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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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여름휴가
조용히 지나가는 올해의 여름.
어느 때엔 엉덩이 붙일 겨를 없이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다.
좋다는 곳은 가보고 ��있는 것 먹어보고 그런거.
SNS에 휴가 사진을 올리며 신나던 때도 먼 얘기 같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게 없어지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올해의 여름.
나는 지독한 우울속으로 던져지길 선택했다.
뜨겁고 지글거리는 여름 속에서 딱 내가 가진 자유만큼 그렇게 조용히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숨막히고 뻣뻣한 여름의 어떤 날들을 말이다.
부디 탈 없이 지나가길, 나는 좀 더 어른스럽게 지낸 거였길.
-Ram
*여름휴가
이번 여행에선 산에 가고 싶어서 등산화를 챙겼고, 이른 새벽에 러닝하려고 러닝화를 챙겼다. 그리고 평소에 마구 걷고 싶어서 슬리퍼나 샌들 대신 운동화를 챙겼다. 구마모토 도착 첫 날, 산 입구에서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에 올랐다. 활화산이라서 까맣게 변한 요상한 흙을 계속 밟을까 싶었는데 내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날까지 왔던 기록적인 폭우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작고 큰 돌들이 길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어서 다시 한번 내 발목을 지켜주는 등산화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리고 과음으로 인해 다음날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버려서 러닝은 못할까 싶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는 날 새벽에 눈이 번쩍 떠져서 주섬주섬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한적한 골목길을 뛰어다녔고, 도로 중간에 트램이 다니는 철로를 지나 공원 근처에 돌길도 뛰었다. 딱히 뛸 곳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 저 멀리에서 뛰어오는 또 다른 러너를 보고 로컬 사람들도 이 곳을 뛰긴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는 순간 그 러너가 반갑게 '오하요-'라며 인사를 했다. 나 역시 '오하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자 힘이 더 나서 신나게 뛰었다. 뛰다가 어떤 공원 근처 주변을 돌았는데 눈 앞에 엄청난 수와 꽤나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이 나타났다. 돌계단 꼭대기가 궁금해서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노부부가 '오하요 고자이마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줬다. 왠지 모를 휴머니즘을 마구 느끼며 나도 반갑게 인사했고, 거의 다 뛰었을 무렵 골목길에서 어떤 산책 중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멀리서부터 보셨다며 '각꼬이데스'라고 말해���셔서 또 기분이 좋았고 신이 났다. 한국 가는 날이라서 조금 더 잠을 잘까 싶은 마음이 1초는 있었는데 역시 가져온 러닝화는 신어줘야 하고, 새벽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아침 에너지를 오늘 저녁까지 가져왔다. 좋은 에너지는 날 더욱 건강하게 해준다. 다음 여행때도 러닝화를 꼭 챙겨야지. 그리고 산이 있다면 등산화도!
-Hee
*여름휴가
1. 수영을 취미로 하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물놀이에 대한 갈망이 상시 해소된다는 점이다. 여름 하면 늘 시원한 계곡과 바닷가를 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던 예전과는 조금 다른 휴가를 계획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달까. 올해는 평창, 태백같이 비교적 시원하고 조용한 지역에서 유유자적 책을 읽고 달리기를 하고 음식을 해 먹으며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마음껏 낭비하는 시골 휴가를 내심 계획하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또다시 바닷가를 가게 됐다. 암 튜브로 물 공포증을 조금씩 극복해 내고 있는 지영이 또다시 물놀이로 하루를 가득 채우는 촉촉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모양이다. 휴가 지역도 먹을 음식도 할 일도 모두 임산부 말이 아무튼 우선인지라 소박했던 계획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2. 한 주 한 주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둘이서 보낼 수 있는 조용하고 평범한 주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독하리만치 집구석을 사랑하는 지영을 밖으로 나돌게 한다. 초여름 발리 여행부터 강릉, 오사카에 이어 속초로, 벌써 네 번째 휴가를 다녀왔다. 한두 번 갈까 말까 했던 지난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기세다. 아마도 고작 네 번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무자비한 물놀이, 식 폭행, 몸 무거운 임산부 케어, 짐싸기와 운전, 여행 후 뒷정리까지 모두 내 몫이지만 매 주말이 여행이었던 장거리 연애 때 생각이 나서 괜히 울컥했다. 그리고 뱃속의 아이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적어도 내게는 전부 다 선물같이 느껴져서 두 번째 울컥했다. 아이에게 선물받은 여름휴가라니, 더 계획적이고 열정적으로 움직일 필요를 느낀다.
-Ho
*여름휴가
나의 여름휴가는 남들보다 빨랐다. 이제 막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 연화도라는 섬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사실 혼자 여행가는 건 익숙했다. 남들과 여행하는 것도 물론 재밌었지만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진가는 나에게 있어 누군가와 가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었기에 혼자가 좋았다.
배편을 처음 끊고 긴장된 채, 연화도행 배를 탔다. 날씨도 흐리고 바람도 찬 게 들어가 있을 법도 한데 갑판에 계속 서있었다. 바람을 피해 들어가는 것조차 그 시간이 아까워 나와있었다. 내가 도착한 연화도는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사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 작은 마을이 외딴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작은 학교 하나와 조용했던 절, 40분 정도 걸어야 나오는 출렁다리가 전부였다. 여느 관광지보단 좋아보이는 게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가고싶다.
출렁다리를 못찾아 헤메느라 지나가는 분께 어디있는지 여쭤봤었는데 이 질문이 익숙한 듯 웃으며 저기로 가라고 알려주던 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 다리가 붓겠다 싶을만큼 하도 걸어서 걸쳤던 남방을 벗고 반팔반바지로 다니니 걱정하듯 안춥냐 묻는 할머니 두 분.
그냥.. 그런 소박한 기억이 그 곳의 인상이 된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달까. 화려하고 멋진 곳도 좋지만 가끔은 처음보는 사람한테도 보이는 따뜻함, 정 그런 것들이 더 생각나니까. 별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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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두기"
*모아두기
나는 적당한, 아니 어쩌면 꽤 저장강박 비슷한 게 있다.
뭔가 떨어지기 전에 꼭 미리 쟁여두고 싶다.
뭐랄까 나는 그냥 아쉬운게 싫었다.
작게는 돈부터 물건이며 기계며 이런 저런 것들이 아쉬워지기 싫었다.
그래서 자꾸 모아두려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다.
좋으면 좀 나누기도 하고 더 모으기도 하고 그런게 내 마음의 안정인가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도 물건도 모아두려는 생각이 자꾸만 커진다.
무소유는 꿈도 못 꾸는, 야금야금 모아두려는 나만의 욕망.
여전히 모순 가득한 나.
-Ram
*모아두기
별 이유 없이 모든게 곱게 보이지 않아 괴로운 날,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날, 자꾸만 스스로 작아지는 날, 손톱의 거스러미 마냥 작은 것들이 괴롭히는 날들을 대비해야 한다. 무방비하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음악들, 나의 장점을 응원해 주는 소리들, 삶의 의욕을 높여주는 순간들, 멀쩡하게 살아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씨들, 별것도 아닌 바보 같은 것들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같이 웃고 있는 사람들, 일상적인 것을 하고 있지만 특별함을 불어넣어주던 공간들,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향기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적지가 어디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던 거리들, 눈뜨자마자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을 뛰어나오던 아침들, 꽁꽁 묶어있던 마음을 몽글해지게 만드는 글들을 모아두자.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무너지지 않게 만들고, 나다움을 빚어주는 것들을 모아두자. 그게 인생을 살면서 큰 보물이 되겠지.
