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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thizers 공감자들] Thomas Hellum 토마스 헬룸 / NRK 프로듀서, '슬로우 TV' 연출가
슬로우 TV : 소를 이해하는 방법!
요즈음의 TV는 다채로운 영상과 화려한 자막 등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런 TV에서 아무 멘트 없이 7시간 넘게 기차가 달리는 모습만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9시간 동안 할머니가 뜨개질하는 모습만 나온다면?
(사진 : 토마스 헬룸(Thomas Hellum). 출처 : SBS SDF2015 홈페이지)
이번 포스팅에서는 둘째날 마지막 세션이었던 공감자들(Empathizers) 세션의 네 번째 연사였던 토마스 헬룸(Thomas Hellum)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토마스 헬룸은 노르웨이의 공영방송 NRK의 프로듀서로, 기존 방송의 틀을 깬 '슬로우(Slow) TV'를 통해 전 세계 방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슬로우 TV'는 2009년 노르웨이 베르겐 철도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0년 전과 같이 7시간 20분의 베르겐-오슬로 구간의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4대의 카메라로 찍어 방송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베르겐 철도 개통 100주년 방송을 기획하던 시기, 한 동료가 말하였습니다.
"기차의 전체 여정을 방송에 담을 수는 없을까?(Why don't we feel the whole journey?)"
베르겐 철도는 노르웨이의 서부에서 동부, 약 520km에 해당하는 구간을 운행하는 철도입니다. 그 전체 여정을 카메라에 담기란 쉽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토마스 헬룸은 그냥 웃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들은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합니다. 사실 지금��지의 TV를 생각한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내용이니까요. 그러나 NRK 방송국의 편성 담당자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총 방영시간 7시간 14분(!)에 달하는 기차의 여정을 편집 없이 방영하게 됩니다. 이 방송에는 주변 경관을 담은 3대의 카메라, 그리고 기차 내부를 담는 1대의 카메라, 총 4대의 카메라로 촬영 된 화면과 기차에서 나오는 방송 등 기차의 여정과 관련된 것들을 정말 생생하게 담아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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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ensBanen minutt for minutt’, 출처 : Youtube) (정말 7시간 14분 동안 기차가 달립니다)
놀랍게도 이 방송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 된 'NRK2' 채널의 경우 보통 시청률이 5%대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철도의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은 120만명(노르웨이 전체 인구는 약 500만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것도 가장 시청률 경쟁이 치열할 금요일 프라임 타임이었습니다. 방송 당시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이 프로그램에 관한 사람들의 호평 또한 줄을 이었습니다. 방영 당시 사람들은 SNS를 통해 마치 모두 같은 기차 칸에 탄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방송을 본 70대의 한 시청자는 심지어 자신이 방송에서 기차가 마지막 역에 들어설 때 자신도 모르게 짐을 챙기려고 일어섰다고까지 하네요. 정말 몰입하여 방송을 시청했던 것이죠.
그리고 이 방송은 '슬로우 TV'의 시작이 됩니다. 베르겐 철도 개통 100주년 방송 이후, 트위터(Twitter)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제안이 도착합니다. '왜 이렇게 짧은 방송에서 그치는가? 더 길게 방송할 수 있지 않은가? 노르웨이의 연안을 따라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어떠한가?'. 토마스 헬룸은 제안을 곧 실행에 옮깁니다. 1년 동안의 기획을 거쳐, 연안선을 타고 노르웨이의 해안을 따라가는 여정을 찍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이전 철도 여정 방송은 녹화 방송이었지만, 이 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한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 어떤 화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어하는지 커뮤니케이션 하였습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생방송 도중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컨텐츠 제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촬영하고 있는 연안선을 보기 위해 피켓을 들고 그들을 찾아오는 등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들이 프로그램의 컨텐츠에도 관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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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4시간의 여정이 편집되어있는 영상. 이번에도 정말, 아무 일 없이 배를 타고 해안을 따라 이동합니다. 출처 : Youtube)
이 프로그램은 134시간 42분간 방영되었고, 생방송으로 진행 된 가장 긴 다큐멘터리로 기네스북에 오르게 됩니다. 또한 방송 당시(2011년 6월) 36%의 시청률으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슬로우 TV'를 통한 도전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18시간 동안의 연어낚시, 8시간의 장작불이 타는 모습, 9시간의 스웨터 뜨기 등 계속 컨텐츠를 바꾸어 1년에 2회 정도 방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방송들은 여전히 노르웨이 인구의 20%가 시청하는 등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슬로우 TV'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방송 트렌드와 그 내용이 매우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촌과 어촌에서 하루 세 끼 밥 지어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 '삼시세끼'의 인기, 요리사 백종원 씨를 필두로 한 먹방 열풍 등 우리나라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들에서 그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슬로우 TV'의 그것과 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빠른 사회 흐름과 바쁜 현대인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원하기 때문이겠죠.
(출처 : SBS SDF2015 홈페이지)
토마스 헬룸이 짧은 강연을 마치며 자신들의 제작 영상 중, 어느 들판의 모습을 촬영한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화면엔 넓은 초원이 펼쳐졌고, 그 가운데엔 소가 한��리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그가 '소를 발견하였나요?'라고 말하였을때 장내에 짧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다들 그 소를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죠. 토마스 헬룸은 이어서, 사람들은 이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소, 깃발, 집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보며 각자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저 소는 어디로 가는거지?', '저 깃발이 있는 집엔 소 주인이 사는건가?'와 같은 상상들 말이죠. 이와 같이 자신들은 그저 풍경을 가감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뿐이며, 스토리는 시청자들이 머릿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따라 시청자는 계속 단순한 화면을 계속 시청하게 됩니다.
NRK의 전 사장이었던 한스 토르 비욜카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프로그램 편성권자였다면 이 아이디어는 바로 제외됐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책임자가 아니었죠." 이렇듯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토마스 헬룸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기이한 것이라도 제외시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것이 바로 혁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SDF 2015의 강연을 쭉 지켜보며, 그리고 그 리뷰를 적으며 제가 연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았던 점들은 바로 작은 것, 이상해보이는 것이라도 주목하는 호기심과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였습니다. 그리고 토마스 헬룸은 마지막으로 그의 좌우명을 통해 그것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었습니다. "인생은 조금 이상할 때 가장 멋지다(Life is best when it's a bit strange.)"
슬로우TV 블로그 : http://slowtelevision.blogspot.kr/
토마스 헬룸 트위터 : @thomashel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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