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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사용하던 텀블러 주소 previous http
리부트맨의 흔적 (trace of rebootman) https://www.tumblr.com/blog/nownijmik-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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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트 에코가 이탈리아 주간지에 발표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형식은 황현산 선생님의 < 밤은 선생이다 >와 비슷하나, 글이 풍기는 분위기는 정반대다.
움베르토 에코의 글을 보고 있자면 복고, 레트로와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유행은 단순히 예술적인 문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시대 정신 또한 흘러가는 시대의 테두리 안에서 순환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나타났던 이데올로기, 정치적 이념 그리고 기술 발전 등 변해가는 사회에 내비친 그의 유머는 2020년 지금도 우리를 피식하게 만든다.
즉, 역사 속 흐름에서 우리가 현재 마주하는 문제들은 다양할 수 있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들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조금씩 뒤틀려진 문제를 받아들인 무의식이 항체를 만들어, 어떨땐 우리가 그 문제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결국 모든 상황을 너무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정신의 역치를 유머로 해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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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바닥 타일을 닦는 법.
일단 나는 화장실 바닥을 어떻게 하면 기술적으로 깨끗이 닦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하려는 게 아니다.
화장실 바닥을 닦을 때 덜 지치는 방법을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우리 집 화장실 청소는 상당 부분 내가 담당한다. 지저분한 것들이 있으면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에다 누군가 싫어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행위를 절대적으로 싫어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힘든 이 일을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내가 하는 게 마땅하다.
화장실 바닥에는 다양한 종류의 찌든 때가 보인다. 하얀 치약 자국, 우리 집 강아지 새봄이의 흔적들 그리고 물때 자국 등등.
이러한 형형색색의 자취들을 지우기 위해선 바닥을 적셔줘야 한다. 대중탕에서 때를 밀기 전에 살을 따뜻한 물에 불리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샤워가 마무리될 즈음에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바닥을 문지르기 전에 전체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더러운 곳을 찾아내 닦으려는 생각은 억제해야 한다. 그렇게 찾아낸 곳을 닦다 보면 또 다른 찌든 때를 발견하는 짜증과 함께 어딜 닦았는지 잊어먹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바닥을 전체적으로 쳐다보지 않는다. 바닥청소를 가장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은 단순하게 전부 다 닦아내는 것이다.
단, 마음가짐은 전부 닦아내야지가 아니라는 게 모순점이다. 화장실 바닥을 전부 닦는다는 마음가짐이 아닌 타일 하나만 닦아낸다고 생각한다. 내가 쳐다보고 있는 이 타일 하나만 제대로 닦아낸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바닥을 문지른다.
그렇게 타일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닦다 보면 어느새 마무리가 되어있다. 지친다는 생각이 날 틈 없을뿐더러 안 닦은 곳을 찾아내기도 힘들다.
즉, 우리가 하루를 깨끗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생겨난 문제를 최소한의 어떤 것으로 만든 뒤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며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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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에 대한 책임

걸음 하나하나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 날, 차례가 되어 터덜터덜 걸어나가기 전만 해도 스스로 걸음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그 순간 담임 선생님께서 "똑바로, 힘주어 걸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걸음에도, 걷는 행동에도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힘이 이상한 곳으로 빠지게 된다. 앞으로 쏟아져야 할 힘이 방향이 틀어져, 옆으로 나가거나 사방으로 흩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걸음에 대한 책임감 또한 사라진다.
하루 종일 수없이 걸어 다니면서 발바닥이 미끄러지는 대로 가만히 둘 수 없다.
1m가 안되는 폭, 그렇게 소유한 작은 공간에 대한 반복적인 책임감이 결국 더 큰 공간을 책임질 힘을 준다.
고관절을 닫고 다리에 집중하며 힘을 앞으로 내보내자. 그러면 고개는 저절로 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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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주의

인생은 누가 살아주지 않는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살아가야한다.
현대 기술발전의 과정과 결과로 편리함이 증가했다. 이젠 일일이 식빵을 팬에 달굴 필요없다. 토스트기에 넣고 버튼하나 누르면 토스트기가 대신 구워준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계가 이렇게 대신 해주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수 없이 노출되고 이에 익숙해지다보니, 어쩌면 인생 속 행동들도 '대신' 해주는 것에 물들어있을 수 있다. 좋아하는 책을 도서관에 가서 직접 찾아보기보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좋아할만한 책을 대신 찾아준다.
