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열여덟번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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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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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단어를 적어내려가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말.
나는 엄마가 괜히 아리고 아련하다.
내가 엄마가 되길 두려워하는 것도 엄마만큼 대단한 존재가 될 자신이 없어서 인 것 같다.
늘 나를 가장 작은 존재로 만드는 사람.
나를 가장 여린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
내가 가장 아끼고 가까이 두고 싶으면서도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어서 어려운 사람.
그럼에도 나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늘 주어도 부족하다 하고 내어준 것이 없다고 하면서 전부 내어준 사람이라,
나는 아직 엄마가 될 자신이 없나보다.
-Ram
*엄마
지금보다 어리고 엄마가 힘들었을 때에는 그냥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고, 가까이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당연함에 사로잡혀 전혀 몰랐는데,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이럴 땐 엄마가 어떻게 했더라'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고, 엄마가 큰 수술을 했을 때 문득 엄마가 언젠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변의 진리가 확 와닿았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그립고, 언젠가 그리워질 음식은 엄마의 밥과 국, 찌개, 반찬이었고, 한창 사춘기 땐 엄마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늘 시끄럽게 웃어줬으면 좋겠고, 나이가 90이 넘어도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려고 하는 외할머니를 꼭 닮아서 우리 엄마도 나랑 같이 여기저기 놀러 다녔으면 좋겠어. 멀리 살 땐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는데, 막상 서로 부르면 부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살아보니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고, 괜히 엄살 한 번 부릴 수 있으며, 만나면 한 번이라고 더 안을 수 있어 그저 행복하네. 이제라도 뒤늦게나마 내가 좋아하는 엄마 반찬 레시피를 하나, 둘, 열심히 배워서 평생 나도 그 맛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저 또 행복하네.
-Hee
*엄마
1. 아빠가 아픈 뒤부터 우리 가족들 사이에 무거운 긴장이 스며들었다. 남은 시간이 이전처럼 무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떤 비극과 그 이후의 삶을 미리부터 당겨서 걱정하게 만든다. 걱정이 다분한 바람에 어디에선가 ���자 소리도 들었다. 딱히 이전보다 더 잘 해드리는 게 없어서 스스로가 좀 거북하게 느껴졌었다.
내년 초에 엄마의 생신이 돌아온다. 아빠가 몇 해 전부터 엄마의 환갑 때는 가족들 다 같이 일��으로 여행 가서 온천을 하고 오자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기 때문에 일본 여행을 알아보고 있다. 엄마의 환갑은 내후년이지만, 그냥 이번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주 사소한 후회조차도 남기고 싶지 않은 간사한 마음이 오랜만에 우리 가족을 일심동체로 만들었다.
2. 엄마에겐 미안한 마음뿐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대단히 단단했다가도 급작스레 약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 엄마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엄마가 들으면 좀 어이없어하시려나. 분명 이혼 위기에 놓인 내 삶이나 잘 지켜내라고 하실 테지.
-Ho
*엄마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만약에 결혼 전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엄마가 하게 될 결혼을 말리겠냐고 아니면 응원하겠냐고. 나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나는 내가 엄마의 딸로 태어나지 못하더라도, 엄마에게 엄마의 삶을 위해서 엄마의 인생을 위해서 최선을 선택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딸들은 말을하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건 성인이 되어서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도 그랬다. 엄마가 엄마로서 힘들 때, 내가 아무 도움이 못 된다는 것에 어린 마음에도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있다.
지금은 각각의 성인으로서 우리가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컸고, 내 삶의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엄마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엄마는 여전히 건강하고, 우리는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친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내가 지금 존재함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됐고, 나는 그 몸 안에서 나왔고 우린 하나였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우린 그렇게 하나로 친밀했음에도 서로 모르는 게 많다. 서로 알고 싶어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 모르는 것들이 남지 않도록, 나는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 엄마는 자신의 의견이 확고한 사람이라 가끔 대화하는 게 버겁지만, 내가 커오면서 엄마에게 해온 모든 말들을 엄마는 인내심 있게 들어줬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희생으로 지금 내가 있고, 내가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행운을 얻었다. 이점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앞으로의 엄마의 인생은 엄마가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그 조력자가 되고 싶다. 엄마는 내가 가끔은 냉정하고 나밖에 모른다고 말했는데,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금 더 친절한 친구가 되고 싶다.
여전히 내가 해결하기 힘든 버거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그럴 때 늘 가장 좋은 해결책을 준다. 엄마는 어딘가에 전화할 때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라고 말하고 용건을 말한다. 이제는 나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닮아간다. 나는 엄마를 통해서 배우고, 엄마를 닮아간다. 엄마가 가르쳐준 모든 삶의 지혜들이 지금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친절하게 엄마를 대하는 딸이 되고 싶다. 또, 내 인생에서 내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내가 엄마가 되는 모습이 아직은 상상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나는 또 어떤 엄마가 될지 고민해 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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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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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18번째 주제 "엄마"
"엄마"
*엄마
단어를 적어내려가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말.
