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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아파오거니

독한 연기처럼 섬뜩 피어오른 너의 품에 스러지듯 안겨 눈 감고 싶었다. 그러나 혹여 떨리는 입김이 스치듯 닿아도 바스라질까, 그저 말 한 번 걸지 못하고 쩔쩔매는 내 사랑을 네게 담았을 뿐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 사랑의 주인인 너조차도 모르게. 그렇게 너에게 온전히 헌신하여 남은 내 마음의 공허에 쓰리도록 찬 바람이 불자 나는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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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ance

It was such a hopeless kind of hope, a stupidly smiling sensation that aroused a subtle sense of pity; the vast foolishness that embraced a profound sorrow while being so admirably, aspiringly pure. The extent of futile sentiments that toppled on another as I thought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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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2

“왜?” “왜냐하면 난 겁쟁이니까.” 

그렇게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휘휘 저어놓았다. 어지럽게 빙글대는 마음이 당황을 하니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두 볼에 거슬리는 미지근함이 피어올랐다. 

그날의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등을 돌려 각자의 삶으로 향했다.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었다.

지금부터 아주 먼 어느 예전의 날들 중에, 그와 내가 서로에게 예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연이던 때가 잠깐 동안 존재하였더라고. 어쩌면 그때 그 시절에 우리들 사이에는 아주 티끌만치 사소한,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한 수줍은 이끌림이 잠시나마 자리했었노라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긴 세월 지나 다시 마주하여 보니 그 어떤 기이한 정적과 못다 했던 이야기가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로 피어 이리도 애타게 허공을 꿰차고 있는 것이라고.

그저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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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thy

일렁이는 기괴한 줄기로 폭포치는 나의 의식은 절벽 사이 홀로서기

물결 위를 타오르는 성가신 햇살처럼 촛불처럼 꺼지지

새파란 입술에  핏방울지지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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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곳엔 심연보다 깊은 바다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또 그것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둠이 푸르게 그늘진 들판에 몰아치는 바람에 따스한 손을 고쳐 잡았다. 오들오들 떨려오는 몸뚱어리는 극단의 열기로 팽창한 영혼을 다 담지 못했다.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바스러진다

예쁘다

네 정신을 끌어 담은 두 그릇이 별을 수놓은 저 하늘의  영롱함을 내게 따라낸다

그 밤에 찰방찰방 영원토록 허우적대고 싶다

너의 뜨거운 바다가 지독히도 밀려오던 어느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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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fff

The winter blooms And names another Achromatic gloom

The color White.

Deluding is the sight of solid snow As its vapor fades; out of sight

Out of mind

Is the grand deceit The oblivion — of another death.

[littlethingsw]

To do list

이빨과 혀끝이 맞닿자 장단 맞춰 나불나불 가로로 열렸다 세로로 틀었다 닫혔느니 돌아가자 또 한번 툭 하고 내리꽂히는 소리

중얼중얼 횡설수설 덧없는 소리 의의 잃은 격설들이 허옇게 뜰 때

또 또 덧없이 쓴다

습기 잃은

혓바닥

시멘트처럼 말라비틀어

점차 점차

으스러지겠지

Oct 13, 2017

너와 나는 말 몇으로 조율되지 못할 사이야. 타협을 모르는 네게는 져주지 않을 거거든. 너는 자존심 그것이 그리도 중한지 고집스레 해야 할 일로 만들어버리곤 하더라. 무식한 돌덩이처럼 우직하게 남을 짓누르는 일 말이야. 그 무게가 되려 너를 망가뜨린다 해도. 

허울뿐인 자만에는 제 혀놀림에 고인 침이, 허영심이 허옇게 말라붙어 있더라.

[littlethingsw]

이런 시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 이상, 「이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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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죽음이란 없습니다. 일렁이는 세월에 내 혈흔은 희석되어 순환하여 흩어지고 흩어지고 흩어지나 나는 영원할 것입니다. 나는 나일지언정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텐데 단지 내 차례에 과분한 이기심에 나는 눈을 감기가 두렵습니다.

