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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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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너희는 누구 자식들이냐? 내가 불가리아 말로 물었죠.
 가장 큰 사내 녀석이 그 조그만 머리를 쳐들고는 '며칠 전에 외양간에서 살해당한 신부님 자식들이에요' 하고 대답하더라고요.
 그 순간 눈물로 눈이 뿌예지더군요. 맷돌이 돌듯 땅이 빙빙 돌고요. 난 벽에 기댔어요. 그제야 땅이 돌기를 멈추더라고요.
 '얘들아, 이리 오너라!' 내가 말했죠. '이리 가까이 와!'
 난 탄띠에 넣어두었던 보따리를 꺼냈죠. 그 안에는 영국 리라 금화와 터키 황금 금화가 가득했죠. 나는 무릎을 꿇고 그것들을 땅바닥에 쏟아부었어요.
 '자, 이걸 가져가라! 모두 다 가져가라! 가져가라고!'
 아이들은 달려들어 그 조그만 손으로 영국 금화와 터키 금화를 집어 들더군요.
 '이게 다 니들거야!' 내가 소리��죠. '모두 다 가져!'
 나는 구입한 물건들로 가득한 광주리도 벗어놨죠.
 '모두 다 니들거야, 다 가져!'
 그리고 그 길로 도망쳤어요. 마을을 벗어나 저고리를 벗고는 내가 직접 짠 아야 소피아 성당 부적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길거리에 던져버리고 도망쳤죠.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아직도 도망치는 중이에요."
 .
.
.
 "그렇게 벗어났죠."
 "조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신부들로부터도 벗어나고, 돈으로부터도 벗어나고, 탈탈 먼지를 털었죠. 세월이 흐를수록 난 먼지를 털어냅니다 그리고 가벼워집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까요? 나는 자유로워지고, 사람이 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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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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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홀로 격리시키는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고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leden 삶
nedel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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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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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너하고 이웃에 살면서 애도 낳고 리틀야구장에도 함께 가고 말이야.
처키: 넌 내 친구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20 년 뒤에도 여기 살면서 노무자로 우리 집에 와서 비디오나 때리고 있으면 널 죽여 버릴 거야. 장난 아냐. 정말 없애 버릴 거야.
윌: 젠장 무슨소리야?
처키: 넌 우리한테 없는 재능이 있어.
윌: 젠장 다들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난 이일이 좋아!
처키:아냐. 이 빌어먹을 자식! 널 위해서 그러는 게 아냐. 날 위해서라고. 50이 되도 난 육체노동을 하고 있을 거야. 그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넌 지금 당첨 된 복권을 깔고 앉아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못 바꾸는 꼴이라고. 병신 같은 짓이지. 네게 있는 재주를 가질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거야. 여기 친구들도 마찬 가지야. 네가 여기서 20년이나 곯는 건 우리에 대 한 모욕이야.
윌: 무슨 소리야? 넌 몰라.
처키: 좋아 하지만 이거 한 가지는 알아. 매일 아침 너희 집에 들러 널 깨우고 같이 외출 해서 한껏 취하며 웃는 것도 좋아. 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젠지 알 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 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안녕이란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네가 떠났을 때라고. 적어도 그 순간만은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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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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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에요. 언제나 사람이 인간이 될까? 바지를 입고, 깃을 세우고, 모자도 쓰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노새고, 이리고, 여우고, 돼지 새끼들이죠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요? 누가요? 우리들이요? 닮기는 제기랄! 퉤!"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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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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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있다면 다 망가진 문짝의 나뭇조각이 성스러운 십자가 조각이 되죠. 믿음이 없으면 성스러운 십자가 전체라도 망가진 문짝이 되고요.” 
