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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호 / 오늘은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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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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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의 새해 첫 영화가 <희수>였고, 삼개월만에 몸을 뉘였던 방에서 서둘러 나와 향한 곳이 인디스페이스였기에, 내 새해 첫 영화는 <희수>가 되었다.
영화는 관객과의대화 영상으로 먼저 만났다. 배우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울었다.
하얀 종이 위에 죽음의 이미지가 가득했다. 모호함이 명확한 단서가 되어, 글이 영화가 되고, 영화가 또 글이 되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죽었지만 죽지 않은 두 사람이 멀고 가까운 곳을 부유했다.
안보이는 곳에 있는 모두가 여행을 즐기고 있길 빈다. 나는 꺾인 꽃이든, 씨앗이든, 언땅에 심기로 했다. 너와 나는 다른 모습으로 만나도 손을 잡아 확인하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다시 마음 먹을 수 있게 새해가, 하루가 돌아오는 것이 고맙다.
프로그래머의 악취미 덕에 첫 영화가 <희수>가 되어 좋은 새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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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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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의 추억을 추억하며
오늘의 저는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원래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을 당시의 벅찬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새로 들어가기로 한 영화 제작의 진행이 더뎌 고민이 많던 어느 날, 문삼화 연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연극인복지재단, 중랑문화재단과 함께 낭독공연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대신 비대면 영상 촬영을 하게 되었고, 이왕 촬영하는 거 기록에 의의를 둔 영상이 아니라, 관객들이 (실제 공연보다는 못하겠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문연출님과 배우들이 많은 준비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각자 일정이 맞는 날 모여 연습을 하고, 평소에는 단체 채팅방에서 자료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처음 연습에 참여했던 날, 자유롭게 역할을 넘나들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고, 과연 낭독극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KF94 마스크도 막지 못하는 배우들의 열정 덕분에 금새 제 시야가 흐려졌... 아니네요. 제 입김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중랑구의 명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촬영 예정지는 노필 감독님이 잠들어 계신 망우공동묘지와 원래 낭독공연을 하려고 했던 용마산폭포공원이었습니다. 먼저 노필 감독님이 잠들어 계신 망우공동묘지에 갔습니다. 노필 감독님의 묘소는 산책로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근처의 정자와 묘소를 배경으로 만들면 색다른 것이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용마산폭포공원은 사실 큰 기대없이 갔다가 깜��� 놀랐습니다. 이런 공원이 숨겨져(?)있었다니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 뿐만 아니라, 넓은 호수, 호수 가운데 떠있는 공간, 거기에 거대한 폭포까지. 이왕 실내에서 벗어난 김에 야외 촬영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용마산폭포공원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낭독공연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게 될 관객들에게 100씬이 훌쩍 넘는 원작의 대본은 너무 길었습니다. 문연출님과 배우들이 원작을 40분 분량으로 줄이고, 영화의 컨셉에 맞춰 20분 정도를 새로 썼습니다. (원작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풍성합니다.) 새로 쓴 부분은 용마산폭포공원에서의 촬영을 결정한 후, ‘공연 바로 전날 비대면 영상 촬영으로 대체된 상황에 놓인 배우들과 조연출, 그리고 의문의 인물’ 컨셉에 맞춰 구글 문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동 창작했습니다.
촬영은 하룻밤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엔딩의 폭포 장면을 촬영하고, 나머지는 한 막씩 런을 돌 듯 연기하고 촬영했습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촬영감독 세 명이 각자 카메라를 들었고, 카메라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대신 조명팀과 녹음팀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촬영해야 하는 분량이 많았지만, NG가 거의 없었던 덕에 해가 뜨기 전 예정했던 분량을 전부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에 협조해주신 주민분들, 밤새 진행도와주신 중랑문화재단, 연극인복지재단분들 감사드립니다.
사실, 영화 작업은 촬영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편집이
(중략)
중랑문화재단 유튜브에서 상영을 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기대보다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관람평을 남겨주셨습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도 언급해주신 분들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영화에 대한 소개와 제작과 관련한 간단한 소감을 적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썼습니다만, 이 글을 읽게 될 분들이 누굴까 생각해보니 제작기를 적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런 글을 썼습니다. 저는 우리가 함께 만든 이것을 영화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Though the Rose has withered(장미는 시들었지만,)>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겠지만, 살아냈던 흔적은 어떤 형태로든 남을 것입니다. 예술이 아니더라도요. 상황이 나아져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붉은 장미의 추억> 공연을 하게 되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들과 무대 뒤 스탭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극장에서 만나요!
/ 중랑문화재단 낭독극 대본집에 들어갈 글. A4 한 장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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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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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6
올해 열심히 했던 스마트폰용 게임 ‘삼국지 전략판', 오늘 삭제했다.
