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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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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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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생활 - 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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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가 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책상 뒤에서 리코더를 꺼내어 홀로 불곤 했다. 아무도 없는 방이라도 악기를 연주하면, 나에게서 출발한 소리와 함께 있게 된다는 걸 알게 된 시기였다. 그렇게 기타를 배우고, 곡을 만들면서 조금씩 나만 아는 내가 되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가사를 적고, 거기에 잘 붙는 멜로디를 만들어 밤마다 홀로 불렀다. 나에게서 흘러나온 것들이 내 방에 그대로 깔려 있던, 사실은 아직은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모르던 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리코더 소리가 찾아온다. 선생님의 리코더 연주 같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쉬워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온기는 가만히 있는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 내 글의 모양은 평범한 누군가의 마음처럼 아주 흔했으면 좋겠다. 잠깐씩 피어났다 사라지는 그 쉬운 마음을 분명히 다잡아 표현해낸다면, 어쩌면 선생님의 리코더 소리처럼 찰나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서 작은 나아짐을 겪고, 당신의 자리로 달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마음을 더듬어서 오늘의 마음을 괜히 기록해보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은 혼자가 되면 리코더를 부는 어른이었다. 나는 혼자가 되면 오늘에 대해 어떻게든 적어보는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적기 어렵다면 그 마음과 가장 비슷한 노래 하나라도 꼭 찾아 트는 어른. 방금의 기분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내일은 더 되어있기를 바라면서 자꾸만 내 안을 들여다본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읽고는 "하여튼 우리나라 대표 선수야. 일기 따위의 글을 쓰는걸로는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오빠와 나, 우리 둘만의 리코더 대표 선수가 있던 것처럼 몇 사람에게는 가능하지 않을까. 사소하지만 흔한 것부터 가까이 들여다 보고 쓰는 일은 근사한 한 곡의 리코더 연주와도 같다. 지금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뒤늦게 떠올려봤을 때에도 분명히 그려지는 장면을 갖게 된다. 그렇게 몇개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연한 척 찾아온다.
여전히 동그란 판에 음악을 넣으며 자신의 자국을 기록하는 음악가가 이 책 안에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직업을 여전히 그리워할 수 있다.
세 명 이상의 공통된 취향이 어른을 기른다. 인간으로 자라나면서 이런 장면은 언제까지나 필요하다. 혼자서 좋아하던 것들을 몇 명과 나눌 때면 분명히 환해진다. 나는 혼자만으로도 신이 나고 지루함 없이 노는 편이지만, 그것들을 속에만 깊고 깊게 담아둔 채로 지내다가 좋아하는 이들과 나눌 때면 새로운 숨이 쉬어지고, 그제서야 전에 없던 표정을 짓는다. 사람은 그렇게 환해지기도 한다.
어느 날,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문제로 동거인과 싸울 때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다. 나는 이 소설을, 이 사람의 더 깊은 페이지를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까.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번뜩하고 날카로운 대답이 나에게서 출발해 나에게로 도착했다. 나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 그것이 오늘의 싸움보다도 중요하다고.
표지에는 흐린 내 그림이 강한 자세로 서 있다.
어느덧 지금의 내가 된 나는, 들끓게 된 이상 무엇이든 끓어오르게 만들기로 했다. 어쩌면 책이 가져다 준 가장 반짝이는 축복이다. 이 온도로 끓어오른 게 고작 라면 따위여도, 하나의 요리가 아닌 단지 시금치를 데칠 정도여도, 끓어오를 때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끓어오르게 되었다. 어느 날의 나는 라면 한 그릇만으로도 풍족하고, 빈 여백에 시금치가 더해져서 완성이 된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을 종이 위에서 말하고 싶어졌고, 모든 버려질 이야기들을 전부 읽는 무언가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더욱이 읽고 싶다. 하야시 후미코가 차분히 필사적으로 써낸,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들처럼.
