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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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kenlee-blog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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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나를 연애하게 하라"
내 나이 20대 중반 시절, 학생인 척했으나 실제론 놀고 먹던 환상적 백수 생활을 마감하고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두 갈래 선택의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컴퓨터 관련 회사에 취직할 것인가, 음악 평론을 하는 글쟁이의 길을 갈 것인가.
선택은 취직이었다. 당시 잡지에 기고하는 원고료는 원고지 장당 평균 4천 원으로 매달 300매를 죽어라 써도 고작 120만 원이 주어질 정도로 보잘것 없었다. 아마 지금도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이조차 계속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고.
1990년대 한국 사회는 호황기였고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갖고 논 덕분에 취직은 쉬웠다. 대기업엔 입사 원서조차 넣질 않았다. 학벌이 그저그래서 가능성이 낮고, 합격하더라도 태생적으로 조직 생활에 적응 못 할 게 뻔해서. 규모가 작은 IT 회사는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일하기 싫거나 힘들면 관뒀다가 또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월급쟁이 생활을 5년 정도 하자 충분히 경험했다고 느껴 관뒀다. 그 후 일용직 개발자로서 현재에 이르렀다. 1년 중 절반 정도 먹고 살 돈을 열심히 비축한 뒤 다 떨어질 때까지 독서, 음악 듣기, 운동, 글쓰기 등등으로 시간을 보냈고, 글 모이면 편집해 책을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식의 삶이 가능할지 나 자신도 의심스러웠지만 어느덧 몇 년째인지.
문화, 예술계에는 본인이 바라는 꿈을 좇는 대가로 평생 무명으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많단 것을 직간접적으로 잘 아는 편이다. 나는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할 만큼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재주가 하나 주어진 것을 큰 복으로 여기고 감사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의 원맨 밴드가 있었다. 본명은 이진원 씨고 크게 히트한 건 없지만 '절룩거리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스끼다시 내 인생' 등등이 알려졌다. 대부분 가사는 일종의 신세 타령이다. 제목만 보면 '스끼다시 내 인생'이 제일 쎄보이고 실제 가사도 그렇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도 만만찮다.
"언제였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봤던 때가. 나를 떠나면 다들 행복해져. 나야말로 모두 다에게 행복을 퍼다 주는 사람. 난 아직 이렇게 언제나 혼자로만 있는데.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2010년에 이 분이 돌연사했단 기사를 읽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채 30시간이 지나 발견돼 시한을 넘겨버렸다고 했다.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이 바닥도 좁기 때문에 아마도 내 인맥 중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분이었을 것 같다. 본인이 좋아하는 거 하며 살면 행복해질 것 같아 음악을 만들고 노래했겠지만 늘 쪼들린 채 살아야만 했던 전형적인 무명 생활. 세속적 성공이란 면에서 그에게 역전 만루 홈런 따윈 없었다.
페이스북 지인 중 한 분께서 츠치다 마키(土田眞樹)라는 일본 분의 별세 소식을 올렸다. 인터넷 검색했더니 지독한 영화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가난했다. 사진도 몇 장 봤는데 지인 왈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얹고 오셨는데, 그래서인지 비뚤한 어깨가 오래도록 남아있다"라고 쓴 것처럼 좌우가 맞지 않은 그 모습도 봤다.
몇몇 영화인이 쓴 추모의 글도 있었다. 그 중엔 과거 PC 통신 시절 때 알고 지냈던 이가 쓴 것도 있었다. 일면식 없는 마키 씨도 알고 보면 나와 한 다리 건너 아는 분이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예술인들에겐 그 대상이 이성인 것만은 아니다. 음악이거나, 영화이거나 혹은 그 외 어떤 것이거나.
천재 아닌 보통 사람의 창조력은 머리를 쥐어 짜선 나올 수 없다. 화두처럼 하나의 생각을 오랜 시간 품은 채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남들 눈엔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역설적으로 이 빈둥거림이야말로 창작에 꼭 필요한 화수분인 것이다. 먹고 살기 벅찬 조건에선 쉽지 않다.
