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중반의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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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 살다보면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미지가 있다. 2008년의 나리타 공항이 그런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그해 8월,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 가장 저렴한 스칸디나비아항공 나리타 경유편을 끊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온라인 체크인을 미리한다거나 하는 개념 역시 없었다. “호스텔월드"에서 찾은나리타 교외에 있는 “야마모토 상”의 민박집에서 1박을 하고는 공항에 도착했더니, 스칸디나비아 항공 스톡홀름행 비행기는 취소되었고, 대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ANA 항공편을 대체편으로 제공하였다. 그 당시 55번 게이트 앞에 앉아서 한참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설렘으로 100% 가득차 있었던 20대 중반의 마음.
그리고 8년이 지나서, 오늘 나리타에서 샌프란시스코행 ANA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출발이 지연되었고 게이트도 변경되었는데, 공교롭게도 55번이다. 게이트를 보자마자 어디선가 본듯한 풍경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게이트 앞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있었지만 모든게 신기하고 설레기만 했던 그 때와는 달리, 익숙한 발걸음으로 곧장 라운지로 직진한다. 이제는 공짜 음식,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구석에 앉아서 랩탑을 열고 밀린 일들을 처리한다.
2010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든 여권이 어느새 페이지가 다 차버렸다. 미리 알았더라면 완전히 다 소진되기 전에 페이지 추가를 할 수 있었지만 이미 늦어서 재발급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당분간은 심지어 지금보다도 더 많이 다니게 될 것 같다. 2008년의 설레임은 곧 일상이 ���었다.
지금 여권과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새 여권을 받으면 뭔가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일 것 같다. 나리타 공항에서 잠시나마 과거의 나로 돌아가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 곧 또 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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