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u-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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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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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과 취함은 아무것도 말할수없다. 그리고 말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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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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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3
참나 같은 건 조각이 났다. 세상에 단전 호흡 같은 건 언제 해보긴 했었는지 가물할 정도이다. 부처님을 앞에 두고도 불상에 그려진 수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금새 자리를 털고 나왔다. 소를 물리게 구워 먹고 담배를 피고 맥주를 마시고 오랜만에 모그 음악을 들으면서 어디부터 잘못, 아니 달라졌나 생각한다.
남의 살이 타는 냄새에 울렁이는 마음보다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는 겨울. 아무래도 토시보단 취향이 안창에 가까워서.
지겨운 인스타그램.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들어가있는 지독한 곳. 끊임없이 넘어가는 짧은 영상과 멋진 사진들. 그때 마침 들어오는 카톡. 나 방금 옷만 50만원어치 질렀어 할부로. 돈돈돈. 하루에 돈만 생각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부러우면서도 경멸하고, 계속 들여다보면서도 안 본척 한다. 팔리는 거. 더 잘 팔리는 건 뭘까. 내 팔자에 없다 생각한 주식도 기웃거려본다. 그럼 금방 나는 매대에 놓인 고깃덩어리가 되는 것 같다. 여기요. 싸게 팔아요.
저의 한시간이 얼마인가요. 를 놓고 싸우는 싸움.
돈은 아무래도 괜찮아요. 라는 대사를 숨쉬듯이 뱉었던 20대 초의 나는 얼마나 무지의 윤택한 삶을 살았었길래. 그때의 내가 얼마나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재수없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몰라서 뱉었던 반질거리는 말들
지금은 술김에도 뱉기 힘든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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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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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27
뭐랄까.
내가 너무 미워해서 종종 해치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다. 사람을 그렇게 미워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다급하고 절박한 사회생활이 그 마음을 부추겼는지, 애초에 내 밑에 깔려 있던 마음의 모양이 사실은 그랬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명료한 욕망이라 당황스러웠던 밤이 많았다.
나도 모르게 그 애 목을 조르고 싶었어. 라고 내뱉어 버리고는 이내 수치스러워져 얼굴을 붉히며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들이키던 밤의 내가 지나면, 나를 향해 애매하게 웃어보이며 불편한 말을 거침없이 하는 젊은 아이의 기세에 어쩔줄 몰라 버벅이는 낮의 내가 있었다.
나는 부끄러웠고, 불편했고, 불쾌했다.
내가 뭔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뒤에는 사실 나는 그럴 경험치가 없어. 그래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하겠어. 그치만 그래도 나보다 후배인데 어떻게든 눌러야 그래야 내가 살아. 이런 마음들이 꿈틀거리며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난 몇달 내내 그 애가 죽도록 싫고 불편했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 지금.
그 애가 나한테 미안했다고 말하던 그 술자리에서도 사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입으로는 아니야 내가 부족했어 라고 수십번 되뇌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래 네가 잘못했어 맞아. 그래 내가 맞았었어. 너는 틀렸었고.를 수십번 반복했다.
나는. 그 애가 미묘하게 내가 겉으로 내보인 선의를 무시한 침묵을 지키는 지금도
나는 너보다 더 관대하다는 마음으로 무장해 비난하듯 '좋아요'를 누른다. 나는 천박하다. 내 수가 너무도 잘 읽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너 역시 나 만큼 천박하길 바란다. 내가 저질러 버리고 만 부끄러운 일들이 망각이라는 축복 속에서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녹아버리길 바라듯. 그냥 다 같이 천박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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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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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낳는다면,
나는 그 친구가 정말 현명했으면 좋겠다.
