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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스러운 것은 자꾸만 반복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의지는 바람 앞에 촛불이다. 어두컴컴한데. 켜야만하는데. 자꾸만 꺼지고 자 자꾸만 반복된다. 이따금 그게 너무나 치욕스럽다. 도려낸 부분보다 나는 분명히 크고. 그것은 일부고 나는 전체인데. 그걸 아는 것과 그걸 깨닫는 것 사이에는 낙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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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셨던 편지들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본가에 올 때마다 열어보는 것 같네요. 이렇게 열심히 보관하는 이유는 보다 명확하고도 객관적으로 내가 받은 관심과 사랑을 정렬하기 위해서겠죠? 저도 답장을 잘 써드리고싶었는데 아쉽게도 글재주가 없네요. 말로 하면 그래도 그럴듯한 말을 할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13회기의 상담이 끝난 뒤에 내담자는 저에게서 뭘 얻었을까요. 이전의 너와 그 이전의 네가 말했던 것처럼 저는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았을까요. 되짚어보면 크게 틀린 말은 없었습니다. 해주고 싶은 건 많았는데 실제론 그러지 못하다는걸 저도 알았으니까요 그 괴리와 감정의 낙차가 저에게도 컸음을 부디 이해해주십쇼. 스스로를 긁어대는 것도 이제 지쳤습니다. 저는 낙관적인 사람이면서 지독한 현실주의자입니다. 얼마 전에는 당신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 말이 필요하다는 걸 정말 나는 알았는데 말이죠. 못해줘서 미안합니다. 앎에 따라오는 불안에 엉겨붙은 저주가 있습니다. 참 참 참.. 우리는 나중에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전 입체적인 제가 너무 싫네요. 어쨌건 월요일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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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게도 영원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괴로워했다. 현재의 관계가 영원할거라 생각했기에 인간관계에 목 맬 수밖에 없었다. 연인관계도 피차 다를 게 없다. 영원을 바라봤기에 내 부족한 부분은 자격지심으로, 상대의 부족한 부분은 봐서는 안될 판도라 정도로 취급했다. 질 나쁜 취미 같지만 영원하다면 그럴 수 있다. 우유부단한 선택은 선택의 결과가 영원히 혹은 아득히 내 삶을 바꿀 거라 걱정한 까닭이다. 그나마 정신과 전문의와 같은 전문가 집단과 가까이한 덕에 묘수를 빨리 배울 수 있고 그 편은 참으로 다행이다. 영원히 살거라 생각하니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 후배들의 말하는 학벌이니 토익이니 공무원이니 하는 것도 세상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영원할거라는 저주서린 가정이 깔려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살고봐야지. 그 말도 맞다.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삶은 지독하게도 짧다. 영원할거라 생각한 자기도 매일 밤마다 죽고 아침마다 새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주님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저도 내일도 잊지말고 부디 깨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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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분석하고 분류하고 분석하고 분류하고. 약물치료의 효과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기도 한다. 자유의지를 가진 행동입니까. 이해는 가지만 납득이 안됩니다. 신호등 빨간불에서 멈추고 파란불에 움직이고 적절한 자극에는 신체적 반응이 뒤따르고 침을 흘리고 고개를 돌리고 부리로 접시를 긁고 타석에서 배트로 땅을 두번 치고 다시 침을 흘리고. 도파민이니 노르에피네프린이니 편도체가 잘린 원숭이와 뱀은 어떻고. 자해라는게 해소용도입니까. 신체적 자극으로 사고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해방감을 느끼는건 도피적 행각일까요. 주도적인 결과일까요. 당신이 통속의 뇌라면 구태여 대안이 있다면 그렇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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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슬픔에는 동정조차 달라붙지 않습니다. 이번 생에서 나를 익사시키는 것은 크나큰 상실이나 비애와 같은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의 접시에 빗물이 고이고 나는 그곳에 얼굴이 처박혀 죽는 것입니다. 삶의 애환과 불편감이 늘 거창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그것들이 늘 내면의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아 사람이 익사할 만큼의 물은 손 한 뼘만 있어도 충분하구나.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권준호 선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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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찾기 힘들다. 특히 여름날 주말의 카페는 연인들이 가득하므로 자리잡기조차 쉽지 않다(방목하던 가축들이 병충해를 피해 좁은 우리에 아득바득 모여있는 모습, 또는 과학적으로 진보된 두더지들의 사회를 보는 기분이 든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카페는 타르트를 파는 카페인데, 내부에는 잔잔한 재즈가 흐른다. 분위기도 적당하고 사람의 수도 적당하다. 나라는 사람을 타깃하고 만들었다면 성공. 커피도 맛있고, 타르트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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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이유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살았던 까닭일까요. 마음 한 켠에 꽁꽁 숨겨놨던 생각들이 이제는 채무를 독촉하는 일수꾼이 되어 새벽마다 감정의 문을 똑똑하고 두들깁니다. 이제는 답을 주셔야지요. 하는 근엄한 목소리와 함께 말이죠. 그럴 때마다 저는 죄송합니다. 오늘은 답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며 찾아온 생각들을 애써 반려하고 있습니다. 긴긴밤 중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는 것이, 마냥 설레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창호지 문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바라보기엔 부푼 마음이 너무 큰 것만 같습니다. 입맛이 쓰네요. 오늘은 부디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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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어떤 부분에선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런 때가 오게 되면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진 마십시오. 이 지경이 되기까지 나는 무얼 한건지. 나는 왜 이리도 못난 사람인건지. 미적지근한 의심과 비난의 씨앗들이 우리의 내부에서 싹트게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그것들이 자꾸 자라 담쟁이덩굴처럼 우리의 소망사항이나 당신의 밝았던 부분까지 뒤덮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방관하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삶이란 어떤 부분에선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어쭙잖은 충고를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산다는 게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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