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던 밤 | Explore Tumblr posts and blogs

girlhowtomeet-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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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지 않는 다이아몬드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10(完)

“오호…. 잘 생겼는데?”

“키가 언제 저렇게 컸지?”

“애초에 셋쇼마루 성격 받아줄 정도면, 일단 성격은….”

거기 아줌마 아저씨들, 다 들리거든요.

베란다로 이누야샤를 내다보는 가족들에 셋쇼마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누야샤도 밖에서 엄마한테 잡혀 있어서 자신의 연락을 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밖에 나가서 얘기좀 해 보겠다는 걸 셋쇼마루가 부득부득 말렸다. 말 했잖아. 대인기피증 있다고.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해. 쓰러지면 책임질 거야?

“사내자식이 그렇게 병약해서야.”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만나는 것도 싫어해서 좋은데.”

“……”

아빠의 말에 셋쇼마루가 답했다. 적극적이구나? 엄마가 물었다.

“…….”

“결혼 할 거야?”

아, 솔직히 쟨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결혼 못 할 거 같은데.

“글쎄.”

막상 결혼을 하려면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소속사랑 얘기도 해봐야 되고. 공인인 이상 내 인생이 내 거가 아니야….

“사실 사귄지 얼마 안 됐어.”

“너 제일 오래 사귀었던 게 몇 년이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셋쇼마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간단한 스트레칭.

“나갔다 올게.”

잔소리 듣기 싫어.

“우리 아들이 폐 많이 끼쳤죠?”

생글생글 잘 웃으시는 분이었다. 아들 여자친구한테 악수를 청하지 않나. 조금 독특하셨지만 이누야샤가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그 시절에 내가 너무 바빠서 아들한테 신경을 못 썼어요. 정말 미안해요.”

“…..아뇨….”

너도 사과하렴. 제대로 사과한 적 없지? 이누야샤의 엄마는 이누야샤의 정수리를 붙잡아 끌어 내렸다. 악! 엄마!

“스토킹은 범죄랍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도 귀여워보이니, 아무래도 중증인 것 같아. 셋쇼마루가 웃었다. 괜찮아요.

“저야말로…. 이누야샤한테 심하게 대했으니까.”

“싫다는데 스토킹한 쪽이 나쁜 거�� 뭐. 그치만 난 사실 셋쇼마루 씨한테 고마워요.”

“네?”

“우리 이누야샤 받아줘서 고마워요.”

언제 술 한잔 할래요? 할 말 많은데. 그녀가 밝게 웃었다. 그녀는 자유분방했다. 어떤 엄마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여느 엄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 모자관계라기 보다는 친구관계에 가까운 것 같았다. 이누야샤와 너무 달라서 적응할 수가 없어….

“…..네.”

“아, 불편하면 거절해도 괜찮아요. 난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고…. 보통은 불편해하기 마련이니까.”

“아뇨.”

꼭 얘기해 보고 싶어요. 셋쇼마루가 말했다. 저어-기서 바라보는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여자들끼리 이야기 하겠다며 이누야샤를 쫓아냈다. 이누야샤는 애들이 있는 PC방으로 쫓겨났다. 설 연휴에 열려있는 카페. 그녀들은 이누야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예요. 3년 동안 따라다닌 여자가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이누야샤에게 관심을 못 줬으니까. 사실은 혼자 컸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대인기피증 같은 것도 생겼겠지만. 잘 커준게 신기할 만큼 신경을 못 썼어요. 어쩌면 나도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던 셋쇼마루씨를 다시 만났고, 이렇게 교제까지 하고 있단 걸 들으니까…. 그냥.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한 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셋쇼마루 씨에게 고마워서.”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냥…. 뭐랄까. 이누야샤에게 나는 어떤 여자였을까, 어떤 의미였을까를 계속해서 혼자서 생각했다. 어쩌면 그냥,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찾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비슷한 은발이고, 연상이고, 어쩐지 잘 맞는 것도 그렇고.

“나에게 이누야샤는 늘 좋은아들이었어요. 남자인 이누야샤가 궁금한데, 물어봐도 될까요?”

셋쇼마루는 손에 쥔 유리컵을 만지작거렸다. 남자인 이누야샤라…. 이제껏 사귀어온 다른 많은 남자들과는 달랐다. 대인기피증과, 그 약 때문에 다소 행동이 들쭉날쭉하기는 했지만, 자신과 있을 때의 이누야샤는….