-Hee
*모아두기
1. 한때는 책을 열심히 모았었다. 당장 읽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책들도 있었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알라딘에 팔아치우는 일만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책들. 몇 번이나 이사를 하면서도 끝내 처분하지 못하고 같이 옮겨 다닌 나의 동반자들.
또 캠핑 장비도 열심히 모았었다. 누군가에게는 유행이 한참 전에 지나간 고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익숙하고 정이 들 만큼 든 보물들이다. 장비에 연연하지 않게 될수록 캠핑이든 백패킹이든 자연을 즐기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 긴 시간 나와 함께 해준 나만의 클래식들.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져서 쌓이는 물건들에 질려버릴 때쯤 주기적으로 미니멀리즘 병이 도졌었고, 그간 버리고 또 버렸는데도 여전히 남아있는 물건들은 이제 평생 함께하게 될 것만 같았다. 육아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점점 쌓여가는 육아용품에 돌아버릴 것만 같은 나날이다. 눈을 뜨고 집구석 어딜 둘러봐도 스트레스가 즉각적으로 쌓인다. 별수 없이 여태 모아둔 물건들을 또 어떻게든 버리고 공간을 마련할 궁리만 하게 된다. 그게 무엇이든 모아두는 일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는 미련한 일이라고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2.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제 책과 캠핑용품까지 정리하고 나면 나만의 물건이라고 할 게 정말이지 거의 없어질 텐데, 그 사실에 작은 쾌감이 든다. 정리와 청소, 버리기 따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지영의 물건은 여전히 집 안 구석구석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고 차고 넘치도록 많긴 하지만 말이다.
-Ho
*모아두기
나는 별 걸 모으는 데 취미는 없다. 다만, 엽서나 카드들을 한 데 모아둔다.
쇼핑몰에서 산 옷과 함께 동봉된 카드들, 여행가서 샀던 엽서, 일러스트 페어에서 데려온 일러스트 등
짜잘짜잘 모아놓으며 분위기에 맞는 짝을 찾아주다보면 내 방 곳곳에 각기 다른 분위기가 생긴다.
어쩌면 색깔별로, 가끔은 풍경별로 그렇게 정리하면서 나의 취향도 알고 때때론 영감을 주기도 한다.
작게나마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정의시키곤 한다.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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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찜통 더위
여름에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 기름에 아프게 데이신 아빠,
그런데 엄만 힘들지 않대요 그런데 아빤 아프지 않대요.
일곱살에 유치원 숙제로 낸 동시였는데 집에 지금도 걸려있다.
웃기지 정말, 2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우리집은.
딱 그만큼 뜨겁게 더운 여름.
힘들게 일하는 엄마도 아빠도 얄궂은 여름 찜통 더위를 맞설 기력 없이
너나없이 견디고 지낼 뿐이다.
부쩍 마른 부모님이 여름마다 안타까운 것은 딸보다 인간으로서 그런 마음이 들 수 밖에.
고단함을 알기에 기분이 소란스러워진다.
여전히 당신들은 괜찮고 힘들지 않다고 날 걱정하는 모양이
20년 전 즈음과 닮아있어 마음이 요란하게 뜨겁다.
그저 소중한 내사람들. 더위에 녹아내리지 않는 덧없이 따스한 사랑들.
-Ram
*찜통더위
1.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사실 안 물어도) 언제나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낮이 길기 때문이고,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유롭게 밤 시간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낮이 길면 하루를 더 길게, 하루 중 무언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분이라 뿌듯하고, 춥지 않은 여름밤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싶다. 점점 한국의 여름이 더워지고 있는데 오히려 동남아에서 살다 온 나는 그때의 기분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반갑고, 여러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기억과 추억을 쌓은 결과 더위가 좋아졌다. 밖에서 5분 이상만 걸어도 습도가 높아 온몸이 땀으로 젖은 도시에 있어도, 밤엔 언제 여름이냐는 듯 금새 시원해지는 도시에 있어도, 30도가 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가죽 부츠를 신는 패션을 고수하는 여성이 있는 도시에 있어도 늘 좋았다. 여름이 오는 것이 늘 기다려졌고, 여름이 가는 것이 늘 아쉽다. 얼마 남지 않은 올 여름도 후회없이 보내야지.
2. 나의 아이스크림 취향이 매년 변하고 있다. 어느 여름엔 '와'를 그렇게 먹더니, 어느 여름엔 '옥동자' 또는 '쿠앤크'를 그렇게 쌓아두고 먹었다. 또 어느 여름엔 '와일드바디'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먹더니, 올여름엔 '고드름'같이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땡긴다. 내년 여름엔 뭘 먹고 있을까.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찜통더위
이렇게 무더워질 때면 행복이 가깝게 느껴진다. 선풍기를 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볼 때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게 느껴진다.
원래 몸이 힘들어질수록 사소한 게 행복해지니까.
밖은 덥다 못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하다. 민소매로도 더위를 이기기엔 부족하고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일 뿐. 그제서야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쉽사리 그리워진다.
아무렇지 않던 선선한 바람, 창가에 부딪히던 빗방울, 입 안을 얼리는 냉면 한 그릇 그런 것들.
그러다가도 뜨겁던 여름이 한 풀 꺾이고 하나의 계절이 바뀌고 나면 그땐 다시 여름이 상기한다. 습하고 더웠던 기억보다도 시끄러울만큼 우렁차던 매미소리와 햇빛이 눈부시던 바닷가가 곧 잘 기억나곤 한다.
미화된건지.. 사람은 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나보다.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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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중고
스마트폰이 성행하기 전, 내가 교복을 입을 땐 PMP라는게 유행이었다.
인강을 들으려면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넣어두면 와이파이 없이도 볼 수 있었다.
코원,아이리버 등등 유행도 있었는데 마침 갖고싶던 하얀 아이리버 Pmp가 중고나라에 싸게 올라왔었다.
신나서 구매입금까지 끝내고 나니 판매자가 바로 잠수를 타버렸지 뭐야.
나름 몇십만원 고가의 사기는 내게 컸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작은 금액이라길래
전활 받지 않는 사기꾼에게 음성메세지로 민사,형사고소를 하겠노라 떠들며 기다렸다. (법과 사회를 배우던 화난 고3의 엄포였다.)
그러다 입금계좌 주인이 안산의 어느 중학생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무사히 돈은 돌려받았고 다시는 기계를 중고로 사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요즈음 나는 아직도 종종 사람을 믿고 중고로 뭔가를 산다.
이를테면 장식장 같은 것들을.
중고 가구를 걸러낼 만큼의 안목은 없지만 종종 깨끗한 장식장을 보면 괜스레 욕심이 나곤 해서일까.
늘 그때의 사기꾼 생각이 나다가도 눈 딱 감고 사람을 믿어버리게 된다.
아직까진 더이상의 사기꾼은 없었지만 종종 그날을 회상하며 지금의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한다.
웃기는 세상, 웃기는 나.
