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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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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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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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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기존의 생각했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오는 기분 좋음이 있다. 조용한 가족에서의 나문희와 박인환 배우가 그러했다.
조용한 가족은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인걸로 알고만 있었다가 금요일엔 수다다라는 영화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다루면서 어떠한 내용인지를 알게 되었다. 금요일엔 수다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SBS 영화 프로그램인 접속! 무비월드의 코너였던 영화는 수다다가 독립 편성이 된 프로그램이다. 이 영화는 수다다를 통해서 빨간 안경을 알게 되었고 이때까지 보던 영화 프로그램과는 달리 날카로우면서 이해하기 쉽게 영화를 설명하는 이동진 평론가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는 군대 시절 주말에 VOD로 보았다. 옛날 영화에는 관심이 없던 후임들이 자거나 자리를 비워서 이때다 싶어 틀었다. 지금보다 젊은 배우들의 모습들이 약간은 낯설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문희와 박인환 배우는 인자하고 약간의 유며가 있으면서 가슴 따뜻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조용한 가족에서 그들은 코믹하면서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섬뜩한 연기가 인상에 깊었다.
중간부터 같이 보게 된 한 후임도 퍽 재밌게 봤는지 다른 후임들에게 연등 때 보자고 했다. 최민식과 송강호가 타이틀롤이 아닌 것도 처음 본다고 했던거 같다. 낮이었지만 커튼을 치고 불을 다 끈 생활관은 제법 어두웠고 연등 때를 제외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집중하며 본 것은 군대에서 드문 경험이어서 그런지 그때의 생활관 풍경이 기억에 저장되어 있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부모님한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용한 가족을 보면서 나문희와 박인환 배우한테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지금도 좋은 연기를 해주고 계시지만 색다른 캐릭터를 맡고 싶으시지는 않으실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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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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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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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절은 초등학교 4~5학년때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 뒤표지에 적힌 줄거리를 보며 어떤 책을 읽을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때는 독서가 즐거운 일이었는데 지금은 책만 읽으면 졸립기만한지 모르겠다. 고른 책들이 주로 시공주니어와 비룡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이었다. 그 중에서 재클리 윌슨 작가와 로알드 달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영화화된 로알드 달의 소설이 많아서 둘다 보려고 했었다.
마틸다하면 레옹의 마틸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에겐 천재적이고 배움을 좋아하고 초능력도 있는 마틸다가 먼저 떠오른다. 독서를 많이 하던 시절, 소설 속 또래 주인공들에게 생기는 기상천외하고 환상적인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나지는 않을까하는 기대도 했었다. 그런 기대를 했었던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일같다.
마틸다를 읽고 나중에 영화로도 나왔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에 두 번을 보았는데 둘 다 영화 채널에서 봤는지 아니면 처음엔 비디오로 빌려보고 영화 채널에서 봤는지 가물가물하다. 영화는 소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소설을 읽을때 상상이 잘 안되던 부분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니 좋았었다.
다시 독서에 흥미가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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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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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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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때 안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 한 영화채널에서 멈추었는데 우측 상단의 19세 표시가 눈에 띄었다. 괜시리 긴장이 됐다. 티비에는 초록머리의 남자가 지하실이나 창고 같은 곳에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대사도 없고 노래도 나오지 않았다. 그 분위기가 어린 내가 봤을 때 꽤 무섭게 느껴졌다. 잔인한 장면이나 험한 말들이 나온 것도 아닌데 긴장되고 가슴이 쫄렸다. 계속 보고싶은 마음과 무서운 마음이 충돌하다가 채널을 돌렸다.
