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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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되돌이켜 보는 두 가지 사랑 이야기 - <글루미 선데이>와 <탄호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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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되돌이켜 보는 두 가지 사랑 이야기 - <글루미 선데이>와 <탄호이저>
정말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종로에 ‘코아아트홀’ 이라는 작은 극장이 있었더랬다. 지금의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극장이 단성사, 중앙극장, 서울극장 같은 촌스런 이름으로 불릴 때, 스크린도 작고 극장 규모도 작았지만 우아하게 아트란 이름을 달고 있던 코아아트홀. 여기서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패왕별희’, 타르코프스키의 ‘블루’, ‘레드’, ‘화이트’, 레오 카락스(혹은 레오 카라), 데이비드 린치의 평범하지 않은 영화들을 보았더랬다.
코아아트홀이 더 커지고 좋아진 시설로 이전했을 때인가, 거기서 <글루미선데이>를 보았다. 마침 개봉날이라 포스터에 빌리 홀리데이를 포함, 3곡 정도 다른 버전의 ‘글루미선데이’가 담긴 CD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이라면 mp3 파일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주었겠지. 붉은 색에 세치니 다리와 함께 극중 인물 일로나의 옆모습으로 가득찬 포스터는 그 날부터 내 방 문에 10년은 넘게 붙어 있게 된다. 당시 난 그 영화에 폭 빠져버렸다. 훌륭한 음악에 독특한 연애,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의 역사까지 묵직하게 더해진 데다 통쾌한 결말까지 드라마적 요소도 완벽해 화려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뭐니뭐니 해도 영화의 백미는 자보와 일로나, 안드라스의 삼각관계.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었던 2000년 초반은 ‘아내가 결혼했다’ 식의 아이디어는 태동도 하기 전이어서, 젊고 매력적인 안드라스에게 단박에 빠져버��는 일로나를 멍하니 지켜보던 자보가 ‘당신을 잃으니 반이라도 갖겠어’라고 한 말은 창조적이고 평화로운 인관관계를 최초로 새롭게 정립하는 획기적인 선언처럼 들렸고, 난 이 선언에 매료되었다. 하물며 당시 시대적 배경이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이니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으리.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만 해도 소위 ‘작은 마누라’ 두는 일이 흔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여성은 다른 남성을 만날 기회를 철저히 배제당한 채 남성을 공유당해야 했다. 칠거지악이라 해서 질투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거부되었다. 남성은 권력이 많을수록 여러 여자를 자기 여자로 삼아 성적 쾌락과 다산의 기회를 누렸지만, 여성은 배타적으로 소유당하기만 했다. 그게 무너진 근대 이후의 문화라 해도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인정되는 일부일처제가 굳어졌을 뿐이니, 서양 여성(헝가리 사람을 서양사람이라 한 건 큰 쌍꺼플과 큰 코, 검지 않은 머리카락 색을 가졌다는 의미임)이라 해도 두 남성을 거느리는 일이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내 주변의 한국 남자들은 이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에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특히 자보와 안드라스는 자발적으로 여성에 대한 독점적인 소유욕을 거둬들이고 일로나가 자신들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더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같았다. 즉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일반적으로 수컷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나마 가장 우호적인 대답이 다른 남자에게 그 여자가 가도록 포기해버린다는 것.
그래서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나 이외에 다른 이성을 탐내서 안 되는 관계’로 된 걸까. 사랑하면 소유하고 독점해도 되는 걸까. 사랑은 타인에 대한 내 감정인데 왜 내 감정을 가지고 타인을 구속하려는 걸까.
<지나 사피엔스>라는 두꺼운 책을 어느 지적인 선배로부터 선물 받고, 읽었다는 티라도 내야 할 것 같아 책장을 펼쳤다가 단숨에 읽어버린 적이 있다. 이 책은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종의 탄생에 여성이 중심에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여성은 생리주기와 달의 변화와 임신의 과정을 통해 인류 최초의 이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니 호모사피엔스는 수정되어야 할 말일테다 (gyn은 여성을 뜻하는 그리스��의 접두어근으로 여기서 나온 Gyna Sapiens는 호모사피엔스와 대비되는 말이다).