안에서 스스로 피워낼 수 없던 언어를 만난다는 건 내 생활 속에 새로운 언어가 쌓이는 일. 그것들은 어떻게든 내 안에 머물다가 나를 통과해 세상 밖으로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이는 독서 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호흡법이기도 하다.
이제는 지금을 인정하면서, 저버린 일상을 따갑게 아쉬워하지 않으면서 실용서 표지만큼의 좋은 기운을 받을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바쁘지만 바쁜 줄 모르는, 일이 많지만 많은지 잘 느껴지지 않는 서점인의 기쁨은, 어쩌면 지속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작은 안정감 속에서 조용히 깃들지 않을까.
양보는 한 발짝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라, 모르는 방향으로 세상이 넓어지는 일이었다. 나의 주장을 굽히면서 나아가는 시는, 아랫줄로 향할수록 오히려 마음에 드는 시가 되었다.
"전진하자. 그리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 나는 "전진하자"라는 문장에 동그라미를 그려 테두리에 가두었다. 단어 하나를 정하고 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아가는 일이다. 기억과 단어가 만나 글이 되게 해야 한다. 아무리 돌아보며 써야 하는 글이더라도 앞을 향��며 써야 한다. '앞'에는 미래의 나와 아직 글을 읽지 않은 독자와 나도 모르게 도래할 시간들이 있다. 쓰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앞'의 것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쓰면서 찾게 되는 내가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쓰면서 오늘을 겨우 살아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 않았던 생각, 했으면 좋았을 말, 이제야 정리되는 기억, 지난날 무지했다는 인정, 그리고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찾았다. 내가 나의 말을 들을 때면 내 눈은 몸 안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를 하는 나의 온몸이 풍경처럼 다 보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어떤 나와 멀어지면 이로운지를 알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나열한 글만큼, 간신히 느낀 행복을 고백하듯 써내려간 글 또한 용기 있는 글이다. 어떤 행복은 선명한 괴로움이 지난 다음에야 간신히 놓이기도 하니까. 행복을 말하고 있는 글쓴이가 어디에 서 있는지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행복에 대한 감상이, 그렇게 모인 글들이 우선 소중하다. 소중해서 떠올리면 언제나 눈에 그렁그렁한 기운이 감돈다. 이 기쁨이 어떻게 자리했는지, 어떤 덩어리들 다음에 놓여 있는지를 나만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고 싶은 말에 맞는 단어를 골라 오늘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은, 비로소 오늘을 만든다.
언어는 내가 항해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 모든 언어로 나는 심연에서 조금 멀리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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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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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 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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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8 완벽한 삶이란 없듯이 완벽한 책이란 없으며 그렇기에 닫힌 삶/책이란 없고 우리는 늘 다음 삶/책을 지나쳐갈 뿐이다. 내일의 삶/책, 그 다음의 삶/책, 다가오는 삶/책들을 그때그때 파도 타듯 넘어서면서. 예기치 않은 바닷물을 기꺼이 꿀꺽꿀꺽 마시면서. 누구의 삶에서나 남은 시간은 늘 줄어들고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삶/책을 받아들이며 열린 세계의 자녀로 남아야만 한다. 마음의 경계를 새롭게, 새롭게 그리는 과정의 한중간으로서.
p. 80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곤 했다던 계미현의 할머니 이야기나 친구의 집에서 푹 끓인 사골국을 선사받아 기운을 차렸다는 김혼비의 글을 보며 충만해지고 또한 위축된다. 무언가 놓치고 있어. 나는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늘 모르는 뭔가가 저기에 있다는 느낌, 손에 닿지 않는 따뜻함이 손끝에 걸릴 듯 부유하고 있다느 느낌, 내가 그것을 잡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바라지도 못하고 속지도 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 어딘가 결여되어 있고, 나사가 하나 부족하고, 결정적인 부분이 비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뒤늦게 삶을 겨우 알아가는 이의 밤은 매일같이 서늘하다.