내가 추천한 영화를 상대방이 재밌게 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던 적이 많다. 누군가 영화를 추천해달라하면 전에는 재밌게 봤던 영화를 막 얘기했었다. 상대방이 어떤 취향인지도 모르고, 어떤 영화를 보고싶은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영화 얘기를 자주 하던 대학교 친구에게 복수는 나의 것을 추천했었다. 좋은 수식어는 다 말하며 추천을 했다. 그 친구는 건조하고 카메라 움직임이 느리고 대사가 적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다는것은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알게되었다. 그러니 친구는 복수는 나의 것이 지루하게 느꼈었다. 이등병 시절 연등시간에 선임들이 보고 싶은게 있냐고 물었었다. VOD 무료 영화에 복수는 나의 것이 있는것이 떠올라서 이 영화를 추천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아차 싶었다. 생활관은 고요해졌고 영화가 끝나고 별 다른 말 없이 TV를 끄고 다들 잤다. 시간이 흐르고 선임들과 친해졌을 때 그날 밤 내가 이등병이 아니었으면 욕을 하려 했다고 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고심하여 영화를 추천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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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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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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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누군가를 생각하다 우연히 만나거나 연락이 오면 이런것이 운명이라 생각이 든다. 안탑깝게도 나에겐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아니지만 보고싶은 영화가 떠올랐을 때 운명처럼 보게된 영화는 있었다.
처음 아멜리에를 알게된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영상미가 예쁜 영화 리스트 같은데에서 알게 되지않았나싶다. 그리고 초록 배경에 단발의 큰 눈, 붉은 옷, 약간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을 한 아멜리의 영화 포스터도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나중에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1아니면 고2때 혼자 집에서 티비를 보고 채널을 돌리다 영화 채널에서 아멜리에가 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작한지는 십여분정도만 지나서 자세를 고쳐앉고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었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이 지나고 잠이 오질 않아 휴대폰을 하다 심심해서 잘보지도 않던 DMB를 켰다. 채널을 돌리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주말의 명화같은 프로그램 로고가 광고속 우측 상단에 있었다. 무슨 영화인지만 확인하고 자려했다. 아멜리에를 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 영화는 아멜리에였고 뜻밖의 행운에 행복했다. 그 조그마한 휴대폰으로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두 번째보니 처음 봤을때는 알아차리지 못한 장면들이 보였다. 그리고 주인공 아멜리의 외로움, 고립감이 더 잘 느껴졌다. 아멜리까지는 아니지만 나또한 내가 만든 벽으로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했고 누군가 다가오면 벽을 더 두껍게 만들곤 했다. 그런 아멜리가 자리에 박차고 일어날 때 뭉클해졌다. 나도 나의 벽을 허물리라. 저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벽을 허물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나고 재작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아멜리에를 보았다. 만약 평생 한가지 영화만 봐야된다면 별다른 말성임없이 아멜리에를 고를것이다. 아멜리에만큼 좋아하는 영화들이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풍족한 행복감은 아멜리에가 유일하다. 주변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겁고 기분 좋은 일인지 이 영화를 통해 알게되었다. 물론 나의 행복을 찾는 일이 먼저지만. 언제 행복했는지 생각하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중2소년처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행복한 감정이 점점 느끼기 어려워졌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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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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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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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여름때 요즘엔 어떤 영화들이 상영하는지 인터넷으로 보고있었다. 그러다 개봉 예정 영화까지 찾아보는데 한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에 흙이 묻어 있는 소년에게 뽀뽀를 하려는 소녀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였다.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영화 포스터만 보고 영화가 보고싶어진 것은 저때가 처음이었다. 저 소년이 두더지로 상징되는 캐릭터인가 생각이 들었고 간단한 영화 줄거리를 읽었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개봉일은 얼마 남지않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다. 극장에선 못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저때까지만해도 혼자서 영화관에 간적은 없었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었더라도 혼자서 영화관에 갔을지 궁금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언젠가 꼭 보기로 마음 먹었다.
고3이 되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수능시험전까지 웹툰, 영화��� 안보기로 했다. 그 시간에 영단어 하나를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한 문제라도 더 풀리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차라리 정해진 시간에 즐길거리를 하고 공부에 집중했어야 했다. 공부는 하기 싫고 나와의 약속은 지켜야하니 책상에 앉아도 멍만 때리거나 널브러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문득 두더지가 생각났고 혹시 몰라 VOD 영화 목록을 찾아봤는데 무료 영화 목록에 있었다. 무료 영화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보고 싶어하던 영화가 있어서 정말 기뻤다. 수능을 끝내고 나서 두더지를 첫번째로 볼 영화로 정했다.