"예술가는 가난 속 탄생? 잘못된 인식… 100만 원 기본소득"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씨가 내건 공약 중에는 예술인들에게 연간 100만 원 기본 소득을 지급하겠단 건이 있었다. 100만원이라고 해봤자 열두 달로 나누면 10만원도 안 되지만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예술인 처우 개선이 진정 문화 강국으로 가는 바탕임을 정치인이 인식했단 것과 "기본 소득이 사람을 나태하게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사���를 만들려고 했단 점에서 기억에 남았다.
현재 날로 발전하는 중인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대다수 직업이 사라져 극단적 양극화가 나타난 디스토피아일지, 기본소득 덕분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처럼) 적어도 생계 걱정 없이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올지.
내가 한국에서 꼭 사라졌으면 하는 풍경 중 하나, 폐지 줍는 노인. 가난한 예술인들과는 또 다른 사회 문제이긴 하지만 해결책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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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plparty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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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Audio]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Moonlight Fairy Reversal Grand Slam) - 축배 https://youtu.be/57QcEbfftzU Artist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Moonlight Fairy Reversal Grand Slam) Album Title : 전투형 달빛요정 - Prototype A (Battle Mode Moonlight Fairy - Prototype A) Release Date : 2010.03.03 Genre : Rock ■ Mirrorball Music http://mirrorballmusic.co.kr/ https://www.facebook.com/mirrorballmusic https://twitter.com/mirrorballmusic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축배 #Rock 미러볼 뮤직 - Mirrorbal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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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eunsaram · 1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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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My Song) 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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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hosem · 1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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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Slammer the Moonlighting Fairy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Limp (절룩거리네)
Remember when we had a hard time figuring out who sang the song in dream high in episode 11 when samdong stepped into a bar? welp, this is the original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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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offebruary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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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길고 복잡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2009년쯤. 인디가수는 정말 특이하구나, 정도의 간편한 감상평을 친구에게 남겼었던 듯하다. 그런데 지금,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라고 읊조리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시큰하다. 잘난 것 하나 없고 찾아주는 이 없는 지금의 내 상황과 이 노래는 너무도 닮아있다. 지금의 나와 딱 맞는 음악이 얼마나 있을까. 그의 노래를 5년여만에 다시 듣는 지금, 오래된 옷 주머니에서 찾은 만원짜리 지폐보다 그의 노래가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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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slee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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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1단지 그대의 치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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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winus · 1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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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붙어보자 피하지 않겠다  덤벼라 세상아  나에겐 나의 노래가 있다  내가 당당해지는 무기  부르리라 거침없이  영원한 나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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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plparty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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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IE PICKS] Best Indie Rock for 21st century 21세기 인디록 걸작선 | PLAYLIST https://youtu.be/CGsfEQTlE9Y [Critics Choice] 죽기전에 안들으면 아마도 후회할 21세기 인디록 명곡 21곡을 골랐다. 원래는 20선을 고르려 했으나 1곡도 빼기가 아까웠고 또 21세기니까 21곡도 나름 어울리는 듯. 그래도 빠진 곡들엔 미안합니다. 순위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순전히 가나다 순입니다. #PLAYLIST #K_INDIE_PICKS #인디록 #모던록 #21세기 #걸작선 #전문가선곡 #플레이리스트 #indie #rock #modern_rock #21st_century #best -- K-INDIE PICKS :: PLAYLIST -- 01. 3호선 버터플라이 (3rd Line Butterfly) - 깊은밤 안개속 (A Heavy Night Fog) 00:00 02. 