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wanna be here? Send us removal request.
Text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씨네21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에 슈퍼히어로가 당신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나, 스타크?”
이 대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있어서 닉 퓨리의 이 말은 “빛이 있으라”와 같았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왔다.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불씨가 같은 코믹스 세계관 안에 있는 영웅들을 스크린 위로 호출하고,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투하는 거대한 여정 말이다. 특히 이 모든 여정이 특정한 비전을 공유하는 창작자 그룹의 의사에 따라 일관되게 조율되고 계획되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건 여태껏 없었다.
서로 다른 영화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건 특별한 흥분을 가져다준다. 90년대 관객은 <프레데터2>(1990) 후반부에 에일리언의 두개골이 등장하는 찰나의 컷을 가지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레디 크루거의 손톱 칼날과 제이슨 부히스의 도끼가 한 화면 안에서 격돌했을 때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마블 이후, 이제는 더이상 그런 게 새롭지 않다. 마블은 단지 세계관의 공유를 넘어 더 큰 것들을 시도하고 성공해왔다. <시빌 워>가 영화화될 것이라 이야기했던 건 예지력이 아니라 희망사항이었다. 자유와 안보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 라는 21세기 가장 첨예한 질문을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진영을 나누어 대립하는 코믹스의 <시빌 워> 이슈는,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앨런 무어의 <왓치맨> 이후 가장 뛰어난 그래픽노블이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시빌 워>를 근사하게 스크린 위에 옮겨놓았다. 그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축적되어왔던 인피니티 스톤(코믹스에서는 인피니티 잼) 이야기의 첫 번째 종착역이다. 타노스는 마침내 여섯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았고, 코믹스의 <인피니티 건틀렛> 이슈에서 그러했듯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우주의 절반을 소멸시켰다. 코믹스에서는 건틀렛을 빼앗아 타노스의 명령을 다시 되돌리는 것으로 우주의 절반을 다시 소생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영화에서 인피니티 건틀렛이 파손되는 걸 확인했다. 인피니티 스톤이야기의 두 번째 종착역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시기를 마무리하는 <어벤져스4>에서는 앤트맨의 양자 영역을 통한 시간 여행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엔딩 크레딧 영상을 통해 등장이 예고된 캡틴 마블의 참여를 통해 타노스 문제를 해결할 공산이 크다.
영화 속의 타노스는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사심과 야욕이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절반이 소멸되어야만 우주가 균형을 이루어 지속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그것을 이루는 것 이외에 그가 바라는 건 없다. 코믹스의 타노스는 연인인 데스를 향한 인정 욕구 때문에 살육을 감행하고 인피니티 건틀렛의 위력에 현혹되어 신 위의 신처럼 군림하려 들지만, 그조차도 건틀렛을 빼앗기고 난 이후에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느끼며 농부가 되어 농사를 짓는 걸로 그려진다.
영화 속 타노스는 마블 세계관에 존재하는 수많은 우주의 신적 존재들을 능가하는 최고 권력자가 되고자 하기보다 흡사 18세기 경제학자 맬서스에게 감화된 급진주의자처럼 보인다. 토머스 맬서스는 32살에 발표한 <인구론>을 통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파국은 예정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빈민의 인구 증가를 조절해야 하며, 결혼과 출산을 자제하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불평등 문제는 지배계층 탓이 아닌 필연이기 때문에 혁명이 아니라 빈민의 인구 증가를 조절해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맬서스의 생각은 빈민 구제나 복지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근간이 되었다.
타노스는 고향별 타이탄이 자원 고갈의 문제를 겪자 인구의 반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침묵했다. 타이탄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에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고 확신한 타노스는 우주의 절반을 없애 균형을 찾고자 한다. 타노스가 맬서스와 다른 점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는 데 있다.
여기서 다소간의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코믹스에서의 타노스는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연인 데스를 향한 인정 욕구 때문에 우주적 살육을 자행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의 타노스는 고향별 타이탄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고 우주 만물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우주의 절반을 없애려 한다.
그렇다면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한 건틀렛을 가지고 우주의 절반을 없애는 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완성체가 된 인피니티 건틀렛을 소유한 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새로운 우주를 만들 수도 소멸시킬 수도 있다. 차원을 없애거나 합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우주 만물의 규칙을 바꾸고 새로 쓸 수 있는 우주의 주권자가 된다. 한정된 자원으로 인한 인구 과잉이 문제라면, 이를테면 엔트로피 법칙을 역전시켜 거스를 수 있도록 우주의 규칙을 새로 쓰면 된다.