나는 엄마가 괜히 아리고 아련하다.
내가 엄마가 되길 두려워하는 것도 엄마만큼 대단한 존재가 될 자신이 없어서 인 것 같다.
늘 나를 가장 작은 존재로 만드는 사람.
나를 가장 여린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
내가 가장 아끼고 가까이 두고 싶으면서도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어서 어려운 사람.
그럼에도 나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늘 주어도 부족하다 하고 내어준 것이 없다고 하면서 전부 내어준 사람이라,
나는 아직 엄마가 될 자신이 없나보다.
-Ram
*엄마
지금보다 어리고 엄마가 힘들었을 때에는 그냥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고, 가까이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당연함에 사로잡혀 전혀 몰랐는데,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이럴 땐 엄마가 어떻게 했더라'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고, 엄마가 큰 수술을 했을 때 문득 엄마가 언젠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변의 진리가 확 와닿았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그립고, 언젠가 그리워질 음식은 엄마의 밥과 국, 찌개, 반찬이었고, 한창 사춘기 땐 엄마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늘 시끄럽게 웃어줬으면 좋겠고, 나이가 90이 넘어도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려고 하는 외할머니를 꼭 닮아서 우리 엄마도 나랑 같이 여기저기 놀러 다녔으면 좋겠어. 멀리 살 땐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는데, 막상 서로 부르면 부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살아보니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고, 괜히 엄살 한 번 부릴 수 있으며, 만나면 한 번이라고 더 안을 수 있어 그저 행복하네. 이제라도 뒤늦게나마 내가 좋아하는 엄마 반찬 레시피를 하나, 둘, 열심히 배워서 평생 나도 그 맛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저 또 행복하네.
-Hee
*엄마
1. 아빠가 아픈 뒤부터 우리 가족들 사이에 무거운 긴장이 스며들었다. 남은 시간이 이전처럼 무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떤 비극과 그 이후의 삶을 미리부터 당겨서 걱정하게 만든다. 걱정이 다분한 바람에 어디에선가 효자 소리도 들었다. 딱히 이전보다 더 잘 해드리는 게 없어서 스스로가 좀 거북하게 느껴졌었다.
내년 초에 엄마의 생신이 돌아온다. 아빠가 몇 해 전부터 엄마의 환갑 때는 가족들 다 같이 일본으로 여행 가서 온천을 하고 오자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기 때문에 일본 여행을 알아보고 있다. 엄마의 환갑은 내후년이지만, 그냥 이번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주 사소한 후회조차도 남기고 싶지 않은 간사한 마음이 오랜만에 우리 가족을 일심동체로 만들었다.
2. 엄마에겐 미안한 마음뿐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대단히 단단했다가도 급작스레 약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 엄마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엄마가 들으면 좀 어이없어하시려나. 분명 이혼 위기에 놓인 내 삶이나 잘 지켜내라고 하실 테지.
-Ho
*엄마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만약에 결혼 전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엄마가 하게 될 결혼을 말리겠냐고 아니면 응원하겠냐고. 나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나는 내가 엄마의 딸로 태어나지 못하더라도, 엄마에게 엄마의 삶을 위해서 엄마��� 인생을 위해서 최선을 선택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딸들은 말을하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건 성인이 되어서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도 그랬다. 엄마가 엄마로서 힘들 때, 내가 아무 도움이 못 된다는 것에 어린 마음에도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있다.
지금은 각각의 성인으로서 우리가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컸고, 내 삶의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엄마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엄마는 여전히 건강하고, 우리는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친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내가 지금 존재함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됐고, 나는 그 몸 안에서 나왔고 우린 하나였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우린 그렇게 하나로 친밀했음에도 서로 모르는 게 많다. 서로 알고 싶어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 모르는 것들이 남지 않도록, 나는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 엄마는 자신의 의견이 확고한 사람이라 가끔 대화하는 게 버겁지만, 내가 커오면서 엄마에게 해온 모든 말들을 엄마는 인내심 있게 들어줬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희생으로 지금 내가 있고, 내가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행운을 얻었다. 이점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앞으로의 엄마의 인생은 엄마가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그 조력자가 되고 싶다. 엄마는 내가 가끔은 냉정하고 나밖에 모른다고 말했는데,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조금 더 친절한 친구가 되고 싶다.
여전히 내가 해결하기 힘든 버거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그럴 때 늘 가장 좋은 해결책을 준다. 엄마는 어딘가에 전화할 때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라고 말하고 용건을 말한다. 이제는 나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닮아간다. 나는 엄마를 통해서 배우고, 엄마를 닮아간다. 엄마가 가르쳐준 모든 삶의 지혜들이 지금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친절하게 엄마를 대하는 딸이 되고 싶다. 또, 내 인생에서 내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내가 엄마가 되는 모습이 아직은 상상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나는 또 어떤 엄마가 될지 고민해 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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