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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소거
지독하게도 보고 싶은 사람,
거닐던 거리마다
끈질기게 떠오르는 얼굴이,
자꾸 멈칫 거리게 한다.
나를 부르던 모든 곳들이
저마다 아우성이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너랑 지낸 흔적 뿐인 이곳을
어찌 떠날지 고민하다보면
또 네 생각을 하는 나를 알고
또 네 생각에 나를 담궈버리고 만다.
그림자도, 흔적도 아닌 것들을
쥐고서
소리내지 못하는 감정으로
꾸역꾸역 울어보기도 하고,
차라리 모질게 말하질 그랬냐며
허공에 흩뿌리기를 수십번,
아니 여러번.
나는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았고
소리내어 부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널 떠난건지
떠나지 못한 건지,
만나지도 않은 사이인건지
모르고 지나간다.
그냥 모든 것들이
입모양만 벙긋거리면서 지나갈 뿐이다.
내가 귀를 막고 널 만났듯,
그도 말하지 못한 채
나를 만났으니 말이다.
-Ram
*음소거
겉으로는 세상 좋은 사람처럼 인자하고, 아무 악의 없이 웃었던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척했지만 사실 볼륨을 음소거하고 주변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음흉한 사람을 살면서 처음 겪었다. 조력자인척했지만 실제는 최고 빌런이었던. 심지어 아주 듣기 싫은 목소리로 대놓고 ‘나는 원래 착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차라리 더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Hee
*음소거
카세트 플레이어가 고장 나서 아빠가 아이팟을 처음으로 사주셨을 때의 기분을 생각했다. 풀어봐야 할 선물상자가 매일매일 끝도 없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잘 때만이라도 제발 이어폰을 귀에서 빼라고 잔소리를 했고, 아빠는 무슨 음악이든 소리를 더 높여서 크게 들어야만 더 신난다고 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음량을 아주 작게 낮췄고 밤새 음악이 내 속으로 흘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어폰과 귀를 종이테이프로 이어붙였다. 나이에 걸맞은 호들갑이었다.
음악은 이어폰보다 헤드셋으로, 스피커로 들을 때 더 좋다. 그리고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 있을 때 더 좋다. 차에서 이동할 때 외엔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지금도 그런 공간이 갖고 싶다.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싶을 때, 단절되고 싶을 때, 자의식을 해체하고 싶을 때, 죽은 듯 조용히 숨만 쉬고 싶을 때 그런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도 없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켠다. 오래 그러면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라 잠시 그러다 만다. 나잇값 못 하는 호들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