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19920912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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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서
요 며칠 간 갑자기 우울한 게 심해져서 두통이 왔다. 며칠 전 생일이었다. 아무도 내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은 게 아닌데 오히려 과분하게 받은 기분이 드는데도 행복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자살하려면 이렇게 죽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데 지금 그 계획을 실현하기 직전까지 다다른 기분이었다. 생일 당일부터 죽을 맛이라 힘들다. 
구질구질하게도 유서를 쓰면서 계속 눈물이 나길래 울었는데 다행인 건지 우울한 마음이 가셨다. 예전에도 자살 충동이 들면 유서를 써야하나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관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억지로 잠들기만 했는데 역시 우울할 때 글 쓰는 게 기분 전환에는 최고인 것 같다.
매일 연락하는 친구에게 당분간 멘탈 좀 잡아야겠다고 괜찮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지금 내 스스로가 너무 무섭다고. 누구랑 대화할 기분은 아니지만 막상 누군가가 내게 먼저 연락해서 날 구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나는 영원한 20대로 생을 마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동안 이유도 모르는 우울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병원에서 조울증이라며 처방받은 약으로 내가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왔지만 마음의 병은 그리 쉽게 낫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시련을 꾸역꾸역 견디고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괜찮아지다가도 금방 또 새로운 시련이 찾아온다. 언젠가는 희망이 보일 거라며 긍정적인 척 했는데 다 헛된 것 같다. 솔직히 죽는 건 무섭다. 오랫동안 자살 방법을 고민하면서 그래도 뭐가 제일 나에게 고통이 덜 할까 방법을 찾아왔다. 근데 막상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 무슨 방법이든 죽기만 할 수 있으면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당장 죽는 게 살아가는 것보단 덜 무섭다. 평생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정말로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신에게 묻고 싶다. 왜 하필 수많은 병 중에 정신병을 만들어냈냐고. 육체적으로 아픈 것도 힘든데 왜 정신적으로 아프기까지 해야하냐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면서 왜 내가 상처받은 건 잊을 수가 없는지. 좋은 것들은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은데 왜 그것들은 희미해지고 안 좋은 것들은 더 선명해져서 날 덮치려 하는지. 
다른 내용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언급이라 일부만 다시 써봤다. 쓰면서 느낀 것이 나는 생각보다 동생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유서의 첫 마디도 동생 이름이었고 대부분 동생에게 하는 말이었다. 동생은 과묵한 편이다. 나처럼 감정을 숨기는 편인데 나보다도 할 말을 더 안 하고 가만히 있는 편이다. 가끔은 아직도 애처럼 느껴지다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차분하고 어른스럽게 보일 때가 있다. 동생도 동생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동생에게 내가 힘들었던 걸 털어놓기만 했지 동생이 힘들었던 걸 들어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번주에 자취하는 동생이 올라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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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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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의 일기
나는 우울할 때마다 일기를 쓰는 것 같다.
꽃길만 걸으라는 이딴 말 너무 싫다. 대체 꽃길이 뭔데. 인생은 가시밭길의 연속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냥 죽을 병 걸려서 한 달도 못 살고 죽고싶다. 조울증 치료하면서 받은 약들도 다 소용없고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 힘든 일 생기는 것 같고 이런 게 인생이라면 받아들이기 싫음. 할복을 할까 옥상에서 투신을 할까 생각도 했는데 누가 나 죽여줬으면 좋겠음. 나한테 스스로 고통을 주고 싶진 않아.
내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남탓 해보고 내 탓도 해봤는데 정답이 없음. 너무너무 무서움.
그렇게 좋아하던 교보문고 가면 이젠 매대에 있는 책들이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너는 소중해 너는 너를 사랑해야해를 강요하는 느낌의 책들만 가득하다. 인스타그램이든 뭐든 어디서나 자존감 높이기를 강요한다. 그래 난 존나 뒤쳐졌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지만 그래도 나는 날 사랑해서 괜찮다고 토닥여봐야 그냥 좆같은 자기합리화 밖에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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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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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더이상 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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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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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일찍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 답장이 없다. 이렇게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 그의 연락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내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그저 나에게 업무 연락을 하는 것이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내가 조금 더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만족한다. 짝사랑이란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가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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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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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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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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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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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약효과를 모르겠어요. 하루종일 입만 바싹 마르는 것이 너무 싫어요. 저는 언제 좋아질 수 있어요? 언제면 매일 밤마다 죽는 상상을 하지 않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죽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 제 인생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요.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신이 저에게 계속 벌을 주고 있는 기분이에요. 왜 자꾸 저는 상처를 받아야하는 걸까요?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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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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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Panther fights for us. And I will be there beside him.
Black Panther (2018) dir. Ryan Coo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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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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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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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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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의 일기
내가 내 정신 상태를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지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단순히 내 신경 반응이 매우 떨어진 상태라 성격에 변화가 오고 집중력 저하와 수면 장애, 비정상적인 식욕 증감을 겪고 있는 것이라 하면서 날 안심시켰다. 의사가 제안한 최소 통원 치료 기간은 6개월. 의사는 6개월 동안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열흘치 약을 처방해주었다.