“솔직해요. 그 애가 저를 좋아한다는 게 어떻게 해도, 어디를 봐도 느껴질 만큼 강렬해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작은 행동에도 반응하고 웃어주는, 귀여운 사람 이예요. 대인 기피증이 있다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사랑이 넘치는…….”

늘 셋쇼마루에게 맞춰주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주관은 잃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길을 잃고 헤메다가, 혼자 남겨지면 자신이 갈 길을 확실히 알아서 찾아 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가끔 생각해요. 그렇게 사랑이 넘치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 저처럼 차갑고 냉정한 사람을 왜 그렇게 좋아해 줬는지. 그런데 지금 어머님을 뵈니까…. 어쩌면 닮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으응, 이누야샤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건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예요.”

“네?”

“내가 아는 이누야샤는 나와 달라서 사랑을 갈구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병 때문인지는 몰라도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 혼자를 포기하게 된 건 분명히 어떤 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구요?”

그 날 밤, 호텔. 목욕 가운을 걸친 이누야샤가 젖은 앞머리를 수건으로 털고는 어깨에 수건을 둘렀다. 침대 위에 얌전히 앉은 셋쇼마루가 이누야샤의 눈을 바라봤다.

“그냥…. 다 좋은데.”

“…….”

“하나하나 듣고 싶어요?”

“듣고 싶어.”

흐음. 이누야샤가 자신의 턱을 손으로 짚었다. 뭐부터 말해야 할까.

“누나가 날 보는 눈이 좋아요. 다정하게 날 만져주는 것도 좋고.”

“그런 거 말고.”

“그럼?”

“제일 처음에…. 네가 나한테 반한 계기 같은 거.”

“아…. 계기…. 음.”

이누야샤가 슬쩍 셋쇼마루의 눈치를 봤다. 말 해. 됐으니까.

“제일 처음 봤을 때, 누나는 울고 있었어요. 내가 보고 있단 거, 누나는 몰랐겠지만.”

“울고 있었다고? 내가?”

이누야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엄청 슬픈 얼굴로 한참 소리 없이 울더라구요. 근데.”

“…..?”

“갑자기 눈 앞에 있는 깡통을, 엄청나게 세게, 발로 뻥!!!!!! 차는 거예요. 골목길이라 엄청난 소리가 났지. 놀라서 움찔 했는데, 누나랑 눈이 마주쳤어요.”

“봤다고? 내가 널?”

“응. 그리곤 뭘 봐? 한마디 하곤 눈물 닦고 쿨하게 가던 데요? 그 때 반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에, 우연히 또 누나를 봤는데, 그 날은 웃고 있더라구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또 반했어요. 저렇게 예쁜 사람이 왜 울고 있었을까, 행복해 보이는데, 울만한 일이 뭐가 있었을까. 지금은 다 해결 된 걸까. 그냥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차버린 깡통에 실린 엄청난 패기도 그렇고 뭐랄까, 부러웠다고나 할까. 멋졌다고나 할까. 닮고 싶었어요. 동경이었고. 그래서 따라다녔죠. 닮고 싶어서. 근데, 생각보다 나랑 비슷한 점도 많더라구요. 말 수가 적다거나, 혼자있는 걸 좋아한다거나 나랑 비슷한 점도 많은데, 누나는 저렇게 예쁘고 빛이 나는구나. 그랬어요. 반한 계기는 그거였어요.”

언젠가 다시 울면 내가 달래줘야지. 울지 말라고 해줘야지. 이야기를 들어줘야지. 내 이야기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들어줘야지. 물론 누나 옆에는 나 말고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많았지만요.

“누나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 때는 그게 나 혼자만의 욕심이란 걸 몰라서 누나를 괴롭혔지만 시간이 흐르고, 누나를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 생각했어요. 이번엔 괴롭히지 말아야지. 바로 옆에서 지켜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그냥 어떻게든 의지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자고. 그것마저 누나가 원치 않는다면, 정말��, 정말로 멀리서만 바라볼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애인 자격까지 얻었으니 성공한 거지 뭐.”

그렇구나. 그런 사랑이었구나. 하긴, 엄마랑 닮아서, 엄마의 애정을 바래서 자신을 좋아했다고 하기엔, 자신이 너무 매몰차게 굴었으니 절대 불가능했겠지. 괜한 생각이었다.

“….그러는 누나는.”

“…..”