9와 숫자들 (9 And The Numbers) - 커튼콜 (Curtain Call) 04:54 03.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 Antifreeze 08:28 04.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Goonam) - 젊은이 (Young People) 12:31 05. 국카스텐 (Guckkasten) - 거울 (Mirror) 17:03 06.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나를 연애하게 하라 21:42 07. 디어 클라우드 (Dear Cloud) - 얼음요새 (Ice Fortress) 25:40 08. 로로스 (Loro's) - W.A.N.D.Y 30:13 09. 로큰롤라디오 (Rock'N Roll Radio) - Shut up & dance 35:35 10. 머쉬룸즈 (Mushru:ms) - 늑대, 고양이 그리고 바다 (Wolf, Cat And The Sea) 40:21 11. 못 (MOT) - Cold blood 44:56 12.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Bulnabang Star Sossage Club) - 석봉아 (Sukbongah) 48:36 13. 브로콜리너마저 (Broccoli, You Too?) - 춤 (Dance) 53:08 14. 새소년 (SE SO NEON) -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 (I'm Watching a Loneliness Just Arisen) 57:11 15. 세이수미 (Say Sue Me) - Let it begin 1:01:01 16. 쏜애플 (THORNAPPLE) - 낯선 열대 (Strange Tropics) 1:06:39 17. 전범선과 양반들 (Junbumsun and The Yangbans) - 이리 오너라 (Why Are You?) 1:10:25 18. 폰부스 (Phone Booth) - 꿈이 춤을 추도록 (Let the Dream Dance) 1:13:20 19. 피에타 (PIETA) - Off 1:17:16 20. 허클베리 핀 (Huckleberry Finn) - 사막 (Desert) 1:22:24 21. 혁오 (HYUKOH) - 와리가리 (Comes and Goes) 1:27:11 -Credit- 정일서 JEONG IL SEO KBS 라디오 PD 1995년부터 24년째 KBS에서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연출한 프로그램으로는 [황정민의 FM대행진], [김광한의 골든팝스], [전영혁의 음악세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이소라(강수지)의 메모리즈], [장윤주(유지원, 김지원)의 옥탑방 라디오] 등이 있다. -- More about MUN HWA IN ▶https://www.munhwain.kr ▶https://www.facebook.com/munhwainkr ▶https://www.instagram.com/munhwain_official ▶http://blog.naver.com/munhwain_official ▶https://twitter.com/munhwainkr 문화인 - MUN HWA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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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lair-seongmin-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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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sepop · 1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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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같은 노래로 세상을 그리다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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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기려 한다. 애석함은 참기로 한다. 담담함을 더하려 한다. 그는 늘 스스로 작성한 보도자료의 끝에 '달빛요정이 달빛요정에 대해 말하다'라는 문구를 붙였다. 이제 주어가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요절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붙을 이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총 여섯장의 앨범을 남겼다. 정규 앨범 석 장과 EP 석 장. 그는 인디 뮤지션으로 불렸지만, 정작 인디 음악계의 어떤 주류적인 흐름과는 상관없는 음악을 했다. 한국 음악계에서의 포지션은 인디로 통칭되는, 언더그라운드였으되 음악적 경향의 측면에서 보자면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어떤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해야 한다. 팬들은 그를 '포스트 ���광석'이라 불렀다. 삶의 단면을 절절히 드러내는 가사와 굵직한 창법 때문이었다. 신해철은 그를 '김창기의 역상(逆象)'이라 했다고 한다. 동물원의 일상성을 계승하되 밝음과 따뜻���과는 거리가 먼, 우울하고 처절한 정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지칭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야기 구조가 명확한 가사다. 
2003년 발매된 데뷔 앨범 <Infield Fly>에서 그에게 지명도를 안겨준 두 개의 노래가 있다.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 '절룩거리네'는 MBC FM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 프로그램의 인디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그 당시의 인디 신에서 뮤지션이 지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활발한 클럽 공연이 필요했다. 그 과정을 통해 반응과 입소문이 생기고 레이블과 계약을 거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며, 그런 라이브 활동을 통해 생긴 반응을 기반으로 앨범을 내고, 그 중 반응이 좋아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부르던 노래를 앨범 타이틀 곡으로 삼아 홍보하는 시스템이 당연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달빛요정은 앨범을 내기까지 이렇다 할 클럽 공연을 한 적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음악은 당시 인디 음악계의 어떤 경향과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즉, 마땅히 설 자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절룩거리네'는 펑크와 모던 록,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노래였다. 말하자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는 정치구도에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비주류 정치세력 같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세상에 등장하고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신해철이 소개하는 인디 음악이 한 두 곡도 아니었는데, ‘절룩거리네’는 <고스트네이션>이 발굴해낸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팔할이 가사의 공이었다. 
'지루한 옛세상도/구역질 나는 세상도/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라는 가사는 펑크에서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내용이다. '스끼다시 내인생/스포츠 신문같은 나의 노래/마을버스처럼 달려라/스끼다시 내인생'으로 절정에 오르는 '스끼다시 내인생'또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명확한 1인칭 시점의 설정과 부르는 이의 빈 지갑과 통장 잔고가 눈에 그려질 정도의 상황 묘사는 달빛요정 음악을 규정하는 하나의 축이다. 
