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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shotme-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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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의 전성시대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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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의 전성시대를 추억한다

금년 여름은 무더위가 거의 폭염수준인 것 같다. 벌써 입추가 지났고 이번주 일요일은 말복이지만 이 무더위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그나저나 휴가들 다녀오셨는지? 지난 주 남도 여수로 피서를 다녀왔는데 상경하는 길에 보니 피서지로 가는 차량이 새벽 1시가 넘었음에도 길게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더운 날 지치지 마시길 바란다.

지난 29일 폐암으로 투병하던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본명 박두식·71)선생의 추모형식으로 원맨쇼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 무대에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관객을 요절복통하게 만들었던 백남봉의 별명은 ‘원맨쇼의 달인’이다. 세상 누구라도 그의 원맨쇼를 들으면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었으니 ‘원맨쇼’를 추억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백남봉원맨쇼 음반

생전에 걸쭉한 입담과 기막힌 성대모사 등을 개인기로 내세웠던 백남봉은 원맨쇼의 달인으로 통했다. 지금은 ‘개그’라고 표현하지만 60년대부터 80년까지 원맨쇼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2인 1조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형식의 만담과는 달리 원맨쇼는 무대에서 혼자 일인다역을 연기하며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코메디 장르다. 홀로 다양한 역할을 해야 했기에 원맨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람 목소리, 비행기, 기차, 악기 등 다양한 소리를 흉내 내는 성대모사다. 백남봉은 일상의 소리들을 자신만의 기��으로 표현하는 성대모사가 탁월했는데 특히 구수한 팔도 사투리로 좌중을 폭소케 만드는 재주가 남달랐다. 백남봉은 남보원과 함께 국내 원맨쇼의 대표 주자였다.

윤부길

그렇담 원맨쇼 부문에서 국내 최초는 누구일까? 1인 스탠딩 코미디인 원맨쇼의 원조는 윤복희 윤항기 남매의 부친인 윤부길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50년대까지 악극단 쇼에서 부길부길쇼’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가히 천재라고 할 만큼 그는 객석을 웃기고 울렸던 원맨쇼의 선구자였다.

윤부길

60년대 들어 ‘후라이보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곽규석이 뒤를 이었다. 곽규석은 마임이나 무언극 등의 1인 상황 극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었는데 MC로 변신한 후 남보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남보원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명콤비이자 라이벌로 4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후배 백남봉이 그의 무대를 통해 등장하며 원맨쇼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70년대 들어 원맨쇼는 그 영역을 더울 확장해 쓰리보이를 비롯해 뽀빠이 이상룡, 그리고 코메디언을 웃기는 가수로 유명했던 김상국의 가요원맨쇼도 인기가 대단했었다. 지금은 개그맨들의 개그가 음반보다는 공연무대로만 한정되어 있는데 당시엔 수많은 원맨쇼 음반들이 줄을 이어 출시가 된 점 또한 70년대 원맨쇼 전성시대를 증명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후라이보이 곽규석

뱃고동, 기관총, 탈곡기 소리 등 본인이 직접 개발해 낸 성대모사들로 큰 사랑을 받은 백남봉은 기차, 비행기, 오토바이, 고양이, 개, 소 등 흉내를 못 내는 소리가 없었다. 특히 팔도 사투리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를 쏟아내다가 경상도 사투리로 옮겨가고, 충청도 강원도 그리고 평안도 함경도까지 남북한의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게다가 창과 민요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이런 실력 덕분에 그는 우리나라 유명 인사들의 회갑잔치, 고희의 사회자 자리를 휩쓸곤 했다. 그는 철저한 야전군이자 독립군이었다. 재주가 뛰어나 혼자서 모든 걸 해결했기에 때로는 웃기지 못했을 때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을 혼자 감내했다. 그러나 외로움도 웃음에 대한 고인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고인은 투병생활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 의욕을 보였다.

남보원 원맨쇼 음반

국내 원맨쇼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남보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백남봉의 영결식장에서 고인과 즐겨 불렀던 민요 한오백년을 구성지게 불러 눈물바다를 이루게 했다. 남보원(74)은 “우리 둘 다 노력파라서 경쟁하다 보니 서로 도움도 주고 경쟁도 해서 서로를 ‘우정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친구(백남봉)는 ‘웃음의 배달부’로 평생 남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다가 저세상으로 갔다. 저세상에서 잘 쉬었으면 한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1936년 3월 5일 평안남도 순천의 부자집 외아들로 태어난 남보원은 한국전쟁 중에 월남을 해 힘겨운 소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사고뭉치 실향민이었던 소년기에 ‘짱꼴라’라는 별명으로 서울 을지로6가 주먹세계를 주름잡았던 어두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팔도사투리’ 성대모사로 뜨기 전까지 다양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영화배우, 아나운서, 탤런트 시험을 보며 꿈을 향해 달리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요즘도 지방 공연이나 각종 회갑연 등에서 원맨쇼를 선보이고 있는 남보원은 평소 자신의 아버지가 “축구를 하려거든 함흥철처럼 되고, 깡패가 되려거든 보스가 되고, 딴따라를 하려면 넘버원이 돼라”라는 말이 기억나 남보원이라고 자신의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남보원의 본명은 김덕용이다.