양보해서 엔트로피 법칙을 역전시키는 정도의 일을 벌이려면 인피니티 건틀렛으로는 안 되고 하트 오브 유니버스(마블 세계관에 존재하는 절대적 힘. 하트 오브 유니버스의 소유자는 마블 세계관에서 원 어보브 올을 제외한 최상위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리빙 트리뷰널이나 이터니티를 능가하게 된다)가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인피니티 건틀렛을 가지고 자원이 고갈될 때마다 자원을 만들거나 새로운 행성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시점에서 더이상 할 필요가 없는 고민때문에 굳이 우주의 절반을 없애는 걸 보면 타노스가 과연 지혜를 관장하는 소울 스톤을 제대로 장착한 게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의 인피니티 건틀렛이 오직 우주의 절반을 없애는 특정한 명령만을 수행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앞선 의문은 해소된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애초 인피니티 스톤을 만든 마블의 우주적 존재들- 인피니티, 이터니티, 엔트로피, 데스가 왜 그런 괴상한 명령만을 수행하는 조합을 만들어냈을지에 관한 의문이 생긴다.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전개상의 작지만 깊은 틈으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내년에 공개될 <어벤져스4>를 기점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현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만 치중되어 있는 코스믹 유니버스 분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타노스와 인피니티 건틀렛 이슈까지 등장했으니 그보다 더 강한 적을 상정하려면 다른 경우의 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등장이 예고된 아담 워록이 등판할 것이고 인피니티, 이터니티, 엔트로피, 데스, 리빙 트리뷰널까지는 아니더라도 갈락투스나 실버 서퍼 정도는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된 상황을 고려하면 타노스 이슈를 마친 향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메인 이벤트는 <어벤져스 대 엑스맨>으로 이어지면서 피닉스 포스를 다루는 게 가장 타당해 보인다. <시빌 워>가 그랬듯이 영화적으로 펼쳐내기에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폭스의 <엑스맨>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오려면 퀵 실버나 스칼렛 위치 등 몇 가지 설정 충돌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10년의 기다림과 상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년이 그랬듯이, 마블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허지웅
127 notes
·
View notes
Text
힘을 잃지 마세요!
미투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피해자분들이 죽을힘을 다해 성폭력을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상 연대하겠습니다. 피해자분들 힘을 잃지 마세요.
121 notes
·
View notes
Text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을 샀습니다. 첫 장 ‘ 나와 창작-1917년7월 ‘ 부터 너무 좋아요.
23 notes
·
View notes
Photo
아 요즘 긴장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잘 되가고있는것 같아서 기분 좋다 날도 시원하고 빨리 겨울왔으면. 아 우에노쥬리 이쁘다
29 notes
·
View notes
Text
프랑스 수능문제(BAC)
우리의 식탁 위에서 오가는 대화의 주제가 예원과 이태임 중에 누가 더 잘못했고 누가 진짜로 마녀사냥의 피해자인가가 아니라(물론 이것도 굉장히 흥미롭지만)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라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1장 인간(Human) 질문1-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질문2-꿈은 필요한가? 질문3-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질문4-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질문5-관용의 정신에도 비관용이 내포되어 있는가? 질문6-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질문7-행복은 단지 한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인가? 질문8-타인을 존경한다는 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질문9-죽음은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재 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질문10-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질문11-행복은 인간에게 도달 불가능한 것인가?
2장 인문학(Humanities) 질문1-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있는 것만이 담기는가? 질문2-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질문3-철학자는 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질문4-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질문5-역사학자가 기억력에만 의존해도 좋은가? 질문6-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질문7-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질문8-재화만이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질문9-인문학은 인간을 예견 가능한 존재로 파악하는가? 질문10-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3장 예술(Arts) 질문1-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질문2-예술없이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가? 질문3-예술 작품의 복제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 질문4-예술 작품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가? 질문5-예술이 인간과 현실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4장 과학(Sciences) 질문1-생물학적 지식은 일체의 유기체를 기계로만 여기기를 요구하는가? 질문2=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질문3-계산, 그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질문4-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 질문5-오류는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질문6-이론의 가치는 실제적 효용가치에 따라 가늠되는가? 질문7-과학의 용도는 어디에 있는가? 질문8-현실이 수학적 법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는가? 질문9-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질문10-지식은 종교적인 것이든 비종교적인 것이든 일체의 믿음을 배제하는가? 질문11-자연을 모델로 삼는 것이 어느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가?
5장 정치와 권리(Politics&Rights) 질문1-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질문2-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3-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인 행동일 수 있을까? 질문4-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질문5-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질문6-노동은 욕구 충족의 수단에 불구한가? 질문7- 정의의 요구와 자유의 요구는 구별될 수 있는가? 질문8-노동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는가? 질문9-자유를 두려워해야 하나? 질문10-유토피아는 한낱 꿈일 뿐인가? 질문11-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질문12-어디에서 정신의 자유를 알아차릴 수 있나? 질문13-권력 남용은 불가피한 것인가? 질문14-다름은 곧 불평등을 의미하는 것인가? 질문15-노동은 종속적일 따름인가? 질문16-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 있나?
6장 윤리(Ethics) 질문1-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반드시 자신의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뜻하는가? 질문2-우리는 좋다고 하는 것만을 바라는가? 질문3-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질문4-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하는가? 질문5-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에도 가치가 존재하는가? 질문6-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를 말해 주는가? 질문7-우리는 정념을 찬양할 수 있는가? 질문8-종교적 믿음을 가지는 것은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질문9-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질문10-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질문11-진리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 진리 대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좇아도 좋은가?
우리나라 수능에 이런 문제가 구술로 출제되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다. 하루에 하나씩 답해보는 연습을 한다면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유익할 것같다는 생각.
https://mirror.enha.kr/wiki/%EC%9D%B8%EB%AC%B8%ED%95%99
2K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