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실천하지못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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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adult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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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페이지, 241022
이를테면 '나아질거야'라든지 '정말 괜찮아'라든지 '곧 좋아지겠지'라든지 온갖 긍정적으로 무마하려는 듯한 말들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은 그때의 내 성향 자체가 염세적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애써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했고 투정부리는 것을 쿨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치부한다고 생각했다. 쿨한 척이 우스워보였다.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괜한 아집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누구나 주먹을 꼭 쥔 손의 손톱자국같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꽉 깨문 치아의 균열같은 거라든지, 물어뜯어진 손톱, 혹은 손목의 상흔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늘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나는 조금의 참을성도 갖추지 못한 사람인데, 저들처럼 손에 상처쯤은, 이를 앙문 자국쯤은, 손목에 자해한 상처쯤은, 누구나 겪는 일인 것처럼 누구나 참아온 관문인 것처럼, 그렇게 조금 더 죽기전까지 참아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미덕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랑한답시고는 뜨거운 물 한방울 떨어졌다고 몇년을 울어제끼는 나에게 그런 경험이 있을리 없었다.
음식이든 담배든 중독이란 무서운 일인 것처럼, 마치 자신을 미워하거나 싫어한다는 것을 자주 반복하여 말하는 일도 일단은 그런 거였다. 나름대로는 구해달라는 표시였던 것이다. 그 구해달라는 말의 의미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 깨달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게 어려웠다. 그런 괴로움들을 스스로 어루만져주기만 했어도, 다른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든지 지나친 애정결핍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해친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이제는 관계를 맺는 것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나에게는 그만한 애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절대적인 비밀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런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까지는 암묵적으로는 거짓인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진실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굉장히 연기하고 있는 자아를 스스로라고 믿고 살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엔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을 쌓아간다든지, 혹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괴로움을 자아낸다든지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 불신과 괴로움은 조금씩 소복히 쌓여서 불안이 되고, 불안은 부정적인 ��음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미 그런 경험들을 수도 없이 해 왔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지금의 평온을 유지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고, 아마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외부작용에 의한 힘이 아닌, 그저 스스로를 믿는 행위만이 오롯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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