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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우연이 만들어준 인연. 파리에선 텀블러를 사와 안겨 주더니 뉴욕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새겨진 머그컵을 사주겠단다. 이 아인 참 내 20대의 모습과 닮았다. 취향과 관심사가 꽤 많이 겹치기도 하고, 누구보다 심성이 건강하고 건전하다. 물론 그는 당시의 나보단 덜 명민했을지라도 훨씬 사려깊고 겸손해서 오히려 내가 그에게 배우곤 한다. 우리 관계에선 항상 내가 조언자의 위치에 있어 이런저런 얘길 하면 노트를 들고 있다 신중하고 정성스레 내 말을 다 받아적곤 "누나 제 생각이 짧았네요. 그 생각은 또 못했네요.." 하거나, 가끔 털어놓는 내 일상 이야기엔 진심으로 "힘들죠? 고생 많으셨어요.." 하면, 그의 따뜻한 배려와 맑은 심성에 항상 영혼이 씻김받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 자신에게 편지한통 적어달란 내가 단칼에 싫어-_-라고 잘랐지만 ㅋㅋ 그의 지극한 정성은 뿌리칠 수가 없다. 진로와 꿈에 대해 고민하는 그에게 나는 자주 말해준다. '뭘 해도 상관없어, 넌 이미 됐다.' 고. 그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지만 더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은 예감에 더 쑥쑥 자라게 잘 키워주고싶다. 예쁜 사람은 어딜 갖다둬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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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는 사람을 경계해야 함이 옳다. 그것이 나이든 사람이 그런 기질을 보인다면 어쩐지 더 서글프다. 인간관계 가능성의 항로를 차단당한 느낌이라 굳이 내 쪽에서 흥미를 갖고 질문을 할 여지도 가질수가 없으니. 세상, 세상밖엘 나와보니 나와 내 주변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과는 꽤 큰 온도차가 나는 crack이 존재함을 여실히 느낀다. 좋은사람은 못 될지언정 별로인 사람은 뒤지 말아야겠다 싶은 타산지석의 현장들. 특히 오늘은 태도도, 표현방식도 정중하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물컵을 비우며 한동안 앉아만 있었고, 군중속 깔깔대며 오가는 대화들 사이로 그저 나는 카페서 책을 읽고 싶단 생각만 하염없이 들었다. 간단한 핑계로 가방을 챙겨들고 택시를 타고 나와 상암동으로 갔고 이내 볕을 쬐며 걷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말끝마다 '오빠는~'을 붙이는 남자는 전혀 오빠권력따윈 주고싶지 않은 사람이라 나의 인생오빠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나의 친척들은 다 본 투 엔젤. 성실과 정직, 사려깊음까지 풀장착한 사촌오빠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부둥부둥 사랑받고 자란 막내둥이인 탓에 그런 성향의 인물이 아니고서야 존대는 사양한다. 남친에게 한번씩 불러주는 '오빠'는 그저 처음 만났을 '복학생 오빠' 이미지의 연장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내게 누나라 부르지 않는 것도 아마 누나권력을 내어주고싶지 않아서겠지. 그래도 오빠가 아직까지 갖고싶은건 아직까지 나의 오빠들이 주었던 그 절대사랑을, 그 너른 운동장같은 품으로 내 부족함을 채워준 시절을 잊지 못해서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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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빈티지 카페 black brick 사람도 사물도 오래된 그 느낌이 좋아 그 먼거리를 마다치 않고 매번 날아와 날 같은 자리에 앉히게 하는 유일한 일터이자 쉼터. 콤콤하게 마른 커피향에 젖어 작업을 하고 있으면 하루종일 행복하다. 으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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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1차 크리스마스 습격장면 와 진짜 양으로 승부하는 미국파티의 위엄이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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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갔다가 가까운 타임스퀘어까지 걸어갔다 관광모드 셀피가 하나도 없어 한 번 남겨보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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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we go
what we do
…
It’s over
I’m done —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늘 저 안에서 맴돌던 그말을 스크린에서 당도당한 순간부터 마음이 울렁대더니 마지막 시퀀스에 눈물이 터졌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컷에 무너져 거의 기어가듯 귀가해 밤새 앓았다. 꿈을 향해 비틀대며 걸어가는 두 남녀, 견고한 현실의 벽 앞에 사랑은 때��로 무력하다.