P. 82 여기서의 삶은 과정으로서의 삶, 매일의 시간, 바로 그것이다. 어딘가 깃발을 꽂아놓고 그리를 향해 달려가느라 도달하는 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것을 삶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삶은 바로 여기에 있고 그 다음 몇초 간에도 있으며 바로 내일에도 있기 때문이다. 삶은 모든 때에 있으므로 매 시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나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삶, 내가 아닌 부분을 줄여나가고 나인 부분을 늘려나가는 삶,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삶을 살기를. 그럴 수만 있다면.
P. 86 이제는 땅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우리 언니.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는 언니. 나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 언니가 보내준 옥수수를 김이 나도록 쪄서 먹는 맛은 안다. 그게 내가 가까스로 가늠할 수 있는 삶의 지혜. 삶의 생동. 삶의 기운.
p. 91 영원처럼 반복되던 긴 시간을 버텨서 이런 날이 오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알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도 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이 왔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매일 아침 꼭꼭 씹어 먹은 요거트와 그래놀라가, 조용한 집에서 오랜 시간 쪄낸 찰옥수수가, 밤을 기다리며 천천히 우려낸 차가 나의 세포를 바꿔았다. 멀쩡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던 시간들은 이제 가벼운 추억의 소재가 된다.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던 노력들은 이제 기워낸 자국조차 흐려지고 있다. 이를 갈며 악에 받쳐 살던 사람은 이제 조용히 잠들어도 좋다. 나의 세포는 수천 억번이고 교체되고 있고 영원히 고여 있을 것만 같던 시간도 기운을 내며 흐른다.
p. 92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밥을 챙겨 먹고 커피를 몸에 부어서 운 좋게 터널을 빠져나왔다. 어쨌든 살아내는 모든 사람은 결국 살아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p. 92 서른 살의 쓴 "고백"이라는 글에 나는 이렇게 썼다. "이제는 삶을 끌어안고 분투하느라 보낸 이십 대를 홀가본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려 합니다. 이십 대가 자신의 소임을 다 한 덕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을테지요. 침대맡에도 주머니 속에도 달라붙어 있겠지요. 끈질기게 저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이란 없고 언제나 예전의 삶을 계속 이어갈 뿐'이므로 '무엇이든 무마할 시간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됩니다.' 계속 무마해보겠습니다." 무마의 약속은 곧 도전의 약속이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실패하는 사람에게만 무마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와 무마의 순환 속에서 항해는 이어진다.
p. 251 나는 지금 당장 멈출 수도 있디만 계속 뛸 수도 있다. 심장이 뛰고 숨이 차서 돌아버릴 것 같을 때 오로지 나만이 느리게 뛸지 걸을지 멈출지 결정할 수 있다.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 역시. 매번 나를 새롭게 알아가고 동네의 풍경을 알아간다. 내가 나를 들고 뛰기. 왠지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
p. 254 매일의 목표는 그날의 커피를 마시는 것. 그럴 수 있게 살아 있는 것이다.
p. 258 나는 여전히 엉망이지만, 조금 행복한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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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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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 - 김미리
p. 10 나는 이삿날 큰 짐을 어디에 놓을지 결정할 수 있고 또 해야하만 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때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붕 아래 공간, 오래된 물건만이 아니라 그 물건을 돌보는 사람, 흐르는 세월까지가 집이라는 걸.
p. 15 이제 나는 엎드려 우는 대신 고양이를 끌어안고 창가에 선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연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확실히 해둔다. 나는 모두의 세계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왔을, 지금은 또 다른 세계에 속해 있음을 말이다. 이 세계는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세계다. 다정하고 안온한 세계, 내가 '집'이라고 부르는 세계.
p. 35 매일 작은 원만 그리는 컴퍼스 같다. 그 작은 원 안에 있는 것들로 충만하다. 그러다 가끔은 다리를 주욱 멀리 뻗어 가능한 한 큰 원을 그린다. 누군가에게 간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법을 알려주려고. 연이 그랬듯 남은 마음은 냉동실에 넣어 두고 올 것이다.
p. 83 너무 지친 날에는 먹고 마시는 일, 자는 일, 싸는 일, 삶을 위해 필요한 이런 기본적인 이를조차 번잡스럽게 느껴지고 벅찼다.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안다.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이제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소망이와 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성실했던 이 순간을.