“내가 왜 좋아졌어요?”

이누야샤가 예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셋쇼마루도 재회를 상기시켰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아, 저 녀석이 여기까지 왔구나. 그 정도였다. 자신을 다시 찾아와 재회의 선물을 건넸을 때, 아직 그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조금씩 마음이 변했다. 사람들에 치이고, 또 치여서, 너덜너덜할 것 같은 자신이었다. 이렇게 순수한 녀석도 있나, 이렇게 순애보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정말 있나. 그래서 그에게 조금씩 시선을 두었다.

“….네 사랑이 날 삼켜버린 거 같아.”

“으흥?”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널 보고 이 세상에, 너 만큼 날 사랑해 줄 남자가 다시 없을 거란 걸 느꼈어.”

그래요? 이누야샤는 여전히 웃으며 셋쇼마루를 끌어 안았다. 기분 좋은 비누 냄새가 몸을 휘감는 것을 느끼며 셋쇼마루는 이누야샤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햇빛 같았어. 늘 너는 날 향해 웃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네가 아프다는 걸 알았어. 사실은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 한 거야. 나를 그렇게 따라다닌 주제에. 내가 그렇게 상처를 줘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던 네가, 다른 사람은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는 게. 그러면, 너는 대체 나를 얼마나 사랑했던 걸까.”

그리고 그 때, 네가 많이 아파하는 걸 보고 그런 너 때문에 나까지 아파지던 그 때에,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네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네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싶었듯, 나도 네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옆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많았다고도 했다. 나는 그 반대였다

“너를 보듬어줄 수 있는 건 나 뿐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당연해졌어. 너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나는 싫어졌어. 그래서, 너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붙잡았을 뿐이야. 셋쇼마루가 이누야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누야샤가 끌어안는 체온이 여실히 느껴졌다.

“행복하게 해줄게요.”

이누야샤가 속삭였다.

“나랑 결혼 해줄래요?”

“…?!”

난데없는 말에 놀란 셋쇼마루가 고개를 들고 이누야샤를 올려다 보았다. 이렇게 갑자기?

“아, 물론,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좋아요. 어쩌면 1년 후? 3년 후?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이누야샤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셋쇼마루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는요.

“평생 사랑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거예요. 결혼이란 건 그런 거니까. 언제가 되어도 좋아요. 그냥 어느 날 문득, 나와 결혼 하고 싶어지면, 그 때 대답해줘요. 그냥 평생 연애만 하고 싶다면, 평생 대답하지 않아도 좋고, 내가 싫어진다면, 그 때 거절해도 돼요. 나도 지금 당장은 연애만 해도 너무 좋으니까,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이누야샤의 말에 셋쇼마루는 말 없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응? 뭐 할 말 있어요? 이누야샤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래, 대답 할 시간을 주겠다니 다행이다. 그냥 그러기로 했는데. 셋쇼마루는 이누야샤의 가슴을 손으로 짚었다.

“네 말들에서 ‘요’가 빠지는 날 다시 생각 해 볼게.”

“…….엑!”

“말 놓으라는 말을 내가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거니?”

“미, 미안해……. 적응이 안돼서….”

새침하게 시선을 피하는 셋쇼마루에 이누야샤가 안절부절못하며 그녀의 허리를 쥐었다. 사실 일일이 존댓말로 살갑게 다가오는 이누야샤도 귀엽고 좋았지만, 미묘한 거리감이라고나 할까. 반말 하는 쪽이 더 친근감 있잖아? 개인적으로 서로 존댓말 하는 부부보다 서로 편하게 반말도 하고 놀리기도 하는 부부 쪽이 더 취향인 것도 있고. 어린 이누야샤가 반말을 해야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일 수 있는 것도 있고. 니가 계속 존댓말 하면, 내가 엄청 나이 많은 것 같잖아.

“정 그러면, 자기야라고 불러볼래?”

“엑, 에에에-?”

“뭐야. 결혼 할 거라며? 못 해?”

아, 아으…. 으으…. 그런 거 잘 못하는데. 이누야샤가 엄청나게 곤란하단 얼굴로 손등으로 붉어진 뺨을 쓸었다. 온갖 낯간지러운 말은 엄청 잘하면서 이런 거에 약하단 말이지. 셋쇼마루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못해? 자기야-. 자-기-야.

“하….”

차마 하지 말란 소리도 못하고. 이누야샤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뻐끔거렸다. 와, 울어버릴 거 같아! 귀여워! 울어라! 울어라!