후회와 미련을 참 예쁘게도 버무렸네 누구든 그런 선택을 했었을거야 그게 너무 사실적이라 비현실적인 장면의 향연이 오히려 보는내내 아프게 꽂혔다. 만약이라는 언어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걸 그 상상력이 결국 아름다움으로 꽃피긴 하지만 자꾸 내 나약함을 들추는것 같아 슬프고 절망적이었어. 그래서 별로야 난 이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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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연이랑 예약해둔 발레공연을 프렌치 코스요리까지 먹고 갔는데 ㅋㅋㅋㅋ 웬 발레학교의 학예회 수준의 공연이어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이게뭐지..? 하면서, 중간중간에 어이가 없어서 빵빵 터지며 오늘의 우울이 한방에 날아감 ㅋㅋㅋㅋㅋ 삶의 의외성이란 참말이지 이런데서 이상한 위로와 희망을 얻어갈 수 있다니 ㅋㅋㅋ 오랜만에 하루종일 신나게 웃었고 이상하게 춥지 않았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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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개들은 참 얌전히 그리고 열렬히 주인이 가게에서 나오기를 기다린다. 오늘의 네 표정을 보니 한 때 나의 표정을 보는것도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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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잔인한 겨울과 싸운다. 그렇지만 이기겠지, 늘 그랬듯. 응고된 눈물은 올해 유독 짜디짤 것이니 불평치 말고 텀블러에 잘 담아 데워서 결정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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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지 않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감정을 토로해야 하는 경우엔 이성의 명확한 설득을 거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것이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면 나는 더욱 그 상황에 냉정해지고 차분해지고 지켜보는 편이다.
때때로 징그러울만큼 잔인해지는 건, 그 경계가 없는 감정을 칼로 자르듯 분할하려는 분석가기질의 성질이 발휘될 때다. 올해는 꽤 자주 칼질을 했더니, 쓸데없이 나를 찌르고 다치게하고 피흘리게 했다. 안 그래도 됐었는데.. 명확하지 않으면 아예 감정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건 사실 잔인한 처사다. 정말이지 고치고 싶은 습관.
정신상담을 받으면서 감정 바라보기 연습을 오래해서 그런가, 일단 나는 덜 다치는 방법을 배운��� 맞는데. 상대방이 당황해하는 이 편차를 줄여야한다. 그녀가 출장가 있을 동안 내가 약도 사러 못 나갈만큼 심각하게 아팠고, 멘탈도 함께 출장을 나갔고 나는 몇일을 침잠한 채로 아무말도 하질 않으니 친구가 그런 내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 많이 당황해했다. 익스큐즈를 주긴 했어도, 너무 자주 그러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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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디폴트값의 하한선을 지나면 주로 무표정해지고 말수가 극도로 적어진다. 감정의 노출을 거의 하지 않으며 남은 시간에는 되도록 잠만 자려고 하는 편이다.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상태는 사실 건강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때때로 자기최면에 가깝다 할 지라도, 기쁘든 슬프든간에 감각을 느끼는 나로써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사람이 일정수준 통감의 역치를 넘어가버리면 스스로의 영혼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온다. 그게 어디쯤인지 잘 알고 있는 탓에, 조금이라도 그 경계에 왔다 싶으면 일단 주위에 익스큐즈를 해놓고, 잔다. 자야한다. 동면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겨울이란 본디 그런것이다. 태동할 봄의 기운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기. 나는 올해 그 기간이 옅은 대신에 좀 길다. 언제쯤 제대로, 잘 깨어날지 모르겠다.
대체로 평온, 온건한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나임에도 요즘은 때때로 죽음충동과 싸운다. 아마도 실제 죽지 않을테지만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이 머리채를 확 잡아당길 때가 있다.
이는 실체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라 그때는 가만히 숨어 그가 지나가길 침묵하는 수 밖에.
불혹의 나이가 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때면 정말 어떤 상황에도 늘 같은 마음일 수 있을까
여튼, 내가 가장 건강할 수 있을 때 모두를 ���나고싶다. 어느때고 그랬듯 활짝 웃으며 반겨주고 싶다. 너도 나와 같이 아프고 힘든 겨울을 잘 지나왔냐고 대견하고 또 수고했다고.
잔인하게 슬픈 대한민국의 겨울과 유독히 화려한 미국의 겨울이 이 싱숭생숭한 오버랩 기간을 지나오며 길고 짧은 감정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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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거요. 내가 누구랑 헤어졌는데, 그 사람이 제일 예뻤는데..
하면서 아쉬워하는게 아니라
그냥 한 대상이 있으면 정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때가, 뭔가가 생기잖아요.
그런 후회가 남을 때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잘은 모르지만, 그게 그리움인것 같아요.
혹시 그런거 있어요?
—
음.. 거의 안 남기고 사는 편인데…
그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마음 한켠에 뭔가를 넣어두기로만 했다면
맞아요.. 그리움이 맞네요.. 지금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되도록 인정해보려고 해요.
나의 한계를,
현실의 한계를요..
그러다보면 또 알게되고
괜찮아지고
나아가게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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