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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p.me/p9IKpt-1It◀국내야한순위 1~100◀ 내가 직접 찍은 북괴 사진 보고가라.jpg 새벽에 올렸다가 인기글 0민주화 상태에서 느닷없는 민주화테러를 당해서 재업한다. 요즘 북괴까는글, 문재인까는글. 개페미까는글. 특히 여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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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ong93]

Kas, Turkey

    이른 오후였나, 나는 테라스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썩 마음에 들어 몇 시간을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지 모를 노인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건너방 테라스에 서선 깜짝 놀라 당황한 나를 보고 씩 웃어보였다. 그리곤 ��혀 개의치 않고 테라스 난간에 페인트 칠을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이지, 뭐랄까, 쿨했다. 

  조금 지나자 노인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첫 질문은 당연히 어디서 왔냐는 거였는데, South Korea. 라고 대답하자 노인은 매우 반가운 표정으로 수년 전 한국에 왔었던 적이 있다고 내게 얘기했다. 

  터키 동북부의 트라브존에서 자란 노인은, 결혼 후 줄곧 일만 하다 혼자 세계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머물고 있을 때, 자신이 평생을 무심했던 아내가 암에 걸렸고, 그는 터키로 돌아왔다. 아내는 결국 암을 이기지 못했고 그는 다시 떠났다. 죽은 아내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매우도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또 한편 그는 매우도 태연한 얼굴을 했다. “인생은 너무 짧아, 게다가 한 번 뿐이지 않니? 떠나기를 멈추지 마.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고 노력해야 해” 라고 얘기하면서도 그 태연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태연한 얼굴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에서 짙은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탐험의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다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이내 밝은 얼굴로 돌아온 노인과 나는 한참을 떠들었다. 그는 내게 이런저런 현지 정보들을 알려주었는데, 가이드북 보단 훨씬 유용하고 재밌는 것들이었다. 어느 가게 사장은 돈을 너무 밝히니 가지 말아라. 저기 저집은 특별히 맛난 음식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한 번 가보는 것도 좋다 등등. (사실 내가 그 동네에서 만난 사람 중 으뜸은 역시 이 노인이었다.) 

  한참을 떠들던 와중에 그가 갑자기 사다리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한아름 무엇인가를 들고와선 나에게 건네어 주었다. 먹고싶을 때 타 먹어. 노인이 말했다. 그리곤 다시 툭-툭-. 페인트 칠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니 이제 잡담은 그만이란다. 등장이나 퇴장이나, 정말이지 쿨한 노인네였다. 

나는 그 멋짐이 아쉬워 그가 일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노인의 젊음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