“으으…. 잘못했어요….”

“뭘? 자기가 뭘 잘못했는데?”

“………”

울 거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셋쇼마루가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연하랑 연애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다니!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누야샤는 놀리는 맛이 있다. 가끔 삐져도 달래기 쉽고.

“으….”

너무해 진짜…. 이누야샤가 울상인 얼굴로 셋쇼마루를 끌어 안았다. 얼굴 안 보여 줄 거야. 곤란한 얼굴 안 보여 줄 거야!

“흐응, 안 해 줄 거야?”

“……”

쭈뼛. 이누야샤는 정말 울 거 같았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자기야….”

겨우 입을 열었다. 오호. 생각보다 어색함 없는데? 셋쇼마루가 키득대며 웃었고, 그런 셋쇼마루를 안은 채 물었다.

“나한테…왜 이래…?”

“사랑해서.”

“ ;ㅅ; ”

그렇게 밤새 꽁냥대던 두 사람은 나란히 늦잠자고 설 제사에 쌍으로 늦었다고 합니다. 이누야샤는 외갓집 제사 아니냐구요? 이누야샤는 엄마 성을 쓴답니다. 친가나 다름 없음! 연애질 하다 늦었다고 엄마한테 등짝 맞고 끝났으니 그나마 다행이었고, 셋쇼마루는 그 날, 하루 종일 친척들이 쉴 새 없이 방문하여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설거지 담당이었다고.

［탑 모델이 하루 종일 설거지?］

［우리 집에선 얄짤없다.］

［식기 세척기 사다 줄까!］

［한 대 들여놔야겠어. 아 또 누구 왔네…. 망했다.］

［사다 줄게요. 기달.］

［오늘 설 당일이라 영업 하는 곳 없을텐데］

［돈 주면 다 함］

［이런 속세에 ��든….］

［♥♥♥♥］

그리고 한 시간 후 정말로 퀵서비스로 식기 세척기가 배달되었다고 합니다.

“…..완전 돈지랄이네. 미쳤어.”

상고가 혀를 찼다.

“부럽니?”

“아니, 회사 사장이라고, 돈을 그렇게 막 쓰면 돼? 씀씀이가 헤프네! 안 되겠네 그 사람!”

“맘에 안 들면 넌 쓰지 마.”

셋쇼마루가 ��기세척기에 그릇을 넣으며 말했다.

“난 설거지 당번만 해야겠다.”

“치사해!”

“이제 알았니?”

셋쇼마루가 씩 웃었다. 사악해! 사악해 이 사람!

“여보세요? 이누야샤?”

［세척기 일 잘 해?］

“응, 고마워. 사촌동생이 질투하네.”

“누가!”

“들었지?”

수화기 너머에서 이누야샤가 웃었다. 칸나가 빼액 소리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아, 칸나! 이누야샤가 말했다.

［아, 미안, 이따 전화 할게요. 칸나! 거울 가지고 장난하면 안돼!! 으악!］

쨍그랑. 아무래도 칸나가 거울을 깨먹은 것 같았다. 끊긴 전화를 바라보며 셋쇼마루가 중얼거렸다.

“난 청소기를 보내줘야하나….”

“이 커플이 아주….”

그리고 퀵서비스는 하나 더 도착했다. 백화점에서 온 거네. 고기? 선물세트.

“엄마! 뭐 시켰어?”

상고가 소리쳤다. 아니, 없는데!

“셋쇼마루 씨께 온 건데요…. 사장님이 연락 하시겠다고….”

“아….”

근데 칸나가 거울 깨먹어서 못 한 거구나. 셋쇼마루가 네, 알았어요. 하고 선물 상자를 받아 내려놨다. 고기니까 먹으란 거 아닐까?

［이누야샤. 이거 뭐야? 선물? 선물세트인거 같은데?］

［ㅏㅏㅏㅏㅏㅏㅏㅏㅇ라］

누가 봐도 칸나 소행

［………］

이내 전화가 왔다.

［칸나, 안 돼. 삼촌 거야! 아악! 여보세요?］

“…..으응…….”

［아ㅏㅏㅏㅇ대! 칸나꺼야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어휴. 정신 없어. 있잖아요, 그거, 아무래도 바로 옆집까지 왔는데 그냥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 아, 뭐 그래서. 부모님께 좀 전해주….］

뚝. 전화 끊김.