그런데 내게 아주 흥미로웠던 대목은 남성이 섹스의 대가로 여성에게 뭔가 물질적인 것들을 주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아직 성매매라 부르기 전일 때 이런 글귀를 책에서 읽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 안 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 후 뭔가 대가로 주는 것은 그 여자가 빨리 자신을 떠나주기 바라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즉, 욕구를 푼 남성은 여성을 떠나 다른 일에 몰입하기 원하고 이 때 여성은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 여성이 들으면 분기탱천하겠지만 남성이 현대적인 로맨틱 사랑의 각본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집에 와서 살림을 돕고 아이를 함께 양육하게 된 건 남성이 근대화 이후 그렇게 하도록 계몽되었기 때문이지 남성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것도 한국의 경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느끼게 되면서 여성이 살림과 육아에 전념할 수 없어지자 일부일처제 안에서 남성은 생존을 위해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림과 육아를 공유하게 된 것이지, 남자의 유전자 안에는 정조개념도 아이를 돌보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전체 인류 역사의 3% 정도의 기간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중 근대화 역사는 길게 봐야 200년이 넘었을 정도니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남성의 유전자에 각인된 성질이 이 짦은 시간에 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가족을 구성해 아이를 낳는 것이 자본주의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해지면서 가족은 국가와 사회의 보호 안에서 더 공고화된다.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나라 국적을 가진, 미래에 세금과 노동력을 제공할 아이들이 가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현대의 가정엔 사랑이 크게 끼어들 여지도 없다. 그래서 남녀 공히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삶을 꾸리기 위한 가족울타리를 만들 때 연봉과 학벌, 부모의 재산 정도, 부모의 노후보장 정도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일 테다.
불륜(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은 이 울타리를 깨버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공동의 재산을 유지하던 경제공동체는 누군가 일부일처제를 벗어나 마음과 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경우 너돈 내돈, 그리고 아이 양육비와 위자료 등으로 갈라 정리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해진다. 자본주의 안에서 경제공동체로 꾸려진 가정은 깨질 때 그 돈을 정리하느라 생긴 갈등은 이혼담당 변호사들의 주요 소득원이 된다고 들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바람피우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특히 나 이외의 다른 남자를 만났다거나 헤어지자고 했다고 남자들이 배타적으로 소유한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생명까지 빼앗아버리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일로나와 자보, 안드라스 같은 평화로운 공존은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낭만적 사랑의 각본을 통해 가정에 들어오기 시작한 남성들은 본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뭐라도 줘서 섹스 후 여성 떨궈버리고 싶은 의도’ 를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출산한 여성으로부터 여성이 출산 후 수유하는 동안 생긴 호르몬 변화로 성에 대한 욕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들었다. 이렇게 다른 여성과 남성을 일부일처제 안에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묶어둔다면, 서로에게 모두 불행 아닐까.
아 물론 나는 남자들 입장에서 불륜이나 성매매를 합리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불륜이나 성매매는 욕망에 돈과 권력 문제까지 얽힌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만 그 책을 읽고 도저히 이해불가였던 남자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좀더 빨리 알았더라면 남자들을 덜 미워하고 덜 경멸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나 역시 동물이기도 하다는 너무 당연한 걸 받아들이게 된 건 <지나 사피엔스>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사랑도 변하는데 결혼제도 안에서 경제적으로 얽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살아가는 게 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자본주의 안에서 결혼은 다분히 이성이 서로의 성을 배타적으로 누릴 것을 약속하고 혼수와 집, 이와 관련된 복잡한 돈을 주고받아 시작되므로 크게 매매와 다를 것도 없다고 본다. (요새 주고받는 것들 중엔 꾸밈비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뭘 꾸미길래 돈 받는 명목이 되었는지 매매행위가 고도로 복잡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돈과 상관없는 남녀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꾼다. 제도로 들어가면 사랑은 필연적으로 변질된다. 사랑을 그 감정대로 고스란히 느끼고, 상대에게 집착하지 않고, 사랑의 변화마저도 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뭐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사실 우아한 척, 무지 많이 지껄였지만 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의 논리대로 교육받고 사회화된 사람이다. 그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중이지만 아직 멀었다. 내가 일로아처럼 두 남자를 양쪽 팔배게로 끼고 있으면 모를까, 남자가 저러고 싶어하면 배신이니 짐승이니 지랄 먼저 해댈 거 같다. 쩝.