나는 쉽게 덤벙대고 디테일이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그 친구의 아빠 될 사람은 내가 보기엔 디테일에 매달리는 사람이니, 그 섬세함과 집요함은 닮았으면 좋겠다. 대신 충분히 노력해도 부족한 그 부분은 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내 대충대충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 친구의 아빠 될 사람은 타인에게 마음을 쉽게 흩뿌려놓지 않고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단단한 사람이지만, 덕분에 외로운 면도 있으니 그 친구는 가끔은 막 여기저기 털어놓고 후회할 줄도 아는 내 가벼움도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종종 내 마음을 너무 지나치게 들여다보고 있어서 스스로 만든 미로에서 길을 잃지만, 그 친구의 아빠 될 사람은 감정을 그렇게 오래 들여다보고 있지 않으니, 반반을 닮았으면 한다. 남의 감정 속 미로에 초대받을 만큼 다정을 갖추며 자신의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을 만큼의 단호함을 갖췄으면 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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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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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4
무언가 쓰고 싶어 창을 연 것 같은데 막상 열고 보니 뭘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글을 쓰는 건 조금 관성이다.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수많은 멋진 사람들하고는 다르게 나는 좀 술 기운이 올라와야 포스트 버튼을 누르곤 한다. 무언가, 그나마 있어보이는 글을 남기는 게 예전엔 좀 쉬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다 보일 것 같다. 사실, 보여도 괜찮고, 오해해도 괜찮다 이제는.
이제는 꾸미는 말은 잘 못하겠다. 그 글자 하나하나 사이에 여러가지 마음과 생각이 끼어든다. 넘겨짚고 감정으로 덮어 그냥 내 것인척 뽐내려 했던 것들이, 글이란 것으로 바꾸어 뿌려지는 동안 내게 여러 의견을 낸다.
'근데 솔직히 이해하려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 않아?'
'사실 그렇게 죽일만큼 미운 것도 아니잖아.'
'따지고 보면 그렇게 흠없는 충만까진 아니잖아?'
나는 미움 분노 실망 행복 사랑 충만 뭐 그런 여러가지 것들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그 중에 뭐 있어 보일만한 지점을 건져내 일기처럼 쓰지만 사실 그런 순간은 자주 있지 않고, 어쩌면 그냥 살만 할 수록 하고 싶은 말은 적어질지도 모르겠다. 는 어렴풋한 생각이 든다. 나는 그래서 전보다 더 심심하고 밍밍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생각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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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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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제 점점 어려워진다. 내 사랑은 이제 글로 쓸 만큼 대단스럽지 않다. 우리는 오늘 같이 일하는 사람과 함께 장어를 구워 먹었다. 그 불판이 달궈지는 동안 네게 걸려온 전화가 난 달갑지 않았고, 그런 내 마음이 공기 중에 펴져 모든 게 얼어 붙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치를 보느라 내 벗어놓은 잠바를 만지작 거릴 때, 괜히 내 팔뚝을 조물락 거릴 때, 나는 내 마음을 언제쯤 푸는 게 그림 상 좋을까 했지만, 또 반면에 내가 뭐 그런 아량까지 배풀어야 할까 싶은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빈 시간에 마음을 다잡더라도, 사는 건 내 마음 같지 않고, 그보다 더 내 마음은 내 마음같지 않아서. 나는 내 어리고 미성숙한 마음을 자주 그대로 둔다. 어쩌겠나, 내 몫이 아닌데. 나는 이 내 마음이 내 몫이 아니라 여긴다. 억지로 갈무리해 성숙함을 입히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 어리고, 그래서 부족하고, 그래서 뾰족하다.
나이든 내 사람은 내가 날을 세워 치고 들어가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는 섭섭한 것도 억울한 것도 부당한 것도 너무 많은데,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내 마음 울렁임을 넘어서 그 가만히 있음의 마음까지 다 읽으려면 나는 무엇을 얼마나 더 읽고 배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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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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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9
일기 같은 것도 안쓰다 보면 못쓰게 되는 것이다. 핑계이겠지만 글을 읽을 시간도 없고 뭐 한 줄 쓸 여유도 없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은 디스크로 병원에 실려가고 나는 이제 손 마디마디가 전부 아프다. 탑차에 실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저도 몸이 너무 아파요. 라고 말하던 순간은 몇년이 지나도 잊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는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렇게 아플까 하면서도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이 일이 전생에 죄 지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농담을 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 내 일이 소중한 마음. 미운 사람들. 아무래도 너무한 사람들 앞에 눈물도 조금 낫다가. 그래도 달랠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여기 저기 마음도 쓰다 집에 오면 내 몸도 마디마디 소리가 나지 않는 곳이 없어서 잠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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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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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 애인들이 지금 애인에 대한 연애 상담을 좀 해줬으면 한다. 어쩌면 괜히 연애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더 잘 만났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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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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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6-7년 전에 같이 입시를 할 때 나는 그 애가 우스웠다. 걔는 그냥 공부 잘하는 애였다. 예술 같은 건 너무 동떨어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등급이나 받는. 나는 검정고시를 봤고, 언니 오빠들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밤을 새고 잔뜩 취해서 침대랑 냉장고만 간신히 있는 고시원 방에 쓰러지듯 잠들고 다음날이면 1L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학원에 갔다. 그 애는 단도 줄이지 않은 교복을 단정히 입고 와서 차분히 그림을 그렸다. 글이 우선이 안되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애였다. 나는 조소냐를 써서 그림에 회색빛이 없어지질 않았고, 그 애는 원색은 하나도 쓰질 않아 그림이 무척 어두웠다.