-Ram
*중고
1. 길을 가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 간판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 본다. 교보문고는 어딜 가나 매대에 있는 책이 비슷비슷한 느낌인데 알라딘은 매장마다 들어오는 책들이 다르므로 이 매장에는 어떤 책들이 진열되어 있을지,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열기도 전에 설렌다. 심지어 책을 고를 땐 책 앞표지를 먼저 넘겨본다. 그곳에 누군가의 편지, 메모 등이 쓰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알라딘에서 사 온 책 앞표지 바로 뒷장에는 어떤 이가 누군가를 위해 작가의 친필 사인까지 받아 마음을 전한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책이 원래 주인의 손을 떠나 머쓱하게도 내 손에 들려있었다. 책 주인은 책이 자신을 위한 선물인 걸 알고도 중고 매장에 팔았을까, 아니면 실수로 다른 책에 끼어들어갔을까, 아니면 아예 선물 받은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괜히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2. 남에게 마음을 강요할 순 없지만 진심을 담은 내 마음이 상대의 마음과 생각에서 쉽사리 놓아지는 건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냥 물이 흐르는 대로 그런 인연들을 나 역시 놓아주면 좋으련만. 자꾸 미련이 남고, 마음이 가는 건 아직 어쩔 수 없나 봐.
-Hee
*중고
당근마켓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를 위해 짧은 시간 잠시 쓰이고는 더 사용할 일이 없는 육아용품들은 당근마켓을 돌고 또 돈다. 그 순간을 잘 포착해서 상태가 좋은 물건들을 사들이는 게 요즘의 숙제가 됐다. 중고로 사서 잠시 쓰다가 다시 중고로 팔면 좋은 아이템들. 기저귀 갈이대, 타이니 모빌, 신생아용 침대 등 이미 꽤나 사들였는데도 앞으로 더 사야 할 품목들이 다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 많이 남았다. 아마도 일부는 별 수 없이 새 걸 사겠지만 이것들 역시 어느 순간에는 당근마켓에 중고로 흘러들어갈 예정일 테다. 어쩐지 공동육아를 한다는 느낌도 든다. 중고시장의 순기능을 또 하나 알아가는 순간이다.
-Ho
*중고
중고. 사람 손을 탄, 손의 때가 탄 중고.
사실 난 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월이 담겨있든, 추억이 담겨있든 어쨌든 중고니까. 그러다 내 시간이 깃든 중고를 팔았을 때 괜시리 뿌듯해졌고 갖고싶던 단종된 만화책을 중고로 사봤을 때 새것인냥 좋았다.
중요한 건 내 손에 무엇보다도 갖고싶던 것을 쥐었다는 것��니까. 중고란 게 그런 것 같다. 팔거나 사면서 해소 혹은 희열을 느낄 수 있단 것.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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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생선구이
이따금 나이를 먹고 종종 먹고픈 게 생선구이다. 갈치 고등어구이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엄마 아빠의 사랑의 결정체였다. 튀는 기름, 냄새 번거로운 음식물 쓰레기 등등 전부 다 귀찮은 것들이었다.
그걸 오로지 날 위해 차려주는 사랑.
나는 그게 한없이 이어질 줄 알았다.
언제부터인가 생선을 구워먹을지 말지 고민 끝에 포기하는 나,
고향에 겨우 가서야 맘껏 먹는 나,
그런 어리광투성이의 덜 자란 나,
그런게 생선구이의 매력이겠지.
가시까지 발라주는 엄마의 사랑 같은 것
제일 좋아하는 고등어구이, 그런게 요즘들어 퍽 먹고싶더라.
-Ram
*생선구이
삼치구이를 처음 먹었던 곳을 떠올려본다. 2009년인가 2010년 즈음, 홍대의 허름한 백반집이었다. 당시 생선구이라면 집에서 엄마가 구워줬던 조기나 고등어, 그리고 횟집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꽁치 정도였는데 일행이 삼치구이가 맛집이라며 데리고 간 곳이다. 생선구이를 먹는데 와사비와 간장을 내어준 가게는 처음이어서 엄청 인상이 깊었다. 생선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지도 않은 하얀 도화지 상태였던 나는 커다란 삼치 한 덩어리를 집어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었다. 살이 두툼한 것이 이제까지 먹었던 조기들은 따라올 수 없는 식감이었다. '아, 이런 맛을 맛있다고 하는 맛이구나.' 나는 열심히 삼치구이를 탐구하며 먹었다. 돌이켜보면 그 삼치구이는 그 뒤 먹었던 수많은 생선구이와 비교해 봤을 때 약간은 빈약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삼치구이의 첫 경험을 한 곳이라 그런지 생선구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혹시 몰라 검색해 보니 향미가 아직도 있구나.
-Hee
*생선구이
고등어, 갈치, 조기 등 생선 뼈를 잘 발라 내어주면 생선은 회로만 먹고 구이 같은 것은 굳이 찾아서 먹지 않는 지영도 맛있게 먹는다. 그럴 때면 사랑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린다. 꽃다발이나 신변잡기를 줄줄 늘여 쓴 편지, 정성 들여 끓인 미역국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사랑을 생선구이를 통해 찾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엄마가 수저 위에 생선을 발라서 자꾸만 올려주었던 어린 시절의 식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일상 속에 녹아든 사랑은 조금 희미해져서 잘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인데 한 번 떠올리기만 하면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만큼 집요하게, 뜨겁게 느껴진다.
-Ho
*생선구이
어릴 적, 생선구이를 먹다 목에 걸린 적 있다. 그러다 생선 가시가 내 목에 걸렸고 몇 분이 지났나. 가로로 곧게 뻗은 가시가 내 목구멍을 꾹꾹 눌러와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 다음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게 생선구이가 싫어졌었다.
해가 지나도 생선을 먹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한 번 먹게 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엄마가 갓 해준 노릇노릇한 생선구이는 생각보다 더 따뜻했고 생각보다 더 보드라웠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 딱 그 느낌이었다. 간장에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달큰하기까지. 생선구이를 지금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갓구운 따끈한 생선이면 내 입맛을 만족시키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달라지나보다. 입맛도, 취향도. 어릴 적에는 그렇게나 먹기 싫던 생선구이가 좋아지는 것처럼. 10년 뒤엔 얼마나 바뀔까. 얼마나 관심없던 걸 좋아하게 될지, 얼마나 즐겨하던 걸 안하게 될지 문득 궁금하다.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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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표현
그 어떤 사랑의 표현도 직설적인 것이 아니면 와닿지 않던 때가 있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해야 내가 채워지는 줄 알아서,
매일 아침 먹을 걸 챙겨주고, 잠든 사이 옷을 다려주고, 시간에 맞추어 나를 데리러 오는 그런 대단한 것들은 사랑인 줄 몰랐다.
애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멋대로 별로라고 치부해버렸다.
사랑은 늘 주고 싶은 사람의 마음대로 날아온다.
반찬을 챙겨준다거나 여행을 가자고 꼬신다거나 그런거.
그땐 진짜 몰랐지, 그런 사소하지만 큰 것들이 나를 사랑한 당신의 무한한 표현이었음을,
몰랐지 나는.
그래도 이제야 나도 잔뜩 표현할 준비가 되었는데 멋없게 사느라 나는 또 그걸 미루고 앉아있다.