이렇게 다채로운 생각을 안겨준 <글루미선데이>에 비해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본 <탄호이저>는 지루하고 후졌다. 오페라는 보고 싶고 그나마 지명도가 있는 거여서 선택했던 건데, 자막이 헝가리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영어자막 가진 오페라는 아예 없다고 한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려는 종교의 뻔한 ���도. 남성의 성적쾌락의 대가로 요구되는 순결한 여성의 희생, 썩은 지팡이에서 새싹이 돋아나야 구원받는다는 황당한 설정.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지루한 종교적 논리, 너무 진부하고 지루하고 구식이었다. 오페라 극장에서 헝가리어를 모르는 유일한 동양인이었을 나는 이런 얘기가 아직도 상영된다는 게 신기하고, 이런 걸 보느라 헝가리인들이 더 우울해질까봐 걱정이었다. 글루미선데이에서 비롯된 생각을 정리하느라 진이 빠졌다. 재미도 없는 탄호이저 얘기는 여기서 그만.
내 방 문짝에 10년도 넘게 붙어있었던 그 포스터. 영어로 된 제목과 어쩌구 저쩌구 밑에 있는 다리가 세체니 다리다.
나의 로망. 아무리 다정한 자보이지만 마음이 끌리는 건 역시 ㅋㅋㅋ. 물론 영화에선 공평하게 한번씩 쳐다봐준다.
세체니 다리 전경. 야경 보트 투어하던 중에 찍은 것. <글루미선데이>이 첫장면이 이 세체니 다리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아름답고 사연많고 세 사람의 운영도 갈리게 되는. 아 참 일로나를 따라다니던 독일인 한스의 운명도 이 다리에서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한스가 안 죽어서 자보의 운명도 바뀐다. 한스가 안 죽어서 아들인지 아닌지 모를 사람에게 결국 죽임을 당한다..
즐감~
이 당시 나는 다리를 접질러 잘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페라 표를 미리 끊어놨으니 절뚝거리며 오페라극장까지는 오긴 했는데…극장으로 가기 위해선 이런 계단을 올라간 후 작은 계단을 또 올라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냐니 없단다. 다리 다쳐 걷기도 힘들다 하니 미안하다며 그냥 난색을 표할 뿐이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쉣쉣거리며 난간을 잡고 올라갈 수밖에.
오페라 극장 아름다운 천정 장식.
하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자막으로 세 시간 넘게 공연히 이어졌다. 결국 공연히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박수를 쳤다. 휴. 여기서부터는 무대인사.
우리나라 텔레비전 문화가 내 눈을 다 버려놨다보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모두 뚱뚱하고 연세가 지긋해보였는데 참 낯설었다. 특히 탄호이저 역은 중간에 분홍색에 가까운 회색 옷 입은 사람인데 못생기기까지 해 육체적 사랑의 우위를 웅변하는 사람치고 너무 매력이 없어보였다. 붉은 옷을 입은 탄호이저 왼쪽 옆에 있는 사람이 육체적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 비너��. 역시 육중하시다.오르쪽 옆이 탄호이저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다 결국 죽음을 맞는 엘리자베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옆이 이런 상황에서 꼭 나타나는 캐릭터, 순결한 엘리자베트를 짝사랑하는 볼프람. 이들의 몸매와 주름과 못생김이 극에 몰두하는 데 역시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 못하겠다. 이게 다 젊고 예쁘고 날씬한 애들만 한국 텔레비전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가 온갖 매체를 통해 뚱뚱함이나 못생김이나 나이듦을 경멸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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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되돌이켜 보는 두 가지 사랑 이야기 - <글루미 선데이>와 <탄호이저>
정말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종로에 ‘코아아트홀’ 이라는 작은 극장이 있었더랬다. 지금의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극장이 단성사, 중앙극장, 서울극장 같은 촌스런 이름으로 불릴 때, 스크린도 작고 극장 규모도 작았지만 우아하게 아트란 이름을 달고 있던 코아아트홀. 여기서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패왕별희’, 타르코프스키의 ‘블루’, ‘레드’, ‘화이트’, 레오 카락스(혹은 레오 카라), 데이비드 린치의 평범하지 않은 영화들을 보았더랬다.