이런 반복되는 지점 속 인생에 대한 적극성이 점차 떨어지는 게 아닐까. 편리함을 위한 기술발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을 알맞게 인지하며 직접 사용하자는 말이다. 행동은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적극성을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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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책은 총 4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책의 큰제목과 같은 < 깊이에의 강요 > 를 앞서 읽을 땐,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는 대충 알겠다만 결국 자신을 좀먹어버린 안타까운 이야기구나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단편 < 그리고 하나의 고찰 > 을 읽을 때 알았다.
책을 깊이 있게 읽으려 노력해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파악해도 금방 잊을텐데 왜이리 집착하는가?
독서라는 것은 우리 몸에 알게모르게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내용을 기억하려는,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에 대한 욕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어떤 문장이었는지 정확하게 토시하나 안틀리고 기억해낼 순 없지만 우리의 몸 어딘가에 이미 흡수됐다. 대충 어떤 내용으로 스스로를 감회시켰는지만 알면 된다.
+++
< 깊이에의 강요 >, < 승부 >, < 장인 뮈사르의 유언 >, < 그리고 하나의 고찰 > 4편 모두 흥미롭게 읽힌다.
이 중 가장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은 편은 < 승부 >다. 아마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가끔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의지하고픈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이 되는 한편 마음이 편치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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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Things I don't want to know, Deborah levy
데버라 리비가 홀로 여행을 떠난 곳에서 만난 중국인 가게 주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기한 건, 그녀가 7살때 즈음의 생활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해준다.
나에게 있어 어린시절 기억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래도 억지로 기억조각의 끝을 잡고 끄집어 올려봤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일들이 자세히 기억난다. 예를 들어, 진영이를 처음으로 혼냈던 일등. 좋은 기억들은 희미하고 소소해보인다.
그렇다, 데버라 리비가 요하네스버그에 살던 시절부터 당시를 자세히 기억할 수 있던 이유는, 평등한 인권을 위해 싸우는 아프리카 민족회 ANC의 멤버인 아버지가 경찰에게 끌려가는 일, 더반시 해변에 꽂히 팻말에 적힌 문구 '이 해수욕 구역은 백인들에 한 해 사용이 가능한 백인전용 구역임', 여자아이라도 목소리를 크게 내야한다는 멀리사의 꾸짖음 등등 자기도 모르게 좋지 않을 것들이 기억바구니에 채워졌기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멀리사의 말대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펜을 잡는다. 냅킨에 몇개의 단어들을 끄적이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누군가는 상처들이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된다고 말한다. 상처가 소재로서 활용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솔직하게 호소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렇기 위해서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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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NK - FLAME

한줄요약)
'사랑을 찾아 떠난 방랑자가
우연히 길에서 주운 열정을 갖고
돌아온 곳은 가족과 친구의 품,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나'
여기서부턴 각 트랙에 대한 저만의 판타지입니다. 재미로 읽으세요.
< 1번 트랙 love is >
창작물에서 첫번째 위치는 창작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간단하게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시작하기 전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곤 하잖아요. 그렇게 블랭은 방랑을 시작하기전 스스로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을 품었다 생각합니다.
< 2번 트랙 chi chi island >
섬은 섬인데 치치아일랜드가 어디지? 하고 가사처럼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일본의 섬이긴 한데, 공항이 없어서 배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더군요.
동떨어진 곳 + 쉽지 않은 경로는 결국 외로움이라고 봅니다. 그럼 블랭의 외로움이 어디서 오는가? 제 생각엔 자신의 신념, 곤조에서 옵니다. 세상과 맞서기로 한 곤조말이죠.
그런데 치치아일랜드, 즉 외딴섬 혼자만의 싸움에서 할 수 있는건 뭐가 있을까요? 기도 그리고 주문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합니다.
< 3번 트랙 역마 >
주문을 걸고 혼자 갈 길을 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할 수 있죠. 다만 3번트랙이 앞선 트랙들과 다른 점은 피쳐링입니다. 블랭은 장소는 다르지만 비슷한 상태의 사람을 발견한거죠. 그리고 말합니다.
" 난 가야할 데가 있어, 아니 '우린' 가야할 데가 있어. "
< 4번 트랙 DEADMAN >
결국 곤조를 지키며 갈 길가다 밑바닥에 도달합니다. 근데 여기서 기막힌 가사 한 줄이 나옵니다.
'deadman처럼 땅바닥을 뚫어'
이보다 더 밑으로 가도 상관없다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것도 자의적으로.
(데드맨 영화를 봤으면 더 재밌게 들었을텐데 아쉽습니다. )
< 5번 트랙 Rollercoaster Ride >
롤러코스터의 특성은 뭘까요? 롤러코스터의 위치는 움직이며 변하지만, 탑승자는 변하지 않습니다.
