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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여주] 너와 함께했던 그 해의 끝을 아직 잊지 못해
잘 지내는 거지?
하얀 입김이 두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왔다. 둘러진 목도리를 손을 들어 꼭 쥐었다.
벌써 시간은 이렇게 흘러 버렸고, 너는 가버린 지 오래인데. 나는 여전히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마음 한 켠이 시리도록 허전했다. 꼭 쥔 목도리를 내려다 보다 목도리 곳곳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을 네 향기와 마주하려 얼굴을 깊이 푹 파묻었다. 머릿속에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_
"오빠."
"어, 여주야."
이거 받아요. 여주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길고 흰 선물 상자였다. 상자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 목도리 하나였다.
"이게 뭐야, 목도리? 예쁘네."
"응, 내가 만들었어요."
"... 진짜?"
잘 만들었다, 오늘 무슨 날이야? 내 생일은 아닌데. 내 물음에 여주는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음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내 선물, 만들어서 주고 싶었어요, 예약 오빠.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주가 상자에 담겨 있는 목도리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스륵 -
부드러운 감촉, 여주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 여주야. 왜 그래요, 예약 오빠?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여주의 모습에 순간 목도리로 얼굴 전체를 가려 버렸다.
"얼굴, 왜 가려요?"
"....."
"예쁜 얼굴을 왜 가려요 오빠, 난 더 보고 싶은데."
그제야 얼굴을 덮고 있던 목도리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밝아지는 시야엔 여주의 웃는 얼굴이 한가득 들어왔다.
"여주야."
"응, 오빠. 말해요."
고마워 목도리, 네가 만들어서 나한테 선물해준 거니까 평생 간직할게, 꼭. 무어라 말하려던 여주에게로 조심스레 붉어진 얼굴을 가져갔다. 이윽고, 두 입술이 천천히 포개졌다.
"....."
"....."
심장이 쿵, 쿵 하고 세차게 뛰었다. 아마 여주라면바로 지금 내 심장 소리를 듣고도 남지 않을까, 이렇게나 가까이서 서로의 온기를 공유하고 있는데.
"여주야."
"....."
"사랑해, 정말 많이."
"나도요, 사랑해."
배시시 웃어 보이며 닿았던 입술을 떼고서 여주를 품에 안았다. 여주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목도리를 살짝 풀어 여주의 목 주변을 함께 감쌌다. 길이가 길어 두 사람이 함께 쓸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오빠, 눈 내려요."
"그러게, 첫눈이야."
"예뻐요."
"응. 너처럼.."
여주와 맞이한 첫눈은 그러니까, 정말 예쁘고 황홀했다. 그 자리에서 삶이 끝난대도 나쁘지 않은 결말일 거라고 생각해 버릴 정도로.
_
완전히 떠오른 기억에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 첫눈을 맞이했던 때가 언제인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2월의 마지막 날을 너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첫눈을 함께 맞을 이가 너이기를 바랬는데.
- 그건 내 욕심이었던 걸까.
너는 갔고, 네가 채워주고 있던 그 자리는 여전히 시리도록 허전해서, 아팠다. 아프고 또 아파왔다. 그리워, 잘 지내는 거지? 나는 이제 잊은 후겠지?
"....."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니, 이내 앞이 흐려졌다. 볼을 타고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바닥으로 채 떨어지기도 전에 목도리에 짙은 얼룩을 내었다. 하나, 둘, 끝없이.
".... 흐, 흐으.. 보고 싶어, 여주, 야....."
톡, 피부에 차가운 것이 내려앉더니 곧 사라졌다. 눈물을 머금은 채로 올려다본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랬다, 올해 첫눈이었다. 그것도 12월의 마지막 날, 너와 헤어진 지 1년이 되는, 미련 가득한 내가 홀로 서 있는 겨울 속.
안녕, 네가 많이 그립다. 보고 싶어.
... 잘 지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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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
매일같이 활짝 웃어 보이는 너를 보며 난 가끔 생각해
저 웃음이 향하는 상대가 오직 나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이렇게 웃어주면 좋겠다고,
네 웃음이 나에 대한 사랑을 뜻했으면 좋겠다고.
...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고.
#only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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