KOEI 에서 새 스마트폰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에 나를 포함한 올드 삼국지 게임 팬들이 이 게임에 집결했다. 공식카페에 미리 모인 사람들끼리 동맹을 만들어 한국 서버가 열리기 전부터 해외 서버에서 함께 예습을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 1서버에서 1등을 했다. 대부분의 맹원들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몇 억 쓴 사람도 있다는데...?) 현질을 하고, 24시간 내내 게임에 매달려 있어서 그걸 따라가느라 가랑이 찢어진 뱁새 꼴로 게임을 한지 10개월. 게임 속 뿐만 아니라, 단톡방,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했고, 때로는 게임 컨텐츠보다 그게 더 재밌기도 했다. 시즌마다 부침이 있었지만, 이번 5시즌에서 동맹이 꽤 대단한 위업을 달성해서 만족스럽게 게임을 그만둘 수 있었다. 단톡방에 작별인사하고, 그간 사용한 아이디를 넘기고, 나중에 현실에서 만나기로. (이미 실제로 만난 사람들도 있고. 30-40대 남자 셋이서 대낮에 만나 닉네임을 부르며 치맥 먹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
게임프로그래머는 어렸을 때 가졌던 유일한 장래희망이었고, 그 중에서도 저 KOEI 에 입사하는 게 목표였다. 게임 만드는 게임으로 게임을 만들 때에도 KOEI 의 로고를 따라해 JEBI 라는 로고를 적어넣었을 정도였으니. 간만에 향수에 젖어 치열하게 게임했네. 삭제한 기념으로 글 하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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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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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게 2011년이니까 벌써 1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셈입니다. 첫 영화부터 장편이었고, 지난 10년 동안, 연출이든, 피디든, 다른 스탭이든, 또는 배우든 매해 쉬지 않고 장편영화 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유일하게 2020년에만 장편영화 현장에서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던 아니던.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2020년 가을, 코로나19 대책으로 낸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뉴미디어 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만들게 된 영화(?)입니다. 덕분에 뭔가 남긴 한해가 되었습니다.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뉴미디어 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라니... 명칭이 참 복잡합니다. 팀당 세 명의 영화인에게 인건비 220만원씩을 주고, 제작비 330만원으로 '영화'와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10분 이내의 숏폼 영상을 만드는 지원사업인데, 아마도 영화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그냥 주는 건 어려우니까, 대신 뭔가를 만들어내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뭔가가 '영화'가 아니라, '온라인-뉴미디어 영상콘텐츠', '숏폼'이라니, 명칭 만큼이나 머리도, 마음도 복잡해졌습니다.
 영화현장과 멀어진 <대관람차>의 조감독이었던 민욱, 조명팀원이었던 태웅에게 연락해서 팀을 만들었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제작비 330만원 안에서 딱 그만큼의 작품을 만들자고요.
 작품 제목 :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제작 의도 : 우리가 만나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작품 내용 : 만년 조감독 민욱이 드디어 자신의 영화를 찍게 되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민욱은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적어서 지원했고, 다행히 선정되었습니다. 민욱이나 태웅이 새로 글을 쓰거나 연출을 하길 바랬지만, 둘 다 손사래를 쳐서... 결국 제가 글을 쓰고 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지원서에 적은 대로 롱테이크 한 컷으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영화를 만드는 현장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만드려고 보니까, 별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만들면서 방역수칙을 많이 어기게 될 것 같아서... 말았습니다.
 전에 활동하던 영화제에서 줌을 이용해서 만드는 영화 워크숍을 진행하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시민 노무현> 때 OTT 용은 OTT 환경에 맞게 새로 편집을 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어서, 그때 생각했던... 아이씨 자꾸 무산돼.
 한강시민공원에 다녀온 후, 총 4씬, 6페이지의 짧은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캐스팅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초고입니다. 한강 촬영 후, 민욱의 대사가 상황에 맞게 수정되었습니다.
 민욱 역의 강길우 배우는 <시체들의 아침>을 본 후부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워너비 배우였습니다. 자칫하면 이상하고 위험하게 보일 수도 있는 상황과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냈었죠. 호우!
 은희 역의 도연진 배우는 강길우 배우를 캐스팅한 후에 그와 함께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 몇 분의 프로필 사진을 민욱과 태웅에게 보여줬는데, 만장일치로 먼저 여쭤보자고 의견이 모인 배우였습니다. 전에 다른 현장에서 함께 연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쉽지 않은 형식의 영화와 캐릭터였는데도 잘 해냈었고, 무엇보다 연기를 주고 받았을 때 편안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이 남아있었습니다.