p. 96 집에서 보낸 날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세월과 함께 나를 만든 집을, '어디'라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디 사세요? 이 질문이 이제 나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는다. 지금은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사는 곳 그 자체는 나를 대변 할 수 없다고, '어디'라는 말이 지역명 말고 다른 아무 의미도 갖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집들과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만이 의미있을 뿐이다.
p. 139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음 말이 되면 반드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가 닫은 문을 내가 다시 열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문은 열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나올 수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작은 방에 스스로를 가뒀던 내가 그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어느 회사의 최종합격 소식이 들려온 날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도착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렇게 울며불며 살아낸 만큼만 앞으로 간다는 걸 깨닫게 된 날이었다. 삶에 바랐던 대부분이 아직인 채로 남아 있다. 어떤 것들은 더 이상 소망할 수 없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어느 순간 나에게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하루들 덕분일 것이다. 아침이면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호두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앉는다. 테이블 위로 보이는 나이테와 옹이는 나무가 살아온 흔적이라고 한다. 나뭇결을 따라 그러진 선은 나무가 보낸 하루하루를, 옹이는 나뭇가지가 자라다가 꺾여버린 순간을 담고 있다는데, 나는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한다. 테이블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을 그려본다.
p. 149 괜찮아질 거라고 마냥 낙관할 수도, 될 대로 돼라 체념할 수도 없는 때. 그때마다 나는 집을 떠올렸다. 여전한 표정으로 나를 품어주는 익숙한 공간을.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낸 시간을. 집에서 환대받았던 힘으로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소망할 수 있었다. 집에 단단히 뿌리내릴수록 나는 삶의 더 멀리까지 안전히 갈 수 있었다.
p. 150 내가 사랑했던 그 한구석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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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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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조여름
p.37 산과 들이 키우는 과일의 과육이 단단해져 가듯이 빈약해진 열정도 조금씩 수분을 머금으며 탱탱해졌다. 좋은 걸 먹어서 힘이 나는 건가? 쑥쑥 크는 아기처럼 내 얼굴에 보기 좋게 살이 오르고 다시 생기가 돌았다. 쓸데없는 생각이나 고민은 줄어들었다. 굶어 죽을 걱정이 없어지니 금수저가 부럽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훨씬 더 잘 살고 있었다.
p. 66 정직한 경험이야말로 가장 오래가는 자산이다. 실패와 포기의 경험도 정직하게 부딪힌다면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곶감 농사는 실패와 포기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몇 안되는 대단한 성공의 경험이 되었다.
p. 99 복작복작한 시골 장에서 장을 보고, 근처 텃밭에서 채소를 따와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에서 요리하는 일상.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가 가장 현실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이 아닐까?
p. 105 세상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배경이나 조건 같은 한계는 뛰어넘어야 한다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며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일률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곤 한다. 그렇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밤낮없이 일해도 목표에 가 닿을 수 없는 보통들이 대다수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그 보통들이 너무나 거대하고 아득해서, 감히 꿈꾸지 못한 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을. 보통이라는 버거운 목표를 버려도 내게 맞는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 어딘가에 당신 삶의 태도와 생활방식이 잘 맞는, 볕이 넉넉히 들어오는 작은 아파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거운 대출이 필요 없는 나만의 집을 위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스스로의 모습에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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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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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p. 15 우리가 친해질수록 '우리'가 아닌, 더욱더 '나'가 되어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p. 16 <일기떨기>를 방송하면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막연히 동의했던 시절과 서서히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어떤 나의 부분은 영영 변하지 않겠지, 변하려 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 고집스러운 테두리 바깥에서 <일기떨기>의 소란스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한, 나는 기꺼운 균열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음의 일기를 쓰고 있을 것 같다.
p. 26 서로가 같은 힘으로 버텼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쉼 없이 운 덕분에 나는 숨죽여 우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이 바닥을 칠 때 나는 소리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엮어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되었다.
