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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9
차곡차곡 삶의 무엇인가를 채워가고 쌓아가는 기분이다. 켜켜이 하나씩 두개씩 언제 다 차오를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하나씩 채워가고 쌓아내는 기분이 들어 반갑고도 두렵다. 앞으로 새로 생길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나를 더 단단한 갑옷으로 보호하는 일. 그래서 오늘도 싸우고 내일도 싸울 이 모든 싸울 일들로부터 나를 은폐하고 엄폐하는 그런 일.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 일어 산울림 민속주점에 혼자 가서 생맥 오백에 두부김치를 시키고 싶었다. 미술학원거리를 쭉 걷다 현수오빠의 유령을 봤다. 건너편 건물에는 아직도 교회가 있었나. 찬을 그저 지나칠 뻔한 홍익대학교 안 무수한 건물들 사이 숲, 아니 숲들 사이의 건물이라고 해야하나. 그들은 어쩌면 실존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일단 살아있으니 살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옳다. 하지만 살아있지 않으면서 살아있는 사람들도 너무나 있다.
파스텔톤 노트에 일년의 기록을 쓴다. 오늘 하루는 카레를 먹으면서 보냈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은 빵을 습관적으로 사먹고 그 달달한 정제 탄수화물 맛에 그저 위안을 받는다든지 싸구려 초콜렛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그런 일 따위를 즐긴다. 사실 난 뭐가 비싼지 ��지도 잘 모르는데.
내가 정말 많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준 한 사람과의 시간동안 나는 그녀에게 많이 공감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어떤 이야기만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듯 누군가의 욕을 해대는 사람. 그러고 자신은 사람 좋은 사람인 마냥 굴고 싶은 마음, 뭔지 알지. 그리고 그녀는 나를 깨닫게 해 주어 고맙지만, 동시에 굳이 그렇게 해석하지 않아도 될 부분들을 그렇게 해석하게 해 마음을 굳어버리게 했다. 그녀에 대해서는 진심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에게만 마음이 풀어지고 편해진다. 이제는 나도 도무지 감출 수가 없어서 좀 내버려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좀 견뎌보자 싶기도 한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기다리고 견디면 무언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해 나갈때 비록 그 외로움이 전달되지 않은 무엇인가처럼 차오르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잘 견디고 여기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감으로 나는 다시 새로운 삶의 어떤 곳을 방황하며 찾아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아픈 단추는 그대로 빠져나가고, 두번째 이해할 수 없는 단추들이 빠져나가고, 이제는 다시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와다다 무엇인가가 쏟아져내리는 기분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도 마무리할 수도 없지만,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다림과 괴로움이라는 것이 결국 떼어낼 수 없는 무엇인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진심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르고 있던 진심들이 언제 어떻게 불쑥 솟아오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다지 잘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너희들이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이거야. 라고 잘 집어 이야기해주지도 못했다. 나의 강의는 때때로 형편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일단락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즐겁게 생각해내는 것 뿐이다. 그런 즐거움이 있으려면 나는 더 오래 참고 견뎌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해야만 한다.
손으로 만져지는 선물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더 자주 감사한 일들에 대해서 적어볼 것이다. 이를테면 오늘은 나를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날짜가 아직도 가물거리지만 11월 18일이었는지 19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라는 걸 본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트랜스포머 one이고, 관심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고민할 수록 나는 더 많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나를 발견할 뿐이었다. 지금은 삶에 고군분투하는 것만으로도 지나치다고 느끼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생각들과 마음들을 최대한 알아채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해야할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해야할 일이지만 월요일과 화요일을 보낼 때 각 요일별로 내가 해야할 일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이다. 내일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갑작스럽게 누군가 나에게 어떤 질문을 했을 때 가능하면 그 결과물을 바로 이끌어 낼 수 있게 훈련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마 나는 수업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이런 상황들을 맞이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 pause가 있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play버튼은 계속 눌러져 있는 상태여야 한다. 대신에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지금의 상황들을 이겨내고 견뎌내며 해결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삶을 살아나갈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은 애초에 어떤 삶의 고독함보다도 간절한 무엇인가를 내려준다. 그리고 삶에 기본이 될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노력들도 더 많이 하게 한다.
주어진 것을 성실히 하는 것에 온 열과 성의를 다 해야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온전히 다 마무리지을 수 있었을 때, 그 때 바로 삶의 무엇인가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큰 목표라도 하나씩 시작해서 하나씩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최대한 눈 앞의 것들을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하고 정리해나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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