“에? 우리 엄마? 여보세요?”

애 보느라 고생 하는구나…. 어쩐지 칸나가 거울에 좀 집착하더니, 반짝이는 이누야샤의 핸드폰 액정을 탐내는 지도 몰랐다. 어휴…. 셋쇼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이누야샤가 두 분께 전해 달래.”

“응?”

“바로 옆집까지 왔는데 병 때문에 못 뵙고 가는 게 죄송하다고. 보낸 거라고.”

“어머.”

조금 감동한 눈치. 역시 엄마는 이런 거에 약하다니까. 엄마 공략하라고 해야지. 셋쇼마루가 생각했다.

［근데 왜 두 셋트야?］

［큰집이래ㅅ.ㅎㅈㄱ.ㄷㅇㄱㄹ00000］

“하나는 큰엄마 거래요.”

그리고 끊임없이 전송되는 외계어에 셋쇼마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누야샤……. 애 낳지 말자고 할지도….

사귄지 8개월 즈음 됐던가. 셋쇼마루가 열애설이 터졌다. 그것도 동료 모델중 한 사람과. 일 때문에 잠깐 밥을 먹고 헤어지던 사진이 찍혔고, 인터넷에 퍼졌다.

신제품 때문에 이누야샤가 한창 바쁜 시기, 연락은 되지만 잘 만나지 못한 시기. 뒷통수 맞은 셋쇼마루가 소속사 사장과 대면했다.

“아니예요?”

“당연히 아니죠.”

셋쇼마루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누야샤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아.

“셋쇼마루씨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길래, 난 일부러 터뜨린 줄 알았는데.”

“그럴까 생각도 했지만. 그 사람은 아냐.”

셋쇼마루가 딱 잘라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먼저 말 할래요.”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줄까요?”

“팬들이 섭섭할 거예요. SNS에 올릴게요. 인터뷰는 그 후에.”

사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아서 해요. 유라면 몰라도 셋쇼마루씨는 알아서 잘 하겠지. 근데.

“누구예요? 상대는.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

사장의 질문에 셋쇼마루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루아모스의 이누야샤.”

3년을 거절했다가, 성인이 되어서 다시 만난 소년은 유명한 회사의 사장이었다. 이누야샤의 그 위치는, 셋쇼마루를 물질적인 여자로 만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고, 욕을 지대로 얻어 먹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누야샤는 그 사실을 못마땅해 했지만, 공인인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셋쇼마루는 이누야샤를 달랬다.

루아모스의 대표이사가 누군지 정확하게 보도하는 기사는 없었고, 셋쇼마루는 그저 자신에게 고백했던 보석 회사의 사장과 교제 중이라는 것을 밝혔기 때문에 이누야샤의 정체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였다. 증권가 찌라시로 해당 보석회사가 루아모스라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돌아다녔지만, 이누야샤는 아직 수면 아래에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바쁜 스케줄에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되자 그럼 집에서 만나자며 거의 동거하다 싶은 때였다. 야근하고 들어온 이누야샤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

“죽었니?”

“듀금.”

이누야샤의 대인기피증은 거의 다 나았다고 했다. 사람이 많은 곳도 곧잘 가게 되었다.

“안 돼. 씻고 자.”

“으윽…. 씻고 올게.”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넥타이를 푸는 모습이 퍽 섹시했다.

‘키스 정돈 해줄 걸 그랬나.’

화장실 앞에 널부러진 이누야샤의 정장을 정리해준 셋쇼마루가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열애 사실을 인정하면서 늘어난 악플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이 돈 때문에 남자를 사귀기엔 자존심이 너무 세다는 것은 팬들이 더 잘 알았지만, 팬이 아닌 악플러들은 돈 때문에 몸을 팔았네 어쩌네,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도 마구 해댔으니까. 다 고소를 해버려? 나도 돈 많거든!

“피휴.”

“….어?”

뒤에서 요상한 한숨소리가 들렸다. 돌아보기도 전에 손에서 빠져나가는 핸드폰. 버릇처럼 앞머리의 물기를 손으로 털어낸 이누야샤는 침대 위로 슥 핸드폰을, 뒤로, 던졌다.

“그런 거 보지 말라니까.”

