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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eji-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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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죽은 이후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생을 마친 후 나의 생을 장식했던 모든 출연진들이 나타나 축하의 꽃다발과 함께 박수를 치며 나를 격려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모든 게 쇼였어."
 내가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나를 절망시켰던 그 모둔 모순되고, 불합리하며, 잔인했던 수많은 일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모든 게 다 인생이라는 연극이자 쇼에 불과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해주면 좋겠다.
 어디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고 누구든 병들거나 죽지 않으며 사랑은 결코 시들어 소멸하지 않아 이별 따위 없는, 모함과 오해와 갈등 같은 것 없는 진짜 천국.
 그런 세상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지금의 이 현실은 모두 연극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 출처 <보통의 존재> 이석원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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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eji-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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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새벽 두시에 일어나서 소리를 내며 집안일을 하는 엄마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 그런 일상의 불가항력 속에서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점점 휘발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슬프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산문집.
 내게는 이런 일이 할머니와 같이 살 때 느낄 수 있었는데 나는 그때 당시 내가 정말 못된 손녀 딸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께 죄송스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는데 그저 나 또한 이런 마음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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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eji-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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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너만 그런 건 아냐.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마. 고민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만 그런 건 아냐.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선생님들이 누구나 재능과 꿈이 한 가지씩은 있는 법이라고 사기를 치는 바람에 그렇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글을 쓰지 않냐고? 
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38년만에 겨우 하나 건진거라구. 하고 싶은 일, 꿈, 생의 의미 이런 것들... 그렇게 쉽게 찾아지는게 아니더라고.
(중략)
근데 말이야. 나는 이제서야 겨우 작은 할 일을 찾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어. 한때는 정말이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적도 있었거든. 
근데 막상 이유가 생겨도 여전히 힘���고, 무료할 때도 많고, 일을 마치고 나면 허탈하고...
그런 건 똑같은 것 같애.
단지 마음속에 예전엔 없던 어떤 희미한 무언가, 그저 작은 거 하나 들어 있는 기분은 들어. 이게 바로 생의 의미라는 거겠지. 
이 작은 걸 찾기 위해서 다들 그렇게 애쓰고 있는 걸까?
그런데 그 생의 의미, 하고 싶은 일, 꿈... 이런 거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루 같애.                    그런 거창한 거 없이도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많구, 생겼다고 좋아했다가 아닌가 싶어서 다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신이라는 걸 갖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몇이나 될까 싶어. 
그러니 내가 볼 때 중요한 건 그게 있건 없건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애. 안 그러니?
아무튼 기운 내. 너만 그런 건 아니니까.
by <보통의 존재> 이석원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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