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미바이유어네임후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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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 FIND ME

동네 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표지가 예뻐 집었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의 원작 후속작이라는 것을 알고 읽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맘에 들어서 원작인 “그 해 여름 손님”도 읽었었다. 전작을 완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로맨틱하면서 애틋한 문장들이 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도 로맨틱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부분도 좋았지만 이 소설에서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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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6
“두 개의 평행선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할 이는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여러 개의 삶이 있어. 하나의 삶이 다른 삶 아래에 끼워졌거나 나란히 있지. 한번도 살아진 적없는 삶은 제 차례를 기다리고, 생을 다 채우기 전에 죽어 없어지는 삶도 있고, 충분히 살아지지 않아서 다시 살아지기를 기다리는 삶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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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밌는 발상이다 싶었다. 여러 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나의 몇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의 갈림길은 무수히 많으니 순서야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현재 미완되어 다시 살아지기를 기다리던 나의 삶을 살아 가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텔레비전에서 한 교수님의 강��를 보고 우주에 관심이 생겨 천체물리학자를 꿈꿨었다. 그 꿈이 동력이 되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 교수님을 만나서 면담도 할 수 있었다. 원하던 천문관련 학과에는 합격하지 못해 물리학과에 오게 되었고 차츰 꿈을 향한 흥미와 목적의식이 떨어져 갔다. 밴드 동아리를 하며 기타를 치고 공연을 하기도 하고, 술을 진탕 마셔 블랙아웃이 되어 보기도 하고,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며 고시생이 되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나는 다시 천문학과 대학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고, 올해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밴드와 술, 고시생과 합격 후 전문직의 삶들도 내가 돌아 오기를 기다리며 방치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직 돌아보고 싶지 않다. 몇 년간 나를 기다려 주었던 현재의 이 삶에 최선을 다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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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0
“나에겐 미콜이 있었고, 너에겐 미셸이 있었지. 내가 어린 엘리오를, 네가 더 젊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들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야. 그들이 없었던 것처럼 말하지는 말자. 하지만 난 돌아보고 싶지 않아.”
p.287
설령 그렇더라도 시간은, 우리가 껴안고 늦게 잠들기 전에 그가 한 말처럼 시간은 언제나 아직 살지 않은 삶에 치르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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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와 올리버에겐 미셸과 미콜이 있었듯이 나에게는 돌아오며 살아 온 완성 되지 않은 삶들이 있다. 그리고 올리버가 어린 엘리오를, 엘리오가 더 젊은 올리버를 사랑했었고 멀어졌다가 말미에 다시 함께 하듯이 고등학교 때 꿈꿨던 나의 소중한 삶이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돌아서 오게 되어서 치르는 대가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때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천체물리학자의 삶이 나의 마지막 삶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은 길고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은 더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의 삶에 내가 죽어나갈 정도로 목매달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최선은 다할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제목도 나에겐 다르게 들린다. 나를 찾아줘. ‘나’를 찾는 과정을 새롭게 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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