴감이 든다. 슬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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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을 결정했다. 결국 문구는 친구들에게 투표를 받아 정했다. 오랜만에 와따가에서 소주를 마셨다. (사실 나는 두 잔만 먹음. 그 뒤엔 제로콜라) 1월이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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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설날 전복에 이어 한과 주문. 냉이를 다듬고 무침. 엄마와 수다. 아빠의 배웅.
오늘의 문장 : 나의 자유는 상대의 코끝에서 멈춰야 한다 (출처 - 알쓸범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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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새해 벽두부터 체했다.
오랜만에 본가에 오면 늘 과식하곤 한다. 엄마표 그래놀라, 두찜 트러플 찜닭... 범인이 누굴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얹힌 것들이 그대로 도로 나왔다.
욕심이 과하면 체한다.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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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아빠 엄마와 하루을 보냈다.
엄마가 인터넷으로 찾은 부추소고기말이집과 도넛 카페를 갔다. 딱 봐도 맛은 없고 줄만 서는 집이었지만 엄마가 직접 찾고 가고 싶어한 곳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간 거라면 그냥 즐기면 좋았을텐데 자꾸 타박하는 소리가 삐죽빼죽 튀어나왔다.

맛집을 찾고, 가고, 사진을 찍고, 그렇게 주말을 즐기는 것도 해봐야 는다. 엄마는 리뷰나 사진으로 음식점과 카페의 진면모를 가려낼 수 없을 만큼 살면서 주말을 즐기지 못했던 건데. 볼멘소리나 하고 못났다 못났어! 속상한 마음이 불쑥 못나게 나온 건가 싶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주말 맛집 탐방의 타율이 높아질 때까지 이곳저곳 다니고 싶다.

밤에는 줌으로 뉴욕에 있는 수잔을 만났다.
모니터 너머로 본 뉴욕은 한 밤의 서울과 다르게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셔 신기했고, 낯선 배경에 앉아있는 수잔은 놀랍도록 그대로라 반가웠다. 한남동 집에서 보았던 친근한 피아노, 쌓인 책들, 집을 꽉 채운 볕까지 서울 집과 비슷한 구석이 많아 보여 괜시리 혼자 안심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느끼하려나!
1/3
새해 첫 출근.
오후 1시에 출근하니 퇴근시간까지 4시간 남았다. 주 32시간이 생각보다 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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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반. 출근하는 아빠의 차를 타고 삼전동 집으로 왔다. 전철로는 1시간 30분, 아빠 차로는 40분. 그나마 도로 위에 차들이 몸소 새벽의 질주를 막아주었기에 이 정도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 집이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인천 집에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인천에서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자주 먹고, 삐뚤게 누워 TV를 보고, 거실 바닥에서 잠든다.
어쨌든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자존감은 성실함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집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청소한다면 집에 돌아올 때마다 오늘같은 안온함을 느낄텐데. 쉽지 않다.
딸기 값이 비싸다. 흠이나고 오래된 딸기 한 바구니를 1만 5천원에 샀다 (원래 3만 원이였던 모양인데, 세일 택이 겹겹이 두 개나 붙어있었다) 조금 취한 아이들이 있지만 오랜만에 먹는 금딸기라 그런지 맛이 좋구나.
1/5
미수 배우님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식장은 발 디딜 틈만 겨우 있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그 전까지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던 나는 신발장에 빽빽이 들어찬 신발들을 보고 조금 슬퍼졌다. 그게 액자 속 그의 지난 생애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저 신발장처럼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을까, 가끔은 오늘처럼 바쁜 나날에 숨이 턱턱 막히지는 않았나, 저 많은 발들과 발맞춰 살아가는 건 참 벅찬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겹겹이 놓인 신발들이 그의 삶에 쌓이고 쌓인 더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잠깐 소풍나왔다고 하기엔 이거 너무 난이도가 높은 거 아닌가. 먼저 돌아간 그들은 안녕을 찾았을까.
1/6
낮에는 점심시간을 틈타 아빠와 엄마가 다녀갔다. 아빠 대장암 수술 후 삼성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었다.
이번엔 폐에 아주 작은 종양이 보인단다. 2개월 후에 추적검사를 통해 이게 암인지, 도려낼지 결정한다고 했다. 아빠는 수술 후에 담배를 다시 피웠고 일터에선 공기반 먼지반을 먹는다.
아주 작은 종양이 아주 작은 채로만 있어주면 좋겠다.
밤에는 미래가 없는 경기도 대중교통에 분노한 만득이가 삼전동으로 왔다. 화를 식히라고 귀여운 강아지의 토실한 엉덩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느끼는 건 하루 동안에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거. 그동안 뭐했는지도 모르게 일주일이 지나갔던 건 진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나보다.
오늘의 유행어 : 남자가(여자가) ㅇㅇㅇ..?
(출처 : 웹툰 쇼미더럭키짱)
1/7
호그와트 입학 20주년 해리포터 동창회
장소 : ocn 시간 : 한국시간 오후 9시 (각 나라별로 상이함)
참석하시겠습니까?
Always 🥺
1/8
청첩장을 쫑내는 날..이 계획이었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청첩장은 미리 샘플을 신청해놔야 했었고 신청은 일주일 미뤄졌고 아직 집을 구할지 말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고 우리에게 허락된 집도 서울엔 요원한 것 같지만 기분이 꿀꿀하거나 우울하진 않았고 (집 값을 알아볼 땐 잠깐 서글펐으려나) 토탈포차의 얼큰한 콩나물국과 인심 좋은 김치전과 탄수화물 듬뿍 짜파구리가 있었고 마트에선 6900원 세일하는 딸기를 데려왔다.
1/9
맛영화 <밀리언 곱창 베이비> 촬영. 광진구 숭의 권투 체육관에서 16시간 체류.
체육관엔 액자에 걸려있는 80년에 쓰여진 표구와 반백년동안 차곡차곡 들여온 트로피가 널려있었다. 촬영 중엔 관장님의 옛 제자가 지나던 길에 인사 들렀다며 찾아왔는데 어쩐지 그들만의 세계를 살짝 엿본 기분이었다.
오늘의 문장 :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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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마무리
12/30-31
@인천, 강화도
얼어붙은 서해바다와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올해를 마무리했다.

겨울엔 고개를 들면 오리온 자리가 있다.
시리우스 별을 확실히 (너무 밝아 못 볼 수가 없다)
토끼자리를 어렴풋이 (귀는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만득이와 유튜브로 제임스 웹 망원경을 공부했다.
제임스 웹이 우주에 안착하기를 바란다.
만득이와 사귀며 좋은 영향을 받은 것 중 하나는 우주를 내 안에 조금이나마 들였다는 것.
가끔은 세상이 우리에게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커다란 보따리에서 아주 조금씩 꺼내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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