부족한 나, 그리고 가여운 당신.
-Ram
*표현
표현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꼭 필요한 행위다. 가족에게는 존중의 표현을, 연인에게는 사랑의 표현을, 친구에게는 관심의 표현을, 직장 동료에겐 배려의 표현을, 상대방과 운동할 때는 흥미의 표현을, 낯선 이에겐 호의의 표현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요즘은 ‘싫다’는 의미의 표현을 얼마나 세련되게 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다. ‘싫다’는 의미의 표현을 무심코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에 뼈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닌데 상대방이 그렇게 느낀다면 꽤 억울할 수도 있을텐데, 본인이 마이너스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는 것이 ‘솔직함’과 ‘쿨함’, 혹은 ’나이가 많아서, 또는 어려서’라는 이유들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괜찮은 말들이 많다. 더 둥그스름한 말들이 많다. 굳이 안해도 될 말들은 더 많다. 지나가는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Hee
*표현
표현도 결국엔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대로 해줘야만 좋아한다. 억압된 내 감정을 그저 표출한다고 좋아질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차라리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만 표현한다. 묵혀둔 속마음을 써내고, 몇 날 며칠의 감정을 다시 꺼내서 해소시킨다. 나를 좀 더 잘 알자고 시작한 일인데도 어째선지 점점 나 자신을 모르게 되어가고 있으나 안정감을 되찾고 중심을 잡기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고 느낀다. 그 외에는, 그러니까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표현은 일찌감치 포기했달까. 이래도 되나 싶지만서도 이렇게 해도 괜찮게끔 삶을 꾸려가는 중이다. 놀랍게도 나 혼자만의 아집을 위해 주변에서도 도와준다는 게 신비롭다.
-Ho
*표현
어쩔 땐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참 부러웠다. 저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나는 말을 뱉다가도 눈치를 보곤 하니까. 그러다, 또 어쩔 땐 말을 아끼는 사람이 부러웠다. 말의 무게란 어떤 것보다도 무거울테니 아끼면 아낄수록 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간다.
나는 가만히 들어주는 것도, 센스있게 필요한 말만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가끔은 또 그런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이 완벽하면 무슨 재미일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생각과 행동이 다르기에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걸텐데. 그래서 때론 표현을 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표현을 아끼는 사람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는거니까.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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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600번째 주제부터 NOVA님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
*부적
무속신앙 같은 걸 잘 믿나요? 네. 그런편이죠.
나는 지금도 종종 혹은 꽤 자주 사주팔자를 본다던가 점을 보곤 한다.
뭐랄까, 종교가 없어서 마음 기댈곳이 필요하다고 하면 적당한 핑계가 되려나.
맹신하진 않지만 꽤 의지하는 편 인것 같다.
나쁜 점괘도 좋은 점괘도 걸러듣는 편이면서도 마음이 쓰이는 걸 어쩌겠나.
예전에 취준생 때 엄마랑 사주를 보러 갔는데 거기서 취업해결은 아니고 운의 ���운을 높여주는 부적 같은걸 받았었다.
그 해에 취업이 되진 않았지만 다음 해에 되었다. (사실 그 해에 인턴은 두번이나 했지만)
그게 얼마나 큰 영향인지는 알 수없지만 그냥 살아가는 데에 내 영향이 아닌 것에 핑계를 두고 싶을 때가 오거들랑 찾고 싶어진다.
얼마 전 그 부적을 이젠 안쓰는 지갑에서 보게되어서 기분이 묘했거든,
내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는 모르지만 사주팔자가 좀 알려주면 어떠나,
나는 고난을 이겨낼 힘이 없는걸, 부적이라도 붙들고 핑계대고 싶은 어느 30대의 나날.
-Ram
*부적
1. 정우가 새 직장에 취업을 하고 한 달이 되었으려나. 무심코 지갑을 열었는데 못 보던 종이가 보였다. 꺼내보니 '내 첫 번째 명함은 우리 연희꺼지. 우리우리 연희 제일 좋아하지'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둔 본인의 명함이 들어있었다. 이런 깜찍한 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 그 자체가 너무 기뻐서 정우가 준 그 명함은 처음 발견한 고대로 늘 내 지갑에 모셔두고 있다. 하지만 미니백을 즐겨 쓰기 때문에 카드지갑만 들고 다니므로 결국 명함이 들어있는 지갑은 지금 방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다. 언젠가 다시 원래 지갑을 들고 다니는 날이 오겠지.
2. 어릴 적부터 나는 약간 이런 마음이 있었다. 무언가에 대한 강박이나 혹은 믿음, 피할 수 없는 루틴 같은 걸 만들어두면 훗날 그 무언가가 나를 실망시키거나,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 느끼는 허탈함과 혹은 더 나아가 자책까지 느낄까 봐 뭔가를 만들어두고 거기에 의지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마음을 더 많이 열어두고 많은 것들에 대해 유동적으로 생각하고, 유연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싫다'는 말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싫을 수 있지만 말의 힘이 무섭기 때문에 그게 싫다고 입을 내뱉어서 내 의견을 고착해버리면 나중에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시켜 버릴 수 있으니까.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건 여전히 별로야.
-Hee
*부적
1. 특별히 지니고 다니는 부적 같은 건 없다. 몇 번인가 갖고 다니라며 부모님이 줬던, 절에서 써 온 부적들도 지금 다 어디있는지 모른다. 께름칙해서 버리진 않았다만 굳이 가까이 지닌 채 살아가는 건 더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닌가. 되도록이면 귀신, 재앙, 복과 같은 미신은 멀리하고 싶다. 영적인 것들 모두를 부정하진 않지만 적어도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사도 손 있는 날을 골라 했고, 집에 걸어두라던 달마도 액자, 액막이 명태 같은 것들은 정중히 거절했거나, 받은 뒤 바로 당근에 올렸다. 그런 것들에 기댔다가 갑자기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무서워져서 멀쩡히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2. 최근에 늘 몸에 지닌 채 갖고 다니게 됐던 게 하나 있는데, 자동차 키에 달아 둔 (자동차 키보다 열 배 정도는 더 긴)뱀 인형이다. 도대체 어울리지 않게 왜 그런 걸 갖고 다니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뱃속에 있는 아이가 뱀띠라 아내가 뱀 인형을 사서 달아줬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며 넘어간다. 부적같이 나를 지켜달라고 달아둔 건 아니고 자주 보며 아이를 떠올리고 생각하라는 것인데, 이런 이유라니 납득이 되어버려서 계속 들고 다녔더랬다. 실제로 귀엽기도 했고..
-Ho
*부적
처음엔 글쎄, 믿지 않았다. 미신따위 믿어서 뭐하나. 어차피 다 허황된 거짓말. 될 일은 될 것이고 안될 일은 뭘해도 안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푸라기 같더라. 사람이 간절해지면 뭐라도 잡고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절박함이 극한에 다다르면 낭떠러지 끝에 메달려 잡초인지 지푸라기인지 뭐라도 잡아보겠다고 허둥대는. 너무 절실해서, 그것밖에 잡을 게 없어서 간신히 잡아본다. 잡은 순간 마음은 편했다. 떨어지진 않았구나. 순간은 안도했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니 투둑. 내가 잡은 것이 힘없는 풀쪼가리인 걸 깨달았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더이상 의지할 데가 사라졌으니. 차디찬 바다에서 못헤어나오겠지. 이렇게 죽는구나. 떨어지고나서야 밑을 봤다. 떨어진 곳이 차디찬 바다인지 갈대밭인지 몰랐다. 정신차렸을 때 난 갈대밭 위였고 죽지 않았다.