조르바의 영혼 어디를 만져도 그곳에서는 불꽃이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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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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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얼굴로 담배 냄새를 풍기며 곧잘 '선생님!' 하고 안기던 여고생은 대학에 가고 난 뒤로도 제게 연락을 해왔어요. 그전에도 시도때도 없이 문자를 보냈는데 '샘 짱 웃겨요' '샘 뭐하세요, 저는 친구 집에 와서 놀고 있어요. 숙제하기 싫어요' '샘이 우리 학교 한문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한문 존나 짜증나' '샘 근데 샘은 왜 저한테 먼저 문자 안 하세요' 같은 시시껄렁한 메시지들이었지요. 그래도 누군가 그렇게 저한테 어려움 없이 안기면 걔들과 결코 오래 볼 사이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에 슬며시 온기가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왜 물이 한가득 든 투명한 비커 안에 스포이트로 잉크를 한 방울 떨어 뜨리면 순식간에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생기며 액체의 성질이 바뀌게 되잖아요? 그때 제 마음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작은 배려나 선의 하나에 쉽게 흔들리고 감동하고 저 역시 가능하면 조그마한 답례라도 하고 싶어졌으니까요.  ... 학생 중에는 평소에 저랑 한마디도 안 하다 이따금 딸기우유나 초콜릿을 건네고 가는 여중생도, 말수 적고 깊어 언제나 부모님을 걱정하는 남고생도 있었어요. 공부를 하도 한 탓에 수업 중에 코피를 쏟는 아이도, 갑자기 복도로 뛰어나가 토를 하는 아이도 있었고요.  그런데 언니,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 겨우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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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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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뭐가 아냐? 넌 나보다 훨씬 어리니까 모를 거야. 넌 말이야, 플룻을 해. 넌 플룻을 해야 돼. 요시야마 같은 바보들과 어울리지말고 버젓이 해봐. 맞아, 언젠가 내 생일에 네가 플룻을 불어 주었잖아. 레이코 가게에서 말야. 그때 정말 기뻤어. 그때 무엇인가 여기 가슴을 찌릿하게 울렸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지. 아주 우아해진 기분 말이야.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몰라도 싸움한 녀석과 또다시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때 난 생각했어. 넌 얼마나 행복한 녀석인가 하고 말이야. 네가 부러웠지. 사람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네가 말이야. 난 잘 모르지만 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 그 후 아직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어. 어쨌든 실제로 무엇인가를 하는 녀석에겐 그 녀석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쓰레기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헤로인 다 떨어져서 그것을 맞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있지,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살인이라도 할 것 같은 때, 그런 때에 난 가끔 생각한 게 있어.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헤로인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아니, 나와 헤로인 사이에 무엇인가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맞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지만. 그런데 그 부족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말야, 레이코든가 어머���는 아닌 것 같아. 나는 그것이 그 때 네가 불어 준 플룻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언젠가 네게 말하려고 했어. 류는 ���떤 기분으로 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무척 행복한 기분이었어. 그때의 류와 같은 것이 언제나 지속되었으면 했어. 주사기 속에 헤로인을 빨아들일 때 마다 나는 생각하지. 난 이제 그렀어, 몸이 썩었거든, 하고 말이야. 이것봐, 머리 근육이 이렇게 푸석푸석해졌으니 아마 곧 죽을 거야. 언제 죽더라도 상관없어. 죽는다는 것도 별거 아니야. 아무런 후회도 하지 않아.  다만 그때의 플룻을 들을 때의 그 기분이 어떤 것인가 알고 싶어. 그것만은 느껴. 그게 무엇인가 알고 싶단 말이야. 만일 그것이 무엇인가를 안다면 헤로인을 끊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그렇다고 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넌 플룻을 해야 해. 내가 헤로인을 팔아서 돈이 생기면 좋은 플룻을 사주겠어." "그래, 부탁해. 무라마쓰가 좋아." "뭐라구?" "무라마쓰가 좋다구. 플룻 메이커야. 무라마쓰 것을 갖고 싶어." "무라마쓰라고? 알았어. 네 생일에 사주겠어. 그걸로 또 나를 위해 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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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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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만 하다가는 꼭 잃을 것만 같아서 다가갔고, 다가갔다가는 꼭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아서 기다렸다. 서성이느라 모든 날들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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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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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즉 이중적인 삶의 본질을 파헤치는것. 가벼움-무거움. 사랑의자유-사랑의구속. 육체-영혼
이 모든 상반되는 것들 중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인생과 사랑, 성과 모든 영혼에 한하여 그 존재는 가벼울 수도 있고 무거움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가벼운(자유로운)육체와 무거운(진실한)영혼.
