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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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ill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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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강릉 바다에 간 적이 있다. 이튿날 해수욕장에 들어가 물살에 몸을 맡기고 앞 뒤로 몸을 흔든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내가 발을 헛디디거나 갑자기 발이 안 닿거나 썰물에 휩쓸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죽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잠시 바다를 만끽했다.
그때 찍은 사진과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순간의 장면은 이후로도 나를 자유롭게 한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기억의 힘일까. 요즘 기억의 능력에 대해 생각한다. 한 친구가 '기억하고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워'라는 글을 써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감흥이 없었던 건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영화 <벌새>를 보고 김영지라는 인물에 빠져들면서 살아서 곁에 있던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희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친구가 써준 글의 무게도 다시 재보아야 할 만큼 달라졌다. 친구의 글이 다른 무게를 주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를 만나면 꼭 이야기해줘야지 다짐하고 며칠 마음을 졸였다.
기억하는 사람은 과거로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대화를 할 수 있고 누군가와 독특하고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기억을 내려놓지 않고 섬세하고 성의 있게 기억하고 행동하면(기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동이기도 하다) 관계는 진전된다.
"어떤 사진은 내면성을 수호하기 위해 시간을 멈추려는 불가능한 노력 그 자체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이다. 사진이 좋은 이유는 이것이다. 기록이 좋은 이유도 이것이다. 어쩌면 시가 좋은 이유도 이것일까. 자신의 사적이고 내밀한 내면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느 날의 공기를 잊지 않고 그날의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게 골격을 만지고 세우는 일. 어쩌면 나는 시로 특정함(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방법이란 곧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것. (-) 다른 생각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같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을 땐 시를 쓰는 이유는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택해왔고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에는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행동 × 행동을 선택하는 의식 × 행동을 의식하는 선택이 있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모순적인 부분을 피하지 않으면서 맞는(정확한) 말만 한다.
사진 속의 시간은 멈춰 있지만 시간은 이미 이만큼 흘러 있다. 나의 마음은 거꾸로 사진 속의 시간에 도착한다. 사진의 불가능한 노력, 시간 여행. 사진을 보면 비웃다가도 짠한 이유는 그 노력이 언제나 가상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억한다는 건 살아서,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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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1125919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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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of 100 book is... #신형철평론가 의 정확한사랑의실험 어렵다. 역시 평논은 어렵네.. 잠시 다른 세상을 병험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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