물론, 인디 신에서 이런 자조적 가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지만 달빛요정의 가사가 유독 주목받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확실한 가사전달과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인디 신의 부정적, 공격적, 혹은 자조적 가사들을 담은 많은 노래들에는 메시지는 있으되 스토리는 없었다. 혹은 공격적이거나 우물거리는 창법에 의해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 실패하곤 했다. 
반면 달빛요정의 가사는 그 누구보다 직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 때의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게 하�� 낭만의 정조가 아닌 지금 당장 지금의 곤란하디 곤란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투영의 정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지독한 좌절감들은 대부분 힘찬 멜로디와 사운드를 통해 전달된다. 전개부와 절정부의 낙차는 크고, 조성은 대체로 장조를 사용한다. 희망 없는 세상, 절망스러운 처지를 노래할수록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감격하듯 벅차오른다. 그것은 펑크, 혹은 서구의 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격성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즉, 특정 장르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다는 거다. 앞서 그가 인디 신의 주류적 흐름과 상관없는 음악을 했다고 말한 이유다. 
이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였을까. 달빛요정의 사운드는 여느 록 밴드들의 그것과는 다른 면을 보인다. 밴드 음악, 혹은 밴드 사운드와 함께하는 싱어송라이터 음반의 사운드에서 중요한 건 밸런스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의 악기의 소리가 고루 잘 들리고, 적당한 위치에서 맺히는 사운드는 밴드 앨범 녹음의 기본이다. 
그러나 달빛요정의 음반들에서 전면에 나서는 건 보컬이다. 한 단어 한 단어를 비교적 또렷이 말하는 그의 발성법과 함께 도드라지게 들리는 보컬은 그의 가사에 힘을 더하고 방점을 찍는 요인이었다. 녹음에 대한 노하우가 없을 때 발표된 1집은 물론이고 노하우가 넉넉히 쌓이고, 밴드의 느낌을 강조했던 3집 <Goodbye Aluminum>까지 일관된 경향이었다. 
이는 인디신의 방법론이라기보다는, 가수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어있는 주류 대중음악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운드다. 밴드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보컬리스트들은 노래를 할 때 가사를 흘려보낸다. ‘이야기’보다는 ‘멜로디’ 전달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는 청소년기에 한국 음악보다는 서구의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한국 음악 소비문화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절룩거리네’부터 ‘나를 연애하게 하라’까지, 모든 노래를 또박 또박 끊어서 불렀다. 때로는 단어 단위로, 때로는 음절 단위로 한 음 한 음을 분명하게 발음했다. 단순히 가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에 더하여, 노래의 메인 테마 부분을 더욱 강조하는 것 역시 달빛요정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절룩거리네’를 보자. 노래의 제목이 코러스에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보컬은 더욱 격앙된다. 강세는 더해진다. ‘스끼다시 내인생’이나 ‘행운아’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이 곧 주제이며, 코러스에서 반복되는 형식은 80년대까지의 록 음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던 패턴이다. 
그가 초창기에 일반적인 인디 음악 애호가들보다 평범한 생활인들에게 각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 10대 20대의 음악 매니아층 보다 라디오를 통해 주로 음악을 접하게 되는 20-30대의 일반인의 촉수를 건드릴 수 있었던 까닭일 것이다. 유형화된 식습관이 있듯이 청습관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고, 달빛요정은 지난 시대의 정서와 가사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변주된 형태로 다가갔다. 
그의 음악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은 사랑이었다. 사랑의 기쁨보다는 이별의 아픔이었다. 말없이 보내드리오리다, 도 아니고 복수할테야,도 아니고 그저 속절없이 그리워하거나 원망하는 노래들이었다. 사랑으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때는 고작해야 TV속 미녀 아나운서를 보는 경우('내가 뉴스를 보는 이유')였고, 사랑에 대한 갈구가 가장 불타오른 건 외로워서 지쳤을 때('나를 연애하게 하라')였으며, 원망에 대한 노래로 얻고 싶은 건 '돈이나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폐허의 콜렉션')이었다. 그도 분명히 연애를 해 봤을 텐데, 88만원도 못 버는 신세에서 출발해 결국 월 100만원을 버는 기쁨 비슷한 것을 누리는 처지가 됐는데, 결국 그런 낭만은 달빛요정의 음악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조연도 못됐다. 아무리 삐딱하고 자조적인 사람이라도, 마음 어딘가에 갖고 있을 그런 사연과 생각들을 펼쳐보지도 않고 그는 떠났다. 통속성과 사회성이 결합된 이야기와, 80년대 가요와 90년대 록이 버무려진 음악을 남기고. 