코아아트홀이 더 커지고 좋아진 시설로 이전했을 때인가, 거기서 <글루미선데이>를 보았다. 마침 개봉날이라 포스터에 빌리 홀리데이를 포함, 3곡 정도 다른 버전의 ‘글루미선데이’가 담긴 CD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이라면 mp3 파일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주었겠지. 붉은 색에 세치니 다리와 함께 극중 인물 일로나의 옆모습으로 가득찬 포스터는 그 날부터 내 방 문에 10년은 넘게 붙어 있게 된다. 당시 난 그 영화에 폭 빠져버렸다. 훌륭한 음악에 독특한 연애,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의 역사까지 묵직하게 더해진 데다 통쾌한 결말까지 드라마적 요소도 완벽해 화려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뭐니뭐니 해도 영화의 백미는 자보와 일로나, 안드라스의 삼각관계.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었던 2000년 초반은 ‘아내가 결혼했다’ 식의 아이디어는 태동도 하기 전이어서, 젊고 매력적인 안드라스에게 단박에 빠져버리는 일로나를 멍하니 지켜보던 자보가 ‘당신을 잃으니 반이라도 갖겠어’라고 한 말은 창조적이고 평화로운 인관관계를 최초로 새롭게 정립하는 획기적인 선언처럼 들렸고, 난 이 선언에 매료되었다. 하물며 당시 시대적 배경이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이니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으리.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만 해도 소위 ‘작은 마누라’ 두는 일이 흔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여성은 다른 남성을 만날 기회를 철저히 배제당한 채 남성을 공유당해야 했다. 칠거지악이라 해서 질투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거부되었다. 남성은 권력이 많을수록 여러 여자를 자기 여자로 삼아 성적 쾌락과 다산의 기회를 누렸지만, 여성은 배타적으로 소유당하기만 했다. 그게 무너진 근대 이후의 문화라 해도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인정되는 일부일처제가 굳어졌을 뿐이니, 서양 여성(헝가리 사람을 서양사람이라 한 건 큰 쌍꺼플과 큰 코, 검지 않은 머리카락 색을 가졌다는 의미임)이라 해도 두 남성을 거느리는 일이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내 주변의 한국 남자들은 이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에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특히 자보와 안드라스는 자발적으로 여성에 대한 독점적인 소유욕을 거둬들이고 일로나가 자신들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더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같았다. 즉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일반적으로 수컷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나마 가장 우호적인 대답이 다른 남자에게 그 여자가 가도록 포기해버린다는 것.
그래서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나 이외에 다른 이성을 탐내서 안 되는 관계’로 된 걸까. 사랑하면 소유하고 독점해도 되는 걸까. 사랑은 타인에 대한 내 감정인데 왜 내 감정을 가지고 타인을 구속하려는 걸까.
<지나 사피엔스>라는 두꺼운 책을 어느 지적인 선배로부터 선물 받고, 읽었다는 티라도 내야 할 것 같아 책장을 펼쳤다가 단숨에 읽어버린 적이 있다. 이 책은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종의 탄생에 여성이 중심에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여성은 생리주기와 달의 변화와 임신의 과정을 통해 인류 최초의 이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니 호모사피엔스는 수정되어야 할 말일테다 (gyn은 여성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접두어근으로 여기서 나온 Gyna Sapiens는 호모사피엔스와 대비되는 말이다).
