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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과 상실 속에서 헤메고 있다. 지난 수요일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병원으로 뛰어갔다. 지금껏 체감할 수 없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가끔 톡. 톡.하고 행복한 일상들이 현실로 나를 잡아당겼다. 당일에 달려와 준 오빠와 괜찮냐며 연락해준 친구들. 그리고 상실 속에서 무언가 더욱 끈끈해진 가족들이 어떤 의미가 되어 나에게 닿았다.
상을 치르고 주말은 푹 쉬고,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천안에 출장을 왔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것 또한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갑자기 떠나버린 할머니가 바랐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렇게 어떻게 저떻게 또 하루 하루가 행복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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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아자 화이자
화이자 2차를 맞기 전에 ‘나는 분명히 유별나게 아플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생각한 건 그냥 ‘나는 원래 잔병치레가 많으니까, 나는 원래 근육통도 심하니까’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오는 날에 맞춰 백신을 예약하려다가 어찌어찌 잘못돼서 병원도 같이 갈 수 있는 날에 백신을 예약했다.
근데 웬걸.. 내 주변에 화이자 2차 맞고 안 아픈 사람이 없었는데 나는 백신 맞은 당일 남자친구랑 9시간 내내 밖에서 쇼핑을 했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밤에 카페도 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점심에 또 카페를 가고 저녁엔 밀린 회사 업무도 했다.
너무 무서워했다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지나가니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 나 생각보다 개 강할지도..?’, ‘나 어쩌면 백신에 개짱쎌지도..?’, ‘나 넘 대단할지도..?’ 라면서 혼자 뿌듯해하다가 백신 2일 차에는 금강 막기도 된다며 남자친구한테 자랑도 했다.
남자친구는 제발 그만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물론 말투는 걱정투였다.(아마도) 하지만 나는 금강막기 자랑을 열 번 정도 했다. 신이 났다. 아자 아자 화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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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388일만에 텀블러에 들어왔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상을 기록하면서 텀블러는 잠시 잊었었다. 사실 텀블러는 나에게 목에 걸린 가시같다. 어리고 아픈 날들을 꾸밈없이 기록한 곳이라 묻어두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다정한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텀블러에 썼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읽었다. 글에 다정함이 묻어있었다.
나는 요새 뜨개질로 심신을 달래고 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텀블러에 글을 썼었는데 어느새 올해가 마지막 학년이다. 시간도 참 빠르고 내 변화도 빠르다. 어린 날의 연애를 전엔 한 글자로 정의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뭉뚱그려 정의하게 됐다. 좋아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됐고, 내가 느끼는 감정도 직면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조금 더 성숙했지만 아직 어리고 어리다. 텀블러는 신경쓰이는 곳이지만 여길 통해 소중한 친구도 만났고, 다정함도 만날 수 있어 언제나 다시 글을 쓰고 싶은 곳이다. 나를, 그리고 내가 전시된다는 게 싫어 떠났지만 적당한 전시는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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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 깎아먹는 짓을 또 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됐을까?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내가 조금만 더 그 사람 같았으면, 내가 그 사람과 같은 환경이었으면, 내가 그렇게 자라왔다면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연말부터 나를 괴롭게 한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도 해결되지 않은 찌꺼기가 눈 위에 걸려있어 눈을 감을 때마다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인정하기 싫었는데 얼마 전에 나는 인정했다. 소리 내서 말하니 조금 마음이 편하다. 참 구리다 이런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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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날 사진을 털어보니 예전엔 참 웃을 일도 많았나 보다. 