이게 아니면 안돼, 이게 아니면 세상이 끝날거야. 라고 느낄 때 부적을 찾게 된다.
부적은 기댈 곳이 아무것도 없을 때 간절해야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일지 모른다. 사람마다 부적은 다를 것이다. 사람이 될 수도, 공간이 될 수도, 물건이 될 수도 혹은 진짜 부적일 수도. 그 부적이 내 인생에 사라진다 해도 그 끝이 ���가 생각한 차디찬 바다가 아닌 갈대밭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끝은 내 마음 먹기에 달린 걸수도.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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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2년 전 5월부터 함께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인이 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더이상 함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한결같이 인이 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인이 님의 소중한 시간들을 더욱 응원합니다. 도란도란 프로젝트는 남은 멤버들과 함께 지금처럼 늘 조용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계속될 거예요.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저희와 함께 글을 쓰고 싶은 분을 모집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아래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
*김밥
나의 사랑 김밥.
나는 김밥이 좋다.
입 짧은 내가 간단히 먹기에 최적화 된 한 줄의 양과 그 안에 최소 5가지 이상의 재료가 다 들어가있는 이상적인 식사.
어릴 때엔 참치김밥을 제일 좋아했는데 이젠 아채김밥이 제일 좋다.
외국에서 살 때에도 김밥이 그리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 때의 맛이 좋은 것 같다. 단무지 씹히는 맛과 가끔 묵은지나 미나리, 새우튀김이나 스팸 등등 베리에이션이 넓어서.
이동하며 먹기좋고 엄마가 싸주는 햄 두개씩 들어있는 김밥도 너무 좋다.
나는 김밥 정말 좋아하나봐.
-Ram
*김밥
19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을 차례가 오는 밤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1층에 있는 고봉민 김밥을 가서 하루하루 김밥 종류를 바꿔가면서 김밥을 사 먹었다. 어떤 날엔 돈까스 김밥, 어떤 저녁엔 참치 김밥, 어떤 밤엔 치즈 김밥. 고봉민 김밥의 김밥은 늘 알이 크고 재료가 꽉 차서 두툼했기 때문에 주문할 때마다 밥을 적게 넣어달라는 말을 보탰다. 김밥을 사들고 올라와 나밖에 없는 조용한 곳에서 김밥을 우적우적 씹으면서 시답지 않은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며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시간을 보냈다. 월급 날만을 기다리고, 또 한 달을 채우고, 또 월급 날만을 기다리고. 그래도 내 생애 처음 웃고 인사하며 좋은 마무리를 잘 지은 때였다. 누가 원인이든 늘 도망치듯 마무리를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는데 나도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알아간 시기였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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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환생
최근에 본 드라마에서 천국과 지옥 그리고 환생을 다루고 있었다.
모든 인연이 단순히 좋은 끈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악연도 필연도 다 결국 이어진다는 것.
내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하고 이어져왔는지, 혹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들이 결국 나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자주 했는데, 지구 반대편의 내가 살고 있다던가 때론 어떤 동물로 일주일 살다 간다던가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그래서 전생도 환생도 지금의 나도 다음 생의 나도 존재함을 어렴풋이 믿게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라마에서도 결국 그랬거든.
모든 스치는 인연까지도 내 연이 닿은 결과라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상처가 되지 않게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대단하진 않아도 나쁜사람이 되진 말아야지.
이얍.
-Ram
*환생
1. 점심시간에 산책하는데 같이 산책하는 회사 동료가 물었다. "연희씨는 다음 생이 있다��� 생각해요?" 예전에 동일한 생각을 혼자 해본 적이 있던 나는 단숨에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전생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의 내가 죽으면 또 다른 자아를 가진 내가 태어날 것 같긴 해요. 과거에도 그랬을 거고. 근데 그 자아들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2. 수많은 단톡방 중 하나의 단톡방에서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연희씨는 해산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진짜 이러다가 다음 생에 물고기로 태어나겠어요."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전 물고기보다 차라리 범고래로 태어나고 싶어요."
3. 어디선가 그런 글을 봤다.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에도 존재하고, 내리는 비에도 존재하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이별을 맞이한 사람에게 꽤 괜찮은 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ee
*환생
49재는 아빠가 원체 불교에 진심이었던지라 당연히 하기로는 했지만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 장례 산업 전체에 대한 회의가 염불 외는 스님에게까지 옮겨붙어 뭐든 아니꼽게 느껴지고 죄다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님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크고 작은 대가를 요구했던 데다가 아빠를 위해 올린 노잣돈도 결국엔 스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또다시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어쨌거나 아빠의 무사 환생을 기원하는 자리 아니었던가. 지옥의 재판들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끝내 환생하길 바라며 정성스럽게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도 잔뜩 먹고 그렇게나 좋아했던 술도 마시고, 다음 생에서도 엄마를 만나 둘이서 그렇게나 노래를 불렀던 전국 차박 여행도 꼭 하시라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시라고.
-Ho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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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독후감
어릴땐 왜 꼭 독후감 숙제가 싫었는지, 숙제같은 독서가 싫어진 이유라고 핑계를 대본다.
사실 책을 읽기시작하면 너무나 즐거운데 뭔갈 해야한다면 하기 싫어지는게 인간의 본능 아니겠나.
그 때의 독후감은 또 너무나 아날로그라 빨간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얇은 종이를 싫어했다.
그때가 아니면 가로로 칸칸이 새겨질 글을 쓸 일이 없을 줄 몰랐지.
원고지가 얼마나 감성으로 글자수를 채워줬는지도 그땐 몰랐지.
책을 읽는다기보다 소비하게 된 순간이 아마 독후감을 안써도 되는 때 부터 같다.
독후감 대회를 준비했던 친구를 응원하며 미뤄둔 쌓인책을 곁눈질로 보는 주말 저녁.
잔뜩 소비할게 남았어도 나는 꼭 도망치고 싶어진다 독후감도 쓰지 않을거면서!
