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daily360ml-bl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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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8
  민형이를 때렸다. 줘팼다. 죄책감이 장난 아니다. 때린 사람은 발 못 뻗고 잔다더니.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때렸다. 코, 이마에 난 생채기 부어오른 관자놀이를 떠올릴 때마다 괴롭다. 다음에 진지하게 다시 사과할 거다. 왜 그랬을까.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안 됐는데. 어제는 이성을 잃었다. 괴물이었다. 뺨을 때린 손바닥에 멍이 들었다. 끔찍하다. 싸커킥을 갈겼다. 두 번이나. 섬뜩하다. ‘내가 이런 꼴 당하려고 밥 사주고 술 사줬냐?’ 잊히질 않는다. 나 참 못났다.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다. 누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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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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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9
  어제는 술을 마셨다. 며칠째 계속 마셨다. 오늘도 마셨다. 어제는 늘빛 그리고 중연이랑. 중연이는 곧 있음 호주로 떠난다. 영어를 마스터할 것이고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무지 오랜만에 만났다. 실은 늘빛이를 만나러 간 자리에 중연이도 있었다. 별로 안 친하다. 둘이 있음 어색한 사이가 됐다. 사람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됐다. 생각이 많은 나와는 달랐다. 목표가 생기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하는’ 그런 단순함 말이다. 
  막차는 진즉 끊겼고 두 시간을 걸었다. 역시나 취하면 감상적이게 된다. 중앙역 건너편을 지날 땐 동생이 떠올랐다. 예전 어느 지하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었고 나는 민형이랑 그걸 보러 갔었지. 좀 더 걸으니 나은이와 갔던 순대국집이 떠올랐고 나은이와 헤어진 이후 미친 듯 편지를 썼던 카페를 지나쳤다. 한양대학교 교정을 가로지를 땐 예전 중앙대학교 캠퍼스가 생각났고 그 땐 가경이가 생각났다. ‘학교 참 넓네’ 싶더니 선혜가 떠올랐다. 하마터면 술에 취해, 다음날 후회할 게 뻔한 메일을 남길 뻔했다. 
  어제 선형이와 함께 먹었던 저녁부터 속이 안 좋았다. 오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보냈다. 아빠가 치킨 먹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이내 갔다. 부자 셋이 치킨을 기다리는데 침묵이 길었다. 가족과 있을 때는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가 참 어렵게 다가온다. 대화의 시작은 아무말일 수도 있는데. 말 없이 치킨을 뜯었다. 늘 쫓기듯 안산에 온다. 살림살이를 챙기러 오거나 옷을 가지러 오거나. 목적 없이 오는 건 어떨까. 정말 쉬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빠는 주말 밖엔 시간이 안 되고 이번주 엄마는 계속 일을 했다. 저번처럼 식구들끼리 외식하는 그림을 원했지만 동생도 약속을 잡았고 나도 생동성 알바 때문에 내일은 일찍 상경한다. 엄마는 밥 한 끼라도 같이 먹길 바랄텐데. 시간이 안 나네. 내일은 일찍 일어나는 수밖엔 없겠다. 그게 최선이다. 
  여행을 가야겠다. 4월이 끝날 때쯤 ‘와.. 벌써 5월이야?’ 했는데. 5월도 벌써 끝이 느껴진다. 지난 달 지출이 많아 유니클로와 별개로 일일알바도 뛰었고 5월은 정신없이 흐르고 있다. 
  인스타나 유튜브로 시간을 죽일 바에는 운동을 하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책을 읽자. 오늘 든 생각. 예전 새내기 때처럼 메모장에 읽은 책들을 기록할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오늘은 책장을 뒤지다 예전에 공부한 불어책을 찾았다. 과외선생이 주고간 책은 보이지 않는다. 어벤져스를 보는데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다, 는 막연한 생각에 젖었다. 늘빛이는 제주에 있다. 순재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살이겸 일을 하고 있다. 주변인들 모두 분주하다. 
  오늘 확실히 다지는 것.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만족한 하루를 보내지 못 해서, 이다. 만족하지 못한 건 계획한 걸 이루지 못했음이고. 계획한 것이라 함은 작업 내지 공부를 가리킨다. 작업은 낮에 하자. 낮에 못한 작업은 자기 전에 해봤자 소용 없다. 차라리 책을 읽자. 그러면 보다 잘 잘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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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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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1. 듀얼쇼크4
  큰 맘 먹고 산 듀얼쇼크가 안 돌아간다. 레고 마블에서 쓰려고 산 건데. 만 원 이만 원 하는 것도 아니고 무려 육만 원이 넘는데. ‘차라리 플스를 살까?’ 생각했다. 육만 원 아깝다고 사십만 원 가까운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도 참. 친한 형 말마따나 나는 돈이 아주 많거나 아니면 아예 없을 팔자다. 