정신건강에 나쁜 걸 뭐하러 보지? 이누야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피곤한 눈을 짙게 감았다가 떴다. 셋쇼마루는 그런 애인을 올려다보곤 말 없이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이누야샤가 손을 들어 손 끝으로 셋쇼마루의 관자놀이부터 턱 까지 쓸고 내려갔다. 그대로 턱을 잡아 살짝 밀어 올렸다. 고개가 들렸다. 애인의 모습이 다시 눈 안에 들어온다.

“죄책감 생기게 말이야.”

“이런 건 어디서 배워왔니?”

셋쇼마루의 말에 이누야샤가 픽 웃곤 손을 거뒀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짜내며 대답했다.

“셋쇼마루 한테서?”

말이 되는 소릴. 내가 언제? 셋쇼마루가 미간을 살짝 좁히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라이기로 이누야샤의 머리를 말려주며 하룻 동안의 이야기 보따리를 열었다.

“그 사람 만나고 왔어.”

“아. 괜찮을 것 같아?”

“악의는 없어 보이는데…. 대인기피증 이야기를 해주니까 너를 인터뷰 하고 싶다고 하더라. 드라마 제작에 꼭 필요한 사항인데, 신상정보 전부 비밀로 해 줄 테니까 한 번만 만나 달라고.”

“내 여자 챙길 시간도 없는데 인터뷰는 무슨.”

“그렇게 전할게.”

“…….아, 좀 생각해보고…….”

꼬리 내리기는. 셋쇼마루가 조용히 웃었다. 대인기피증이 없어지면서 밖에서도 본래 성격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다. 피곤할 때마다 캐릭터가 변하지만, 그는 여전히 애정이 넘쳤다. 그 전과 다른 것은 약간의 박력? 연애 기간이 쌓일 수록 조금씩 과감해지는 게 있었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가끔씩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싫지 않았다. 아까 같은 스킨쉽도 그렇고. 가끔이지만.

“누나는, 괜찮아?”

“나야 뭐. 어차피 우리 이야기란 거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우리 얘기란 거 시청자들은 모르는 거야?”

“밝히면 안 좋지 않을까.”

“난 밝혔으면 좋겠는데.”

“….왜?”

드라이기의 전원을 끄며 셋쇼마루가 물었다. 그러니까, 그 둘의 연애를 소재로 드라마 극본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 소년을 거부하는 소녀. 성인이 된 후의 재회. 소녀는 톱 모델로, 소년은 유명한 보석 회사의 사장으로. 셋쇼마루의 소속사와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작가였고, 오늘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왔다.

“기왕 하는 거, 엄청나게 달콤한 얘기로 써줬으면 좋겠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의외네.”

셋쇼마루의 말에 이누야샤가 웃으며 돌아 앉았다. 빙글-.

“그럼 적어도, 누나와 내 관계를 오해하는 사람들은 줄어들테니까.”

“…..넌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안 쓰기는…. 그래도 난 그런 거 싫어.”

이누야샤 답긴 했다. 셋쇼마루는 보송보송하게 마른 이누야샤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다 그 목을 끌어 당겨 안았다. 이누야샤의 러쉬아워가 빨리 끝났으면….

“데이트 하고 싶다.”

“나도. 누나는 어디 가고 싶어?”

“으음…. 집 안만 아니라면 어디든.”

“쇼핑이라도 갈까? 홍콩으로.”

“바쁘신 사장님께서 어딜.”

주말에 백화점이나 가자. 미안해, 곧 끝날 거야. 이번 일 끝나면 정말로 가자. 여행 가기로 했잖아.

“응-.”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셋쇼마루가 생각했다. 하지만 하자고 하면 반드시 해야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잠깐 이누야샤를 근심거리에서 떨어뜨려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일상에는 자극이 필요한 법이지.

“이누야샤.”

“응.”

“나 사랑��?”

그 한마디에 눈이 마주쳤다. 부드럽게. 다정하게.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그저 설렐 것 같은 한마디. 다정한 눈빛의 그가 당연하단 얼굴로 속삭이듯 건넸다.

“사랑해.”

그 한마디가 평이한 일상의 최고의 자극으로 다가온다면, 더 바랄 것도 없지 않을까. 그냥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지금처럼만.

주말에 잠깐 나온 쇼핑. 보통 남자들은 지루해하기 마련이지만 이누야샤는 악세사리를 디자인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패션에도 의외로 관심이 많았다. 잡지 같은 것도 곧잘 봤다.

“나 여기 가고 싶은데.”

“에.”