그런데 내게 아주 흥미로웠던 대목은 남성이 섹스의 대가로 여성에게 뭔가 물질적인 것들을 주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아직 성매매라 부르기 전일 때 이런 글귀를 책에서 읽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 안 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 후 뭔가 대가로 주는 것은 그 여자가 빨리 자신을 떠나주기 바라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즉, 욕구를 푼 남성은 여성을 떠나 다른 일에 몰입하기 원하고 이 때 여성은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 여성이 들으면 분기탱천하겠지만 남성이 현대적인 로맨틱 사랑의 각본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집에 와서 살림을 돕고 아이를 함께 양육하게 된 건 남성이 근대화 이후 그렇게 하도록 계몽되었기 때문이지 남성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것도 한국의 경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느끼게 되면서 여성이 살림과 육아에 전념할 수 없어지자 일부일처제 안에서 남성은 생존을 위해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림과 육아를 공유하게 된 것이지, 남자의 유전자 안에는 정조개념도 아이를 돌보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전체 인류 역사의 3% 정도의 기간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중 근대화 역사는 길게 봐야 200년이 넘었을 정도니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남성의 유전자에 각인된 성질이 이 짦은 시간에 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가족을 구성해 아이를 낳는 것이 자본주의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해지면서 가족은 국가와 사회의 보호 안에서 더 공고화된다.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나라 국적을 가진, 미래에 세금과 노동력을 제공할 아이들이 가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현대의 가정엔 사랑이 크게 끼어들 여지도 없다. 그래서 남녀 공히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삶을 꾸리기 위한 가족울타리를 만들 때 연봉과 학벌, 부모의 재산 정도, 부모의 노후보장 정도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일 테다.
불륜(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은 이 울타리를 깨버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공동의 재산을 유지하던 경제공동체는 누군가 일부일처제를 벗어나 마음과 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경우 너돈 내돈, 그리고 아이 양육비와 위자료 등으로 갈라 정리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해진다. 자본주의 안에서 경제공동체로 꾸려진 가정은 깨질 때 그 돈을 정리하느라 생긴 갈등은 이혼담당 변호사들의 주요 소득원이 된다고 들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바람피우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특히 나 이외의 다른 남자를 만났다거나 헤어지자고 했다고 남자들이 배타적으로 소유한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생명까지 빼앗아버리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일로나와 자보, 안드라스 같은 평화로운 공존은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낭만적 사랑의 각본을 통해 가정에 들어오기 시작한 남성들은 본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뭐라도 줘서 섹스 후 여성 떨궈버리고 싶은 의도’ 를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출산한 여성으로부터 여성이 출산 후 수유하는 동안 생긴 호르몬 변화로 성에 대한 욕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들었다. 이렇게 다른 여성과 남성을 일부일처제 안에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묶어둔다면, 서로에게 모두 불행 아닐까.
아 물론 나는 남자들 입장에서 불륜이나 성매매를 합리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불륜이나 성매매는 욕망에 돈과 권력 문제까지 얽힌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만 그 책을 읽고 도저히 이해불가였던 남자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좀더 빨리 알았더라면 남자들을 덜 미워하고 덜 경멸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나 역시 동물이기도 하다는 너무 당연한 걸 받아들이게 된 건 <지나 사피엔스>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사랑도 변하는데 결혼제도 안에서 경제적으로 얽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살아가는 게 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자본주의 안에서 결혼은 다분히 이성이 서로의 성을 배타적으로 누릴 것을 약속하고 혼수와 집, 이와 관련된 복잡한 돈을 주고받아 시작되므로 크게 매매와 다를 것도 없다고 본다. (요새 주고받는 것들 중엔 꾸밈비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뭘 꾸미길래 돈 받는 명목이 되었는지 매매행위가 고도로 복잡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돈과 상관없는 남녀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꾼다. 제도로 들어가면 사랑은 필연적으로 변질된다. 사랑을 그 감정대로 고스란히 느끼고, 상대에게 집착하지 않고, 사랑의 변화마저도 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뭐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사실 우아한 척, 무지 많이 지껄였지만 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의 논리대로 교육받고 사회화된 사람이다. 그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중이지만 아직 멀었다. 내가 일로아처럼 두 남자를 양쪽 팔배게로 끼고 있으면 모를까, 남자가 저러고 싶어하면 배신이니 짐승이니 지랄 먼저 해댈 거 같다. 쩝.