2. 이어폰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최악이다. 음악 없이 어떻게 살라고. 가뜩이나 블루투스 이어폰은 해외배송이라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 초록 우산 어린이 재단 맞나? 거길 후원하는 이어폰이 있길래 냉큼 샀다. 만 원 초반대 상품. 틀어봤는데 아뿔싸. 너무 장난감 수준이다.
3. 너도나라
  만남의 철학 세미나 진행을 맡았다. 심지어 책도 없는데 말이지. 어떻게든 되겠지. OT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고자 한다. 다른 책 서문을 함께 읽어볼까 하는데. 그 전에 모임의 시작을 계기로 글을 한 편 써갈까, 고민이다. 글 쓰는 건 즐겁지 않다. 결과는 몰라도 과정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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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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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5
1. 신년계획
  신년계획을 드디어 지켰다. 다름 아니라 8시 기상이 그것이다. 설이라 외가에 내려왔다. 이를테면 푸쉬업이라든지 요가라든지 윗몸 일으키기 등은 서울 올라오면 마저 해야겠다. 여기선 그냥 쉬어야지. 쉬는 것도 요령이다.
2. 아빠
  외삼촌이 티비 시청하다가 ‘어 우리 아빠 같다’라고 했던가.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빠도 늙는다. 나는 아직 아빠랑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계실 때 잘해야지 생각한다. 생각만 한다. 어제는 아빠가 고모랑 할머니에게 잔뜩 짜증을 냈다. ‘저 양반은 또 저러네’ 싶었다. 닮기 싫은 구석이라서. 아빠 차를 타고 고모댁을 벗어나 외가에 왔다. 오는 동안 아빠의 질문에 정말 대충 대꾸했다. 별로 답할 마음도 없었고. 지나고 나서야 드는 후회지만 나는 참 살갑지가 못 하다. 늘 생각만 한다. 생각만.
3. 오토바이
  살지 말지 계속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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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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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1. 외로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지 못한다. 혼자 있을 때 SNS하는 게 무슨 혼자 있는 것이겠는가. 게다가 틴더까지. 나는 내 스스로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 못하다. 사람은 그럴수록 강해지는데 말이지. 
2. 집
  집에 와이파이가 있다. 야동이랑 영화랑 유튜브 영상을 엄청 다운 받았다. 어찌 참새가 방앗간은 그냥 지나치랴. 온종일 핸드폰과 맥북만 붙들고 있었다. 후회하진 않는다.
3. 동생과 아빠
  동생도 어색하고 아빠도 어색하다. 동생은 자기 방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 같다. 아빠는 낮잠을 주무시다가 이제는 TV를 시청하신다. 남자 셋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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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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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1
1. 늘빛
  간만에 늘빛을 만났다. 날 주려고 인도네시아에서 9월에 샀다는 기념품은 아직도 받지 못 했다. 그는 평소와 달랐다. 뿜는 기운이 뭔가 축 쳐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는 느낌은 계속됐다. 아마도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곤 더는 묻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안산 오기 전에 인천에서 사케도 1병, 맥주도 1병 마시고 왔다니 말 다 했다.
  늘빛이가 술 먹다가 별밤을 놀러가자고 했는데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아침부터 깨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늙었나 보다. 
2. 휴식
  돈이 유일한 기준인 세상이다. 인간은 돈을 버는 사람과 돈을 벌지 않는 사람, 두 종류로 분류된다. 돈을 벌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 자기 몸 자기가 벌어먹이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예민하다. 숨 쉬는 1분 1초가 민감하다. 돈을 벌지 않으니 내가 쉬고 있다 한들 밥만 축내는 것 같은 우려가 쌓인다. 따라서 자꾸 뭘 증명하고자 한다. 쉬는 시간이 주어져도 자꾸 뭘 한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지 않음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런 압박을 늘 안고 산다. 
  내가 그렇다.
3. 염따
  염따 1, 2, 3집을 다운 받았다. 전곡 작사, 작곡, 믹싱, 프로듀싱까지 하는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음악에 부정적인 기운이 없다. 본 받고 싶다. 내가 만든 노래들을 훑었다. 춤을 추게 하는 노래가 없다. 그걸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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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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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0
1. 양지병원
  양지병원을 다녀왔다. 생동성을 지웠했다. 네 번째일 것이다. 손쉽게 목돈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순서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만졌다. 오늘은 월급날. 1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이 빠져나갔다. 계좌에서. 보니까 핸드폰 요금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요금제를 바꾼 이래 핸드폰 요금을 꼬박꼬박 내가 내고 있었다. 이전까지 엄마가 내줬다. 차차 엄마의 부담을 줄여나갈 생각이다. 독립을 위해서. 남들은 자기 핸드폰 요금 자기가 내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녔다. 오랜 시간 엄마가 내줬으니까. 
