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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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o Mielgo
‘Jivaro’ ‘The Windshield W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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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장기하 단독공��� '해!'에 다녀왔다. 작년에 했던 단독공연 '공중부양'은 영화 상영관 크기 정도의 소공연장에 앉아서 감상하는 컨셉츄얼한 공연이었는데, 이번에는 밴드 세션과 함께하는 방방 뛰고 소리지르며 즐길 수 있는 콘서트였다. '공중부양'은 기획력이 돋보였고 '해!'는 두둥두둥 심장을 울리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 양 손을 높이 들고 무대로 입장하는 장기하를 보고 뒤쪽에 있던 관객이 "교주야 뭐야" 했지만 몇십 분 후 우리 모두 광신도가 되어 쿵쿵 뛰고 있었다.(심지어 '그렇고 그런 사이' 뮤직비디오의 손 안무(?)도 다함께 따라했다.) <공중부양> 앨범의 수록곡은 다 소화했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명곡들도 줄줄이 나와서 관객석에서는 여기저기 탄성과 앓는 소리가 들렸다. '싸구려 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줄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오!하!오!하! 하는 부분도 라이브로 소화할거라고는 더더욱이나 생각지도 못했는데... 장기하가 아이돌이었으면 '별걸 다 라이브 하는 장기하.swf'로 99만뷰 뚝딱 나왔다.) 드럼과 기타 소리를 감상하면서 아, 다시 음원으로 이 노래들을 들어야 할 때는 정말 너무 서운해지겠는걸? 싶었다. '마냥 걷는다'를 부르며 키보드를 직접 연주하는 장기하를 바라보면서 음악이란건 너무 멋지구나, 음악을 하는 사람도 너무 멋지구나 생각했다. 사실 과몰입해서 거의 눈물을 찔끔 흘릴 뻔.
장기하의 가사는 처음에는 몰라도 가만히 곱씹다보면 감탄스러울 때가 많다.(물론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앨범이 발매됐을 때처럼 듣자마자 아 이 사람 천재네 싶을 때도 있다.) '나란히 나란히'라는 곡은 시적인 비유가 탁월해서 더 좋아하는 곡이다. 달나라로 가는 우주선을 예약하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니가 이미 떠나가고 없다는 걸 알았다고, 내 마음이 얼마나 크고 깊든간에 너를 마주보며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나는 너를 등에다가 업고 걸어 보기도 하고 자동차에다가 태워서 달려 보기도 하고 헬리콥터를 빌려 같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돛단배를 타고 끝없는 바다를 건너 보기도 했었네 달나라로 가는 우주선을 예약하고 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어 이미 너는 떠나가고 없었어 한참 동안을 멍하니 앉아서 말도 안 된다 혼잣말 하다 너의 얼굴을 그려 보려는데 이상하게도 잘 떠오르질 않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땀에 젖은 앞머리가 얼굴에 찰싹 붙도록 뛰고 소리지르고 환호하고 박수치며 놀다가, 완전한 비일상의 경험이 내게 주는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평소에는 이 정도로 무엇인가에 열광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왜 일상을 탈피하고 싶어할까? 왜 스스로는 그런 비현실적인 경험에 빠지지 못하고 누군가가 무대에서 리드해줘야만 하는걸까? 재밌었어, 다음에도 또 오자! 하며 산뜻하게 공연장에서 나��지만 한편으론 궁금해진다.
+기억을 되짚어 적어보는 셋리스트
장기하 - 해! / 할건지말건지 / 뭘 잘못한 걸까요 / 얼마나 가겠어 / 부럽지가 않어 /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 나란히 / ㅋ / 그러게 왜 그랬어 / 빠지기는 빠지더라 / 내 사람 / 좋다 말았네 / 그렇고 그런 사이 / 우리 지금 만나 / 마냥 걷는다 / 풍문으로 들었소 / 싸구려 커피 / 달이 차오른다, 가자 / 별일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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