 태웅 역(원래는 재호 역)의 김준범 배우와 마누 역의 마누엘보가드 배우는 글을 쓸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민욱이와 김준범 배우는 김종관 감독님의 <최악의 하루>에서 함께 했습니다. 은희가 맡은 영화 속 영화의 셀린은 <최악의 하루>의 은희에서 가져온 캐릭터입니다. 마누엘보가드 배우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입니다. 제 모든 작품의 영문 번역을 도맡아준 동료입니다. 영화 속 영화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걷는 제시와 셀린이 나오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가져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 모두 승락을 해서, 지금의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몇시간만 촬영하면 된다고 하고 꼬셨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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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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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리딩과 촬영도 Zoom 을 이용했어요. 촬영 때는 각자의 공간에서 Zoom 에 접속해서 연기하고, 노트북(또는 데스크탑) 카메라 위에 스마트폰을 거치해서 따로 촬영해서 좋은 화질의 소스를 확보했습니다.
요 프로젝트는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잘 계획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 하고 빠지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어요. 그 당시의 코로나-19 방역수칙도 지킬겸. 된다고 장담은 했지만, 속으론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배우들 리딩하는 거 보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대단해... 짜릿해...!
1회차 한강시민공원 촬영은 해가 완전히 뜨기 전(비포 선라이즈), 2분 롱테이크, 롱샷 앵글이라는 꽤 어려운 미션이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모두들 잘 해내서인지! 허무할 정도로 일찍 오케이 컷이 나왔어요. 어어... 이제 뭐할까 하다가 더 할 것도 없어서, ‘그새 생긴’ 스타벅스에서 모닝 커피 마시고 헤어졌죠. 다들 이래도 되나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흐흐.
2회차 회의 장면은 더 수월하게 끝났어요. 6분 내외의 롱 테이크를 다섯번 시도하고 끝냈으니... 네번째에 오케이 컷이 나왔고,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각자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세요 하며, 한번 더 해서 총 다섯번. 물론, 네번째 테이크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로그아웃을...
민욱의 롱샷은 이희섭 촬영감독님과 태웅이가 직접 가서 촬영했는데, 영화 속 처럼 영상통화를 켜놓고 앵글 보면서 의견을 나누었어요. 진짜 되긴 되더라고요.
후반작업은 <별일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 <시민 노무현>의 김진우 음악감독이 편집, 색보정 등등 모든 걸 도맡아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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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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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30일
아까 낮에 빛이 좋아서 잠시, 아주 잠시 이곳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비가 내려서 낯선 곳으로 숨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들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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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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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5일
어쩌다 들어가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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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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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3일
선물 받은 책의 날개를 펴고, 오늘 산 만년필로 오늘을 적어놓았다. 먼훗날 이 숫자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면, 그땐 어떤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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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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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6일
2021년이 되었다.
다음 포스팅은 2022년이 되었다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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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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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3일
갑자기 연락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부탁을 해서 갑자기 일 하나를 하게 되었다.
일은, 원래는 없다가 생긴 자격 연수 같은 것이 원래는 대면 수업으로 하려다가 갑자기 비대면으로 변경된 것인데, 원래는 갑자기 연락을 받은 사람이 했어야 하지만, 그에게 원래의 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나에게 부탁을 했고, 나도 원래 그와 함께 하던 일이 있었지만, 이 일이 끝날 때까지 미뤄주기로 해서 내가 대신 하기로 했다.
덕분에 한달 동안 분당이란 곳에서 살아보게 되었다.
분당이란 곳에 살고 있다기 보단 한 회사원의 아파트의 작은 방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운 좋게도 일하는 곳 바로 근처에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는 나에게 물어봤다.) 나보다 조금 늦게 출근해서, 평일 저녁엔 잠깐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다시 야근을 하러 가서 자정을 조금 넘겨 들어오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금요일 밤에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수원의 집으로 가서 주말을 보내고 그곳에서 출근을 한다. 만날 일이 거의 없고, 전혀 터치를 하지 않아 정말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다. 바로 옆에 노브랜드만 가끔 다녀올 뿐, 대부분 일하는 곳과 이곳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 한달의 절반 정도가 지났다. 첫눈이 왔고, 코인세탁소에서 빨래를 했다. 점심엔 집주인이 냉동해놓은 밥과 노브랜드 라면을 먹었고, 저녁엔 노브랜드 닭가슴살에 노브랜드 덮밥 소스를 뿌려 편의점 김치와 함께 먹었다.
이제 절반이 마저 지나면 마흔이다, 갑자기. 원래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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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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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4일
눈다래끼가 자주 난다. 1년에 한두번.
따뜻한 찜질을 자주 해주라는 의사의 처방을 며칠 잘 따르다가, 해도 안 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닳고 자연스럽게 없어지길 바라면서 3개월을 버텼다.