  카카오뱅크를 통해 적금을 들었다. 26주 모으면 70만 원 정도 쌓인다. 이자가 굉장히 짜기 때문에 원금하고 정말 차이가 안 난다. 하지만 목돈을 따로 빼두지 않으면 감쪽 같이 다 쓸 걸 안다. 나이가 찼으니 대비가 필요하다. 계좌 개설하는 김에 체크카드도 신청했는데 너무 귀엽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2. PT20
  유니클로 단톡방에 ‘유니클로 관심 있는 친구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점장의 연락이 왔다. P20 한 명, P16 한 명. 솔깃해서 ‘저 지금 P16인데 P20으로 바꾸는 거 가능한가요?’ 여쭸다. 안 된단다. 바꾸는 건 3월, 9월에만 가능하다고. 바꾸려했던 까닭은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루 8시간씩 이틀 일하는 것보다 하루 5시간씩 4일 일하는 게 좀 더 건강해보였다. 
3. 외출
  돈이 없어서 이틀 내리 집에만 있었다. 모처럼 외출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바깥 바람을 쐬니까 기분 전환도 되��� 우울한 생각도 덜 했다. 참. 확실히 얄팍한 주머니 사정이야 말로 두통과 우울의 근원이다. 오늘이 월급날이라서 그런지 온종일 나는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집돌이인 건 순전히 나만의 선택만은 아니다. 환��� 탓도 크다. 겨울이고, 춥고. 무엇보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뭐만 하면 다 돈이다. 하기야 물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데. 그래서 짐이 많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예컨대 목이 마를 경우를 대비해서 물을 담고 텀블러를 챙긴다. 카페에 가면 커피만 마시고 돌아올 순 없으니 카페에서 읽을 책, 노트북 등을 챙긴다. 이러다 보면 어깨가 굉장히 무거워진다. 나가기 전부터 나가기 싫어진다. 
  내가 만일 돈이 많았다면 카드 한 장만 들고 나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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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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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9
1. 선택
  선택은 비용을 요구한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할 순 없다. 예컨대 술도 마시고 싶고 살도 빼고 싶다? 욕심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욕심을 덜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라도 잘해낼 수 있다. 영양가 있게. 자신이 체력이 좋지 않다면 목표를 줄여야 맞다. 체력에 걸맞지 않게 높은 목표, 잣대는 스트레스만 유발할 뿐이다. 
  오늘 느낀 건 나는 무리한 욕심이 많다는 점이다. 매운 게 땡겨서 국물 닭발을 시켰다. 먹어 놓곤 얼마 안 가 후회한다. 포만감은 이내 불쾌로 다가온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한마디로 먹어 놓고 지랄이다. 알면서. 다 알면서. 이건 욕심이다. 신년부터는 욕심과의 싸움이 주 화두가 되겠다.
2. 답장
  선혜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규옹이 들려준 얘기 영향이 컸다. 기념패 제안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격려도, 입금도 제일 먼저 했단다. 소식을 접하고는 ‘내가 참 생각이 짧았다’ 싶어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카톡을 차단했나? 사귈 때 아무리 크게 싸워도 내가 차단하면 차단했지 상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럴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답장이 오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괘념치 말아야지.
3. 1월
  1월은 통으로 쉬어야겠다. 완벽한 독립을 위해선 굵직한 일을 찾아야 한다. 유니클로 일을 더 늘리거나(이게 내 뜻대로 될지도 불투명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하거나. 하지만 그럴 의욕이 없다. 지금 이 백수의 삶을 최대한 누리고 싶다. 늘 그랬듯.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배가 아프다. 잘 나가는 친구들의 잘 나가는 소식의 출처는 SNS다. SNS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과물만 제시한다. 나는 그들이 전시한 결과물만 보고서 배 아파한다. 그 이면에 서린 피땀눈물 따윈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나의 질투는 더욱 맹목적으로 치닫는다. 질투로 끝나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무지몽매한 채찍질로 변한다. ‘나는?’ ‘왜 나는?’ ‘나는 뭐하고 있지?’ 또다시 남의 이유로 살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끌어온다. 그리고 나를 갉아먹고 있다.