나는 내가 보낸 그 밤들이 다 예술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예술이 인생이고 인생이 예술이면 좀 멋질 것 같아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죽어라 노력했다. 부모님 용돈 받는 처지에 만원 넘는 브런치도 먹고, 매일 LP바에서 맥주도 마시고 그랬다. 그러곤 3000원어치 다꼬야키로 저녁을 떼웠다.
어느 여름엔 고시원 작은 냉장고에 성애가 잔뜩 껴서 문이 닫히질 않았다. 칼로 긁어내다 지쳐 잠들고 아침에 깼을땐 한칸 방이 전부 물바다였다. 하필이면 엄마가 와 그걸 보고 잠깐 울었다. 그걸 보고도 난 예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지나친 연애를 했다.
그러는 도중에도 그 애는 꼿꼿하게 여전히 재미없었다. 그래서 난 걔를 좀 우습게 봤다. 그때 난 그 집단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잘 놀고 가장 잘하는 애였으니까. 나는 빛이 났다. 그때는 그 빛이 나를 깎아 태워 내는 빛인 줄 몰랐다. 속은 계속 비는데 삶은 영화같아지는 것 같아서 멈출 줄을 몰랐다.
결국 그 애는 우리가 원하던 학교에 갔고 난 가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6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 사이에 나는 어른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삶이 무서워졌다. 꼬박꼬박 출근을 하고 4대 보험이 무척 중요해졌고, 안정적인 삶.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집. 불같지 않고 그저 흐르는 물 같은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 거추장스러워도 웨딩드레스도 한 번쯤은 입어볼 법 하지 않나. 여름에는 초파리가 많이 끼니 쓰레기는 제때 버려야지. 설겆이는 바로바로. 집안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 사랑의 설레임은 약간 거추장스럽고 좀 이르게 사랑과 삶에 타협하게 된 것 같다.
그 애는 연극 일을 5년 하고 이제 공시 준비를 한다고 했다. 얼굴이 맑고 티 없어 놀랐다.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짐작할까. 나는 지난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저 이기려고, 그저 멋내려고 쓴 마음의 기억밖에 없는데 그 애는 내 빨간 손톱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너 항상 빨간 메니큐어 바르고 다녔잖아. 나 그게 너무 예뻐서, 그때 산 빨간 메니큐어가 아직도 3개나 남아있어." 그 말 앞에 내가 얼마나 작아졌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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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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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0
한동안 애정의 궤적을 하나하나 짚어 적어내는 것 조차도 유치하다고 느껴졌었지. 그냥 대충 어제가 오늘처럼 흘러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게 한참이었지.
몇 년 만에 본 지인은 나한테 많이 낡았다고 했다. 나이든 사랑은 본의 아니게 나를 가볍게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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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가 새로 배운 사랑은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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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여태 내가 살아가는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게 없어. 그리고 나는 내가 했던 선택들 중에는 하나도 후회한 게 없어." 라고 말했던 당돌한 내 유년시절은 사실 이제와선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그때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에 듬뿍 빠졌었고, 그래서 어떤 것들이 분간이 안되었고, 그래서 덮어놓고 어떤 사람들을 미워했고 모른척 어떤 이들을 사랑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사실.
