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oro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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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 속에 남은순간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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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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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8월,
한 달간의 휴직 혹은 휴가를 얻었다.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너무도 알뜰하게 털어 썼던지라
이내 텅 비어버리고는 슬럼프가 왔고, 번아웃이 왔으며,
끝내 몸까지 망가져 버렸다.
알맹이가 비어버리니 쉽게 화가 나기도 했으며
어느 한순간도 불안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마치 주전자에 아주 조금 들어있는 물이
쉴 새 없이 벌벌 끓었다가 증발해 버리고
주전자마저 벌겋게 달아오른 것처럼.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휴직 때 집에 붙어서 체력을 보충할 요량이었는데
누군가 계속 서울을 벗어나라고 채근하기에
마지못해 제주도를 찾았다.
비행기를 타러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역시나 후회였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수 없기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체력으로
인생의 무게마냥 캐리어를 질질 끌고 친척 집까지 왔다.
징그럽게 덥다.
8월의 제주도는 역시 오는 게 아니다.
면허도 없어 내가 다니는 길목에 시간을 뿌려대며
부지런히 오늘의 계획을 달성한다.
귀찮고 힘든데 그냥 여기서 뭉개다가 집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다시 불볕더위를 뚫고 뚜벅뚜벅 걸어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에 여행을 예찬하지도 않지만
벽과 바닥을 가득 채운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며
내가 칸딘스키를 좋아하는구나. 라는걸 처음 알았고,
안도 타다오가 지었다는 미술관에서
감성과 섬세함의 극치인 아르누보 작품들을 보며
와 아르누보 내 스타일이네. 라고 되뇌어 본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니 실체없는 불안이 조금은 떨쳐지고
내가 썩 모르던 내 모습을 또 알아간다.
나이 마흔에도 아직 알아야 하는 내가 많구나.
담벼락 끝에 얹어진 구름을 찍고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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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자아성찰
250818
빛의 벙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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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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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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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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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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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치 척박했던 시간과, 그래도 팍팍했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두 눈.
"다음 번에 만날 땐 견뎌낸 날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나의 깜깜한 밤이 외롭지 않고 아늑하길 바래주는 나무가 있어 정원은 무더운 여름 속 하루의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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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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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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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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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성을 쌓는 듯한
오랜 불안감이
이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자,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덮어두고 지나가는 것 같은 찝찝함이
이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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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
39살에도 인생은 어려워.
모래 위에 쌓은 성을
모래 속에 묻어두다.
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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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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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여백
하루동안 놓친 것은 없는지
지나쳐버린 것은 없는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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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공백
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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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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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살 때는
후회 속에 허우적댔고,
미래를 살 때에는
불안에 쫓겨다녔다.
결론은 그냥 눈 앞에 보이는
현재를 사는 것 뿐.
어제의 경험치가 쌓인
오늘의 나를 기특해하며
내일 하루만큼
현명해진 나를 기대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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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어서도 함께하자던 관계가
작은 금으로 갈라져 순식간에 틀어져 버리기도,
한때는 마음을 나누던 관계가
속마음이 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기도,
크고 작은 폭풍이 지나간 마음은
어느덧 정돈이 되었고
적당히 믿고 적당히 기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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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기억들이
남겨둔 흉터
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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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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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마음의 문제
혹은 내면의 문제로 인해
드러나는 행동의 문제는
자기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다고 여겨지거나,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두려워하거나.
이 두가지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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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금쪽이에게도
끝없는 지지와 한없는사랑은
사회 생존의 필수조건
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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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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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09년이었던
언니네이발관 5집
낯선 곳에서의 몸에 닿던 공기,
차갑기도 다정하기도 했던 사람들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텼다고 안도하며
어두운 공원을 가로질러 가던 밤,
어느덧 익숙해진 길을 걸으며 느껴진
그립고도 허무했던 마음들
십년 쯤 전까지는
언니네이발관 5집을 들으면
고스란히 오감으로 기억나던
2009년이었다.
-
결국
스스로 바뀌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던 시절
아무리 잊혀졌대도
여전히 나에게는
2009년
240930
2009
Halifax, Nova scotia,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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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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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는 언제 봄이 올까.”
친구와 마주 앉아 되뇌곤 했다.
내 생각보다 겨울이 길었다.
춥고, 메마르고, 텅 빈 듯 허무했다.
매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김없이 지나가는데
나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은 어영부영 쏟아져 지나갔고
여전히 겨울이 발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데,
숨 막히게 타들어갈 듯한 여름이 지나고
오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몰랐던
짧디짧은 가을이 지나 어김없이 또 겨울.
사시사철 겨울을 사는 김에
추위도 잘 이겨내는 꽃을 정원에 심고
마당에 모닥불도 꺼지지 않게 피우고
색색의 알록달록 목도리를
나무에 둘러줘야지.
추워 죽겠는 와중에도
당장 얼어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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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겨울
겨울의 정원
살다보면
봄이 오긴 오겠지.
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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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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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하는 확신들 속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
밀려드는 추측들 속에서
흐름을 찾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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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이는 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241105
Amid the flood of loud convictions,
holding on to your center.
Amid the surge of restless assumptions,
finding your own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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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less Night
To Exist As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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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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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이란 것은
어려운 숙제다.
끝없는 불안정성을 가진 사람이
불확실한 환경을 해쳐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마음의 안전기지를 만들어
어떻게든 얻어내야 하는.
어쩌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안정감이라는 단어와
제법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외성이라는 것은
가뭄의 단비다.
응당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분 좋게 예상이 ���나가는.
이때 한 끗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실망스러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장을 줄 만큼 치명적이지 않은
소박한 범위의 작은 유머러스함 정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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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접점,
안정감과 의외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가
나란히 노를 저어 가는 것.
추구하는 것들
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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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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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고유성을
보다 또렷하게 해주는
영역이라고 보는 편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좋아하고
어디서부터는 좋아하지 않는지
차근하게 탐구하는 동안
방향이 바뀌기도,
영역이 확장되기도,
혹은 더 확고하게 굳어질 수도.
취향이 잘 정돈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탐구한 시간이
적잖이 누적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
35개쯤의 넘어야 할 산을 앞두고
적어보는 취향에 대한 잡생각
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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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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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해진다.
물 속에 잠기 듯
주변과 멀어진다.
더 깊이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어디에선가
전기톱으로 쇠를 자른다.
쉬지 않고 자른다.
의식 아래로 잠시 잊혀졌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때로는 단어들이
다급하게 달려온다.
몸을 부딪히며
날카롭게 두드린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슬며시 주의를
앗아가는 것들.
다시 의지 위로
애써 올려보는
괜찮아질거라는
기다림.
-
난청, 이명, 기다림
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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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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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밀려가는 구름 같은,
나그네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었다.
어딘가에 미련도 집착도 없이
손에 쥔 것들을 내려놓고
흘러가듯 다음 목적지로 옮겨질 수 있는,
벌어지는 상황들을 손쉽게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사람.
그때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혼자서든 같이서든 일단 어디든 떠나면
엄청난 경험들이 저절로 얻어지고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건 사실이긴 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후회하곤 했지만
돌아오며 되새기면
여행은 매번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했다.
그치만 나는 유동적인 사람이라기보다
한 곳에 뿌리내리고 그곳을 구심점 삼아
주변을 영위하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이
여행마다 더 선명해지고는 했다.
그래도 때가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은
잘 박아둔 구심점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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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 그 자체라
​나그네는 욕심
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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