  신년 계획으로 8시 기상을 세웠지만 여태 지키지 못했다. 내일은 생동성 알바 일환으로 건강검진을 간다. 이마저도 안 한다면 나는 깊은 우울감 내지 자괴감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냥 하면 된다. 의지 박약이고 자시고 긴 말은 필요 없다. 그냥 하면 된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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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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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7
1. P
  P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사그라졌다.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제주도 다녀온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과 동시에 사람독도 풀리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내 시간이 중요하다.  거의 5일을 붙어지냈으니 그 배로 떨어져야 한다. 여기까진 서론이고. 성격이 참 안 맞았다. 둘다 자존심이 세다. 나는 자존심  센 사람과의 관계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굽힐 줄 모르니 부딪치고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안다. 그래서 다가가지 않는다. 원래 오는 사람 마다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 사람이 내게 보이는 관심이 부담스럽다. 술 취하고 내게 퍼부은 키스와 입냄새가 영 좋지 않았다.
2. 코트
  아끼는 친구에게 코트를 선물했다. 선물을 새 걸 사자니 돈이 없었다. 그리고 기왕 의미 있는 선물이 좋겠다 싶었다. 그런 건 대개 내가 쓰던 거 혹은 내가 소중히 간직하던 것들이다. 늘빛이를 닮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옷 선물하는 데 혹은 아끼는 물건을 선물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동생에게는 전역 기념으로 아끼는 바람막이(?)를 선물할 거다. 
  술자리에서 선물한 코트를 그가 입었다. 찰떡이었다. 너무 보람차고 흐뭇했다. 역시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진정 기뻐할 때가 최고다.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넌 왜 너가 아끼는 걸 선물해? 안 아까워?’ 라고 물었다. 처음 받는 질문이라 답을 생각하는 데 신중했다. 이랬다. “안 아끼는 걸 선물할 순 없잖아.” 말 잘했다. 진심이다.
  규옹은 내심 농담 반 진담 반 서운해했다. 빈티지 가방을 지하철에 놓고 내리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형이 들고 다녔을텐데. 됐고. 형에게는 아끼는 신발을 선물할까 보다. 근데 맞을지는 모르겠다. 나에겐 커도 형에겐 작을 수 있다.
3. 야식
  자취하고 요리를 잘 안 한다. 되도록 사먹거나 인스턴트가 전부다. 특히 야식은 매일 먹었다. 이제 해법을 찾았다. 자기 전 공복감 또는 배고픔을 못 참겠다 싶으면 바나나를 먹자. 내 돈 주고 과일 잘 안 사먹는데 큰 마음 먹고 바나나 한 다발 사왔다. 아깐 카레가 너무 먹고 싶었다. 잘 참고 바나나 하나 먹었더니 이거 참 요긴하다. 운동은 내일 아침에 해야겠다.
  신년계획을 세웠다. ‘아침 8시에 일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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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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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30
1. 졸업
  졸업한 이후가 막막하다. 정확히는 돈 때문이다. 학기 중에 다짐했다. 집으로부터 받는 지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고. 그 말인 즉, 용돈도, 월세도, 가스비도, 수도세도 일절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려면 적어도 알바를 하나 더 해야할 것이다.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까 일을 하긴 애매하다. 이것도 섣불리 단정할 바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에다 2019년에는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냥 하면 된다. 지금 내가 졸업한 이후를 걱정하는 건 정말로 돈 때문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앨범을 만들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그것이 돈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고민으로부터, 돈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무엇보다 못 견디겠는 건 나의 자유가 부모의, 동생의 자유를 좀먹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2. 제주도
  그 사람과 자고 나서 갑자기 제주도에 가기 싫어졌다. 그 사람��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물론 잠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까닭은 간단했다. 나는 누군가 나를 너무 좋아하면 마음이 식는다. 이상하다. 사랑 받길 바라면서도 그것이 내 예상을 초과하면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이것도 연습이려나. 어색해서 그렇다. 사랑을 자주 받아봤었더라면 조금은 덜 어색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담스러웠단 얘길 돌려서 했다.
3. 신년
  SNS를 보니 모두가 2018년을 정리하고 ‘나에게는 이러이러한 해였어’라고 적고 2019년 계획을 열거하고 있다. 나는 남들의 들뜬 마음, 호들갑, 안절부절을 싫어한다. 그냥 평온하고 조용한 상태를 원한다. 늘빛이한테 한 해 수고 많았다는 연락이나 해야겠다. 너무나 소중한 친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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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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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6
1. 송년회
  ‘술톤’이란 말 듣기 싫다.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다. 이런 거다. 예컨대 친구로부터 “너 못생겼어!”란 말을 들었다 치자. 자기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꿈쩍도 안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말에 노발대발할 것이다. 술톤도 그렇다. 많이 수척해지고 피부가 푸석하다. 어느덧 군데군데 새치가 났고 목과 얼굴색이 다르다.
