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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당신을 누르던 현실적인 걱정들은 다 사라졌나요. 항상 서서 일하던 당신에게 내가 선물 한 신발도 이제는 다 닳아 버렸죠? 거칠던 당신 손에 내가 핸드크림을 듬뿍 짜주니 놀라서 동그래진 당신의 눈을 보고, 웃으며 나눠 바르며 맡았던 그 향기도 잊었겠죠? 나는 당신 덕분에 새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훗날 서로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을 때 쯤 우연히 만나서 눈인사 한번 나눈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 보던 날, 당신에게 이제는 날 못 만날거 같다고 했죠. 또, 당신에게서 당당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죠. 저 그 약속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당신의 음성으로 생각을 하면 심통 많은 난 유해져요 당신이 내 안에 깃들어서 내 중심을 늘 받쳐주고 있어요 우리 착한 지수. 착하지? 하면서 실눈으로 당신의 미소를 생각하면, 그러면, 정말 나는 순하디 순해져요. 그 날 참 추운 가을날이었는데 당신의 근황을 듣고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와서 정신 없이 씻고 잠을 무식하게 펑펑 잤어요. 일어나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이라고는 감기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감기라도 남아서 열렬히 아팠으면 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네요 괜찮아요. 당신 결혼식에 가지도 못하고 축복도 못 해줬던 나지만, 전 그 날 일어나서 정장을 입었어요. 그게 다행이에요 괜찮은 지금의 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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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젋었던 날의 여름밤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다 자냐고, Y가 물었다 아니, 전화 받고 있어 내 대답에 그는 쿡쿡 웃더니 그냥 나한테 전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슨 일 있냐고 묻자 그냥,그냥만 되풀이하다가 그냥...살고 싶지가 않아...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울고 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다가 그는 툭, 전화를 끊었다 아직 젊었던 날의 계절은 기억나지 않지만 또 한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다 나,K인데... 오래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는 K는 어린 여자에게 가버린 애인에 대해 K를 못마땅해하던 애인의 가족에 대해 물거��이 되버린 그림같은 집과 토끼 같은 자식들에 대해 설움과 분노를 토했다 그러고 울먹이면서 죽고 싶다고 했다 잠 못 이루다 새벽에 전화로 나를 찾았던 Y와 K는 둘 다 별 연락 없이 지내던 먼 친구였다 그 뒤 K와 Y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건 안다 나도 살아있다 우리는 오래 살리는, 권태와 허무보다 더 그냥 막막한 것들, 미안하지만 사랑보다 훨씬 더 무겁기만 무거운 것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에서 만나고 걷다가 다시 갈림길인지도 모른채 걸어가고 있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 보이는 이들을 알지만 손을 흔들어 나를 보일 뿐, 서로가 알고 있다 산은 무수하고 그 중에 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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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 땀을 흘리며 웃고 싶다 반짝 반짝 빛나는 땀나는 얼굴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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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았다 그 강렬한 영화 속에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그저 밥 먹으며 관음하고 싶어서였다 이미 난 그 영화를 열 손가락을 다 쓸 정도로 봤지만, 인상이 진했던 영화라 그런지 다시 내려받아 보게 됐다. 영화의 이야기는 까다로운 성격의 택배사 직원 잭과 온화하고 똑 부러지는 연구원 여자 캐리, 둘은 약혼한 사이다. 그 둘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고 헤어진다 남자가 탄 비행기는 사고로 추락하고 무인도에서 4년이란 세월을 오로지 생존을 위해 보내다가 극적으로 탈출, 구조당하는 내용이다. 난 여기까지만 내가 원했던 그림이었다. 잭의 생존 원천은 사랑하던 여자였다. 여자를 그리고 여자가 준 사진을 올려놓고 바라보며 눈뜨고 눈감았다. 그러나 사 년이 지나 극적으로 인간사회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그 세월 동안에 평범한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가 되어 있었다. 그 엇갈림 속에도 서로에 대한 낙낙한 사랑이 억세게 있음을 공감했다. 그저 서로의 시간과 상황이 뒤틀림이 아쉽고 슬펐다 나는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얼굴의 굴곡에서 눈물이 땅보다 낮은 내 마음 한 곳을 찾아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오열을 했고 늘 사과하고 싶던 한 사람이 연상 됐었다 카페에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나서 절절하게 연애를 했던 여자를. 내 인생에서 제일 사랑했고 모든 욕심을 놓을 수 있을 사람, 마스터피스같은 그녀는 나의 이기심으로 두 번의 헤어짐만 갖은 채 각자가 됐었다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결심이 섰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 생각을 했지만, 핑계로 사그라트리려 했고 그 처방은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었다
일주일에 단 하루 화요일이 나의 휴일 11월 22일 곧장 그 사람의 집으로 가서 기다렸다. 하지만 저녁 11시가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자 난 전화만 마지막으로 하고 마음과 함께 모든 걸 털어내고 가고 싶었다.