그가 남긴 이야기와 음악은, 오히려 그의 사후 재평가되고 있다.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리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퍼졌을 때 그 파장은 여느 연예인의 부고와는 달랐다. 알다시피, 그가 유명한 뮤지션이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오랜 세월 한국 음악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도 역시 아니다. 그의 노래를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비보와 함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을 다시 이야기했고, 그 음악이 뒤늦게 이전에 그를 모르던 이들에게까지 공감의 파도를 일으켰기 때문이리라. 
그가 데뷔했던 2003년, 그리고 2011년. 그 사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가파른 속도로 진행됐다. 97년 국가부도사태이후 구조조정의 프레임을 장악한 신자유주의에 의해 평생고용의 신화는 단숨에 사라졌다. 중산층은 빠른 속도로 붕괴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을 때 들끓었던 벤쳐 거품은 꺼지고, 참여정부 탄생의 기반이었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그리고 달빛요정만루홈런이‘나는 개’에서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라 노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세상이 찾아왔다. 88만원 세대와 비정규직 문제가 그 어느 때 보다 격하게 달아오르는. 이런 상황에서 그가 데뷔했을 때와 그가 세상을 떴을 때, ‘스끼다시 내인생’을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언제가 더 많을까. 달빛요정이 드러낸 문제는, 그 7년 동안 대중음악이 그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했다는 거다. 
주류 대중음악은 사랑타령, 이별타령을 넘어 아예 의미 없는 의성어로 도배되며 아예 가사의 개념을 변화시켜왔다. 사회는커녕, 개인의 투영마저 소멸시켜온 것이다. 창작자 위주의 시스템이 구축된 비주류 음악계에서도 ‘감성’과 ‘일상’이라는 개인적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향이 대세가 됐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한국의 대중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가? 고작해야 영화에서나 우리의 현실을 읽어낼 수 있는 상황은 올바른가? 그렇지 않다. 멀리는 밥 딜런을 예찬하고 가까이 김광석을 사랑했던 계층은 늘 존재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들에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이란 뒤늦게 발견한 일기장 같은 게 아니었을까. 직구와 같은 서사로 채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게 아니었을까. 2000년대 후반 ‘루저 문화’를 대변한다며 이슈가 되었던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보다 더욱 짙은 농도의 이야기를 그의 사후에서야 만난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한 가난한 뮤지션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 인간에 대한 애도를 넘어 음악에 대한 공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닐까. 가사가 음악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무시되어서는 결코 안되는 음악의 요소임을 달빛요정만루홈런에 대한 추모 열기는 말해준 게 아닐까. 친분이 있었던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생전 일면식도 없었던 동료 뮤지션들 100여팀이 모여 추모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의 음악이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의 거울임을 보여준다는 선언문같은 게 아닐까. 예상외로 컸던, 달빛요정만루홈런 사후의 흐름을 보며 꼬리를 물었던 생각들이다. 아마, 틀리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의 첫 문장에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다음 앨범은 밝게 가겠다고 했다. 진짜 사랑 노래를 쓰겠다고 했다. 작사 작곡만 하고 노래는 다른 뮤지션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돈 좀 벌어보겠다고 했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활동하다가, 주변에 매니지먼트를 맡기기로 했다. 그의 하드디스크에는 이를 위해 만들어 놓은 노래들이 잠들어 있다. 갑작스레 친구를 떠나 보낸 동료 뮤지션들이 그 노래들을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그가 보여주지 못했던, 달빛요정이라는 이름에 어울릴 법한 밝음이 그가 없는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있기를. 아쉬움은 그때 덜해질 것이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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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joooo · 1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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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나를연애하게하라
조금  cheesy하게 들릴수 있겠지만, 그것때문에 풋풋함을 느낄수있는...뭔가 왠지 노스탈지아(nostalgia)를 부르이르키는 노래들... 피끍는 청년들의 열정이 들릴수있다고나할까. 좋다. 마치 청소년 시절에 순수함과 열정을  다시 느껴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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