즉, 탄 사람의 영혼과 의식은 변함없다는 얘기죠. 이게 본질입니다.
그 시선에서 블랭은 같은 롤러코스터에 탔지만 앞좌석에 앉아 먼저 최고점을 찍고 있는 염따와 넉살을 본 것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피처링을 부탁했고, 결국 블랭도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며 최고점을 향할 거라 보고있죠.
< 6번 트랙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다. >
밑바닥을 뚫었고, 동료들의 위치를 보았지만 자신은 아직 방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선의 방향입니다. 방랑하며 외부로 향해있던 시선들이 내면으로 향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가슴 속 어떤 불씨를 봅니다.
방황은 익숙했지만 불씨를 본, 내면에 대한 시선은 새롭죠. 이렇게 블랭은 리부트하고, 다시 시작하려합니다.
2번 트랙 chi chi island 에서 방랑을 시작할때 블랭은 주문을 외웠죠. 마찬가지로 슬슬 주문을 외울 준비를 합니다.
< 7번 트랙 Burning >
주문입니다. 전보다는 더 강력한 주문이죠. 그 방황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며 자신을 위한 주문을 겁니다. Chi chi island 에서 주문은 외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주문이라면, 여기선 다릅니다.
외부 요소에 대한 시선은 이미 사라졌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블랭은 이젠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닌 용기를 담는 주문을 외우죠. 스스로를 불태우는 강한 용기.
< 8번 트랙 Morphine >
모르핀, 즉 진통제죠. 스스로를 불태우다보면 당연히 상처나고 쓰린 부분들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사람이란 존재에 있어 모든것이 마음먹은대로,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것들이 자신을 어지럽게 한다면 도움이 필요하죠.
블랭에게 모르핀이란 뭘까요? 그에 대한 답은 다음트랙에 있습니다.
< 9번 트랙 Dejavu >
네, 블랭에겐 자신의 주변사람들이 모르핀입니다. 용기 가득 담은 주문이 말썽이다싶어 진통제가 어디 없나 뒤적이는데, 딱 리짓군즈가 있던 거죠.
한국힙합씬에서 최정점에 있던 크루가 어떤 크루죠? 무브먼트? 코홀트? 붓다베이비? 제 생각엔 IK입니다. 그런 면에서 IK의 수장이었던 쌈디의 피처링은 재밌었습니다. 추가로 현시점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모임은 쌈디가 속한 다모임이잖아요.
아마 블랭은 리짓군즈가 저런 위치에 오르길 바라고 있을 지 모릅니다.
< 10번 트랙 NETFLIX >
넷플릭스 하면 무슨 단어가 따라붙죠? chill 입니다. 주문을 외우고 끝없이 방황하다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요? 그 크루라는 모르핀, chilling에 빠지죠.
그 상태로 블랭은 소파에 스며듭니다.
< 11번 트랙 when i was caught >
가만히 앉아있다보면 자연스레 잡념들이 뇌 속으로 쓰윽 들어오고 그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하죠. 잡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들이 자극적이잖아요. 자극적인게 당연히 더 끌리기 마련이구요.
처음부터 품었던 여러가지 의문 중 '사랑이 뭘까'에 대한 답은 결국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버립니다.
< 12번 트랙 모닥불 >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중학교때 부모님의 사랑이라고 배웠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 남을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듯, 반대로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 수 도 있죠.
그렇게 고민하던 사랑에 대한 답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와중,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견고한 자신을 향한 사랑이 떠오릅니다.
< 13번 트랙 FLAME! >
무언가에 대한 답을 찾아 이렇게 저렇게 뒹굴던 블랭이 이제는 자신을 넘어 우리들에게 한마디를 합니다.
자신의 보폭에 책임지며 나아갔던 방랑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였고, 그런 타오르는 사랑들이 모여 모두가 만개하길 바란다고요.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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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앨범 (AOTY), 그리고 사랑과 평화 (LVNP).
발매되고 한 달 내내 24/7 쉬지 않고 들은 씨잼의 ‘킁’
2008년부터 내 마음속 부동의 넘버원 엠씨 이센스의 담배연기 같은 ‘이방인’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사다 준 레고세트, 다듀의 ‘OFF DUTY’
릴러말즈의 입 떡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작업량과 그에 비례하게 말도 안 되게 좋은 곡들 가득한 ‘MARZ 2 AMBITION’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씁쓸한 뒷맛 가득한 차붐의 ‘sweets & bitters’
앨범 재킷 보고 ‘ x발 이거 뭐지?’ 했지만 앨범 듣고 ‘역시, x발 이거지’라고 느낀 오왼의 ‘smile’
그리고 올해 처음 알게 됐지만, 알게 된 것에 감사하고 반가운 이현준의 ‘Main stream’ 등등
셀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티 내 올해의 앨범은 킁 vs 이방인으로 각축을 벌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의 올해의 앨범은 팔로알토의 ‘Love, Money & Dreams'입니다.