  27일에는 송년회가 있다. 내일 저녁이다. 안산에 더 있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귀찮음이 섞였다. 오늘 엄마에게 용돈을 받았다. 40만 원. 10만 원을 더 받았다. 술을 안 마시면 나는 아마도 부자가 되겠지. 아직 12월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 용돈을 일찍 받은 것도 맘에 걸린다. 게다가 현금으로 받을 줄 알았던 장학금이 물 건너 간 것도 맘에 걸린다. 송년회 자리에 직장인 여럿 있다 쳐도 그렇다. 전부 얻어 먹을 순 없을 것이다. 머리 아프다고 핑계를 대야겠다. 
2. 다자연애
  애인은 다자연애를 지향한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행동은 다른 행동이 나올 수 있다. 나는 다자연애를 지향한다고 말하면서 몸은 따로 놀 수도 있다. 상대를 독점하고 싶거나 소유하고 싶거나, 뭐 그럴 거다. 연규가 떨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보고싶은 마음이야 기저에 깔려있지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어쩔 수 없나 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데 아직 나는 어떻게 나서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가만히 멈춰있다. 
3. 작사
  나에게 어울리는 작법을 찾아야 한다. 글쓰기는 일단 엉덩이부터 무거워야 한다는 거, 성실해야 한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오늘 생각한 건 줄글부터 쓰는 거다. 작사는 한편의 시와 같다. 시는 한 번에 술술 나오는 요행을 바라선 안 된다. 테마, 주제, 컨셉을 정하고 길게 줄글을 쓴 뒤 그걸 기반으로 하나둘 깎아내는 시도를, 연습을 하자. 역시 펜과 공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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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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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5
1. 선물
  선물해야 할 때가 오면 곤혹스럽다. 선물이 가장 가치 있을 땐 주는 사람의 성의는 물론이지만 받는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할 때다. 그동안 식구들에게 연락이 뜸했다. 사실 나는 sns는 중독 수준이지만 카톡이나 전화 등 연락은 소홀하다.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나는 매사에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한 해 한 번 오는 성탄절을 기념하며 챙기는 선물은 뭐랄까, 진정성이 없어보인다고 해야 하나? 굳이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평소에 연락 안 하다가 이런 1회적인 이벤트로 눙치는 게 어찌 보면 형식적으로 여겨질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어떤가. 아예 안 챙기는 것보다야 한 번이라도 챙기는 게 낫지. 형식적이네 실질적이네 하는 품평은 그 나중일이고. 어쩌면 귀찮아서 다 핑계일 지도 모른다.
  엄마아빠에게 후리스를 선물했다. 연말이라 돈이 바닥이 났다. 핸드폰으로 쿠폰을 결제해서 겨우 사왔다. 그런데 웬 걸. 엄청 좋아하셨다. 나는 애써 내색하지 않았지만 너무 신이 나서 마음은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게다가 아빠가 후리스를 좋아한다는 것도, 안 그래도 갖고 싶었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 그동안 나는 선물할 때 상대를 배려하지 않았다. 좀 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 내지 노안이 온 사람에게 오밀조밀한 글씨의 책을 선물하지 않나. 그래 놓고서는 아빠는 내가 선물한 책도 읽지 않아, 라며 혼자 서운해하고. 
  자고 일어나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이번 년도는 사람이든 삶이든 좀 더 거리를 두고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서 쉽게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쉽사리 마음의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보다 총체적으로 돌아보게 됐다. 큰 수확이다.
2. 부담
  연규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호탕하게 웃을 때, 혹은 나더러 자꾸 귀엽다고 할 때, 리액션이 조금 과장될 때. 사람이 어찌 다 좋을 수 있겠나. 사람이 어떻게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예수도 그건 실패했다. 좋은 점이 아닌 좋지 않은 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건 달리 생각하면 좋은 징조다. 보다 여러 면을 보게 되는 셈이다. 그 사람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거다. 좋은 신호로, 좋은 징조로 해석해야지. 애먼 데 오해하지 말자. 그녀가 그랬다. 존재로서 만나자고. 있는 그대로.
3. 불안
  불안이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불안이란 따라서 생동감이고 다가올 미래 내지 위험에 대해 앞서는 촉이다. 마냥 부정적이라는 건 오해다. 내가 만일 죽은 사물 혹은 플라스틱이라면 불안 또한 없을 거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불안의 내용은 살짝 결이 다르다. 조급증이나 강박으로 표현하는 게 더욱 내 심리상태에 맞겠다. 연이은 연말 약속들을 거의 다 거쳐 안산에 왔다. 여러번 말하지만 나는 여럿이서 있을 때 보다 혼자 있을 때 기를 충전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정직하게 외로워하는 데 어설프기도 하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생각처럼 슬기롭게 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명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잘 못 한다. 필요한 거랑 잘하는 거랑은 별개니까. 하고 싶은 말은 ‘자꾸만 뭘 해야 해’ 라는 초조함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감일을 정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든 숙제들이 한꺼번에 내게 찾아오는 것이다. 한꺼번에 찾아와서 사납게 나를 뒤흔든다. 예컨대 내가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채무감이 있다면 마감 기한을 정하면 된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이 불안 내지 강박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 
  마감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 일이나 급해보이고, 빨리 해쳐야 할 거 같고, 어서 서둘러야만 할 것 같다. 