수능이 끝난 직후는 약간 멍하고 텅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가 이따위로 시험보려고 학원을 다니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래도 노력같은 거라도 했었던 과거가 부끄럽고 후회되고 미안하고 허탈하고 우울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하고 걱정되고 재수를 해아하나... 이런 감정과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수능을 보고나서 며칠뒤 두더지를 몰입하며 보았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에 강렬함을 넘어섰다. 결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였고 주인공들의 의지가 보였다. 아마 수능을 치르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두더지를 더 몰입하며 보고 마음에 꽂혔던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의 상황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두더지를 보고나서부터 지금도 쓰고있는 감상한 영화 제목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그때는 왓챠피디아를 하지 않을때라 노트에 적었었다. 노트에 영화 목록이 빽빽히 다 적혀있을 때까지 쓰고싶어서 지금도 적고있다. 그날이 언제쯤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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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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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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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6학년 때 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가족들이 휴게소에서 막내 딸을 깜빡하고 챙기지 못하고 떠났다가 급히 되돌아오는 영화 장면을 보았다. 덩그러니 남겨진 막내딸과 자동차 상태가 좋지 않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딸을 태우려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이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나와 누나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누나들은 노트북도 가지고 있어서 컴퓨터는 예전 만큼 활발히 사용되지 않는다. 한창 때는 두 시간정도 사용시간을 정하고 누나들이 언제 끝내나 오매불망 기다렸었다. 사양도 좋지 않았지만 컴퓨터앞에 앉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고 중요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주말 원인 모를 이유로 인터넷이 되질 않았다. 컴퓨터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껐다 켜봐도 초록창은 나타나질 않았다. 낙담해있던 내게 작은 누나는 영화파일들이 있으니 영화라도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스 리틀 선샤인을 틀어주었다. 같이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고 있었던 작은 누나도 영화가 재미있어보였었던지 영화를 다운받았던 것이다.
그 후 작은 누나는 DVD까지 샀고 같이 DVD를 보았다. 수록된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비하인드를 알게되고 지나친 장면과 의미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사랑한다. 감명깊게 본 영화는 많지만 꾸준히 찾아보는 영화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 현재까지 유일하다. 아마 내가 중년, 노년이 되도 찾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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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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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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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다 친해진 친구가 있다. 서로 재밌게 본 영화가 겹치면서 영화 취향이 비슷하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서로 안본 영화를 추천했다. 막상 영화를 서로 추천해주니 잘 맞지가 않았다. 친구가 추천한 영화는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나중을 기약했다. 친구는 내가 추천한 영화를 나름 열심히 봤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심지어는 영화를 다 보자마자 전화로 이게 뭐냐며 장난섞인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가 추천한 영화 중에 마침 보고싶었던 영화가 있었다.
출발 비디오 영화에서 동남아 액션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봤다. 동남아 액션 영화라고는 옹박밖에 몰랐고 액션 장면이 강렬해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졌다. 끝부분을 봐서 영화 제목을 캐치하지 못했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몇 달뒤 친구가 레이드를 추천했다. 검색을 해보니 그때 봤던 영화인것을 알게 되었다. VOD 무료 영화 목록에 있어서 보게 됐다. VOD 무료 영화에는 뜬급없게 좋은 영화들이 있어서 마치 보물찾기 하는것 같다.
영화 장르를 편식하지 않으려하지만 액션 영화는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다. 액션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스토리는 부실하고 개연성이 없고 의미없는 화려한 싸움만 나온다고 생각했다. 물론 훌륭한 액션 영화도 있지만 그런 영화는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레이드는 단비같은 영화다. 액션이 끝내주게 멋있었고 스토리는 거슬리지 않고 흘러가 괜찮았다. 찾아보니 2편도 있었고 언제 볼진 모르겠지만 볼 영화 목록에 추가했다.