p. 26 이십 대는 내게 정말 최악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삭제하고 싶은 시절은 아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끌어안고 삼십 대가 될 것이다.
p. 27 스물아홉 생일이 고요히 지나가고 있다. 이미 자정이 넘었다. 지하철에서 생일을 맞이한 셈이다. 생일 직전에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다시 가입해서 등록된 친구가 서른 명 안팎이다. 한 선생님은 그게 다 늙어가는 증거라고 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 일상을 그럴싸하게 꾸미는 일에 더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십 대의 마지막, 팔로워가 없는 지금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걸 보니 일단 만족이다. 서른에는 가뿐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
p. 38 내가 어떤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소재를 원하는지 알고 싶어요. 뭔가를 선택함에 있어서 규정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고르고 그걸 산뜻하게 소화할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에요.
p. 41 서서히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을 꾹꾹 눌러 부르는 것.
p. 44 이렇든 섬에 몇번 오가는 것만으로도 나의 일상은 한결 더 가뿐해진다. 가리는 것 없이 넉넉해지는 마음이 금세 또 빈곤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잠시 마음을 둘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전해졌다.
p. 45 이번 여행기의 제목은 '장래희망은 하동'으로 지었다. 이 여행의 끝에서, 나로 하여금 간병일기를 쓰게 만든 엄마에게 당신과 함께하는 장래로 하동 소식을 전했으니, 엄마가 아팠을지도 모를 밤에 내가 좀 즐거웠더래도 괜찮겠지. 다짐했던 장래는 조금 아득해도 희망은 해볼 수 있겠지.
p. 67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날도 있으니까.
p. 95 우리 자매도 결국 엄마 같은 어른이 되어간다. 엄마가 화를 내면 휠체어를 끌고 세 시간씩 공원을 돌고, 어느 곳이든 휠체어를 민다. 끈질기게 엄마의 지구를 넓히기 위해.
p.130 아무튼,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삶의 행복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사는 내가 더 마음에 들지를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지금을 돌보는 거죠.
p. 172 완벽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그걸 해낼 수가 있을까. 나는 아주 천천히, 느리지만 확실하게 나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고 있다.
p. 194 더는 나를 외면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또 모르겠는 것. 그건 내 삶도, 세상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나를 놓칠까 봐 무섭다. 아무쪼록 스스로를 잘 데리고 가고 싶은데 갑자기 한눈을 팔까 봐, 멀어지고 싶을까 봐 무섭다.
p. 219 누가 나의 행방에 관한 이유를 물으면 내 대답은 항상 '그냥'이었다. 그것 만이 진실이고, 진심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순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 이제 더는 그 마음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을 '그냥'하다가 '그냥' 그만 두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그냥 하고 있다는 것, 그냥 좋아한다는 건, 그냥 그만 두어도 된다는 것이 참 근사하게 여겨졌다. 그 무수히 많은 '그냥'이 나를 상상도 하지 못한 장소에 데려다 주곤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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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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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of 2011, 2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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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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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벚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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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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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망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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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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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s film
-비가 오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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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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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엔딩 by 권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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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전 남자 친구가 떠넘긴 빚에 쫓기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그녀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지쳐버린 대상은 좀 더 본질적인 것, 즉 '세상 모든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독백처럼 여자에게는 모든 관계와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저 조용히 웃음 지으며 있는 듯 없는 듯 무력하게 살아간다. 지독한 우울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멜랑콜리형 우울증 환자인 여주인공 미정의 서사는 여느 드라마에서는 조연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달걀흰자와 같은 지역 산포시처럼 대단한 드라마도, 뜨거운 감정의 소용돌이도, 박진감 넘치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대단치 않은 사연은 실제의 삶처럼 현장감과 공간감을 두르고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가 밤늦게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드라마 속 시간을 체크하게 된다. 매일 1시간 반 씩 걸리는 전철을 타고 산포시로 향해야 하는 그녀의 막차 시간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듯 느리게 흘러가는 드라마 초반부의 일상을 통해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요?"