  만일 신년 계획을 세운다면 ‘이러저러한 걸 할 거다’ 가 아니라 마감기한을 정하자.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뭘 하겠다, 라는 식으로. 
  내년에는 너도나라도 그렇지만 사선 모임에 좀 더 품을 쏟을 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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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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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4
  앞으로 일기를 이런 식으로 쓸 거다. 그 날을 상징하는 또는 요약하는 세 단어를 꼽는다. 
  1. 편지
  연규가 네팔에 떠나고 부탁을 남겼다. 하나는 빨래를 개어줄 것, 다른 하나는 책을 반납해줄 것. 그리고 그녀는 여러 선물과 함께 편지를 남겼다. 편지를 읽고 든 감정은 벅참이었다. 모처럼 느끼는 벅참이었다. 이전 연애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구여친은 편지를 잘 안 써줬다. 어쩌다 써준 편지도 내용이 그저 그랬다. 형식적이었다. 
  벅참을 느끼고 한 가지 불안을 느꼈다. ‘얘를 기다리다 내 마음이 식으면 어쩌나’ 내지 ‘얘가 돌아왔는데 어색하면 어쩌나.’ 이전 연애에서 얻은 도움이 있다면 그것은 인내다. 두 달간 떨어진다. 떨어지면 멀어진다. 그래서 과정이 중요하다. 자주 연락해야 할 거다. 건성으로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부디 자발적이기를 바란다. 마음이 뜨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전 연애에서 얻은 도움을 인내라고 꼽았는데, 지난 연애에서는 구여친이 워낙 바빠서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 보는 꼴이 잦았다. 면역력이 생겼다. 무려 네팔로 떠났지만 아직은 별일 없다. 쭉 이랬음 좋겠다.
  2.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싫다. 연말이라 들뜨는 분위기가 어색하다. 내 몸에 안 맞는 옷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이 들뜨고 설레이고 신나면 낯설다. 잘 못 끼겠다. 즐겁길 바라면서도 괜히 딴짓하는 걸 수도. 아님 주인공병이 있어서 ‘나는 아닌 척, 다른 척’ 하는 걸 수도. 
  아직도 겁이 많다. 희진 씨가 ‘볼 수 있음 보자’고 했는데, 좋으면서도 적극적이질 않았다. 불러줘서 고마웠지만 내색하기 싫었다. 비싸보이고 싶었다기보다 피곤했다. 연이은 송년회 그리고 군산에 다녀왔더니 집에서 혼자 있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으면 금세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길 바란다. 웃기다. 아직도 정직하게 외로운 방법을 모른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내가 연규랑 사귀지 않았다면 희진 씨와 사귀었을 것이다. 상대가 먼저 그렇게 말했다. 내가 자기 이상형에 크게 부합하는 사람이라니. 거짓말 같다. 거짓말처럼 달콤한 말이다. 어제 술자리는 참 들떴다. 신났다. 지금, 여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현실이 가상 같았다. 인생이 이래서 재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갱도(구 아빠살롱) 사장님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셨다. 진심 깜짝 놀랐다. 단골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말을 거시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 했다는 말도 감사했다. ‘인형의 꿈’이라는 노래의 어느 가사처럼 먼 곳에서 바라만 보고 그랬는데. 상대가 나를 알아주니 놀랍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 계속, ‘2018년 잘 살았다’는 호들갑만 떨었다. 그거 외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3. 잔고
  12월이 끝나려면 거의 일주일이 남았고 나는 완벽하게 탕진했다. 돈 나올 구멍이 더는 없다. 카드는 할부를 다 갚지 못 해서 불능한 상태가 되었고 엄마카드는 당연 눈치 보인다. 현금도 3만 원이 안 된다. 실날 같은 희망인 장학금은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다. 아마 2월에 들어올 것이다.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소확행은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의 줄임말이 아니다. 소비야 말로 확실한 행복이 맞다. 그 말을 비틀면 돈이야 말로 우울의 출처다. 얇은 지갑이 날 괴롭게 한다. 미치게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고 골방에 나를 가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지’라고 생각을 고친다. 몇 푼 안 되는 돈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던 때를 지났다. 이제는 좀 더 의연해졌다. 근데 정말 남은 연말 어쩌지?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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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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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2
  감사패를 받았다. 너도나라 2년을 맡은 공로패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미안함이 더욱 컸다. 송년회+엠티 기획, 준비는 거의 다 떠넘겼다. 이런 일에 질렸다. 그래서 오기 전에도 불평불만을 많이 표했다. 그런데 이런 분 넘치는 선물을 받다니. 왜 질렸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회 때의 기억 때문이다. 학생회를 하며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들고 진행했다. 참여는 저조했다. 당시는 학생사회가 망가지는 과도기였다. 학교는 더이상 학생들에게 그리 메리트 있는 공간이 아녔다. 메리트라고 하긴 거창하고 뭐랄까, 정이 안 가는 공간이라고 해둘까? 수업 마치면 집으로 바로 가고 싶은 그런 곳. 그래서 학생회 때 쌓인 좌절감 내지 피로감 때문에 엠티와 같은 이벤트의 기획 그리고 진행을 맡으면 시작 전부터 피곤하다. 아찔하다. 만사가 다 귀찮다. 그래서 불평했던 것이다. 
