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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선택

“팀장님, 머리 왜 잘랐어요. 멋있었��데… 다시 길러요”
같이 일하는 곳의 막내 이모 같은 분 한마디에 나름 마음에 든다 여겼던 주말의 커트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머리를 기르고 싶었다기보단 이사를 오고 나서 새로운 미용실을 찾기도 어려웠던 데다 실은 주말마저 너무 바쁜 나머지 여유 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여서 머리가 그냥 자라고 있을 수밖에 없던 것.
그런데-2 결국 자를 수 밖에 없었던 건, 한 거의 한 달 가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두피 트러블이 너무나 심해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던…
그런데-3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이 모든 상황과 과정들이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 속에서 주도된 것이 단 1도 없었다는 점.
저 사진의 나처럼 원해서 열심히 길러보던 시절이 그래도 몇 번은 있었는데…라는 급 시간여행 중.
시간은 또 그렇게 어느덧 흘러 연 회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2월도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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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꿈은 어쩌면 타인의 욕망
뭐냐고도 누군가에 묻지도 말고 이것이라도 단언하듯 쉽게 말하지도 말고 없다고 하면 왜 없냐고 다그치지도 말라.
지금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나 고독은 그게 나의 꿈이라고 믿는 헛된 욕망에서 모두 시작된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가진 그 꿈이라는 것은 영원히 진정으로 스스로가 가져본 것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_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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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너와 나의 일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만개하려고 애쓰는 것, 그 어떤 비바람의 순간에도 꽃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않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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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봄날은 왔다
⠀ 꽃 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붕붕이가 될 것 같은,⠀ ⠀ 당장 갈 이유는 없으나 늘 어떤 꽃이든 줄 수 있을⠀ 양재동 꽃 시장 플로리스트가 된 듯한,⠀ ⠀ 뭐 그런 마음으로 지나가는 걸 또 쳐다만 보고 있을⠀ 봄날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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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별, 매일
⠀ ⠀ 떠나보내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지며⠀ 고립을 통한 고독을⠀ 서슴지 않고⠀ 더는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내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데에⠀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 ⠀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새롭게 조립하는⠀ 심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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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
막상 내 책을 쓰려고 하니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판형, 종이, 두께, 디자인... 무엇보다 글 자체.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그 고민의 꼬리를 물고 또 물다가 문체에 이르게 되었다. 이게 맞나.....?
물론 글은 내용, 글감이 제일 중요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 쓰는 사람의 경험이나 상상 같은 게 얼마나 풍부하냐에 달렸고. 하지만- 어쨌든 글이다. 이미지나 영상이 아닌, 색상이나 디자인 같은 자극을 뺀, 오롯이 글자, 기호, 공간의 밋밋한 조합만으로 읽혀야 하는 것. 이쯤 되니, 쓰기 위해 쓰는 것인지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게 애초에 왜 쓰려고 했던 것이지?
아!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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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간밤에 교통사고가 났다
간밤에 교통사고가 났다.
탑승한 차량에서 직접 겪은 교통사고가 언제였지 정말 한참 동안 생각을 해보니, 기억이 가물한 7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버지 일하시는 현장에 따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정면 추돌이 있었고 다행히 앞유리를 포함해 차량 앞쪽만 파손이 있었으나, 나와 아버지는 무사했고 어린 나는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있다.
안전띠의 압박과 함께 순간적 급정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온몸이 앞으로 쏠리는 그 힘의 느낌, 한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멍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면서도 꽤 생생히 남아있다.
그 이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고 살면서 교통사고는 두 번이 전부이니 한편으로는 다행(?)인가 싶기도 했는데, 가끔씩 죽을 듯이 너무 삶이 버거워 차라리 이 세상에 미련 없음을 택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가 그런 찰나의 사고 순간을 겪고 나선 무사함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박스를 돌려 보니 우리의 후미를 들이받았던 가해 차량의 순간은 더욱 아찔했다. 다른 차선에서 급히 들어오는 차량을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반쯤 타고 오를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도 자칫 세기나 방향의 조금만 달랐다면 그저 저만치 튀어나가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뒷골 오싹한 생각이 스쳐간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 같던 밤을 보냈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한 쨍하고 맑은 하늘이 괜스레 야속하달까, 여전히 차지만 초봄의 온도가 느껴지는 바람이 부는 하루다.
그렇게 살아 있다. 그리고 살아간다.
ㅡ 2024.2.16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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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끝에 위로가 될 사람
너무 힘든 그 순간, 모든 걸 다 내 탓으로 돌려 버리는 게 제대로는 어렵대도 선택하긴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들의 틈마다 박힌 많은 감정과 고통을 쉬 삭이기에는 때론 오해나 억울함도 존재할 테고 그렇게 그저 내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온종일 세파에 지쳐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겨주지는 못할망정 내가 대문을 걸어 잠그는 일과 같다. 그 모든 과정과 고통, 슬픔, 고민들은 백 퍼센트 나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고 한다면 내게 제대로 위로가 되어줄 마지막 한 사람은 결국 오로지 자신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과 이해에 누군가가 애써준다면, 그 위로가 하나의 희망으로 느끼는 것도 어쩌면 쉬운 일이 될지 모를 일이다. _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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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의 헤어질 결심
포기할 수 없다면 희생을 원치 않는다면, 구원 받는 일이란 사랑을 얻는 일이라는 건 가당치 않은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헤어질 결심을 했던 것이었다. _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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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로의 세계가 뒤집어지던
사랑은 서로의 세계가 뒤집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그런 속이 울렁거림을 원치 않는 나와 더는 파고의 아찔함에 불안하고 싶지 않은 네가, 끝이 보이지 않는 각자의 잔잔한 바다로 떠나며 그렇게 끝없이 뒤돌아 보는 일이다. _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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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모든 순간
사랑에 걸맞는 사건이라는 것이 상대를 알기 전후로 내 인생사를 나눌 정도의, 그런 대단한 임팩트가 있는 일이어야만 할 것도 같지만, 사실은 그리 꼭 대단한 에피소드나 해프닝이어야만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소소한 행위로 서로의 고독한 틈을 채우며 상대의 모든 순간에 있는 희노애락을 그저 묵묵하게 오래 지켜보는 일만이어도 어쩌면 더 어렵고 더 큰, 진정으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사건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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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는 글
문득, 아무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생이 끝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생각에 잠겼고 펜을 들었던 것이다.
닫는 글을 쓰게 될 날이 있을까라는 두려움과도 같다. - 프롤로그: 유월의 잡문집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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