우리의 삶에서 우리를 절여진 배추처럼 숨죽이게 하는 것들, 숨이 죽다 못해 계속 살아갈지 아니면 스스로의 손으로 이 하찮은 인생의 막을 내려버릴 건지 고민하게 하는 것들은 대개 단 한 명의 악당이나 단 하나의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다. 실체조차 보이지 않고 언제 시작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어떠한 것들. 굳이 억지로 정의하자면 우리에게 축적된 삶의 흔적 그 자체이다.
우울증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나를 한 번에 죽이진 않지만 딱 오늘 하루만을 망치게 할 정도의, 트라우마 정도는 아니지만 경, 중증 정도는 되는 마치 스토커 같은 스트레스. 우울증에 걸린 불쌍한 피해자의 사고 범위는 터무니없이 넓어진다. 하루 일과를 끝내기에도 버거운 한 명의 인간이 머릿속으로는 지나간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수십년을 끊임없이 넘나든다. 사고는 끝없이 가속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말을 들어야 행복한지도 모르면서 나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별 볼일 없는 평가를 상상하며, 심지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타인의 완벽한 행복을 질투한다. 머릿속이 불행의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의 개새끼들도 시작점은 다 그런 눈빛, '넌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한 건 다 그런 눈빛들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우울의 끝은 어디일까? 자살? 일부 맞긴 하지만 그건 너무 극단적인 케이스고, 그렇다고 좌절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약한 것 같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가 도달하는 곳은 사실 '무관심'이다. 삶이 지겨워지고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 노동이 된다. 최후의 방법으로 '기권'을 택한 희생자의 논리는 모든 감정성을 차단한 채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기만 한다. 뇌가 그 주인을 죽게 놔둘 수는 없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살아있지도 않고 죽어있지도 않은', 간신히 숨만 쉬며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극 중 미정의 오빠 창희의 말대로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던가. 여자는 자신의 아빠 일을 도와주는 출신도 이름도 모르는 알코올중독자 구씨에게 홀린 듯 다가간다.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는 발작하듯이 말한다. 날 '추앙'해달라고. '나는 한 번만이라도 채워지고 싶다'고. 그러자 사람하고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남자는 되묻는다. 그러는 너는 누군가를 채워준 적이 있느냐고. 그렇다. 일방적인 추앙은 신에게나 하는 것 (worship). 인간 끼리의 추앙은 배려나 사랑, 그 외 모든 숭고한 행위가 그렇듯이 '서로'에게 하는 것 (respect)이었다. 그렇게 삶의 우울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두 남녀의 '추앙'으로 시작하여 '환대'로 끝나는 해방일지가 시작된다.
"둬, 그냥 두라고. 내가 싼 똥 누가 치워주는 게 니들은 고맙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시작하면서 초반에 내가 목표로 한 것은 '공감하는 의사'였다. 공감, '상대방의 감정을 내가 겪은 것처럼 여기되 중심을 잃지 않고 환자를 위한 치료를 지속해나가는 것.'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는지 알고 있다. 내가 겪은 것이 아닌 사건을, 내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을 섣불리 이해하려는 것은 알코올중독자의 집 안에 쌓여 있는 수치스러운 빈 술병 무더기를 허락도 없이 치워주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오만하고 비공감적인 행위인 것을.
여러 케이스가 실패로 끝난 후 나는 깨달았다. 상대방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위로, 나의 선함을 증명하기 위한 조언들. 내가 공감한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후벼 파야만 했던 수많은 남의 상처. 좋은 의도만으로 사랑은 성립되지 않았다. 사랑을 체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론이 필요했다.
미정은 말한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사랑 전문가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사랑은 현상이 아니라 행위다.
받는 게 아니라는 것. 작가는 추앙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구사하며 구원을 말한다. 사랑이 타인을 위한 감정적인 행위 일체를 말한다면, 추앙은 사랑하는 행위의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추앙의 실천은 '조언하지 않고, 위로하지 않고, 정직하게 대하며 응원하는 행위'로 체현된다. 그렇다면 추앙을 통한 사랑은 두 사람을 변화시켰을까?