루아모스 매장. 이누야샤는 간판을 슬쩍 올려다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여기 말고, 사무실이 있는 본점에 더 상품이 많은데.”

“그래도. 일반 매장 디스플레이도 한번 보시죠, 사장님.”

“흐음….”

글쎄, 그런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이누야샤는 셋쇼마루와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직원들의 인사. 으음, 하고 매장을 둘러본 이누야샤가 셋쇼마루를 따라 진열대 앞으로 걸었다. 갑자기 신제품 출시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렸다. 주말에도 일이라니. 직업병이 틀림없다. 그래서 중앙 보석이 다이아몬드냐 오팔이냐….

“사장님.”

“…….”

“사장님?”

“아, 네?”

멍하게 있던 이누야샤가 고개를 들었다. 말끔하게 유니폼을 차려 입은 점원이 공손하게 상자를 열어 내밀었다.

“아내 분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셨는데요.”

“아….네…….”

이누야샤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재회의 선물, 자신이 셋쇼마루에게 줬던 꽃의 보석이었다. 회사에서 생산하지 않는 색깔. 이걸 어디서 구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

“네?”

“아내 분, 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아내…? 아네?….아내…?”

뭘 잘못 알았나 싶어 셋쇼마루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늘 그렇듯이, 멍한 이누야샤의 얼굴이 최고로 재밌다는 듯 셋쇼마루가 진열장 앞에 기대어 키득대고 있었다. 또각 거리는 구두소리와 함께 핸드백을 손에 든 그녀가 다가왔다. 평소와 같았다. 자연스럽게 목에 팔을 감았다.

“너처럼 로맨틱한 말은 못해.”

“으흥…?”

“결혼하자며.”

“그랬…지.”

“결혼하자.”

이누야샤 입장에선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누야샤의 사업이 지금 엄청나게, 최고로 바쁜 시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언제라도 좋다며?”

바쁜 시기에 결혼하잔 말 들으니 어때? 그래도 좋다고 할 수 ��어? 셋쇼마루는 다시 그를 놀리고 있었다. 아아, 누난 나 골려먹는 거 너무 좋아해. 이누야샤는 비식 웃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기야?

“그래서 결혼 날짜는? 바로 내일 하잔 건 아니겠지.”

“그것도 괜찮네.”

“……네?”

“내일은 동사무소부터 가자.”

“……저기, 이런 말 좀 그런데….”

혹시 임신…. 으아ㅏㅏㅏ댜리ㅏ!!!!

“무슨 그런.”

“아니…. 너무 서두르니까….”

이누야샤는 셋쇼마루에게 얻어맞은 복부를 움켜쥐고 말했다. 물론, 결혼 ��리 하려면 혼전임신이 최고긴 하지만. 셋쇼마루가 생각했다. 그것보다는.

“네가 너무 옆에 없으니까 이상해.”

“……..”

“붙잡고 싶어서.”

아…. 아…. 제 잘못이네요. 그럼요. 해 드려야죠. 내일 당장 죽어도 해드려야죠…. 갑시다 혼인신고하러….

이누야샤의 말에 셋쇼마루가 웃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나만 봐줄 걸 알고 있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네 마음은 영원해줄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어.

“결혼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아 씨 깜짝이야 이런;”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미로쿠가 이누야샤에게 꽃다발을 들이 밀었다. 연애하는 걸 비서한테 들키다니!

“어휴, 사장님 바쁘셔서 일 하셔야한다니까 그러니까 꼭 해야 하는 거라고 사모님이 어찌나 우기시던지. 저만 중간에서 죽어 났습니다.”

“아…. 어. 흐.”

쟤가 도와줌? 이누야샤가 말 없이 미로쿠를 가리키자 셋쇼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목걸이 어디서 구할 수가 있어야지.”

셋쇼마루에게 준 것은 시판 되는 색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같은 색으로 만드려면 따로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내일 혼인신고 하러 가신다구요.”

“그런데.”

“눈꼴 시려워서 회의 스케줄 못 빼드리겠는데요.”

“닥쳐. 점심시간에 만나자 누나. 한시부터….”

“아…. 이런.”

셋쇼마루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서 또 스케줄 문제로 옥신각신 싸웠지만, 어쨌든 이누야샤가 이기리라.

사실은, 내일이 안되면, 모레도 괜찮아. 모레가 안 되면, 글피도 괜찮아. 고열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다이아몬드는 깨지지 않아. 너는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그냥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줄 것 같은 사람. 괜찮아. 조금 변해도. 같이 변해가면 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사이에서 셋쇼마루는 이누야샤를 불렀다.