-Ram
*독후감
3주 전, 집 앞 교차로를 지나가는데 언뜻 한 플랜카드가 눈에 띄었다. 시에서 독후감 대회를 연다는 것! 한번 해볼까 싶다가 시간이 없겠지 싶어서 외면하고 잊었다. 며칠 뒤 정우가 카톡으로 '연희 한번 나가봐'라는 말과 함께 하나의 이미지를 보내왔다. 그것은 바로 내가 며칠 전 봤던 독후감 대회 플랜카드와 동일한 내용의 배너였다. 아, 이 독후감 대회는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집에 미리 빌려 놓은 책 3권 중 한 권을 골라잡았다. 가장 빨리 읽으려고 얇은 책을 골랐는데 내가 빌린 책 중 가장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몇 챕터 중 하나의 챕터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 내용으로 독후감을 쓰려고 생각한 뒤 독후감 내용을 어떤 식으로 쓸지 며칠을 메모하며 구상했다. 샤워하면서도 생각하고, 점심시간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고, 자기 전에도 고민했다. 당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스케줄이 꽉꽉 차 있어서 독후감 대회 마감하는 날이 되어서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들과 고민들을 모으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한글로 써야 하나, 워드로 써야 하나, 어떤 소프트웨어로 써야 하는지 순간 애매해져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고문을 다운 받은 뒤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한글이든, 워드든 상관없다는 말에 그럼 그냥 한글로 써야겠다 하면서 공고문 마지막 부분까지 읽었는데, 아뿔싸. 사서들의 선정도서들 중 한 권을 골라 독후감을 쓰라는 내용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물론 그 사서들의 선정도서 중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은 야속하게도 없었다. '아..' 시간이 만약 더 있었다면 그 책 중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린 후 독후감을 다시 썼을 텐데 이미 마지막 날이 아닌가..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쇼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거진 일주일을 고민하게 했고, 사서들의 선정 도서에 있길 간절하게 바라고 책은 '생각의 음조'였다. 이제 두 번째 챕터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남은 마지막 챕터를 읽어야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독후감
책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나는 최은영 작가를 좋아한다. 울고 싶은 날 일부러 읽을 만큼 슬픈책 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이제 방학이니까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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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박빙
언제였던가, 사주를 보면 자꾸 경쟁자가 있을 팔자라고 했다.
잘 되겠지만 꼭 아득바득 경쟁해야 하는 운명이라나. 나는 아직 정말 그런 일을 한다 (영업이니까)
그리고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가도 눈물나게 서럽기도 하다.
나는 왜 꼭 이런 경쟁속에 던져져서 지내야하나 싶어서 말이다.
얼마전까지 한끗 차이로 윗 등수와 박빙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매일밤 잠을 뒤척이고 아침에 실망하고 다시 이내 힘내고 이런 날의 반복이었다.
나는 그 경쟁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차라리 박빙이지 말지, 나는 왜 이런 길고 가느다란 경쟁의 희망 속에서 덜렁 입만 떠있는 기분을 느껴야 하나.
숨막히는 나날, 그리고 어느 때에 쏟아지며 해결되거나 망쳐버릴 때의 시원섭섭함.
그게 내 인생이 굴러가는 굴레라면 나는 80살쯤 까진 조금 어려워지려나보다. 안온한 81살을 기대하며.
-Ram
*박빙
엊그제 테니스를 쳤는데 1:5로 지고 있었다. 근데 그날따라 정말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아서 눈에 쌍심지 켜고 공이 노려보며 한 점 한 점 따라갔다. 신기하게도 한 세트, 두 세트 이기더니 결국 5:5로 아름답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테니스는 치면 칠수록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게임에 간절하지 않거나 그냥 마음 편히 치면 공도 마음 편히 홈런으로 날아간다. 근데 마음가짐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고 제대로 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하면 자세도 더 잘 잡히고 공도 잘 나간다. 치면 칠수록 너무 어려운 운동이야.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운동이다. 곧 있으면 롤랑 가로스 결승에 시너랑 알카라즈가 나온다! 너무 박빙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알카라즈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중이다. 알카라즈를 보면 뭔가 인간적인 면모가 많아서 이유 없이 정이 간다. 표정이 많고, 잘 웃어서 좋아. 테니스 실력은 뭐 두말하면 입 아프지.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박빙
박빙까지는 아니었지만,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씁쓸했다. 그래도 그걸로 되었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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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식빵
식빵 좋아.
호밀빵이 더 좋고, 결이 살아있는 페스츄리도 좋아.
그냥 떼먹어도 좋고, 구워도 좋고, 계란물을 잔뜩 넣어 구운 것도 좋아.
피자처럼 먹어도 ���스크로 먹어도 그냥 다 좋아.
아니, 어쩌면 식빵 정말 만능이었나봐!
그런게 좋아.
예측 가능하고 어디에나 자연스럽고 여기저기 어우러지는 그런게 좋아 나는.
식빵 좋은가봐 나.
-Ram
*식빵
일주일에 보통 5번 이상. 술을 많이 마시는 주엔 3번 정도.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생두를 사다가 직접 집에서 로스팅을 한 다음, 아침마다 그라인더로 갈아서 1년 반 넘게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마셔왔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드립백도 종종 애용한다. 신혼여행 때 우리가 볶은 커피를 코사무이에서 아침에 마시고 싶어서 가기 전, 드립백 키트를 산 뒤 집에서 열심히 드립백에 커피를 넣고 고데기로 실링했다. 그렇게 실링된 드립백 열 한 개(원래 열 두 개를 만들었는데 정우가 그새를 못참고 하나를 바로 마셔서 홀수다)를 가져가서 2개 빼고 다 마셨다. 드립백을 산 적은 있어도 직접 만든 적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집에 아직 드립백 키트가 남아서 핸드드립 필터 대신 우리는 드립백을 종이필터삼아 커피를 내린다. 커피만 마시기엔 배고픈 아침이 많다 보니 냉동실에서 소분해서 보관해 두었던 가염버터와 식빵 두 장을 꺼낸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굽는 다음 실온에 살짝 녹인 버터를 발라먹으면 행복한 아침이 시작된다. 이렇게 토스터기에 넣어서 구운 뒤 버터와 먹을 용으로 여러 식빵을 사봤지만 살짝 두툼한 탕종식빵이 가장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탕종식빵이 다 팔리고 없어서 조금 다른 식빵을 샀는데 바보같이 토스터기의 가로 길이를 생각하지 못해서 식빵을 반으로 잘라 넣어야 했다. 두 사람 용이니, 두 번 토스터기에 식빵을 구워야 했다. 젠장. 우리의 아침 시간은 1분 1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뒤론 식빵을 살 때 키가 큰 식빵은 피한다. 그렇게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커피를 마시며 아침마다 여러 주제로 수다를 떨다보면 출근을 위해 씻어야 하는 시간이 턱 밑으로 다가온다. 수다가 끊기고, 씻으러 가야하는 때가 늘 아쉽다.
-Hee
*식빵
아직까지도 주변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유명한 빵돌이긴 한데,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인정하기에는 꽤나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빵에 대한 취향이 너무나 편파적이라는 점과 건강에 생긴 다양한 이슈들 탓에 빵을 섭취하는 양 자체가 굉장히 적어졌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제는 더 이상 빵돌이가 아닌 셈인데, 그럼에도 빵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변함없이 견고하기 때문에 차마 빵돌이가 아니란 말은 할 수가 없겠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베이킹을 했던 경험이 오히려 취향의 폭을 대폭 좁혔다. 무지가 축복이라더니, 설탕과 버터가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가늠이 되는 빵들은 일단은 거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고도 밀가루를 먹고 난 뒤에 더부룩해질 속을 생각하면 빵의 양을 많이 가져갈 수 없는데, 그래서 도무지 사 먹을 수 없는 게 식빵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헤어진 전 여친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식빵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음식들이, 그 맛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단한 식빵을 두껍게 잘라 계란물에 밤새 불린 뒤 버터에 익혀 먹는 프렌치토스트가 특히 그립긴 한데, 역시 이왕 빵을 먹어야 한다면 식빵 보다는 지속 가능한 다른 빵을 선택하리…
-Ho
*식빵
동네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뭐가 그리 바쁜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이 2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빵집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바게트, 깜빠뉴 종류도 많았고 맛있는 빵이 많았지만, 옥수수 식빵을 고르고 포장했다. 명장님이 만든거라는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어제는 엄마 동네근처에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하는 빵집에서 우즈베키스탄 주식이라는 빵을 샀는데 엄청 컸다. 2500원주고 샀는데 거의 후라이팬만 했다. 남편이 먹어보고는 생각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세상이 유지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베이킹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여유로운 날이 오겠지.