  윤석 씨의 앙금 리스트에 올랐다. 며칠 전 일기에 더는 책임지고 싶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선택의 자유는 누리되 그에 따르는 비용이나 대가는 감수하고 싶지 않다. 소위 말하는 부자는 되고 싶지만 노력은 하고 싶지 않다, 와 같은 유행어처럼. 이제 일주일이면 2018년도 끝이다. 2018년을 보내며 이 잔머리도 훌훌 털어야겠다. 윤석 씨의 앙금 리스트에 오른 것이 너무나 일리있는 일임에도 서운했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걸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일은 내가 벌여놓고 말이지. 
  군산에 왔다. 이 사람들과 이 곳에 왔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떠나고서 실감이 날 것이다. 매번 올 때마다 거의 집에만 박혀있고 할머니는 뒷전이다. 어색해서 그렇다. 3층과 1층의 사이가 이렇게 먼가. 할머니는 일요일이라서 교회 나가셨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엽서와 선물을 준비하길 잘했다. 이게 나의 최선인가. 사실 가족들이랑도 어색한데 할머니는 더 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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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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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0
  오전조는 마감조에 비해 확실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부점장 누나는 뭔 일이 있었는지 분위기 자체가 싸했다. 그녀가 그러니까 매장 분위기 또한 얼었다. 난 그게 싫다. 한 사람의 기분상태에 의해 좌우되는 분위기가. 이 점에 있어 그녀도 프로는 아니다. 정 없게 들리는가? 단지 기분파인 사람을 경계하는 걸 뿐.
  할머니 선물과 내 옷 두 벌을 샀다. 5만 원이 조금 넘었다. 카드가 할부한도초과가 떠서 당황했다. 우울해졌다. 내 우울의 출처는 명확하다. 그것은 돈이다.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비틀면 얇은 주머니 사정이야말로 확실한 우울이다.
  송년회 때 틀 웃음참기영상을 만들었다. 애인에게 보여줬다. 기대한 반응 이하였다. 괜히 뿔나서 삐쳤다. 디테일한 얘기를 제하면 그렇다. 난 참 문제다. 뭔가를 만들면 자기가 만족하는 게 제일 이상적인데 꼭 남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니까 내가 좋으면 좋은 건데. 다른 사람도 좋다고 해줘야 좋은 게 되는 거다. 그래서 문제다. 남의 판단에 의존하니까. 
  애인은 내가 삐치니까 안절부절했다. 너무 미안했다. 사죄한다. 끝내 울었다. 까닭인 즉, 자기가 지금 정신적으로 아프고 힘든 상태인데 혹시나 이런 자신 때문에 애인인 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만날 때마다 이 의식을 늘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 노파심. 나는 무슨 소리냐며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사실이었다. 혹여나 상처 줄까봐 노심초사하는 그녀가 안쓰러운 동시에, 그 마음의 넉넉함 때문에 뭉클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에게 내 왼팔의 상처를 보여줬다. 생각처럼 놀라진 않았다. 의연하게 반응하더라. “내 상처 보고 안 놀랐어?” “응. 그만한 일이 있었겠지.”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었다. 그녀가 네팔로 떠나면 두 달이 지나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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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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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9
 나는 오늘 무얼 느꼈나. 무얼 느끼고 무엇을 골몰했나.
 잡지를 읽었다. 키드밀리 인터뷰를 읽었다. 화면에 비친 모습은 마냥 밝고 쾌활하고 긍정적이었는데 아니었다. 역시 1을 보고 100을 판단할 순 없다. 부모의 이혼과 두 누나의 죽음 대목에서는 나까지 먹먹했다. 그런 불행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정말 의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나로서는 경이로웠다. 잘 된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앞날을 축복한다.