'예전엔 시키는 말 외에는 잘 안했던것 같아요. 누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까... 근데 이제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그냥해요. 그냥 나와요. 그러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 올라와요. 갑자기, 내가, 사랑스러워요."
여자는 남자가 떠난 이후에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남자를 계속 사랑하고 응원하기로 한다.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 매일 술을 마시던 그에게 숙취가 찾아오지 않기를.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정하고 사랑했으니까. 개새끼,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다 개새끼라던 그녀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비참한 여자로 몰아 세웠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어떤 증명과 설명을 원하니까. 그들은 더욱 확실한 개새끼임을 증명하려면 나는 비참해야만 했다. 하루에 최소 5분은 있었을 설렘을 외면하고 내게 남은 것은 오직 '썩은 물이 도는 느낌', 끊임없이 별로가 되는 내 사진과 삶이었던 것이다.
구씨가 자신을 떠나도 여전히 구씨를 추앙한다는 것은 그녀의 내면세계에서 사랑이 마침내 받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는 의미였다. 2년의 세월이 흘러 무심히 걸려온 남자의 전화는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지며 정신적 자살을 하려는 그녀를 구원하다. 그리고 그토록 자신을 아프게 했던 전 남자 친구가 정말 개새끼였다는 것을 증명할 최고의 기회 앞에서, 여자는 복수를 포기한다. 결코 오지 않는 연락과 결코 갚지 않는 돈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여자가 이제는 자신의 불행을 설명하기 위한 썩은 물 대신 그날 분의 설렘을 담기 시작한다. 1초, 2초... 설렘이 쌓이기 시작한다. 내 안에 무엇을 담을지 내가 결정함으로써 해방된 여자의 삶.
구씨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과거의 그는 세상으로부터 보답받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에 분노했다. 업소에서 진 빚을 갚지 않는 손님에게 "너는 끝까지 나에게 예의 없었으면서 나는 왜 끝까지 예의를 지켜야 하느냐"고 외치던 그였다. 항상 배신만 당하던 여자와 여자의 아버지를 답답해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을 배신한 동료를 용서하며 말한다. "형, 환대할게. 환대할거니까 살아서 보자."
추앙이 사랑의 방법이었다면 환대는 사랑의 결과였다. 선의로 한 말이 사랑했던 여자를 죽게 만든 것처럼 선의가 항상 보답받는 것만은 아니라면, 악의가 내게 남기는 것이 반드시 증오만은 아닐 터이다. 자신의 선의로 세상의 악의를 이겨내고 스스로를 회복시키며 진정으로 얻어지는 자신에 대한 용서와 환대.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데도 굳건히 지상에 버티고 잇었떤 500원 짜리 동전과도 같은 나.
내가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남들도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소용돌이 같은 세상에서 무엇을 담을지 내가 결정하는 것. 자신의 결정에 대한 추앙. 그 결과로 얻어지는 환대. 아침마다 그를 채우던 악연의 목소리 대신 설렘이 담기기 시작한다. 6초, 7초... 하루에 단 5분, 그 정도만 설레어도 충분하니까. 남자는 손에서 술병을 놓고 여자의 모자를 되찾아주러 도랑 위로 날아오르던 그때처럼 여자에게로 날아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해방되라고. 너는 답답하다고. 어리석다고. 그러니 스스로를 깨라고.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부수고 나오라고. 하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말한다.
자신 안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소망과 순수함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해방이라고 말이다. 자신 안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성역'을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해방'이라는 것을 극은 역설한다.
그러니 당신이 해방되길 원한다면, 어떤 충고도 조언도 평가도 없이 자신과 타인의 성역을 그저 추앙하라.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그리고 환대하라. 당신이 당신과 타인의 성역을 환대한다면 마음은 결국 채워져 마음속에는 느낄 것이 사랑밖에 없을 것이니. 이미 당신은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고 세상과 만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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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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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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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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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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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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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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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와 유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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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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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ri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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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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