1958년 군에 입대해 ‘아마추어 코미디언’으로 내무반을 ‘뒤집어놓은’ 일부터 시작된 그의 ‘웃기는’ 인생 이력은 50년을 훌쩍 넘겼다. 공식 데뷔는 1963년 영화인협회 주최 ‘스타탄생 코미디’ 1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성동기계공고를 졸업하고 1957년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한 그는 어머니가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해 주었을 때 스타가 될 것이란 생각에 복학을 포기하고 무대 복을 사 오랜 기간 무명의 시절의 보냈다. 그는 입학후 42년이 지나서야 95년 학번들과 함께 졸업을 했다.

남보원은 파월장병, 사할린 교포 위문공연등의 업적으로 1997년 제4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상을 받고 화관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그는 수상 직후 부모님 묘소에 가서 부모님께 훈장을 바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2년 12월 16일 역삼동에 있는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원맨쇼 40주년 출판기념 공연>을 한 그는 지금도 각종 디너쇼, 노인 행사의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백남봉의 바이오그라피도 살펴보겠다. 선생은 1939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고, 2세 때 평안남도 진남으로 이사했다. 고인은 6·25 전쟁 피란길에 가족을 잃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의 선택으로 고아원에 맡겨지기도 했다. 그나마 자신이 생활하던 고아원마저 직원의 자금 횡령으로 문을 닫았다.

그래서 아이스케키 장수, 마이크로버스 차장, 막노동꾼 등 신산한 밑바닥 삶을 전전했다. 백씨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고아원을 전전하며 느낀 것은 매 안 맞고 배곯지 않으려면 싹싹하고 눈치 있게 굴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조금 힘들다고 인상 찌푸려봐야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해서 그는 늘 낙천적으로 살았다고 한다. 이후 구두닦이와 장돌뱅이 생활로 힘겨운 청년기를 보냈는데 그의 장기인 팔도 사투리 코미디는 이런 유랑 인생의 산물이고 장돌뱅이처럼 떠돌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익힌 ‘개인기’였다.

그가 연예인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65년. 서울 신당동 단골 기름집 주인의 소개로 코미디언 이종철씨를 만나 코미디언 서영춘선생의 흉내를 그럴싸하게 낸 뒤 즉석에서 연예인협회 회원증을 받고 당시 최고 스타였던 백금녀의 쇼 단에 합류하며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고인은 1967년 서울 물랭루즈 무대에 섰다. 1969년엔 TBC 라디오 ‘장기자랑’을 통해 김장 재료들을 이용한 ‘김장 마라톤’을 중계방송 형식으로 선보이며 방송계에 데뷔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구수하고 현란한 입담, 섬세하고 정확한 성대모사로 단박에 스타로 떴다.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씨 등의 뒤를 이으면서 70년대 스타로 등극했던 것.

특히 3상 연상인 남보원씨와 더불어 성대모사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다. 고인은 1970년에 개봉한 편거영감독의 영화 ‘팔도사나이’와 ‘예비군 팔도사나이’ 두 편에 출연했다. 1976년 TBC <버라이어티 쇼>로 TV에 진출, KBS <유머극장> 등에 출연하며 인기 코미디언으로 떠올랐다. 여러 명의 코미디언이 함께 연기를 펼치는 콩트가 대세였던 당시 백씨는 개인기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을 웃길 수 있었다.

후배 개그맨 이봉원씨는 “코미디언이라기보다 개그맨에 가까웠다. 30년 전 혼자서 스탠딩 코미디를 했던 분이다. 20~30분을 개인기만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금 후배들도 따라가기 힘든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KBS의 ‘전국일주’를 진행했고 함께 활동했던 코미디언들이 대부분 무대를 떠난 2000년대에도 SBS <출발 모닝와이드>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00년에는 코미디 발전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연예예술상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는 투병생활 직전이던 2008년에도 KBS ‘가요무대’와 케이블 TV 실버채널의 ‘백남봉쇼’와 자신의 딸인 피겨스케이트 대표 출신의 연기자 박윤희와 함께 ‘스타 베스트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교통방송 ‘2시가 좋아’의 MC로 활동하면서 ‘영원한 현역’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1983년에도 코믹가요메들리쇼 음반을 발표했던 그는 지난 2005년 ‘청학동 훈장나리’를 타이틀로 개인독집을 발표한 그는 2008년에도 ‘누가 말려’를 발매하는 등 가수로도 활동했다.