 질투가 많고 자기혐오가 깊다는 고백은 내 얘기 같았다. 나 또한 그렇다. 이를테면 주변에 잘 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한 다리 걸쳐서 아는 사이라고 하면 정도는 더욱 심하다. 무슨 말이냐? 차라리 앗쌀하게 친한 친구라면 그렇게까지 그의 성공을 질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사이의 경우는 다르다. 한 마디로 배가 아프다.
 왜 배가 아프냐? 내용은 이런 식이다. ‘쟤는 저렇게 잘 나가는데 나는?’ 방금 깨달았다. 정말 가까운 사이에게는 질투가 일어나지 않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사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러한 결과에 도달했는지, 그 중간을 알 길이 없다. 이게 문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진행과정을 곁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아니다. 고로 그 사람이 잘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지 못 했으니 배 아파하는 것이다. 이제 알겠다.
 키드밀리 인터뷰에서 그는 이러한 질투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설명했다. 첫째로 남을 질투할 시간 자체가 사라졌다. 그만큼 바빠졌다. 자신에게 열중하다 보니까 남을 미워하고 질투할, 그런 소모적인 시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덧없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차라리 그럴 바에야 그 시간에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사랑하는 것이 더욱 이득인 법.
 내 편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다.
 애인에게 물었다. ‘넌 학교 온 거 후회해?’ 애인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곳이 아녔다면 지금 사람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 또한 명료했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얻는 성취감 내지 교훈이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참고 견디면서 얻는 의미란 것도 있는 법이라고. 학교가 그렇다고 했다. 어렵게 말하면 인생에는 능동성만 있지 않다. 수동성도 있다. 도리어 그게 전부일 수도. 애인에게 있어 이 수동성이란 다름 아닌 학교였던 셈.
 그렇다면 나는? 학교 다닌 거 후회해? 양가적이다. 물론 나 또한 이 곳의 ‘지평’이 아녔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데 있어 많은 비용을 치렀다. 대학입시 그리고 등록금. 생각하면 중고등학교 때 학원과 야자로 충당한 시간을, 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여행에 썼었더라면 지금 내 자아는 그나마 덜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부쩍 이 생각을 많이 한다. ‘졸업식 때 뭐라 말하지?’ 사과부는 졸업식 때면 졸업생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졸업에 대한, 학교에 대한, 인생에 대한 소감을 말하게 한다. 딱히 떠오르는 바 없다.
 내년에는 돈을 더 벌고 싶다. 월세 정도는 내 힘으로 충당하고 싶다.
 애인에게 첫 편지를 썼고 깜짝 선물을 했다. 그녀는 울었다. 중, 고등학교 얘길 들려줬다. 이 친구는 9살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넘게 어느 대안교육 공동체에 몸담았다. 사실 그 곳이 그녀의 일부이자 전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는 사람들? 아는 인맥들? 도 그 곳에서의 인연이 대다수일 것이다. 무튼.
 그런데 학교에서의 불미스런(성추행, 성희롱) 일들이 있었고 그를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애인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와 절연했다. 그 중심에 선생님이 있다. 애인이 성희롱 문제를 바로 알렸을 때, 선생은 ‘그게 왜 성희롱이야’와 같이 옛날 사람처럼 대응했고 이게 화가 됐다. 여하간 인연을 끊고서 애인 말로는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고. 자기가 아는 사람은 그 곳이 전부라서 상실감이 컸다는데. 돌아보니 그게 아녔다고. 나를 포함한 여타 대학 친구들을 떠올리며 뭉클했다나 뭐라나.
 편지 쓰길 잘했다. 선물하길 잘했다. 베풀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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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360ml-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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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7
  내일은 학교 가는 마지막 날이다. 사실상 그렇다. 시험이 하나, 발표가 하나. 무엇도 준비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서 아무런 긴장이 없다. 마음은 급하지만 ‘될 대로 돼라지’란 식이다. 유니클로 알바로 기력을 소진했다. 나에게 주는 보상이랍시고 애인 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F만 아니면 된다. D라도 괜찮다. 졸업만 하면 된다.
  지금 나는 단지 깊은 잠이 필요하다. 얼른 종강하고 음악을 만들고 싶다. 집중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 정말 많다. 기다리는 사람들 투성이라 기쁘다. 벅차다. 얼른 좋은 걸 들려주고 싶다. 단지 시간이 필요하다.
  엉뚱하지만 스윙스 같은 사람과 일하고 싶다. 오늘 문득 취업에 대해 생각했다. 딩고에 취직하고 싶더라. 혹하지만 내가 딩고가 원하는 인재인지는 별개다. 유튜브에 올라온 모든 영상을 보고나면 사정이 나아질까. 애독자라면 취업에 그나마 유리한가.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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