사실 싱글 단위로 쪼개 나올 때는 안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강박적으로 무조건 EP나 LP 단위로, 즉 상대적으로 긴 앨범 단위로만 듣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곡들을 모아놓은 저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단 1도 없습니다. 머쓱..
또,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들을 때 가사나 메시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가 투팍, 비기, 빅 엘 들으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뭐라는지 못 알아들을 랩을 왜 들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대학교 힙합동아리에 들어가서야 형들이 '엘이라는 사이트에 외힙가사 해석란 있으니 찾아봐봐'라고 말해줬을 때야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1년 전쯤 음악을 듣다가 문득,
내가 음악을 듣는 건지, 잡음을 제거하는 건지, 듣기 좋은 소리로 귀를 막는 건지,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꽂는 건지 싶더군요. 그래서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듣지 말자하고 한동안 안 듣던 때도 많았습니다.
올해도 그런 식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기던 가사나 메시지를 좀 더 느끼게 된 기분입니다. 그러던 와중 팔로알토의 'Love, Money & Dreams'을 들었습니다.
저는 한창 취업할 나이에 아직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데요. 마주하길 회피하며 그렇지 않다고 굳게 믿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쌓이고 쌓인 외로움이 있었나 봅니다. 외로움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로들도요.
그렇게 첫 트랙 ' Grind'를 듣는데 정말 그때 매고 있던 책가방을 등 뒤에서 팔로알토가 들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뭔가 홀가분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온 4번 트랙 '사랑이 아냐'.
" 왜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해, 그렇다고 관심 끊는 건 사랑이 아니지 "라고 하는데 절 혼내는 거 같았습니다. 외로움을 회피하려다 보니 모순적으로 독고다이의 상태가 됐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의미 없다 생각하며 안 하고 피하던 저를요.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다 ' 가리온의 약속의 장소는 어디였을까 ' 가 나왔습니다.
이 곡을 들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겠고 각자 다양하게 느끼셨겠지만, 저는 이 곡을 들으며 너무.. 울컥했습니다. 혼자 거리 걷다가 우는 꼴 보다 궁상맞은 건 없다고 생각했기에 꾹꾹 참았습니다.
" 난 지쳐버렸어
내일 생각에 어젤 잊어버려서
나이를 먹어도 또 실수를 저질러
털어놓을 곳도 없어
이미 많이 쏟아내 버려서 넘쳐
알고 보면 별것도 없어 긴 여정
웃어넘겨 좀 달리 보여 "
근데 저는 이 가사를 절대 단순한 위로나 공감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도 저에게 이렇게 스스로를 쳐다보게 하는,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여태 들어온 힙합 앨범 중 저에게 질문을 던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제 현재 상태를 돌아보고, 이게 맞는 건지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사운드적으로 전에 없던 걸 들려준 앨범의 위대함, 이름값에 걸맞는 빈틈 없는 랩과 가사 등 올해의 앨범을 뽑는 기준이 다르겠지요.
근데 전 난생처음 앨범을 다 듣고, 질문을 받은 적은 처음이네요. 그리고 그 질문이 더 나은 저를 만들 거 같은 좋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사랑과 평화로 가득한
팔로알토의 'Love, Money & Dreams' 가
저의 올해의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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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초 4학년
���르쿠츠크가 시간이 갈수록 질리기는커녕 더 정이 간다. 무언가엔 쉽게 질리는 성격과는 다른 흐름이라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고요하다, 소박하다, 발전 가능성 크다 등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큰 점은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던 시흥시 대야동과 많이 닮았다.
기억이라는 게 쉽게 조작되고 미화된다고 한다. 그래도 그 시절 기억들이 아직 생생하고 아름답다.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게 하는 촉매제로 청각, 후각, 촉각 등이 있지만 나는 주로 후각에 영향을 받는다.
이르쿠츠크가 발전이 덜 되고, 높이가 낮은 회색 건물들이 많은 모습이 15년 전 대야동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름 돋게 옛날 그 동네에서 맡던 냄새들이 짙은 순간들이 많다. 집 앞 문방구 냄새, 친구네 집 냄새, 옆집 아주머니의 강력한 향수 냄새, 삼미시장에서 맡던 냄새 등등.
안 그래도 이번 겨울 한국에 돌아가면 시흥에 들릴 참이다.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고 들었는데 과연 어떤 모습이려나.