행사, 출연, 술자리를 핑계로 뒤늦게 다시 찾아간 병원. 이미 눈꺼풀의 일부가 된 거 같아, 째고 나서도 그대로 남아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말끔하게 사라진 것 같다. 의사에게 혼났다.
얼마 전에 술을 많이 마셨는데, 잠깐 부은 거 같더니만 금새 괜찮아졌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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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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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4일
글이 잘 안 써져서, 여기에 글을 쓴다.
마감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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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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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8일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있다는 말은 언젠가 거짓이 되지만, 없다는 말은 언젠간 반드시 진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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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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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일
걷다가 죽을 것 같아서, 눈에 보이는 약국에 들어가 약을 사서 삼켰다. 약 먹는다고 괜찮아지는 건지 모르겠지만(사실 아픈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알, 98일치.
책 한 권을 읽고, 영화 두 편을 보았다.
아트시네마는 영화제 때 말고는 거의 가질 않았는데, 새해부터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유료회원까지 가입하게 생겼다. 뭐, 스무 편은 보겠지.
<만춘>과 <동경의 합창>을 같은 자리에 앉아서 보았다. 쉬는 시간이 좀 길어서 카페에 앉아 매표소에서 마주친 지인과 영화의 감상을 나누었다. 같은 장면에서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그 장면에서 같은 궁금증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스폰지하우스가 종로에 있던 시절, 빔 벤더스의 영화 네 편을 같은 자리에 앉아 연달아 본 적이 있다. 쉬는 시간이 짧아 커피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저녁 즈음엔 학교 후배가 샌드위치를 사와서 겨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때 봤던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도 않지만, 극장 로비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던 것은 정확히 기억난다. 고마웠고, 미안했던 마음도. 후배와는 몇 년 전 미디액트 가는 길에 마주쳐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열 편의 영화와 두 번의 포럼이 남았다. 모두 볼 수 있을까. 아홉 알의 약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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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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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
정말 2020년이 되었다. 그때가 되면 진짜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궁금했던, 큰 문제가 없다면 살아남아서 직접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근 미래의 하지만 가장 멀리 있던 해.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방영 당시엔 엔딩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듯 나 역시 텔레비전과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고, 원더키디는 그때 봤던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그 특유의 우울함 덕분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상이 남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잔상은 2020년이 다가올수록 더 진해졌다. 물론 결말은 검색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었겠지만... 귀찮았고.
2020년을 맞아, 방송국 유튜브에서 스트리밍을 해준 덕에 드디어 엔딩을 볼 수 있었다. 회당 20여 분, 총 13회. 물론 13회 전부를 집중해서 본 것은 아니고, 누워있다가 졸기도 하고, 새해를 맞아 집에 놀러온 조카랑 놀기도 하고, (조카가 놀아줬다.) 동생네가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간 사이에는 청소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후반부는 놓치기 싫어 집중해서 보았는데, 기억 속에 남아있던 것보다 꽤 희망적인 스토리였더라. 아이들 대상의 공중파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2020년의 지구는 꽤 절망적인 상태로 그려져 있고,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탐사대가 우주로 나간다는 설정인데, 사실 지금의 지구가 더 절망적인 상태임은 확실하다. 탐사대가 우주로 쉽게 나갈 수 있는 기술력도 없고, 인간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행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 내가 상상했을 나의 진짜 2020년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다. 영화감독 따위가 되어 있다니...
그래도 아까 수년 전 재개발로 사라진 대동서점 사장님을 길에서 만났고(여전히 건강하셨다!), 방금은 카페 사장님이 배달 오토바이 기사님께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는 동안 카페에 앉아서 기다리시라며 두유를 내주었다.
달려라 아이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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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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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8일
긴 시간이었다. 분명히 그때도 언젠가 그때가 그리워질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을 기억에 담아두질 못했다. 기억에 남은 것은 짧은 순간들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확신할 수 없고, 그래서인지 잘 기억나지 않거나 겪지 않은 일을 상상하느라 실제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보냈다. 그게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무의미한 것을 이해하려다 소모될 앞으로의 시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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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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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3일
다시 겨울도쿄에 왔다. 지난 여름에 왔던 영화관에서 우리 영화를 개봉(여기선 공개라고 한다.)한다. 두 시간 거리인데 온도차가 크다. 두꺼운 옷은 모두 두고 왔다. 영화관에 들린 김에 아무 영화나 보기로 했다. 여름엔 한 배우의 데뷔 70주년 기념 영화를 보았다.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고, 유명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였던 것 같다. 관객과의 대화까지 들었지만(?) 확실하지 않다. 이번엔 어떤 음악 영화제의 단편영화들인 것 같다. 역시 확실치 않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기대된다. 관객이 꽤 있는데 여러분 내일 저희 영화도 보러 와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다.
작년 겨울도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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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jaeho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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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일
요즘들어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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