인간의 존재와 사랑이라는 것은 그토록 무겁고 가벼우면 안되는 것인지. 인간의 삶의 생은 단 한 번뿐이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그렇게 완벽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그로인해 서��가 갈등하고 고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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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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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거기서 끊어져버린다. 나는 아무리 해도 B의 마음을 끌 만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내 속에서 고르고 고른 이야기들은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생기를 잃고 축 쳐져 버린다. 나는 언제나 B에게 할 말들을 준비하고 B가 어떤 대답을 할까 상상하고 그 대답에 대해 내가 또 어떻게 말할까 시나리오를 짜 보지만 그 시나리오는 한 번도 들어맞은 적이 없다. B가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B의 앞에서 나는 한없이 바보같고 한없이 재미없고 한없이 평범한 여자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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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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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는 베르테르의 존재도 그녀에게는 퍽 소중한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두 마음은 서로 아름답게 일치했고, 오랫동안 지속된 교제와 이제까지 겪어온 갖가지 사연들이 그녀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새겨놓았습니다. 그녀가 흥미를 가졌거나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그와 함께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만일 그가 떠난다면 그녀의 존재가 통째로 뻥 뚫리고 그 공허는 다시는 메꿔지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한편 그녀에게는 베르테르의 존재도 퍽 소중한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로 알게 된 당초부터 두 사람의 마음은 그처럼 아름답게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었던 겁니다. 오랫동안 계속된 교제와 이제까지 겪어온 여러 가지 일들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그녀의 마음속에 아로새겼습니다. 그녀가 흥미로워했던 것은 무엇이든 그와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만일 그가 떠난다면 그녀의 마음속에는 다시 메울 수 없는 공허가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베르테르도 그녀에게는 대단히 귀한 존재였습니다.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둘의 마음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고 그와 오랫동안 사귀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일들이 그녀의 마음에 짙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재미있다고 느끼거나 새각한 모든 일을 베르테르와 함께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멀리 떠난다는 것은 그녀에게 다시 메울 수 없는 공백을 남길 것만 같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베르테르 역시 아주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처음 알게 된순간부터 두 사람의 마음은 조화롭게 일치하였으며, 베르테르와 함께 겪은 여러 가지 일들과 오랜 만남은 로테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로테는 무엇이든 흥미��게 여기는 것이 있으면 베르테르와 함께 나누는 데 익숙해 있어서, 베르테르와 헤어지는 경우에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공백이 마음속 깊은 곳에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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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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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게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이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때 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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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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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억이 아닌데도 한 사람의 기억으로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돌아보면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닌데도 배를 잡고 뒹굴면서까지 웃게 되는 적이. 하지만 우리를 붙드는 건 그 웃음의 근원과 크기가 아니라, 그 세세한 기억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차곡차곡 남아 주변을 깊이 채우고 있는 그 평화롭고 화사한 기운이다 인연의 성분은 그토록 구체적이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것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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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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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서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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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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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다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때는 벌써 지나가고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너무 슬프다고 외치려는 찰나에 그 애의 생일이 돌아왔어. 그래서 그의 마음은 마치 꺼지려는 불씨에 작은 종잇조각이라도 들어간 듯 아주 살짝 타올랐어. 작년에는 분명히 생일 축하한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마음으로만 혼자 속삭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어. 그는 애인과 함께 몸을 겹치면서도 그의 애인에게 그 애를 투영해버렸고 아무런 전희도 느낄 수도 또 느끼고 싶지 않았어. 그는 벌써 애인에 대한 마음이 차곡차곡 접혀져서 어딘가에 떨어지도록 내버려두었고 그것이 어디에 떨어져 있는지도 몰랐어.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어. 그 애와 마셨던 술이 떠올랐고, 그 애와 함께 피우던 담배가 생각났어. 그리고 그런 것들이 물밀듯 자꾸자꾸 떠올라서 그는 아주 조금 우울해졌어. 아마 그 영화에서처럼 9년 만에 우연히 마주쳐야만 그 애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밤새도록 그의 애인의 집에 아주 가득 쌓여있는 그의 짐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꿈을 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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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xtra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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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과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을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토마시가 그의 삶에 시선을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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