나의 할아버지, 나는 당신의 공기를 끌어마십니다. ���신은 몸을 잃고 말을 잃고 허파를 잃었으나 언제나처럼 나의 숨결에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나 새로이 싹트는 대지의 잎사귀에 당신의 엷은 조각조각을 기꺼이 내어주고자 했던 당신의 사랑을 우매한 우리는 잠시나마 박제합니다. 어리석어 죄송합니다.

부대끼는 시간에 물러지는 육체를 거듭 벗어던지며 한없이 늘어지는 삶을 시간을 당신은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나는 당신의 더미에서 꽃핀 생명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게서 봉우리집니다. 우리는 밀물진 딸기밭입니다. 언제나처럼 마지막처럼 힘차게 뿌리내려 갑니다. 위대한 자연의 유기적 성장에 의식은 한낱 거름입니다 — 감각적 축복이자 정서적 감옥입니다.

외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제가 그렇게 많이 울 줄 몰랐습니다. 원래도 자주 얼굴 마주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저 한 순간에 누군가를 영원히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 문득 서글펐어요. 그때의 저는 인간의 유한한 삶이 처량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 저는 차마 그 해 봄바람이 삶의 끝자락이 진정으로 차갑느냐고 매섭냐고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상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냐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찌하든 달라질 것은 일체 없다고.

제가 맞는 건가요?

할아버지께서는 제 혼이 떠나면 남은 재를 이 땅에 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백골은 지금도 납골당에 고이 안치되어 있지요. 저는 빽빽히 진열된 고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우리를 내려다보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해해주시길 바랬습니다. 당신이 아직 또다른 유기체로서 부활하지 못한 것은 우리들의 의식이 당신을 기리며 그리고 있기 때문인 것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화합물은 우리의 의식이 죽고 죽어 한 줌 흙이 되면 또다시 생명을 조직하여 순환하기를 반복하는 불변의 법칙을 고수합니다. 우리의 의식은 한낱 지방 세포의 전류 전달의 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런 조그마한 가치를 보존하고자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를 이어갑니다. 과거를 추억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지나쳐온 긴긴 세월을 의식 속에 기록 속에 살려놓습니다. 또 전대의 죽음으로 후세의 생명으로 영생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한없이 이기적일 것입니다. 죽은 부모를 몸에 이고 조부모를 몸에 이고 성장하는 딸기밭처럼 필사적일 것입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들의 덧없는 삶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생각하고 사고함으로서 그 어떤 의미든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또 어쩌면 의식은 이렇게 한없이 이기적인 유전자를 영구히 고뇌하게 만드는 대자연의 저주일지도.

Oct 12, 2017

나는 어쩔 수 없는 이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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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ble of the Madman

"Where has God gone?" he cried. "I shall tell you. We have killed him ― you and I. We are his murderers. But how have we done this? How were we able to drink up the sea? Who gave us the sponge to wipe away the entire horizon? What did we do when we unchained the earth from its sun? Whither is it moving now? Whither are we moving now? Away from all suns? Are we not perpetually falling? Backward, sideward, forward, in all directions? Is there any up or down left? Are we not straying as through an infinite nothing? Do we not feel the breath of empty space? Has it not become colder? Is it not more and more night coming on all the time? Must not lanterns be lit in the morning? Do we not hear anything yet of the noise of the gravediggers who are burying God? Do we not smell anything yet of God's decomposition? Gods too decompose. God is dead. God remains dead. And we have killed him. How shall we, murderers of all murderers, console ourselves? That which was the holiest and mightiest of all that the world has yet possessed has bled to death under our knives. Who will wipe this blood off us? With what water could we purify ourselves? What festivals of atonement, what sacred games shall we need to invent? Is not the greatness of this deed too great for us? Must we not ourselves become gods simply to be worthy of it? There has never been a greater deed; and whosoever shall be born after us ― for the sake of this deed he shall be part of a higher history than all history hitherto."

― Friedrich Nietzsche, The Gay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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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새하얀 빛을 머금은 너는 내 심장에 한 점 동굴을 칠했다 까맣게 까맣게 덧칠했다.