명콤비를 이뤘던 남보원과 백남봉은 서로 경쟁심도 대단했지만 ‘우정의 라이벌’이었다. 남보원이 뱃고동 소리를 내면 백남봉은 탈곡기 소리로 대적하는가 하면 ‘뱃고동‘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동시에 내며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남보원이 주로 다양한 인물과 뱃고동, 색소폰, 아쟁 등 악기소리와 B29 등과 같은 폭격기나 전투기. 포탄 떨어지는 소리 등의 성대모사에 강했다면 백남봉의 주무기는 팔도 사투리였다. 남보원은 쓰리보이와도 콤비를 이룬 적이 있는데 당시 만담과는 다른 형식으로 투맨쇼로 장르가 진보하기도 했었다.

뽀빠이 이상룡 원맨쇼 음반

원맨쇼 분야에서 인기가 높았던 뽀빠이 이상룡과 쓰리보이도 빼놓을 수 없다.

남보원, 백남봉, 이상룡, 쓰리보이 신선삼의 공통점은 바로 성대모사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성대모사는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이다. 요즘 성대모사는 주로 김대중, 노무현, 김영삼, 전두환 전대통령, 앙드레 김 등 유명인이나 故이주일 나훈아 주현 김수미 등 연예인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웃음을 주었는데 과거에는 주로 뱃고동 소리와 자동차, 기차, 비행기 소리, 새소리 성대모사로 웃음을 줬다. 또한 작고한 코미디언 서영춘과 허장강은 70년대 원맨쇼의 단골소재로 각광받았었다.

김상국

남보원은 기승전결의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인물과 사물, 물건, 동물소리를 성대모사 해 찬사를 받았고 故 백남봉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유명인과 동물, 사물의 성대모사로 웃음을 줬다. 성대모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하나의 코미디에서 웃음을 주는 것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1960~1980년대 남보원과 백남봉, 이상룡, 쓰리보이등의 맹활약으로 가능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쓰리보이 신선삼

성대모사는 천부적인 재주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치밀하고 정교한 관찰력이 요구된다. 1세대 원맨쇼 코메디언부터 지금의 옥동자 정종철에 이르기까지 성대모사의 달인들은 부단한 노력과 훈련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던진다. 남보원과 백남봉 이후 성대모사를 잘 하는 연예인으로는 정종철외에도 최병서와 심현섭과 배칠수 그리고 전영미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유명인과 연예인의 성대모사를 해 인기를 얻었다.

심현섭의 경우 김대중 전대통령 등의 성대모사에 능했다. 그리고 배칠수는 그의 예명이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배철수등 연예인에서부터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 등 유명인의 성대모사를 기막히게 잘해 많은 사람들이 속을 정도였다. 성대모사를 잘 하는 여자 연예인은 매우 드문데 전영미는 여자 연예인중 성대모사를 가장 잘하는 개그우먼이다. 전원주 등 여성 연예인의 흉내를 너무 잘 내 전원주와 절친한 선우용�� 등도 속을 정도다. 정종철은 컴퓨터, 게임소리, 휴대폰소리 등 물건이나 동물의 성대모사 등을 해 성대모사의 맥을 잇고 있다.

백남봉은 2000년 제7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 홍보대사와 생활체육 홍보대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금연 전까지 생전에 30여 년 동안 하루 4갑의 담배를 피웠다. 1988년 금연 후 2004년 금연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2~3시간씩 자전거 타기를 즐기며 연예계에 ‘자전거 전도사’로 불렸고, 주말에는 조기 축구에 참가해 공격수로 뛸 만큼 건강을 자랑했다. 고인의 장기인 원맨쇼는 전국 8도 사투리라는 그만의 그릇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내며 서민을 달래줬다는 점에서 ‘한국적 코미디’로 높이 평가받는다. 콤비 없이 혼자 마이크 앞에 서면서도 수많은 청중과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웃음을 주던 그의 코미디는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창피를 주기보다는 대중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던 휴머니즘이 담긴 웃음보따리였다.

백남봉 선생의 명복을 빌며 원맨쇼에 이어 추후 만담의 추억도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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