지금도 행복하게 보내고 있지만 저렇게 기분이 펄쩍 뛰는 날이 많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에 조금씩 무뎌지는 게 성장하는 것 같기도, 무언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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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해먹에 누워 별을 봤다. 가만히 별을 보니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들 별을 보며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동지라 별이 밝은데 별을 보니 당신 생각이 나요”라고 한 줄 쓸 사람이 없다.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싶은 건지 사랑을 받고 싶은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그냥 묵묵히 별만 봤다. 그리곤 연말이라 그런가 보다로 합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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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괜히 첫눈이라는 거에 의미 두기 싫어서 “눈이다.”하고 말았는데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쪼르르 나가서 사진도 하나 찍고, 친구들에게 눈이 온다고 카톡도 보냈다.
올해는 출장에 학교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이렇게 바쁜 내가 좋다가도 주변에 아무도 없는 일상이 힘들어 끙끙 앓기도 했다. 나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것도, 새로운 사람에 대해 생각보다 궁금한 게 별로 없는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됐다. 매년 나는 나의 달라진 모습에 좋기도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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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는 사주나 점을 꽤나 믿는 편인데 항상 건강에 대해 물어볼 때면 큰 병치레는 없지만 소소한 잔병을 계속 달고 산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불려왔다. 며칠 전엔 무슨 이유인지 소화가 안돼서 나 혼자 손을 따려고 했는데 내 생각엔 꽤나 깊게 찔렀는데도 피가 나오지 않아 서러웠다. 결국은 진통제랑 소화제 한 알을 털어 넣고 자버렸다. 고등학생 때는 며칠에 한 번씩 학교를 조퇴하고 병원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아픈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고, 내가 이십 대 초반에 병원에 갔을 때도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이유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
오늘 등교길에 갑자기 우울해져서 메모장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을 텐데 이 감정은 수업 시작 전에 커피 한 잔 먹으면 없어질 것이라는 걸 알았다. 딱 이 정도의 우울이었다. 내가 감정에 많이 무뎌진 건지 아니면 조금 성장한 건지 이유 없이 우울하고 이유 없이 행복해도 어느 순간 평온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가는 듯하다. 오늘도 나는 내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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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바빴던 근황.
최근 한 달 반 정도 정말 바쁘게 살았다. 무던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는데 역시 세상 살이는 녹록지 않다. 텀블러에 글을 못 올리는 동안 부산에 출장도 다녀왔다. 4주라는 긴 기간이었는데 지금까지 갔던 출장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바쁘게 한 4주 정도 살아 보니 남은 건 배달 음식 덕에 뒤집어진 피부와 퇴근 후 숙소에서 혼자 마시는 맥주밖에 없었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분들이 참 좋았고, 학교 수업도 재미있었으며 왜인지 이렇게 바쁘게 사는 내가 좋아서 텀블러에 글 하나 못 남겼던 기간도 잘 버틸 수 있었다.
부산 출장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 동안은 중간고사 준비를 했다. 드디어 저번 주에 시험이 끝났고 세 과목은 잘 보고 한 과목은 죽을 쒀서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시험 보고 공부한 건 빠르게 잊어야 한다는 주의라 친구들과 늦은 생일 파티도 하고 새벽까지 술도 먹었다.
사랑인지 애정인지 헷갈렸던 내 마음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애정이었고,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게 피곤해 접어두었던 과거는 다시 불쏘시개로 쑤신 듯이 어지러워졌다. 내 인생을 4장에 걸쳐 서술하는 과제를 하면서 나는 다시 어려졌다가 약해졌다가 강해졌다가를 반복한다. 오늘은 문득 이런 시기에 내가, 지금의 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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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입에 혼자 떠난 제주도. 전 날까지만 해도 쨍쨍 맑다가 내가 간다니까 갑자기 흐려진 거 같아 얄미웠지만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설렘이 가득했다.