“미로쿠씨가 분위기 다 망쳤어.”

“네? 제가 뭘요. 전 그냥 축하를 해드리려고 주말인데도 이렇게 나왔는데요.”

“아직 이누야샤한테서 사랑한단 말 못 들었는데요.”

셋쇼마루가 새침하게 말했다. Aㅏ. 두 남자가 잠깐 굳었다. 아, 음. 아아.

“사랑해요”

남자와 여자의, 두 개의 목소리가 겹쳤다. 엑, 당황한 이누야샤에게 살짝 뽀뽀를 하자 정말로 쑥쓰러워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아ㅏㅏㅏㅏㅏㅏ 또 당했어……….

“미로쿠씨.”

“네?”

“내 남자 귀엽죠.”

이게 매력이예요. 아, 예. 미로쿠는 질린다는 얼굴이었지만 셋쇼마루는 개의치 않았다. 그야, 이누야샤가 이렇게 귀여운 걸.

“행복하자.”

“느…. 느ㅔ….”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나두요.”

나도, 누나만 있으면 돼요.

———————————————————–외전

보석 공예 관련 잡지가 책상 위에 늘어져 있었다. 반짝이며 빛나는 노트북 화면엔 보석회사의 신제품 홍보 CF가 돌아가고 있었고, 그 앞에 앉은 여자는 뚫어져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회사 사장이 저 모델 씹덕후야. 그게 아니고선 그녀의 매력을 저렇게 잘 표현할 수 없어. 분명해. 덕후다! 덕후가 나타났다!

CF 동영상이 끝나자 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인터넷 창을 닫았다. 보석 잡지를 뒤지고 또 뒤졌다. 해당 여모델과, 그녀의 남편이 진행한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보석에 대한 탐구. 하지만 그 것 보다는….

［별명이요? 스토커?］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온 나라가 주목하고 있었다. 실화 치고는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연애담. 그런 남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부터 의심되는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실화라면.

“실화라 더 골 때린단 말야….”

여자는 자리에 그대로 늘어졌다. 깨진 다이아몬드 흔적 없이 붙이는 법. 깨다흔. 중학생의 고등학생 누나 스토킹부터 시작해서, 모델의 연예계 이야기도, 보석 회사의 마케팅 이야기도, 대인기피증 환자의 극복기도 실려있는 있는 한 시리즈의 드라마. 절찬리의 방영중이랍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끝낼거냐는거지. 배우분들 미안해요, 실시간으로 드라마 찍게해서.

그들은 그렇게 결혼을 했고, 아니, 혼인신고를 했고, 루아모스의 신제품이 나왔으며, 식을 올렸고, 한 달 동안 신혼여행을 즐기다 얼마 전에 돌아왔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루할 만큼 달달한 이야기 밖에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단 거지. 기승전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사건 사고인데, 쟤들은 그냥 키스를 몇 초 더 오래 했느냐가 기승전결이 될 것만 같은….

“아…. 여보세….”

［작가님!!!! 마지막편 완성 됐어요? 마ㅏㅏㅏㅏㅏㅏㅏ지막편!!!!!!!!!!!!!!!오빠도 기다리던데!!!!!!!!］

“-헿, ”

［끊으면 안돼요!!!!!! 유키씨가 작가님 댁에 쳐들어가서라도 대본 받아오라고-.］

“해늘씨.”

［네?］

“사랑하는거 알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ㄴㄴㄴㄴㄴㄴㄴ］

뚝

미안. 원고가 다 안됐다. 작가는 핸드폰을 던지려다 채팅방을 확인했다.

씹덕터지는사장:

아직 아이 계획은 없습니다.

씹덕터지는모델:

남편이 애 보는데 질려서.

씹덕터지는사장:

아니 그건 아니고.

김작가:

신혼부부에게 애는 이르죠…. 암요…. 영원히 행복하세요 두 분….

연애 한 번 안 해본 작가는 죽어난답니다.

존나 사랑한단 말 말고는 쓸 거 없는 소설은 존나 처음이야 존나…….다른말좀 해봐요…….

저는 제목을 막짓습니다.

제목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지었는지 사실 모르겠는데

이 소설 원랜 새드였어. 깨지지 않고 사라질 예정이었어 (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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