즐겨가던 영화 블로그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을 알게 되었다. 고3말에서 20살 초반에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냥 영화관인가보다 하고 넘겼다. 대학교 여름방학이 시작했고 남는게 시간이 되버린 시기에 무얼 해야할지 고민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떠올랐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무료라는 것에 놀랐고 내가 놓친 영화들을 보고 통탄했다. 그때 왜 눈여겨 보질 않은 스스로를 원망했다. 상영일정을 보니 레이드 1,2가 있었다. 레이드를 추천해준 친구와 다른 친구가 있는 단톡방에 같이 보자했지만 영화를 추천한 친구는 그날 일이 있다고 안될것 같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시간이 된다며 같이 보기로 했다. 그 친구는 레이드를 안봤지만 나는 레이드 1편을 또 봐도 상관없어서 레이드 1,2를 연달아 보기로 했다.
수색역에서 친구를 만나고 영상자료원으로 향했다. 멀리까지 와준 친구가 고마웠다. TV에서 보던 상암 MBC 파란 인간 조각상이 눈에 띄었고 방송국들이 많이 있어서 신기했다. 무료라서 별 기대는 안했는데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시설이 좋아 친구와 놀랐었다. 자리에 착석하는 어르신들이 꽤 있으셔서 의아했다. 잔인한 장면이 좀 나오는데 괜찮으신가, 이 영화를 알고 보시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날 무료하신 어르신들이 공짜 영화관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어떤 영화인지 상관없이 들어오신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지금은 안틀어주지만 영화 시작 전 거울들이 세워진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여자와 그녀에게 다가가는 남자가 나오는 영상이 나왔다. 영상의 분위가 신비롭고 애틋하고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다시 봐도 끝내주게 멋있었고 다행히 친구도 재밌게 봤다. 추천한 영화를 상대방이 재밌게 보면 다행스러움과 뿌듯함이 든다. 허겁지겁 버거킹을 먹고 바로 레이드2를 봤다. 2편은 1편보다 러닝타임과 규모가 늘어났다. 1편의 명쾌함은 떨어졌지만 재밌게 감상했다.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을 친구와 토론하며 헤어졌다.
인적이 드문 수색역, 조그만 터널, 뜨거운 햇빛에 등에 흐르는 땀, 시네마테크 KOFA의 쾌적한 시설, 영화시작 전에 나오는 영상, 허겁지겁 먹은 버거킹, 친구의 어색한 파마머리. 그 날의 기억은 참으로 생생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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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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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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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동네에 비디오 대여점이 7곳은 있었다. 유치원생때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뮤츠의 역습을 많이 빌렸다. 초등학생이 되고는 애니메이션보다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대여했다. 비디오 대여점에 있는 영화들을 다 보겠나리라는 참으로 어린아이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느낀 감정이 좀 크고나서 도서관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부자가 된것같은, 마치 모든 비디오와 책들이 내 것같아서, 보고싶은 작품을 언제든 빌려볼 수 있어서, 어떤것부터 봐야할지 행복한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런 기분만 느낄뿐 책은 나와 멀어진지 오래되었다.
초등학생때까지만해도 잘 나가던 대여점들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고 큰 누나 책장에는 만화책이 늘어만 갔다. 폐점하는 대여점은 처치곤란한 엄청난 양의 만화책과 비디오, DVD를 싸게 내놓는다. 만화를 유독 좋아하는 큰 누나는 잽싸게 만화책을 사왔고 엄마의 잔소리 또한 늘어갔다. 중학교3학년때 동네 만화책, 영화 대여점이 문을 닫는다고 큰 누나에게 들었다. 전년도에 BECK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심취하면서 봤던 나는 만화책이 더 재밌다는 인터넷 반응에 만화책으로 보고싶어했다. 정확히는 BECK만화책을 사고 싶었다. 하교하면서 그 대여점을 들르기로했고 주머니에 만원을 챙겼다. 집을 나서려는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빼다가 만원이 떨어지는 걸 엄마가 보셨다. 만원은 왜 가져가냐고 묻자 솔직히 말하면 잔소리를 들을까봐 준비물살게 있다고 대충 둘러대고 집을 나섰다.