이틀 째 약을 먹고 있는데 딱히 나에게 변화가 왔다는 느낌이 없다. 여전히 나는 트라우마로 일상 생활이 어렵고 집중력도 어린 아이처럼 30분이면 급격하게 저하되어 공부에 방해가 된다. 자고 일어나면 극심한 우울감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끝나면 공허함이 가득 차서 내가 더 비참한 기분이 든다. 결국 몇 년 전부터 겪던 증상에서 나아지기는커녕 똑같다. 요즘은 위 증상들과 함께 사소한 것에 화가 자꾸 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신경이 아예 쓰이지도 않은 상대방의 말버릇마저 이제는 거슬리고 그 사람이 말만 해도 화가 난다. 아직 약을 먹은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조금 시간이 더 지나야 내가 정상인이 되려니 하고 참는다.
내가 우울증이 온 원인은 기본적으로 예민한 내 성격 탓일 수도 있고 유전에도 원인이 있다는 의사의 말처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일가 친척의 영향일 수도 있다. 나는 공황장애가 있다. 내가 굳이 전철을 놔두고 버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만원 지하철 안에서 과호흡 증후군으로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기절을 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공황장애를 진단 받을 때 의사는 이것도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일가 친척은 아니지만 우리 아빠는 폐소공포증이 있다. 그럼 유전적 요인이 내 우울장애의 확실한 원인이 되는 걸까.
화를 제때 표출하지 못해서 우울장애가 온 걸 수도 있다. 모르겠다. 아니면 인간관계의 실패를 겪어서 그럴 수도 있다. 사주를 보았을 때 나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데 반대로 우유부단한 면도 있다고 했다. 성격에 있어 양극단 면을 모두 갖고 있단다. 이게 나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주면 뒤도 안돌아보고 마음을 닫아버리는데 시간이 지나면 인간관계 실패에 대한 죄책감으로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계속 끙끙 앓는다. 아니다. 길게 써놓고 보니 아무래도 무슨 실패니 제때 못풀어서 이러니 하는 이유보다는 성격이 예민하고 개복치 같아서 화가 잘 나는데 인간관계에 누가 될까봐 화를 못냄 화가 누적돼서 스트레스 받음 스트레스가 자꾸 쌓이니 멘탈이 약해짐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끔 하는 내 성격이 모든 일의 원흉인 것 같기도.
몸도 아픈데 마음마저 아파서 힘들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힘들다. 솔직히 주변 사람들 붙잡고 나 정신병자라고 말하기 좀 그런 거 안다. 그래도 누가 나 좀 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그동안 날 사랑해주지 않은 것 같아서 너무 후회된다. 자존감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고 자존심도 없어졌다. 예전에도 일기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었다. 나는 날 사랑하는 방법을 아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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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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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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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gking express,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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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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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의 일기
남들 다 따는 학사 학위와 토익 점수. 평점 평균 3.4. 내세울 만한 경력이 대학교 두 곳에서 사무보조를 한 것 정도. 내가 가진 스펙의 전부다. 교환학생도 대외활동도 인턴경험도 전무한 나는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
취업을 하기 위해 준비할 것들과 서류를 내고 거쳐야 할 단계보다 쉬운 것이 공무원 시험이라 생각해서 시작했다. 이런 현실에서 나같은 애가 살아 남을 길은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근본적인 문제가 자꾸 내 머리채를 잡는다. 공부가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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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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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1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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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꿈
그러고 앉아서도 지연은 명식의 어떤 분명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명식은 아직 변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너무 잔잔했다. 어딘지 한숨기 같은 것이 묻어 있는 음성이었다.
지연은 명식의 그 음성으로 그가 지금 그녀는 보지도 않고 창 밖으로 시선을 내보낸 채, 지연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어떤 깊은 갈망에 젖고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불을 끄고 앉아 있으니 밤이 좋군. 대낮은 얼굴이 너무 따가워…… 누구나 결국은 그렇게 되는 거지만, 사실 사람들이 얼굴 가득히 그 엄청난 대낮의 햇빛을 스스럼없이 견디어낼 수 있도록 잘 단련이 되어 있는 건 다행한 일이지.
―하지만 그건 다행스럽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가면을 튼튼하게 단련시켜 가고 있거든. 눈물은 흘릴 수가 없어…….
―가면이 우는 걸 보았을까.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지. 가면의 눈물은 속으로만 흐르게 마련이거든…….
명식은 역시 취기가 좀 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어둠속에서 혼잣말처럼 띄엄띄엄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앞뒤가 닿는 소리만 추려보면 대강 그런 식이었다. 지연이 보아온 대로였다. 대낮을 다니는 맨 얼굴에서 가면을 느끼는 대신, 가발과 콧수염으로 변장하고 있는 당장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기미였다. 그리고, 그래서 명식은 그런 변장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고뇌를 가장 정직하게 안을 수 있는 듯한 낌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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