내 어린 시절은 나를 속이고 나한테 장난을 거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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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한테 거는 장난 속에서 자라가며, 나는 일 속에서 나를 잃는 것 같기도, 사랑 속에서 나를 잃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렸던 나란 사람의 에센스는 정말 향기만 남은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예전의 내가 그리우면서도 지금의 나를 지키고 싶고,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그 마음이 어린 것이라고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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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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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나는 그 젊음이 무척이나 어색했고 여전히 어색하다. 한동안은 홍어 삼합집. 기찻길 옆 맥주집. 옛날 통닭집에서 향도 없는 생맥주를 마시면서 질척이는 대화만 나눴었다. 오랜만에 갔던 서울. 홍대. 망원은 낯설었다. 그럴싸한 인테리어, 타투가 많은 손님들. 벌써 취해있는 사장 같은 인스타 스토리에나 올라올 법한 풍경은 역시나 불편했다. 개를 많이 키우는, 합정 사는 그 사람을 만날때도 그랬었다. 나는 아무래도 입구가 아닌 것 같은 큰 문을 열고 들어가 5가지가 넘는 종류의 원두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카페가 껄끄러웠고, 누군가의 생일이라며 갑자기 위스키 샷을 돌리는 펍이 어색했다. 나는 그런 곳들에서 웬지 자꾸 부끄러웠고, 부끄러운 건 어쩐지 부끄러운 거라 최대한 부끄럽지 않은 척 했다.
삐걱거려서 피한 그 스토리의 한 조각들으로부터 고개를 돌린채 오래된 시간과 어울리며 그저 캔맥주를 마실때. 그렇게 그냥 밤이 지나갈때. 나는 너무 편안하면서도 이상한 억울함을 느낀다. 약간 왜곡된 서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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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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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서 넘겨 짚어 했던 배려에 과부화가 걸리는 어느 밤. 더 이상 뭘 더 해야하지 뭘 더 할 수 있지 아니 그보다 뭘 더 하고 싶지 까지. 왔을때. 오늘 낮 전부를 함께 했던 그 사람은 나의 정신 마음 육체 모든 걸 갉아 먹었는데 저녁에야 오롯히 마주한 내 사랑 역시 나를 자꾸만 기름종이 처럼 만들때. 나는 한 장 한 장 일과 사랑에 바쳐서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계속 얇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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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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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에서도 찾던 너랑 어깨를 맞닿고 자는 이 나날들 속에서도 5분은 막막하고 10분은 외롭고 그런다. 뭐 얼마나 완벽하게 충만한 걸 바랬냐하면 난 잠시 억울하고 입 안에서 말들이 웅얼거리긴 하는데. 그냥 나는 그렇다. 배움은 끝이 없고 나는 분명 조금은 나아졌다 느끼더라도 실전에 맞서 섰을 때는 대부분 말짱도루묵이라. 그래 뭐 이게 사랑이라면 사랑인가. 내 아쉬운 지점들도 내 서운한 지점들도 이전에 비해 조금은 더 우아해졌다면 이건 발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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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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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중에 잠시 부려보는 투정마저 애같아 나는 다음날 내내 미안하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그냥 다 모른 척 하고 내 마음만 싸들고 가고 싶은데. 내 마음보다 손 끝에 걸리는 마음들이 많아서 자꾸 내가 날 뒷전에 밀어두는 이게 난 정말 슬픈데. 당신들이 정말 잠깐만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그 5분에 나는 마음이 뒤흔들리는데. 그런 나는 너무 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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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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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탈을 쓴 사람
우리 함께 할 때 자전거 탄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나는 사람들은 왜 다같이 자전거를 탈까. 자전거 동호회는 어떤 결을 가진 모임일까. 를 궁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애는 자전거 타이어의 공법과 부품 따위를 궁금해하는 사람이었다. 우리의 물음표는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었다.
그 애는 그런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걸 궁금해했다. 범위도 아주 넓었고 분야도 가지각색이었다. 기계가 고장나면 일단 분해해보는 사람이었다. 안 키워본 동물이 없었고, 만들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키우고 분해하고 조립하고 생산하는 삶이었다. 내 눈에 그 모든 게 너무 반짝거려보였다. 어쩌면 동경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욕심이 아주 잔뜩 들어간 동경.
