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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1stt-bl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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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산책을 했고 나는 어제 결혼을 했고 나는 그저께 이혼을 했고 그 전날에 죽을 뻔했고 그 전전날에 실제로 죽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그 전전전날에 태어났고 그 전전전전날에 울음을 터트렸고 태어나서 운 것인지 죽는다고 운 것인지 아니면 죽고 나서 운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아무튼 울음은 크고 우렁찼고 더할 나위 없이 슬펐다. 그래서 산책하는 사람이 내일은 위로라고 할 것이고 모레도 격려라고 할 것이고 그런 것들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올 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을 어디까지 수습해야 할지도 도무지 모르겠을 때 그가 찾아왔다. 새로 태어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던 그는 어제도 찾아왔고 그제도 찾아왔고 앞으로도 찾아올 것이 분명한 태도로 말했다. 내일은 같이 갑시다. 모레도 같이 갑시다. 언제나 같이 갑시다. 내가 올 때마다 같이 갑시다. 그게 싫으면 내가 다시 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겁니다. 오늘 중으로. 아니면 내일 중으로. 아니면 두 번 다시는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영원히 같이 가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나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말 못 한다. 그냥 따라갈 뿐이다. 산책로를 따라서…… 이렇게 구불구불한 길은 처음 본다.
김언,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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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1stt-bl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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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1stt-bl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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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노래가 나에게 힘이 될 리 없지만 네 노래가 나를 위로하거나 어루만지지 않지만 혼자인 건 나뿐인 거 같을 때 나를 모서리로 몰아가지만
장미도 데이지도 페페로미아도 없는 창가에서 광장이 보이는 지저분한 창가에서 비스듬히 앞 방의 벗은 두 남자가 보이던 레코드판만 한 창을 열고
네가 부른 작은 노래를 다른 데서는 부르지 말아 줘
네 노래는 공사가 덜 끝난 공장의 깨진 벽돌 같아 망한 옷 가게 커튼 뒤 쓰러진 마네킹 같거든 밤의 횡단보도 앞에서 파는 럼과 바닐라를 첨가하지 않은 젖은 페이스트리 같아도
네가 내게 불러 준 그 작은 노래를 ���억할게 다른 이의 마음을 흔들지 말아 줘
최악의 언덕이었고 시체가 떠오르는 저수지였고 내게도 마음이란 게 있다면 네 노래를 들을 때뿐 비합리적으로 너를 사랑해 부조리하게 너를 사랑해 사람의 모순이 사랑을 만들어 나머지 모든 것은 내게 소용없네
네 노래는 나를 의심하고 네 노래가 없었던 나의 모든 날들을 환멸하네 네 노래가 사라질 모든 날들을 환멸하지 짐작이 의심보다 무서웠어 보드 타던 애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다친 광장에서 너는 노래하고 싶었다네
천둥소리를 녹음했지 언제나 주위에 있는 어둠이 더 짙어지던 밤에 폭우를 녹음했어 너는 창가에서 이제는 사라진 가스등처럼 흐릿했네 옛날 가게 마네킹처럼 눈코 없이 울고 있었어
점등원은 올 리 없고 광장에서 언덕에서 저주지에서 정원에서 우리가 아침 식사를 함께할 리가 없겠지만 나는 네 노래를 사랑했어 매일이 폭풍 전야이기를 바라 태풍 경로 속에 내가 있기를
나에게 너는 표를 사 준다 통로 좌석과 창가 좌석 중에 어디가 좋은지 묻지 않는다 노래에 기대하던 모든 것을 느끼게 해 준 너는 나의 절망 나는 눈 먼 여자 수난 없는 사랑을 알지 못하네 지진 없는 대지의 노래를 믿지 못하네
네가 부른 그 작은 노래 네가 부른 나의 노래를 나만 듣고 싶었지만 어떡하면 좋을까 네게 창과 통로 낮게 뜬 달도 주고 싶으니 젖은 토양과 작열하는 태양과 차가운 밤의 나의 시신까지
내게 불러 준 너의 작은 노래를 어떡하면 좋을까
김이듬, 「싱어송라이터」,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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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1stt-bl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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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ed him to be my friend.
But he became me and I became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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