어둠이 아득히 진 동혈 속의 땅겉 위엔 희망조차 칠흑같다

너를 담은 내 마음이 그랬다.

담습한 진흙 위, 족쇄 채인 발걸음이 너를 향해 걸음하다 벽을 향해 걸음했다.

분명 길이 있을거야, 끈적한 속삭임이 발목에서 질척인다.

나는 그저

곳곳에 그늘진 너의 자취를 더듬어 제자리를 걸음할 뿐이다

Oct 7, 2017

내가 써본 첫 시다 /_\ 재미는 있었으나 한없이 부족하다.

이따금씩 나는 내가 투명하리만치 존재가 불투명한 허상을 쫓아 헤매이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볼 필요를 느낀다. 무조건적인 맹신과 추앙, 또 추구는 되려 독이 된다. 오래도록 쫓았던 꿈이라도 어쩌면 단지 빛바랜 지난날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길이 생길 수도 있고, 단지 그 길이 내게 맞지 않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내 자주적 의지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미 지나간 성공이나 선택하지 않을 미래에 대한 욕망과 미련은 잡아둘수록 가슴 깊이 흉져 한 평생이 괴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끊임없이 스스로를 견적하고 개척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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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적 독립운동가

가을이 가득한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시와 어머니를 정성스레 새기던 사람이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시인의 말간 영혼은 일본의 무단적 통치에 무참히 희생되어 그렇게나 그리던 별빛 너머로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그가 떠나며 이 세상에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은 일제강점기를 견뎌야 했던 그 순결한 자아의 존재적 고뇌를 여전히 머금고 있다.

당시의 일본은 제국주의 사상을 내세워 조선을 상대로 강제적인 식민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 나라를 강점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강탈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조선 국민들의 이름, 신분, 문화 활동, 모국어 교육 등을 모조리 통찰하고 제한했다. 그렇게 한인 민족을 지구상에서 온전히 말살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오늘날까지 한 민족의 뼈대를 산 채로 도려내려 했던 역사상 가장 폭압적이고 악랄한 식민지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던 중 윤동주는 몇의 동창생들과 함께 조선의 독립과 민족 문화의 수호라는 명예로운 죄목으로 후코오카 형 사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투옥 중 원인 불명의 이유로 1945년 2월 16일, 2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공식적인 사인이 급성 뇌출혈로 남은 가운데 생체실험 등의 잔인한 의혹들이 그 억압과 폭력의 시대를 대변하는 비통한 메아리로 휘몰아친다.

윤동주 시인은 애석하리만치 짧은 생애를 통틀어 일제의 침략에 무력한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과 부끄러움을 노래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토속적인 단어 선택과 서정적 문체를 통해 희망적인 어조를 채택하며 일제의 광기를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내곤 한다. 그렇게 그는 정통과 역사의 단절이 난무했던 치욕의 시대를 정직한 목소리로 고발하며 한결같이 민족정신을 놓지 않은 진정한 조선의 문학인이었다.

윤동주는 자신의 작품들로 일제의 탄압으로 병든 세상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단 한 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로, 제 동생과 친구들이 한땀한땀 엮어 만든 유고 시집 한 편으로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처럼 문학적 재능을 아낌없이 모국에 바치면서도 한없이 고개를 조아렸던 그의 위대한 겸손 앞에 나는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희생으로 얼룩진 비탄한 생을 통틀어 우리 민족의 자아를 되찾고자 울부짖었던 윤동주 시인의 격정적인 청춘을 추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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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다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돌아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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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pping

Age comes to my father as a slow slipping; the leg that weakens, will barely support him, the curtain of mist that falls over one eye.  Years, like pickpockets, lift his concentration, memory, fine sense of direction.  The car, as he drives, drifts from lane to lane like a raft on a river, speeds and slows for no reason, keeps missing turns.

As my mother says, "He's never liked to talk about feelings," but tonight out walking, as I slow to match his pace— his left leg trailing a little like a child who keeps pulling on your hand—he says “I love you so much.”

— Joan Aleshire, Slip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