전화를 걸고 나를 밝혔을 때 그 사람은 “안녕.” 이라 첫 운을 때며 명랑하고 단아하게 날 맞아준 게 오히려 난 슬프고 의아했는데 근황에 관해 말하면서 아직도 커피를 쭉 하고 있다는 주제에 “그래. 당신은 고집이 센 사람이었지….” 라며 말을 했고 그 사람은 내게 “응 난 잘 변하지 않은 사람이야.” 라고 말을 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두 번이나 그녀를 떠나고 품었을 때 그녀는 변치 않고 나를 사랑해 주었다 잘 변하는 나는 죄를 만들고 문제를 만들뿐 일에 관한 얘기가 계속되고 나에게 어떠냐 물었을 때 나는 내가 하고 있던 일에 흥미는 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다 토로했고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었다. 넌 아까운 사람이라며 다른 일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한 시간 가량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배려 덕에 다시 연인이 된 듯이 전화통화를 하다 집으로 오는 그녀를 만났고 전화기에서 마주침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행동과 말들이 내 머리에 깊이 꽃아 박혔다.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유난히 커다란 순간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순간에 갇혀버리고 싶은 시간이다. 그녀는 내 볼과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내 응석 어린 사과도 들어주었다 농담과 진담을 오가며 전처럼 미소도 주었다 검은 패딩에 후드에 보드라운 검은 털이 달린 따뜻한 옷을 입고 있기에 얼마냐고 물어봤었고 20만 원 정도라 대답했던 것 같다. 이렇게 시답잖게 내 말과 장단을 맞추며 비싸지? 따뜻해, 라며 장난 아닌 장난이 점차 여운으로 쓰게 느껴지며 서로의 눈만 바라보다 그녀가 먼저 운을 뗐다 “난 지금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내년쯤 결혼할 것 같아. 너도 좋은 사람 만나면 좋겠어.” 그 말과 입 모양 말투 눈빛 공간이 동시에 느껴질 때면 모든 게 무기력해졌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별다른 말을 못했다 난 돈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현실만 싫어하는 24살 철부지 애일 뿐인 내가 부끄러웠다 들고 온 것이 있었다. 각자가 된 동안 그녀에게 주고 싶던 여러 가지 물건들 하나둘 모으던 게 어느새 한 아름이 됐고 더는 모으는 게 마음 아파서 주고 싶어 가져온 것들. 그녀의 어릴 적 사진 파우치 좋아하던 스폰지밥 오르골 내게 선물 했던 인형의 남자친구 인형 열쇠고리 캔들 작은 장난감들 쓰다 보니 이제 기억이 잘 안 나는 게 원통하다 “이거 받아 이거 주려고…” “아니야…” “이제 안 모을래 나도 받아..” 그녀가 받고 나는 말 했다 “이제 다시 못 볼 것 같아” 서로 먼저 가라며 닥달하다 그녀가 뒤돌아 가는 걸 천천히 보았다 신발을 봤을 때 슬픔이 천천히 밀물처럼 들어와 어느새 옴짝달싹할 수 없이 숨이 막혔다. 늘 서서 일하던 바리스타였던 그녀에게 내가 선물했던 운동화를 신고 가는 뒷모습은 나의 마지막 말 그대로 이제 다시 못 볼 마지막이었다. 그날 집으로 정신없이 달려가 무슨 정신인지도 모른 채 잠이 들고 꿈을 꾸다 새벽에 깼다.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멍청하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보내지진 않았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길 바래. 여러모로 미안하고 또 미안해. 당신이 늘 간절했지만 감정기복 속에서 살아왔어. 난 아직 어리고 모르는 거 투성이지만 당신 덕분에 사랑을 알았고 잃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알았어. 언젠가는 우리가 다른 형태로 마주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분명히 준비된 내가 돼서 당당하게 서 있을게. 당신이 해준 말까지도 이미 난 다 예상하고 갔는데 뭘 기대했길래 이렇게 어지러울까. 그 누구보다 나보다 더 행��한 당신이었음 좋겠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착한 여자 당신을 만났을 때 그때가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때야 오래 읽어서 그 페이지가 벌어진 책처럼 고민 없이 짚고 펼쳐보며 웃을 수 있어 그 깨끗하고 따뜻한 마음 닮을 수 있도록 살아갈게. 마보 안녕
난 그 사람처럼 순수하게 느끼고 웃고 상처를 주고 지나간 사람을 안녕이라고 하며 반기지 못한다. 하지만 닮아가려고 한다 당신이라고 편하게 부를 수 있던 신기했던 사람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를 매일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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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가 일어났다 과거의 나,지금의 나,미래의 나를 차례대로 땋아가는 것을 제 삼자의 입장으로 보면 그리 가지런하지 않다 잔머리도 많고 굵기도 들쑥 날쑥 노련하지 않은게 티가 나는 나 긍정적이고 파란 에너지가 넘치는 이상형들만 기다리다가 왜 나는 그런 사람이 되려 하지 않을까?란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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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당신이 나왔었다 그런데 기억이 희미해서 아무리 기억해보려 해도 먹먹하고 뻐근한 느낌만 머릿속에 맴돈다 엇갈림 속으로 들어가서 살펴본다면 그 엇갈림 속에도 사랑이 존재하겠지? 하나 확실했던 건 그녀와 꿈속에서 행복했던 것도 잠시, 난 이내 꿈이란 걸 알아 채버렸고 슬퍼지며 바라봤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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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예민해지는 나날을 깨끗히 없애는 방법을 알아도 다들 그 곳에 안주하는 것이 왜 그런지 나는 이제 정말 정말 잘 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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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말이 길어요. 내가 프레첼 먹고 싶다는데! 돌아가게 해주세요. 정말 힘들었던 때도 견딜게요. 이제 눈 감겠습니다. 믿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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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파하다가 자가치유를 위해 합리화한다. 그렇게는 계속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비양심을 어쩔 수 없었던 이유들로 포장하고 상황과 시간에게 떠민다 나는 요즘 많이 아프다 하지만 합리화하면 그저 식어가는 냄비에 불과하다 너무 아파서 감각이 무뎌진 곳에 계속해서 나는 지지고 또 지질 것이다 내 잘못들을 용서 안 하려고 한다. 좋은 경치에 정리되고 잠을 자고 일어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른해지더라도 날 어지럽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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