수업이 끝나고 빠른 걸음으로 그 대여점을 향했다. 한창 정리중이었고 군데군데 빈 책장이 많아 마음이 쫄렸다. 조심스레 BECK만화책 있냐고묻자 이미 팔렸다는 비보를 들었다.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영화 DVD책장 앞에 섰다. DVD도 이미 많이 팔려나가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 중 눈에 띈 영화는 미스틱 리버와 멋진 하루가 있었다.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인것과 평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었다. 멋진 하루는 즐겨가던 영화 블로그에서 전도연과 하정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었다. 만원으로는 두 영화를 모두 못사서 고민을 하다 멋진 하루 시놉시스가 흥미롭게 느껴져서 멋진 하루를 골랐다.
집에 와서 엄마가 다시 한 번 만원을 왜 가져갔냐고 묻자 사실대로 대답했다. 만화책을 산다하면 뭐라할것 같아서. 오히려 엄마는 나쁜 친구가 돈가져오라고 시킨건 아닐까 걱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큰누나는 워낙 만화책을 많이 사서 뭐라하는거지 나는 괜찮다고 했다. 괜한 지레짐작으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찜찜했던 기분이 풀어져서 다행이었다.
멋진 하루를 고른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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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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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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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로 영화관을 혼자 간다. 누군가와 영화관을 같이 가면 약간은 어색하고 덜 편하다.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간것은 스무살이었다. 스무살이 된 느낌은 어떨떨했던것 같다. 스물살이 가까워질수록 스무살이 되기 싫었다. 하지만 싫다고 나이를 안먹을 수 없으니 어떨결에 스물이 된것 같았다. 청소년으로 남고 싶었지만 막상 또 스물이 되니 청소년처럼 보이기 싫었다. 고등학생 때 입었던 옷에 손이 잘 안가서 새 옷을 입고 싶었고 해보지 않았던 일도 해보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혼자 영화관을 가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개봉하기 전 위플래쉬에 대해서 알고있었다. 미국 관람객과 평론가평이 굉장히 좋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것을 중계방송으로도 봤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환승을 위해 홍대역에서 내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날이 좋았고 아직 저녁도 안됐는데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웠다. 그러다 위플래쉬가 떠올랐고 영화 시간표를 확인하니 알맞은 시간대가 있었다. 예매를 하고 영화관으로 들어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이다. 다들 누군가와 같이 왔는데 나만 혼자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저 사람 혼자 왔나봐라고 누가 숙덕이지 않을까하는 신���쓰이는 생각이 컸다. 자리에 앉고 스윽 둘러보니 일행이 있는 관객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 온 관객도 있었다. 약간 안심을 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그런 생각은 신경쓰이지 않을만큼 푹빠져서 위플래쉬를 봤다.
지금보면 아무일도 아닌 일이 처음일 때는 마냥 어렵게 느껴지고 큰 다짐이 필요하다. 나에게 시작은 늘 어렵다. 시작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크다. 이 길이 옳은 길인지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삼킨다. 넘어지면 무릎을 털고 일어나 다시 걸으면 되고 아직 이것저것 시도해봐도 되는 혹은 시도해야되는 나이이다. 항상 다짐으로 끝난다. 올해는 전처럼 다짐으로만 그치지않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한다. 이제는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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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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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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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전에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다. 정확히는 영화의 정보를 먼저 찾아보고 볼지 안볼지 판단한다. 감독이 누구인지,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평점은 어떤지, 시상식에서 상은 받았는지. 작은 누나가 너는 영화는 안보고 영화 소식만 보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뜨거워지고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정곡을 찌른 말이었다.
