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kakaaaa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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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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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잠잠하고 바람은 흩어졌다. 온도를 가늠하기도 전에 발목을 감싸오는 한 줌의 기척. 어둠이 스미는 것처럼 천천히 밀린다. 차츰 스며드는 그것이 나를 부유하게 만든다.
부드러운 것과 거친 것이 얽혀 경계를 흐리고, 귓가를 스치는 속삭임은 문장이 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새로이 떠오르는 것들이 두려운 것은 아마 그들의 형체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은 탓.
손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손끝에 이르기도 전에 허공에 흩어지는 그림자들, 눈을 감으면 여전히 선명한 것들.
바람은 선을 지우고, 나는 그 조각들 사이에서 방랑한다. 나는 파문 속에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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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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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한 만큼 비극을 겪은 사람이 충분히 망가지지 않으면 일부러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도담은 사진에 불을 붙이려고 창석의 얼굴에 라이터를 가까이 가져갔다가 놀라서 멈췄다. 평생 뜨거운 불과 싸우던 사람을 또다시 불에 태워 버리려고 한 자신이 끔찍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금 자신이 저지를 뻔한 일이 무서웠다.
-급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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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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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호흡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채 숨을 쉬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살아가는 순간들이 있다.
제약을 놓아
나의 안식으로 채운 초원 위로 모래 바람이 불었다.
어디? 이방인이다.
비로소 모든 것들이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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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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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그란 것이 전부 드러나도록 눈을 크게 떴다. 버스 매연 냄새에 코가 묻혀 숨이 막혔다.
아스팔트의 짓궂은 질감이 발목을 휘감았다.
정지.
신발을 벗어 내던진 채 달리기 시작한다. 감기지 않는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초점을 잃은 채 불빛은 짙은 어둠을 쫓았고. 어둠 속 존재하지 않는 것들은 허상으로 채웠으며. 여전히 동공은 위 아래 양 옆으로 방향을 굴리며 안접하려 광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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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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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를 못 잡는 널 바라보았다
참 변한게 없다
깨고 부수면 또다시 바깥으로 나선다
중심축으로부터 하염없이 멀리 떨어진다
참 변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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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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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한다 시밯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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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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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쫓고 흐름을 타기
예상되는 단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 반응으로 예상을 벗어나게… 순간을 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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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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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둥지에서 머물러온 인간에게 모스부호가 새겨진다.
저녁이 되거든 일정한 행위양식을 잃고 뒤집으려 발버둥친다.
————————————|
| —— .
그 날 새벽 둥지에 가짜문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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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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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눈을 뜨고
새까맣게 물든 장벽을 타개하는 소리,
눈 뜬 밤의 장벽은 겨우 오후 2시의 허깨비였다.
끝내 모서리는 타올랐다.
빈 것들엔 환영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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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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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날 아침 무언의 징조라도 알리려는 듯이,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풀과 나무 뿐인 방 안의 깨진 창 밖으로 까마귀 떼가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푸드덕거렸다. 회색 하늘 아래 사정없이 비까지 내렸다. 이곳을 탈출하기에는 오늘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야위어가는 엄마의 손을 붙들고 걸음을 옮겼다. 거센 빗소리와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에 잠겨 우리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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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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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은 말들을 듣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달려온건 나인데 니들이 뭐라고 편견 섞인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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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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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는 쨍쨍했고, 온기를 품은 바람결은 코 끝을 스쳤고,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풀과 물 뿐이었던 외곽 지역에서 늘상 맡아왔던 바다 향기에 뒤섞인 전철 선로의 쇠 냄새. 풀 냄새. 나뭇잎이 마찰하면서 찾아오는 맑고 푸른 소리, 정말이지 여느 때와 별 다름 없었던 8월의 어느 여름날. 왼쪽 손엔 방금 막 끊고 나온 기차표가 들려 있다.
적적했던 순간이면 이곳에 홀로 찾아와 아무도 없는 역 안의 으스러진 나무의자 위에 가만히 앉았다. 한 시간 가량 좋아하는 노래를 실컷 듣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련의 규칙이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 기차역으로부터 한껏 멀리 떨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직접 기차표를 끊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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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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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의 경계를 긋는다. 날 아우르는 무언의 것들이 이곳에서 날 벗어날 수 없게 했다. 한 발을 내딛으려 할 때 어디선가의 악취가 발자취를 헤집어둔다. 나의 것이라 여겼다. 악취의 근원이 언제 어디서든 나의 것이라고 여겼기에 피어오르는 것들로부터 멀어진다. 멀어지려 했다.
그 불분명한, 그러나 확실히 추하리만큼 불쾌했던 그것은 나의 경계를 통제한다. 경계 너머의 피사체들이 몸을 일으키는 형상을 보았다. 실로 피어나는 것이었다.
악취를 걷어낸다. 피어나는 것들로 치장한다.
눈을 한 손으로 가린다.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희끄무리한 세상이 꽤나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악취는 환상을 걷어내리기 쉽상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꽤나 상쾌했던 것이다. 경계를 벗어나리라 소심히 다짐하였던 것은 사실상 나를 기만하며 던졌던 거짓, 이로써 취했던 반동형성은 어긋난지 오래다. 금세 안착하고 침묵하고 만다.
침묵(경계)의 너머 피사체들이 굳건히 생존한다. 넘치는 생명력으로 경계 너머를 아우른다. 무채색의 것들은 언제부턴가 다채색을 이루었고, 손가락 틈 사이로 볼 수 있는 것이라 해 봤자 뭉뚱그린 것 뿐이었던 형상들은 끝내 강력한 명암으로 알찬 덩어리를 일구어낸다.
눈을 수천번이고 다시 가려보려 발악했으나 잔상이 남아 괴롭힌다. 형상들의 향은 무언의 악취에 섞이어들 만큼이나 강력하다. 경계 내부의 땅굴을 한껏 파낸다. 내게 질문을 던졌다.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경계 너머의 종착점이 보이질 않습니다
발자취는 금세 밟히기 쉽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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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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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
그것은 바로 희망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희망. 지독한 희망이었다. 도시 하나만큼의 땅을 파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 희망.
그만큼의 땅을 파낼 수 있을까? 상관없었다.
지저 인간들이 약속을 지킬까? 상관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땅속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는 건 그 악마같은 희망 하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팠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땅을 팠다. 몸이 후들거려도 죽기 직전까지 땅을 팠다. 나중에 와서는 그 희망이라는 것도 너무나 희미하여 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땅을 팠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듯이.
김동식, [회색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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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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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이킬 수 없었다. 
변할 기색조차 없이 흘러가는 것들이 두려웠다. 변화 그 자체를 적대시하는 나 자신이 우스워지는 순간마저 생겼다. 불신 속 저릿해지는 느낌이 혐오스러웠다. 
불가측의 불확실이 일구어낸 불안정의 기억들이 어디쯤에 여실히 남아있었기 때문인가. 그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증오스러웠고, 그 때와는 같아질 수 없다는 강박을 닮은 압박감에 날 둘러싼 모든 것들이 거짓말같은 순간이 생겼고. 벗어나려 애를 썼던 자리에 가득했던 상흔마저 잔상.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있어 불가피한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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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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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다랐던 공간은 불모지였다.
극적인 장치들로 치장하려 발악했던 그 대지는, 격랑의 씨앗만이 흩부려진 척박한 불모지의 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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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kakaaaaii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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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붕괴,
인과
불가분의 것인 동시에 가분.
모순이고..
분명하게 지각하고 파악하고자 하는 것들은 사실상 죄다
추상적 그리고 공상적이고
관념 속에.. 그득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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