주말은 너무 짧아. 주 4일제에 9-4근무시간으로 전세계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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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함"
*청량함
소박한 날들, 겨우내 얼었던 것들이 녹아내리면서 무릇 푸르른 것들이 고개를 내민다.
여름은 이글거리며 뜨겁게 땅을 달구는데도
그 여름의 청량함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여름을 기다릴지 손꼽기를 포기했다.
어느날은 따갑도록 뜨거웠다가 시리도록 심심했던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나는 여름을 그래도 버텨내겠지. 이렇게 푸르고 아리고 청량한 나의 여름을.
그리고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면서 말야.
-Ram
*청량함
요즘 나무에 초록 잎들이 무성하고, 여기저기 새빨간 장미들이 담벼락에서 빼꼼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눈이 즐겁고, 길을 걸을 때마다 시야에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들어와서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생각하는 것이지만, 또다시 새삼스럽게 '겨울보다는 여름이 최고지', '역시 여름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습도가 낮아 청량하고, 하늘은 파랗고,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는 날씨는 사랑이다. 겨울에는 진한 레드와인에 손이 갔는데, 여름에는 레드보다는 화이트를 찾게 되고, 이번에 코사무이에서 리즐링 와인에 눈을 뜨는 바람에 리즐링 와인에도 눈이 가고, 손이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와인 쇼핑을 했는데, 날씨 영향으로 샴페인까지 사게 됐다. 상자 가득 와인들을 담아오니 올여름 대비는 다 했다.
-Hee
*청량함
녹음이 짙어졌고 해도 충분히 길어졌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량함을 찾게 된다. 레몬을 사와 셔벗을 잔뜩 만들어두었고, 수박을 잘라 냉장고에 채워두었고, 가스파초를 만들어 며칠째 먹었고, 이마트 와인 장터에서 상큼한 쇼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를 사는 데에만 두 달 치 용돈을 모두 썼다. 지영은 누가 보면 임신은 내가 한 줄 알겠단다. 그러게, 입덧도 아닌데 왜 자꾸 시큼하고 시원한 게 생각날까.
사실 무더위는 아직까지 오지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철저히 청량함을 쌓아둔다면 다가올 여름도 무난히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작년 여름은 에어컨도 없이 버텨냈으니 말이다.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지금의 집과, 아침저녁마다 선선한 바람과, 잔뜩 저장된 청량함이라니, 자신감이 생긴다.
-Ho
*청량함
오늘 날씨가 매우 청량했다. 비가 온 뒤라 바람도 시원하고 산책길엔 장미가 잔뜩 피었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이고, 그게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눈앞에 해야할 일이 있을때 그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마음이 들때 산책을 간다.
남편이랑 걷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게되고,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껏 더위가 오기전에 이 청량함을 즐겨야겠다. 찹찹하고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이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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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풍경
덧대어 이어 붙여본 날들, 구름 가득한 날도 햇빛 쨍한 날도, 눈발 수북히 쌓인 날도
온전히 나의 것들이었다.
그 사이사이에서 나는 덧없이 웃거나 울거나 짜증내거나 놀라거나 다채롭게 굴었었다.
감정을 감출줄 몰라 넘어지던 순간에도 나의 날들은 어떻게든 이어졌다.
나라는 사람의 속내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그런 것들이 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돌아보면 예쁘고 아쉬운 것 투성이 같은 멋진 여행 풍경같이
나라는 사람이 그렇다.
어린 나는 반짝거렸던 것 같고, 지금의 나는 바람엔 흔들리지 않는데도 작은 물결에 바스러지고 만다.
내 품이 그런가보다.
나는 빛나고 부서지고 또 피워내고 잃고 그렇게 나는 이어붙여져 왔다.
-Ram
*풍경
좋아하는 풍경들이 늘어날 때 마치 곳간에 곡식이 가득해진 것처럼 마음이 풍족해진다. 이번 여행에서도 잊지 못할 풍경들을 마주했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랑 멋진 풍경이라며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보다 감상을 더 잘하는 그는 분명 내가 모르는 풍경들을 더 담았을 것이다. 나보다 아침에 더 먼저 일어나서 혼자 산책하는 중 나무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있는 릴라와디 사진을 보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며 잘근잘근 안주 삼을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Hee
*풍경
제주도를 무려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딱히 제주가 그립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제주도에 ���착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없었던 그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그간의 공백이 길었는데도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은 생기지 않았고, 관성처럼 렌터카를 빌려 김녕, 성산, 중문, 협재를 순서대로 돌았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이끌려 다녔고, 그래서 여전히 제주의 다른 무엇보다 풍경만을 눈에 가득 담아 왔다.
윤철 유리 커플이 제주에 집을 사서 숙박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 아마 여름 장마가 지나가면 다시 한번 제주도에 들릴 것 같다. 그래서 짧지만 아쉬움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게 됐달까. 나도 그들처럼 한 일 년이라도 제주에 살아볼까 싶다가도 1년에 한두 번 정도 이렇게 여행으로 오는 것이 딱 적절한 것 같다. 꼭 제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암만 반짝이는 좋은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꼭 무뎌지니 말이다. 풍경이 뭐 변하기야 하겠냐만.
-Ho
*풍경
토요일에 아빠 텃밭에서 여동생과 남편이랑 테이블을 펴놓고 맥주를 마셨다. 노을이 지는 순간이었고, 하늘이 참 예뻤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멈추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가듯이 소비되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은, 나무가 많은 초록색 뷰, 바다, 공원 같은 자연이 좋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 좋았던 여행지, 비행기 안에서 보는 창밖의 모습 같은 게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내 두 발로 건강하게 좋은 풍경을 많이 보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잘 관리하고 건강하게 지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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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비키니
어쩜 요망하기도 한 단어.
한국에서는 좀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더운 나라에가면 괜스레 입었던 것 같다.
남들 시선 중요한 나에게 내가 그렇게 썩 완벽한 몸은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나를 온전히 예뻐하질 못했다.
사랑받으려 지극히 애쓰는것 같아도 사실 곧잘 도망쳤다.
구태여 상대를 생채기 내고 후회하고 그런 날의 반복이다.
배가 나왔던, 팔뚝이 어떻던 간에 그런것보다 내가 입고싶은걸 입을 용기 같은게 조금 없달까.
비키니 그런거 입을 날이 또 오려나 나의 추악한 속내를 좋아할까 싶어, 그런 날이 올까나.