영화 소식과 정보들을 주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았다. 이웃추가를 하거나 즐겨찾기를 해서 즐겨가는 블로그들이 있었다. 지금은 포스팅이 없어졌거나 3년 가까이 글이 올라오지 않는 블로그가 되었다. 무척 아쉽다. 학창시절 나도 저 사람들처럼 영화에 대해 해박하고 재치있게 글을 쓰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은 있지만 소극적이다.
아마도 중3때 즐겨 가던 영화 블로그에서 포스트 목록에 브라질이라는 영화가 눈에 띄었다. 브라질에서 만든 영화인가 하고 클릭을 하자 영화 포스터가 상단에 눈에 들어왔다. 벽면 전체가 회사 철제 서랍으로 가득한데 하나만 열려있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안가는 사람이 날개 달린 갑옷을 입고 날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포스터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풍긴다. 그 포스터는 스크롤을 멈추게 했고 나는 이 영화를 무조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 배우, 평점이 어떤지는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영화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봐야겠다고 느낀건 두 번밖에 없는데 브라질은 그 중 하나고 그런 느낌은 처음 이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정확히 설명은 못하겠다.
1985년에 나온 영화를 찾기는 힘들었다. 집에 있는 비디오 디비디 플레이어는 고장난지 오래였다. 언젠가는 이 영화를 보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리고 몇달뒤 EBS에서 브라질을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너무 신이 났었다. EBS에서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 고마움은 계속해서 이어갈것이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밤 11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졸렸다. 너무 졸렸다. 끝까지 보려했지만 40분정도 보고 티비를 껐다. 다시 브라질을 보려면 몇년이 지나야될지 막막했지만 잠을 이길 순 없었다. 나의 간절함이 통한것인지 또 몇개월 후 EBS에서 다시 브라질을 상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 티비가 안방에만 있었고 부모님이 잠드셔야 브라질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은 1985년에 나온 SF영화를 보고싶어하시지 않을테니. 다행히 부모님은 일찍 주무셨고 이불을 끌어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브라질을 봤다.
영화 내용은 설렘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는 이토록 나를 설레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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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befor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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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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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전에는 근처에서만 이사를 했는데 처음으로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게되었다고 하자 작은 누나랑 엄청 울었다. 동네 놀이터와 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게 슬펐었던 것같다. 종업식이 끝나고 집에 오니 집이 텅 비어져있었고 이사를 가는 것이 실감이 났다. 영영 이 동네를 오지 못할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아직도 살고 있는 고향같은 이 동네로 돌아왔다.
6학년이었던 작은 누나가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작은 누나는 들떠보였다. 재클린 윌슨의 잠옷 파티를 재밌게 읽은 작은 누나가 책 주인공처럼 잠옷 파티를 하게되서 그랬을 것이다. 작은 누나는 친구들과 볼 영화 비디오를 대여했고 과자도 샀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친구네 부모님의 반대로 작은 누나의 잠옷 파티는 전날 취소되었다. 주인을 잃은 과자와 영화 비디오. 하는 수없이 작은 누나는 나와 과자를 먹으며 비디오를 틀었고 티비에는 아무도 모른다가 재생이 되었다.
아이들이 나오는 실화 바탕의 일본 영화라고만 작은 누나에게 듣고 영화를 봤다. 아무도 모른다는 처음으로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였고 그때 당시에 본 가장 어두운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 작은 누나는 적잖이 당황을 했다. 왜 이런 영화를 친구랑 잠옷 파티하면서 볼려했냐고 묻자 작은 누나도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다 했다. 평점이 높고 아이들이 주인공이라서 골랐다고 했다. 차라리 잠옷 파티가 취소된것이 다행이라고 서로 말했다. 만약 잠옷 파티가 취소가 안되었으면 나는 초등학생때 아무도 모른다를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무도 모른다를 본 것은 값진 경험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게 되고 영화 정보를 찾아보게 되는 자양분이 되었다. 잠옷 파티를 반대한 작은 누나의 친구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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