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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다
부서져 가고 있었다.
나 자신이 부서져 가고 있는 소리를 놓쳤을 때,
모든 건 이미 늦은 뒤였다.
모든 것이 떠나버렸다.
그리하여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
가는 숨 줄기만을 달싹이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것은 절대 알 수 없는 고통과
비참함이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날들.
그 날들을 잊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아픔은 깊은 낙인을 남겼다.
언제쯤 이 흉터들은 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몸을 그러 안으며,
그 날을
꿈꿔본다.
by 이류현(유현)1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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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닫힌 문
문을 향해 걸어간다
발에는
산을 겹겹이 얹은 듯이 무겁고
수 억 개의 손들이 붙잡은 듯이 떼어지지가 않는데
그래도 나는 간다
저 문을 향해 간다
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나는 또 가고 만다
문고리를 잡는다
수 천 년의 세월 동안 뜨겁게 달궈 놓은 것 같이
손이 녹아 버릴 것만 같은데
수 천 년의 세월 동안 시리도록 시린 바람이 분 것 같이
손이 얼어 버릴 것만 같은데
나는 잡아야만 한다
저 문을
이유는 알 수 없이
어떠한 타당성도 없이
해야만 하는 것처럼
문이 열린다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문이 열린다
그리하여
나는 살며시 손으로 눈을 가려 본다
수많은 두려움과
수없는 망설임과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감추고서는
마주한다
당신을
지금 눈앞에 있는 당신을
바로 이 순간
(몇 년 전에 썼던 시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을 쓰는 방식이 바뀌기도 한다.)
by 이류현(유현) rh_yh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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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오후
학창 시절, 하나 둘 비어 가는 교정에 앉아 비행기가 날아가는 오후의 하늘을 보며 친구는 입을 열었다.
"어서 집에 가고 싶어."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약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늦은 밤 그릇들이 깨지는 소리, 새어 나오는 욕지거리, 간간이 들려오는 애원, 멍하니 앉아 있는 어리디 어린 동생, 그 모든 걸 바라보는 나...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년시절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오후의 슬픔이었다.
by이류현(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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