내 말들은 언제나 직진이었는데 그 애의 말은 자주 우회했다. 나는 분명 하려던 말의 결론이 있었는데 그 애가 자꾸 내 방향키를 빼앗아 틀어버리는 바람에 내 말들은 자주 길을 잃었다. 그 애랑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들을 했는지, 그 얘기들의 결론은 무엇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 혹시 내가 실언하진 않았나 불안해하곤 했다. 그 애와 보낸 시간을 복기 할 때면 그래서 언제나 안개가 자욱했다.
그 애는 그렇게 나를 길 잃어버리게 만들고는 나를 이렇게 저렇게 분해해 자기 식대로 조립하며 날 이해해갔다. 나는 홀린 것처럼 그 애한테 다 보여줬었나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그 애는 내게 점점 더 모호하고 기묘한 사람이 되어갔고.
내 마음은 자주 그 집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애의 애정은 맛있게 요리해 삼시세끼 날 잘 먹이는 것이었고, 잠 잘때면 무거운 몸으로 나를 짓눌러 숨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고, 여기 저기 깨물어 피멍이 들게 하는 것이었고, 내 허리디스크가 다시 도져 주져 앉아 못 일어날 때까지 날 붙잡고 베드민턴을 치는 것이었고, 자기 스쿠터 머플러에 데인 상처에 병원을 데려가는 것보다 치약을 발라주는 것이었다.
원숭이의 결을 타고 태어난 재주 많은 그 애는 오늘 역시 잘 먹고 잘 살았겠지. 별의 별 친구들을 만나고 온갖 얘기를 하고 무수히 많은 욕망을 다루면서.
자기의 결핍을 화려하게 운영하는 그 애의 삶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나는 이상한 나라에서 이제 막 나온 앨리스가 된 것만 같다. 거긴 파란벽과 빨간 벽으로 둘러 싸인, 아주 큰 짐승 세마리가 지키는, 술과 담배,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향락의 장소였다. 상식도 도덕도 다른 이상한 나라였다.
그 애는 자기 옆이 천국이고 극락일 거라고 했었지만, 이제와서야 그 애의 천국과 극락은, 나의 천국과 극락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걸 알았다. 나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 달라서 좋아했지만 서로를 끝까지 오롯하게 이해 할 수 없었던 사람.
그래도 같이 놀아 즐거웠어.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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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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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엔 술을 많이 마시고 많이 울었다. 내 사랑은 왜 다 이 모양이냐고 철도 없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울었다.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거 사실은 알고 있었다. 너무 특이한 사람이라 단순한 수식마저 들어맞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널 보러 오지 않는다면 널 좋아하지 않는 거야. 네가 주기만 하는 건 널 좋아하지 않는 거야. 라는 모든 물음에 그 사람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그 사람을 변호하고 변명했다. 아니야. 이건 그저 모양이 다른 사랑일 뿐이야.
너랑 있는 시간은 너무 즐겁고 행복했고. 널 정말 좋아하고 아직도 좋아하지만 너한테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라던 전화기 너머 취한 목소리는 최악이었다. 나는 어마무시하게 상처받아서 소리를 막 질렀다. 웃다가 울다가 그랬다 어이 없고 화가 아주 많이 났다.
아직도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니, 부끄러워 어디가 말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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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2021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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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올해 생일 초를 불면서는 제가 많은 것을 보듬을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그래서 거추장스럽다. 내 에고는 역시나 벅차고 생업에서 벗어나 오롯하게 마주할 때면 여전히 막막하다. 내 평화 나의 조용함을 지키려면 어떻게 다뤄야할까. 내 마음, 내 욕망을.
새로 친하게 지내게 된 사람은 나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본 그 사람의 세계는 그 자체로 카오스다. 난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그냥 덩어리로 삼켜본다. 당연히 소화가 되지 않는다. 입 안에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것 같다. 걸그덕 걸그덕.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방식은 얼마나 많을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내것의 얼마나를 포기하고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수용해야할까. 어쩌면 그게 힘들어질때 나는 다 버릴지도. 무척이나 쉽게. 당연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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