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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나지만 끝도 나예요 그럼 또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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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 영원까지 - 이제니
고양이는 구름을 훔쳤다. 슬픔이 그들을 가깝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너의 이름뿐이다. 한때의 기억이 구름으로 흘러갔다. 흔들리는 노래 속에서 말없이 걸었다. 침묵은 발소리로 다가왔다. 돌의 심장에 귀를 기울였다.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시간의 저편에서 날아오는 것. 시간의 저편으로 달아나는 것.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어둠은 빛을 발하며 어제의 귓속말을 데려왔다.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영원에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한때의 구름이 기억으로 흩어졌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언젠가 네가 주었던 검은 조약돌. 바다는 오늘도 자리에 없었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어둠이 너를 몰고 갔다.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너의 이름은 나와 돌 사이에 있었다. 나의 이름은 너와 물 사이에 있었다. 구름은 물과 돌 사이에 있었다. 돌의 마음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결은 왔다가 갔다. 울음은 갔다가 왔다. 고양이는 노래를 훔쳤다. 바람은 붙잡히지 않았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희망이 그들을 멀어지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이름뿐이다. 나의 이름 위에 너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너의 이름 위에 돌의 마음을 올려두었다. 발소리는 침묵 뒤에 다가왔다. 빛은 어둠을 물들이며 언덕으로 달려갔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언젠가 내게 주었던 검은 조약돌. 나는 나의 이름을 문질러 지웠다. 너는 너의 이름을 감추어 묻었다. 우리의 이름 위로 그림자가 흘러갔다. 구름이 나를 나무랐다. 나무가 바람을 두드렸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물결 뒤에는 조약돌만 남았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영원을 보았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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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 하는게 어려운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사랑한다면 사랑한다 말하면 되는 것을 왜 노력이 필요한 걸까, 사랑이라서? 맛있는 걸 먹고 맛있다고 하는건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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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her be tied up with look for me not anyone else.
Keep an eye on me more. Admit me more. To love m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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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바야르의 익살에는 그냥 한번 웃고 넘기기에는 조금 마음에 걸리는 직관이 숨어 있다. 그건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작가는 과거의 작가보다 더 나아지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확장하면,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인간은 과거의 인간보다 더 나아지는가’ 혹은 ‘어떤 경우에도 미래는 과거보다 진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되겠다.
미래는 과연 과거보다 진보하는가?
...
과연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는가? 말했다시피 이건 나이가 든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은 지혜로워진다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착각이다. 인간은 저절로 나아질 수 없고, 그런 인간의 역사 역시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가만히 놔두면 인간은 나빠지며, 역사는 더 나쁘게 과거를 반복한다. 즉 진보의 관전에서 보자면, 과거가 더 낫게 미래를 반복한다.
테이레시아스와 오이디푸스의 대화를 살펴보자.
“나는 더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화가 나신다면 실컷 화를 내십시오”
“암, 화내고 말고. 그리고 기왕 화가 났으니, 남김없이 내 생각을 말하겠소. 알아두시오. 그대는 내가 보기에 그대 손으로 죽이지만 않았을 뿐 이 범행을 함께 모의하고 함께 실행했소. 그대가 장님만 아니라면, 나는 그대 혼자서 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을 것이오.”
“진정이시오?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이르노니, 그대는 자신이 내린 명령에 따라 오늘부터는 여기 이 사람들과 내게 한마디 말도 걸지 마시오. 그대가 이 나라을 오염시킨 범인이기 때문이오.”
그래서 테이레시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대가 바로 그대가 찾고 있는 범인이랑 말이오.”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오이디푸스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은 또한 우리의 것이기도 한다. 그러니 먼저 우리는 자신의 실수만을 선별적으로 잊어버리는 망각,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그리라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은 나아진다고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지는 길이다. 우리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으로 선출한 권력은 자신을 개조할 권한 자체가 없다. 인간은 스스로 나아져야만 하며,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 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테이리시아스여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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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축축한 종이처럼 글도 써지지 않았다
가벼운 말한마디에도 금새 찢어지고 자국이 남았다
결국 우린 테이프 투성이가 되어 더이상 그건 종이도 되지 못했다.
무슨 마음으로 우리는 범벅이 될 때 까지 테이프를 꺼내들었는지. 그건 미련도 사랑도 아니었다.
그 감정의 정체를 찾아 난 한참을 헤매었는데, 같이 있을 땐 보지 못했던 이기심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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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다르다는게 이렇게 무섭구나
정말 사랑했는데.
재빠르게 반응하고 커지는 마음만 앞서서 행동이나 상황이 딱 한 발자국 뒤에 따라왔다.
그 한 발자국이 늦어서 제 걸음이 못 되고 그 걸음은 또 너에게 가질 못 한다.
눈이 되지 못 한 비
폭풍이 된 바람
꽃을 피우지 못 한 누렇게 바랜 이파리
까만 우주 속에 창백하게 빛나는 별
연애가 완성되지 못하고 둥둥 떠있는 사랑의 과정뿐이 남질 않았다
그저 사랑만 남았다. 그저 사랑말고 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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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벽 담장 위로는 햇살이 피었다 무너질 뿐이고 내 하루는 그저 무너질 뿐인데 이 마음에 쌓아온 문장을 들춰보노라면 습도 높은 기억에 대낮이 무거워진다. 겨우 내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이별을 견뎌왔었나 고작 눈물로 소매를 더럽히기 위해 모든 계절 당신에게 입 맞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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