삼박 사일 짐 정도는 백팩에 가볍게 챙겨가는 프로 출장러.

방 안에 누워서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었다. 커튼 틈 사이로 빛과 비와 평온함이 함께 들어왔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데려다주셨다. 장화도 빌려주셔서 세상 편하게 놀다왔다.

사진을 어찌나 잘 찍어주시는지 전부 다 마음에 들어서 9장이나 인화해왔다. 방 안에 한 쪽 ��면을 제주도로 채워 놓아야겠다.

저 멀리서 사람이 보이면 야옹 야옹 우는 고양이도 만났다. 저 세상 애교에 정신을 못 차리고 비 맞으면서 온종일 놀고 싶어졌다.


폭우가 내리는 날 비자림.

폭우가 내리는 날에 올라간 오름. 행복한 기억을 가득 안고 온 제주도였다. 연말에 또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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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 소식이 뜸하시네요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한데🧸! 혹시 인스타도 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저에게 안부를 물어주는 분이 있어 선잠이 깨서 뒤척이다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제가 사실 말을 먼저 하는 편은 아닌데 누가 말을 걸어주면 또 잘 하거든요. 제 tmi 살짝 들어보실래요?
저는 요새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사실 어제도 했어야 하는데 이놈의 의지가 부족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어요. (공부한다고 1초 전에 말했는데 어이없죠) 그리고 크리미널 마인드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어느새 시즌 4까지 봤지 뭐예요. 휴. 아무래도 요새 퇴직 시즌인지 회사를 그만두는 분들이 꽤나 있어서 제가 떠맡는 분량이 많아지다 보니까 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면 머리를 텅텅 비워두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이렇게 무던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같은 일상을 살아도 마음의 일렁임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이 있기도, 없기도 하잖아요. 요새 저는 일렁임 없이 꾸준한 날을 보내고 있어서 하고 싶은 말 하나없는, 노잼이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아 참, 인스타는 텀블러 아이디와 같이 @mudernn입니다. (사실 잘 안 해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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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질꼬질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은 망귤이다. 사실 진짜 이름은 아니고, 포인핸드라는 유기견 보호소 어플에서 이 아이에게 한눈에 반한 내가 임의로 지어줬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에 이름을 지어두는 걸 좋아하는데 결혼 생각이 있던 어린 날에 아이 이름까지 미리 지어뒀던 걸 보면 말 다 했다 싶다. 망귤이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붙이고 싶은 이름. '뜻이야 나중에 붙이면 되지'란 마음에 왜 이런 어감의 단어가 탄생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중에 망고와 귤의 합성어라고 급하게 탕탕 못 박았던 기억이 난다.
아파트를 부시고 싶게 귀여운 이 아이를 처음 본 건 작년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입양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댓글을 보고, 겨울은 조금 춥게 보냈어도 나머지 견생은 따뜻하게 보내겠구나 해서 안심했다. 얼마나 좋은 곳에 입양을 갈까 하루에 한 번씩 공고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어느 날 아직 입양이 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고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급한 마음에 댓글에 적혀있는 담당자의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답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의 사진 옆에 안락사가 되었다는 의미의 하얀 꽃이 달렸다. 그 뒤로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출장이 잦아서 너를 데려오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하루 중 네가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100점짜리 견주는 못 되어도 50점짜리 견주를 하고 차라리 너를 살릴 것 그랬다.
이 아이의 이름은 망귤이다. 이미 이 아이에게 지어 준 이름이니 나중에 내가 입양할 아이에게 붙여주지 못할 것 같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에서는 [개] 믹스견 이라는 표시 대신에 망귤이라고 불렸으면 좋겠다. 누가 보면 만나지도 못한 강아지한테 유난이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망귤이가 세상 어느 한 곳에서는 이런 애정도 받고 있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큰 인연이 된 망귤이처럼 수많은 인연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이 많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포인핸드의 문구처럼 많은 강아지들이 인연을 찾아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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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사용자 이름을 바꿨다. spring-by는 내가 텀블러를 처음 시작했던 22살의 나부터 26살의 나를 잘 대변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봄인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봄아'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서 이름을 말할 땐 '보미'를 약간 얼버무리기도 했다. 지금 와서 나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나를 '봄'이라는 단어에 가두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나를 특별하게 특정할 수 있는 단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조금 먹은 나는 그냥 나 자체가 좋다. 내 이름이 보미인 게 좋고, 가끔은 우울하고, 불안하고, 찌질하지만 내 생각을 잘 말하는 내가 좋고, 별명이 보글일만큼 검색을 잘 하는 내가 좋다. 일관된 취향을 가지고 있고, 꼭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아는 내가 좋다.
새로 지은 아이디는 '무던'이다. 정도가 어지간하다. 성질이 너그럽고 수더분하다는 뜻처럼 이제는 조급하지 않고 평온하게 열심히 살고 싶다. 내가 요새 느끼는 이 감정이 이후에 우울이 아니라 평온이 될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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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기록
가끔 고칼로리 음식이 끌릴 때가 있다. 특히 회사에 있을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날에는 점심시간에 정말 엄청난 칼로리의 음식을 먹는다.
어제는 일이 많기도 했고, 한 번에 원고 사천자 오천자를 쓰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샐러드나 먹어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편의점에 가서 떡볶이를 사고 있었다. 거기에 불닭볶음면도 추가하고, 모짜렐라 치즈까지 샀다.
우걱 우걱 먹으면서 차장님한테 "요새 자고 일어나면 왜 이렇게 얼굴이 붓는지 모르겠어요 비타민 디 부작용인가. (아무말)"라고 했더니 차장님이 가만히 보시다가 "보미씨 양심이 있어야지 지금 나트륨에 탄수화물을 이렇게 먹고"라고 하셔서 순간 순살이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얼굴이 퉁퉁 부어서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차장님한테 가서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요. 몸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저한테 티 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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