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거도 이거 나름대로 느낌 있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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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기억 - 1
주인님들이 우리를 위한 공간을 특별히 만들어 그곳에서 놀고 지낼 수 있게 해주셨다.
우리는 마음껏 놀았다. 주인님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계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 높이 눈 부시게 반짝이는 물체가 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다른 언덕에서 다시 나타나기가 셀 수 없을 만큼 지나며 주인님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친구들과 노는 방식도 제법 많이 다양해 졌다.
우리는 주인님들이 웃는 게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땅에서 걸어 다니는 짐승들, 내 친구와 비슷하게 생겨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나는 새,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인님들이 이제 우리가 질렸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새로 나타난 저 생명체들이 주인님들에겐 이제 우리 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우리는 질투심에 사로 잡혀 닥치는 대로 저 생명체를 공격하며 먹어 치워 버렸다.
새하얗던 우리는 생명체가 죽으며 뿌리는 붉은색 액체에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서 더 이상 흰색을 찾아 볼 수 없을 때 다시금 주인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주인님들은 울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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