-Ram
*비키니
1. 하루 종일도 아닌 길어봤자 반나절 정도일까 싶은 결혼식 날이 가까워질수록 모든 신경이 그 날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뒤 3주라는 시간 동안의 여행보다 고 몇 시간의 중요성이 더 컸던 것이지. 사실 분하기도 했다. 고작 그 하루가, 그 몇 시간이 나를 이렇게 여러모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신경 쓰게 하는 것이. 심지어 내가 주인공이었던 날이기에 모든 것을 내 계획대로 해야 직성에 풀려서 1부터 100까지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디데이 전 날 자기 직전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내일 눈 뜨자마자 모든 것이 실전이고, 이제 내 손안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즐기자'라고.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서 하루 종일 웃고 울고 떠들며 최대치로 즐긴 나는 밤 10시가 되어도 배고픈 지 몰랐다. 10시가 넘어서야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디로 들어가는지, 내 배를 채우고 있는지 모를 만큼 묘한 각성 상태가 지속됐다. 다음날 아침, 못해도 두 달 전엔 잘랐어야 했지만 메이크업샵에서 더 이상 머리 길이가 짧아지면 안 된다는 말에 정말 꾹 참고 길어지게 두었던 머리를 자르러 미리 예약해둔 미용실에 갔다. 싹둑싹둑 속 시원하게 머리를 자른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되자 피로가 몰려왔다. 미리 싸둔 배낭을 어깨에 메고 공항으로 가서 전날의 결혼식과 끝났다는 후련함을 잘근잘근 곱씹으며 집에서 출발한 지 거의 18시간 만에 코사무이에 도착했다. 첫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입고 있었던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비키니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하얀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2. 사실 나는 도시여행을 더 좋아했다. 딱히 바다와 친하지도 않았다. 근데 바다가 있는 여행지 매력을 이제 깨달았다. 그저 하루 종일 비키니만 입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Hee
*비키니
이곳저곳 다녀봐도 비키니는 마른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게 확실한데 유독 그런 인식이 한국에는 있다. 그건 아마 평생을 살아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면서 병든 단면 같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뭐랄까 그 자그마한 천 쪼가리에 대해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고작 수영복일 뿐인데…
-Ho
*비키니
살면서 비키니를 입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언젠가는 입겠지?
뱃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키니를 못 입지 싶은데, 그럼 이번생에는 안될 것도 같다. 허허
여름이 다가온다. 또 얼마나 더울지 겁나지만, 워터파크 가서 신나게 놀생각을 하니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건강하고 재밌는 여름을 보내야지!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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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
*예감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그런
미묘한 생각이 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생각한 답의 끝이 늘
내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프던 날은 덧없이 나를 누르고
안 좋은 생각들로 나를 옭아매곤 했다
좋았던 날도 그저 좋지 못하고
이 기쁨이 언제라도 끝날거라는 걱정으로
나를 붙들었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나는
그렇게 대단한 예감을 하는 사람인 양,
전부 대비한 것처럼 떠들었지만
사실 나는 가장 비겁한 방법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왜, 그런 노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이 틀린 적이 없는 것처럼
잔뜩 슬플 준비를 하고선 말이다
바보같이
-Ram
*예감
"그렇게 우리 좋게 만나고 헤어졌잖아. 그리고 난 다음날 연락이 바로 올 줄 알았지. 근데 안 오는거야. 그래서 '음, 그렇구나'라고 (혼자 머쓱해하며) 그렇게 넘어갔는데 그다음 날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 그래서 난 좋았어."
"근데 나도 바로 다음날 연락이 올 줄 알았어. 근데 안 오더라고. 그래서 그다음 날 바로 연락해 봤지."
"아, 그랬어?"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서 걷고, 먹고, 그랬을 때도 뭔가 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계속 뭐가 있다면서 먼저 간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아,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생각했지."
"아, 그때 나 친구랑 스터디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 시간을 미룰 수 없어서) 제일 먼저 만나자마자 말했지. 맞아, 맞아. 아 그게 관심 없는 것처럼 보였어? 그랬구나."
"그래서 그 뒤에 내가 아예 숙소를 거기로 옮겼잖아. 왜 거기로 옮겼겠어."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예감
예감은 직관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내 직관을 믿는 편이다.
어떤 두가지 혹은 여러가지 중에서 뭔가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내가 뭘 한가지 선택하면, 그 나머지 옵션은 내가 놓치는 혹은 잃는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경험을 생각해보면, 결국엔 여러 옵션들이 다 섞여서 가장 좋은 결과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내 직관, 그리고 내 예감을 믿고 선택할 것이다.
직관의 데이터를 쌓아가고, 내 직관과 예감에 신뢰를 하는 과정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지나고 봤을 때, 그때 그러지 말껄 보다, "그때 그렇게 해볼껄, 주저하지말껄" 싶었던 후회가 더 많다.
너무 나를 몰아 부치지 않는 선에서, 내 영역과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용기 있고 재밌고 신나는 선택을 많이 하고싶다.
(근데 사실 예감이라는 주제를 보자마자 떠올린 건, 우리 엄마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인 예감이 떠올랐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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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도시락
예전엔 당연히 누군가 챙겨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종종 도시락이기엔 과하고 아침 주전부리를 챙겨서 출근하곤 한다.
뭐 빵이라던가 토마토 그런거.
대단하지 않아도 제법 부지런 떨어야 안까먹는다 어쩜 엄마는 나를 어떻게 안까먹고 키웠나 몰라.
나의 많은 추억들이 부모님의 부던한 노력이었음을.
내 도시락 첫기억은 첫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였다. 피크닉에 간다고 김밥을 싸던 요란쟁이는 부쩍 자라서 김밥은 사먹는게 좋다는 답을 알게 된다.
그래도 본가에 가면 왜그리 엄마김밥이 먹고싶은지, 엉성하게 싼 그 밥이 좋거든.
아침도 점심도 아닌 진짜 브런치의 순간에 즐기는 집에서 까먹는 엄마도시락.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누가 날 챙겨줬으면 하는 먹먹한 날이다.
-Ram
*도시락
가산에 있는 회사에 다닐 때 한동안 열심히 도시락 메뉴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원래는 회사 지하 식당에서 밥을 사 먹거나, 아니면 밖에 있는 식당에서 따로 사 먹거나 늘 둘 중 하난데 몇 년을 다니니 밥은 밥대로 다 질려서 친한 회사 동료들끼리 도시락을 싸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우리들은 더운 여름날 열심히 밥을 싸오고, 전날 집에서 반찬을 해오고, 도시락 메뉴 중 넘버원인 도시락 김까지 챙겨서 각자의 도시락 가방에 챙겨왔다. 11시 반, 점심시간이 되면 다 같이 회사 복도 끝 테라스로 쪼르르 몰려가서 스탠딩 파티를 벌였다. 테라스에는 의자가 몇 개 없어서 그냥 서서 먹기도 했고, 의자에 살짝 걸터 앉아 먹기도 했다. 우리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던지 깔깔대며 웃기 바빴고, 밥을 먹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그냥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때가.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친구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도시락
집에서 나와서 살면 제일 그리운건 아무래도 엄마 음식이다. 일주일간 엄마집에서 지냈는데, 엄마는 매끼니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 엄마의 수고에 미안하면서도, 맛있는걸 많이 먹어서 좋았다.
매끼니 밥을 차려주는거도 모자라서 엄마는 공부하다가 먹으라고 도시락도 싸준다. 넘치고 넘치는 엄마의 사랑.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이 정말 맞다.
날씨가 좋아지면 피크닉이 생각난다. 더 더워지기전에 남편이랑 도시락 싸서(사서?) 피크닉 한번 가야지.
-인이 (Hee 결혼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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