비교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르쿠츠크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과 대야동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면, 이르쿠츠크를 또 다른 나의 고향으로 생각해도 괜찮다는 걸까.
러시아에 정착할 생각으로 왔는데 요새 자꾸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라는 보험 아닌 보험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정착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어지럽다.
마! 이게 너의 새로운 고향이다. 정이 가는 게 당연 한거고 그에 대해 마음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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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장소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러시아에서 생활환경은, 내가 생각했던 어떤 이상적인 모습에 굉장히 알맞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전까지는 나는 이 점을 자각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살고싶은 마음과 혼자 살고싶은 마음을 갖고 있던 나를.
왜 나는 외국에서 살고 싶었을까? 확실하고 완전한 독립에 맞는 환경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내 생활환경이 그에 딱 부합한다.
감사하다. 지금이라도 이런 환경에, 내가 원하던 곳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했던 이상적 생활환경 아래서 과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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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기념일
오늘은 승전기념일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지라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이 도시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도 내린다. 일주일내내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인 23도의 날씨였다가, 오늘은 이상하게 또 6도로 엄청 추웠다. 특히 밤에 한 불꽃놀이 축제의 장소가 앙가라 강변이기에 더욱 추웠다.....,
22:00 행사 시작이지만 30분 일찍 도착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강주변에 몰려있었다. 순간 문득 몇년전 의경으로서 여의도 불꽃놀이 축제 때 근무를 섰던 날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불꽃놀이를 봐도 전혀 감흥이 ���었고, 사람들이 이걸 왜 보는지 이해도 안갔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달랐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순간 번쩍이는 불빛과 폭발음 소리가 너무 좋았다. 일분 일초라도 빨리 집에가고 싶게 만들던 추위는 어느새 사라졌고, 이상한 설렘이 생겼다. 근거 없는 행복이 느껴지고 내가 승리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래서 다같이 모여 행사를 하고, 또 불꽃놀이를 구경오는 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승리의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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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무작정 메모를 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몇주마다 혹은 몇달마다 정해진 기간에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분위기는 뭘 선호했는지 알 수 있고 또 그것글이 정리된 목록을 볼 수 있다. 작년만해도 XXX(kimximya & frnk), kendrick lamar 그리고 black album(black panther ost album) 을 많이 들었다. 진짜 빡센 힙합만 좋아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다. 너무 정신없다랄까? 올해 나의 태도가 아마 정리된 삶에 맞춰져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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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바닥에 질척거리는 진창들을 보고있노라면 이게 봄인가싶다. 봄은 생명이 태어나는 혹은 재시닥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그래서 보다 깨끗하고 순수한 것들이 눈 앞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진창들을 보고있자면 생명이 다했거나 생명이 다하기전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눈이 녹아 물이 돼, 사람들 바지 끝자락에 혹은 신발바닥에 붙어 조금이라도 삶을 이어가려는 끈질긴 모습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마지막이 이렇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지옥은 없을 것이다. 작은 단위로 보자면 하루에 아쉬움이 남아, 지저분하게 자기싫어 침대위를 뒤척이는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과연 봄이 맞나? 3월 말이라는 시간은 봄이라 말해주지만 병행하는 공간과 그속을 해메는 나는 봄을 맞기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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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기의 즐거움을 언제 잊어버린걸까? 언제 잃어버린걸까?
카페에 앉아 문득 드는 생각을 시작으로 꼬리를 물고 물어 나의 내면을 바라보던 그 습관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으로 카페에 가 앉아있던 것도 아닌데, 마침표를 찍고나면 몇시간이 흘러버렸던...,
어떤 무의식과 강박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얼어붙었길래.. 얼른 녹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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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가 마주쳐보지 못한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 중 하나는 사람이다. 이번 가이드를 하면서 사람이라는 구성요소는 너무나 좋았다. 우려해던 것과는 달리 여행객분들의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나 집중하는 모습 등 배울 점이 많았다. 그러니깐 현직 혹은 전직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을 수 있었겠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하보이 곶이다. 내 평생 경험할 최강의 추위였다. 그런 곳들이 즐비한 알혼섬에서 사람들이 왜 거주하는 지 궁금했다. 언젠간 물어볼 날이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그 외의 다른 장소들은 대자연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작은 존재였다. 크기가 어떤 중요성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기에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자연과의 조화도 마찬가지지만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사람이란 존재가 서로 조화롭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자리의 높고 낮음에 눈치보지 않고, 조화를 위한 상호작용을 하려면 대화를 해야하고 그 대화엔 높낮이가 없다는 말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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