이렇게 다채로운 생각을 안겨준 <글루미선데이>에 비해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본 <탄호이저>는 지루하고 후졌다. 오페라는 보고 싶고 그나마 지명도가 있는 거여서 선택했던 건데, 자막이 헝가리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영어자막 가진 오페라는 아예 없다고 한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려는 종교의 뻔한 의도. 남성의 성적쾌락의 대가로 요구되는 순결한 여성의 희생, 썩은 지팡이에서 새싹이 돋아나야 구원받는다는 황당한 설정.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지루한 종교적 논리, 너무 진부하고 지루하고 구식이었다. 오페라 극장에서 헝가리어를 모르는 유일한 동양인이었을 나는 이런 얘기가 아직도 상영된다는 게 신기하고, 이런 걸 보느라 헝가리인들이 더 우울해질까봐 걱정이었다. 글루미선데이에서 비롯된 생각을 정리하느라 진이 빠졌다. 재미도 없는 탄호이저 얘기는 여기서 그만.
내 방 문짝에 10년도 넘게 붙어있었던 그 포스터. 영어로 된 제목과 어쩌구 저쩌구 밑에 있는 다리가 세체니 다리다.
나의 로망. 아무리 다정한 자보이지만 마음이 끌리는 건 역시 ㅋㅋㅋ. 물론 영화에선 공평하게 한번씩 쳐다봐준다.
세체니 다리 전경. 야경 보트 투어하던 중에 찍은 것. <글루미선데이>이 첫장면이 이 세체니 다리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아름답고 사연많고 세 사람의 운영도 갈리게 되는. 아 참 일로나를 따라다니던 독일인 한스의 운명도 이 다리에서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한스가 안 죽어서 자보의 운명도 바뀐다. 한스가 안 죽어서 아들인지 아닌지 모를 사람에게 결국 죽임을 당한다..
즐감~
이 당시 나는 다리를 접질러 잘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페라 표를 미리 끊어놨으니 절뚝거리며 오페라극장까지는 오긴 했는데…극장으로 가기 위해선 이런 계단을 올라간 후 작은 계단을 또 올라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냐니 없단다. 다리 다쳐 걷기도 힘들다 하니 미안하다며 그냥 난색을 표할 뿐이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쉣쉣거리며 난간을 잡고 올라갈 수밖에.
오페라 극장 아름다운 천정 장식.
하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자막으로 세 시간 넘게 공연히 이어졌다. 결국 공연히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박수를 쳤다. 휴. 여기서부터는 무대인사.
우리나라 텔레비전 문화가 내 눈을 다 버려놨다보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모두 뚱뚱하고 연세가 지긋해보였는데 참 낯설었다. 특히 탄호이저 역은 중간에 분홍색에 가까운 회색 옷 입은 사람인데 못생기기까지 해 육체적 사랑의 우위를 웅변하는 사람치고 너무 매력이 없어보였다. 붉은 옷을 입은 탄호이저 왼쪽 옆에 있는 사람이 육체적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 비너스. 역시 육중하시다.오르쪽 옆이 탄호이저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다 결국 죽음을 맞는 엘리자베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옆이 이런 상황에서 꼭 나타나는 캐릭터, 순결한 엘리자베트를 짝사랑하는 볼프람. 이들의 몸매와 주름과 못생김이 극에 몰두하는 데 역시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 못하겠다. 이게 다 젊고 예쁘고 날씬한 애들만 한국 텔레비전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가 온갖 매체를 통해 뚱뚱함이나 못생김이나 나이듦을 경멸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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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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